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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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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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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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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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재회

DUMMY

첫 등교다. 


고등학교는 진즉에 졸업했지만 공정식 덕분에 다시 한번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것도 혈기 넘치는 2학년이라니. 

 

키가 큰 편이라 뒷쪽이란다. 

 

“좀 어때?”

“얼굴은 괜찮아졌네. 다른 데는?”

“그만하길 천만다행이지.”

 

정식의 상태를 아는 세 친구.

 

친구들의 걱정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 얼굴의 부기도 많이 빠지고 터진 입술도 대강 아물었다. 아프던 가슴도 숨 쉬는데 무리가 없어졌으니 많이 나았다고 해야겠지. 


그래도 누가 보면 아직 원래 얼굴이 아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어린 고딩이라 피부도 좋고 회복력도 좋아서 그런건가? 20대와 10대의 차이가 이렇게 심하다니. 

 

열 살이나 젊어져서 좋기는 한데···. 어째 몸이 부실하단 말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김독수도 처음엔 허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어쨌거나 문제는 그게 아니라 기억이 아직 다 안 돌아 온 것이었다.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시간과 함께 조금씩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막상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머릿속이 환해지듯이 기억이 점점 솟아올랐다. 


특히 담임 김혜주 선생을 보는 순간 오재영에게 폭행을 당했던 그날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러나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담임은 모른다. 진로 상담 두 번 하다가는 사람 잡겠다.  

 

그리고 한 사람 더···.

 

바로 조경태였다. 조경태는 트리거였다. 조경태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간 녀석과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뿐이 아니었다. 뒤를 이어서 녀석과 패거리들이 공정식과 반 아이들에게 한 짓들이 기억났다. 

 

그뿐이 아니었다. 소문으로 들은 그들의 비행도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셀 수 없이 많은 일진들의 학폭 이야기들이···. 

 

사람이나 대상을 보면 연상작용으로 그것과 관련된 기억이 돌아오겠지. 그랬던 막연했던 기대가 현실이 되었다. 

 

기억이 살아나고 있기는 해도 그래도 아직은 모든 것이 생소했다. 담임도 조경태도 다른 아이들도.


낯선 분위기에 가만히 앉아 있는 공정식. 원래 조용한 성격이기는 했다.


첫날이고 적응하는 차원에서 공정식은 하루종일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야! 공정식.”

 

아니나 다를까. 공정식을 가만 놔두지 않는 조경태. 

 

“응? 왜?”

“너 무슨 일있었냐? 얼굴이 평소랑 다른데. 누구한테 맞았냐?”

“······.”

 

할 말이 없는 공정식. 조경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냐.”

“아니기는 그렇게 보이는구만.”

 

공정식의 부인에도 거듭해서 나서는 조경태. 

 

“누가 그랬냐?”

“아니라고.”

 

화를 내고 밖으로 나가려는 공정식. 살짝 당황한 조경태. 평소 고분고분하던 공정식과 많이 다르다. 

 

“아니. 이 자식이 어디서 화를 내.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정신이 나갔나 이 새끼가.”

 

정식의 멱살을 잡는 조경태. 그 모습을 본 방대호와 허동철이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 조경태의 포악한 성질을 잘 아는지라 나서지 못한다. 그걸 본 전은숙이 벌떡 일어난다. 

 

“야! 조경태. 너무 하는 거 아냐. 아픈 사람을 괴롭히면 어쩌겠다는 거야. 너는 비겁하게 아픈 사람을 괴롭히냐?”


전은숙이 당차게 나서자 말문이 박히는 조경태. 차마 전은숙을 어쩌지 못하고 벅벅댄다. 

 

“까불지 마라. 여자라고 봐주니깐.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기는···."

“그래 고맙다. 많이 봐줘서 고마워.”

“이게 정말.”

 

큼직한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는 조경대. 한방 날릴 것 같은 험한 분위기다. 

하지만 절대로 기죽지 않은 전은숙.

 

“나가자! 정식아.”

 

정식이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랄까. 벙찐 조경태.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부글부글 끓지만 여자를 어쩔 수 없으니 참는다. 

 

“뭘 봐. 새끼들아.”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들 깜짝 놀란다. 그러나 조경태의 고함에 놀랐다기보다 사실은 전은숙에게 놀랐다.


저 작은 여자 아이가 어디서 저런 배짱이 나오는지 믿을 수 없다. 생각에 잠긴 아이들. 전은숙이 공정식과 친한 사이기는 하지만···. 그래! 이제야 알 것 같다. 

 

역시··· 잘 생기고 봐야한다.     


전은숙 덕분에 조경태를 피해 밖으로 나온 공정식. 

 

“하! 이거. 참.”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했다. 조경태뿐 아니다. 오재영도 그렇고 그 패거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지뢰밭에 사는 것과 조금도 다를바 없다.

 

졸업을 하려면 아직 2년이나 남았다.

대학을 가고 사회인이 된다고 해도 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 한 녀석들을 마주치게 될텐데···. 녀석들이 개과천선할리 없는 것이고···.

 

또 다시 드는 생각.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공정식. 하루 종일 아니 수업이 끝날 때까지, 정식은 고개를 책상에서 떼지 않고 책만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조경태는 공정식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너 아파 보여서 봐준다. 근데 너 좀 변한 것 같다. 응? 무슨 일 있었냐?”

“······.”

“나랑 말하기 싫구나.”

“······.”

“이 새끼가 정말,”


빡-.


조경태가 손바닥으로 정식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어지럽고 많이 아프다. 오재영에게 맞았던 그때의 극심했던 통증이 느껴진다.

 

‘참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가는 공정식. 아직은 참아야한다. 어제 공원에서 겪었던 일을 떠올린다.

‘내 힘으론 아직 무리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첫 등교였던 만큼 참 길고 긴 시간이었다. 특히 조경태. 예전 같았으면 한 주먹거리도 아니었겠지만···. 어쩌랴. 씁쓸하다.


하교 길.


같은 동네에 사는 단짝 넷이 같이 하교를 한다. 늘 같이 다니던 길이다. 되살아난 기억 덕분에 그리 낯설지 않다.   

 

그때 문득 공정식의 눈에 들어오는 간판 하나.

길가 상가건물 2층 한 귀퉁이에 달린 평범한 아크릴 간판이었다. 간판은 오래된 듯 낡고 꾀죄죄했다. 그러나 어떤 기억의 힘이 문득 공정식의 눈을 사로잡았다. 


‘민도기 권투(BOXING) 체육관’  


그리고 그 아래 작게 적힌 글귀···.          ​

‘전 밴텀급 한국챔피언 민도기 관장. 책임 지도.’ 


흰 바탕에 검은 고딕체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  

 

‘이 권투체육관이 왜 여기에 있지?’

 

간판을 본 순간 극심한 혼란에 사로잡혔다. 


김독수가 운동을 시작했던 바로 그 체육관이었기 때문이었다.  


​민도기 관장이라니.

어떻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그런데 민도기 관장의 권투 체육관이 왜 공정식이 사는 이 마을에 있단 말인가?

 

혼란스럽다.

공정식과 김독수, 둘의 기억이 실타래처럼 이리저리 뒤섞어 뒤죽박죽이다. 


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을 다듬어 보는데···.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을 때, 모든 기억을 잃었던 공정식. 그런 공정식에게 빙의한 김독수.

 

병원 입원실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느꼈던 것은 이곳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고 친숙한 느낌이었다. 그 친숙한 느낌의 정체를 이제 알 것 같았다.


이곳은 공정식이 나고 자란 곳이지만 한편으로 고아 김독수가 삼 년 동안 살았던 곳이기도 했다. 


보육원이 문을 닫아 다른 지역 보육원으로 떠나야 던 김독수는 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공정식의 몸을 빌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십 년 전 마을을 떠난 김독수는 변한 마을을 쉽게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김독수의 영혼이 공정식의 몸에 들어온 것일까? 왜 하필 공정식의 몸이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죽어가는 순간, 아버지처럼 그리웠던 민도기 관장을 찾아가던 김독수의 영혼이 마침 민관장의 체육관 앞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공정식에게 빙의하게 된 것이라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일까.    

 

늘 배고프고 애정에 굶주렸던 김독수. 김독수의 마음을 녹인 건 다른 어떤 것도 아니었다. 김독수에 대한 민관장의 관심과 두 사람이 함께 먹던 칼국수였다.


시장통에 자리잡은 허름한 국숫집. 김독수에게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그제야 공정식은 할머니가 만들어준 칼국수를 먹으면서 뭔가 머릿속에서 꿈틀거리던 기억의 정체를 깨달았다. 환히 웃는 얼굴로 김독수에게 국수를 사주던 그 사람. 그가 민도기 관장이었다.

 

그리고 국수를 먹으며 어린 김독수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민관장의 말이 생각났다.

 

‘네 안에 분노를 버려라.’

‘비열한 방법으로 이기는 것은 패한 것만 못하다. 너는 폭력배가 아니야.’

 

김독수가 늘 가슴 깊이 품고 살던 가르침이었다.


‘너는 권투보다 종합격투기다 더 맞는 것 같구나. 두 주먹만 쓰기에는 재능이 아깝다.’

 

어린 김독수의 재능과 열정을 알아보고 길을 열어준 민도기 관장. 그렇게 공정식은 MMA선수로 전향했다. 

 

이제야 퍼즐처럼 흩어져 있던 기억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았다. 왜 김독수가 이곳에 사는 고등학생 공정식의 몸을 빌리게 되었는지 분명해졌다. 그런데 하필 그 학생이 국숫집 노부부의 손자였다니.


그런데 지금 민도기 관장의 체육관 앞에 서 있다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이게 운명인가? 할 말을 잃은 공정식은 길 한복판에 망연히 서 있었다.


‘아직도 민관장님이 저기에 계실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체육관으로 향하는 공정식. 계단을 오를 때마다 긴장으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몇 되지 않는 계단이 무척이나 멀고 높게 느껴졌다. 

 

마침내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선 공정식. 

운동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사무용 책상에 앉아 있는 머리가 희끗한 민관장 만이 눈에 들어왔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정식을 본 민관장.

민관장은 공정식을 기억했다. 바로 사흘 전 체육관 앞에 쓰러진 공정식을 위해 응급조치를 하고 구급차를 불렀던 민관장이었으니까. 그런데 국숫집 손자라고.

 

민관장은 공정식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온 것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예상과 아주 다른 것이었다. 


‘관장님!’

 

민관장 앞에서 선 공정식,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했다. 그런 공정식을 바라보는 민관장. 

 

“자네 몸은 어떤가? 많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한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직 다 회복돼 보이지 않았다.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민관장, 누군가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해 정신을 잃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원래가 약한 체질인 것 같고 그렇다보니 맷집도 약해서 충격을 크게 받았던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회복한 것을 보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국숫집 손자라고 했다. 노부부의 국숫집은 그의 오랜 단골집이었다. 두 노인에겐 하늘같은 손자일 텐데. 그걸 알고 더욱 걱정이 앞섰던 게 생각났다. 

 

그때 공정식이 입을 열었다. 예상 밖의 말이었다.

 

“관장님. 저도 운동을 할 수 있을까요?”

 

공정식이 처음 민관장에게 내뱉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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