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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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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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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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배후1

DUMMY

정식, 얼른 밖으로 도망 나온다. 

공원벤치에 걸터앉은 공정식. 밤이 깊어서 그런지 공원이 조용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열시가 넘었다. 뭐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두 사람을 상대하다니 본인이 생각해도 많이 늘었다.

 

이종태와 정철수는 20대 후반의 혈기왕성한 청년들 아닌가. 아직 미성년자인 일진 패거리들과는 좀 다르다. 조폭처럼 거칠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했고 어른이라 몸이 완성된 된 단계다. 힘과 스피드가 훨씬 안정되어 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운동신경도 좋고 나를 운동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조경태나 황기찬보다 못 한 게 있다면 깡패 근성 정도라고 할까. 평범한 시민들이니까.  

 

어쨌거나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제압을 했다. 정말 많이 올라온 것이다. 이제 웬만한 운동선수들은 상대하는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형님들이 생각보다 약하다. 한참 나이차가 나서 좀 셀 줄 알았더니. 


철수 형님은 다리가 풀려서 그로기가 됐다.   

풋!


웃음이 절로 나온다.


벤치에 걸터앉아 물을 들이키는 정식. 


시간이 늦어 그런지 공원 인근의 가게들이 전부 불이 꺼져있다. 동물병원, 대호네 부동산, 순댓국집, 미용실 등등. 편의점만 불이 환하다.

 

그때 저기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들 서넛이 공원 정자 아래로 몰려든다. 그러고 보니 고딩들 같은데, 멀찍이 떨어져서 얼굴은 보이지 않고 실루엣만 보인다. 

 

녀석들은 시끌벅적하다. 간간히 들리는 욕설. 느낌이 좋지 않다. 정식이 아는 아이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학교 학생들인가? 그것도 좀 이상하다. 다른 고등학교 아이들이 여기서 저러고 있을 수는 없다.

그중 한아이의 목소리가 구에 조금 익은 느낌이 든다. 

 

‘어디서 들은 적 있는 목소리 같은데?‘

 

기억이 날듯 말듯 하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분명한 것은 삼일고 2학년들은 아니다. 

 

“잘 보라고 올 때가 됐단 말이야.”

 

한 녀석이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듯이 말했다. 그들은 멀찍이 떨어진 벤치에 정식이 있는 걸 아직 모르고 있다.  

 

“쓰바! 이런 일을 시키고 지랄인지.”

“그러게 말이야?”

“지저분하지만 어쩌겠냐.”

 

누군가를 욕하는 소리도 들린다.  

 

***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이제 가게를 마친 조부모님이 돌아오셨을 시간이다. 

벤치에서 일어서려는 공정식. 그런데 느낌이 좋지 않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공정식은 그 불온한 느낌이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진다. 녀석들이 또 떠든다. 그러자 한 녀석이 소리를 지른다.

 

“존 만아. 조용히 해라. 누가 듣겠다.”

 

한 녀석이 낄낄거리며 장난을 치는 다른 녀석에게 소리를 친다. 뭔가 심상치 않다, 

녀석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버스 정거장. 그곳을 향해 신경이 곤두 서 있다. 그러니 뒷편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 있는 공정식의 존재를 알 수 없다. 

 

‘누굴 기다리나?’


이해가 잘 안가는 상황이다.

 

“온다.”

 

한 녀석이 달려오는 버스를 행해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그 소리와 함께 네 명이나 되는 녀석들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몸을 감추는 것이다. 나무 아래로 혹은 다른 곳으로 흩어진가. 싸하다.


정차한 시내 버스. 세 명의 승객이 차례대로 내린다. 그중 하나. 실루엣이 눈에 익은 남학생이다. 가방을 든 남학생의 얼굴이 흐릿하게나마 눈에 들어온다.

 

버스에서 맨 마지막에 내린 남학생이 지친 듯이 터덜터덜 걷는다. 멀리서 봐도 어딘지 눈에 익은 모습이다. 그가 공원에 들어서자 몸을 숨겼다가 일제히 모습을 나타내는 녀석들···.  

 

학생이 공원에 발을 들여 놓자 일사분란하게 하나가 되어 버스에서 갓 내린 학생을 둘러싼다. 


녀석들은 얼굴을 감추려는 듯 후드티를 입거나 모자를 눌러 쓰고 있다.

 

“너너너··· 희들 누구야?”

 

놀란 목소리다. 귀에 익은 목소리 그리고 그 모습이 낯익다. 공정식, 벌떡 일어나 다가간다.  

 

“이러지 마. 응. 제발.”


불량배들의 행패가 시작되려는 걸 직감한다. 이런 일의 시작과 결과는 뻔하다. 폭행을 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그런 일을 잘 아는 정식이 아닌가. 묵과 할 수 없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다. 


“우리가 누군지는 알거 없고···. 오늘 좀 미안하게 됐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들 누구야? 응?”

“그런 건 알거 없고 평소에 친구를 잘 사귀었어야지···.”

“친구라니?”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생긴 일이구나···. 앞으로는 그런 친구랑 놀지 말아야지, 그것만 깨달으면 된 다구. 아셨어?”

“아니. 그게 대체···. 이거 놔! 놓으라고. 너희들 1학년들이지? 그렇지?”

“거참. 시끄럽네. 1학년이면 어떻고 2학년이면 어떻다는 거야.”


놈들은 금품이 목적이 아니다. 금품 대신 알 수 없는 이유를 대고 있다. 친구를 잘 못 사귀었다고?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정식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어둑한 구석으로 끌려간 학생은 놈들에게 둘러싸여 얼굴을 알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목소리가 귀에 익다. 이상한 일이다. 귀에 익은 이 목소리는 누구란 말인가. 정식은 귀를 더욱 쫑긋이 세운다.

 

‘이 목소리는?’

 

그제야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것 같다. 방대호. 그래 대호의 목소리다.


학원에 간다고 버스를 타고 가던 방대호 아닌가. 시간상 돌아올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은 공정식. 

 

“하여튼 미안하지만 오늘 우리가 어쩔 수 없게 되었으니 이해하셔.”

“개인적인 감정은 없으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마시고.”

“흐흐흐.”

 

녀석들은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늑대같았다. 이미 여러 번 해본 행동이 틀림없다.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그렇다면? 정식의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오르는 깨달음.


삼일고 1학년 일진들? 설마. 1학년들이 2학년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고 남을 녀석들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 일이 우연한 것 같지 않다. 녀석들은 방대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틀림없다. 


순식간에 방대호를 삥 둘러싸는 녀석들. 급기야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다. 

 

퍽!

악!

빡! 

 

공원에 울리는 타격음과 비명소리···.

그리고 정반대의 웃음소리···.  

 

덩치가 있어서 때리기는 그만이군. 샌드백으로 딱인데. 

푹신푹신하다야. 느낌이 팍팍 오는데.

 

희희낙락. 상대를 마음껏 가지고 노는 빌런들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연달아 이어지는 구타 소리와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안돼!’

 

놀란 공정식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간다.

 

“멈춰!”

“응? 이거 뭐야.”

 

갑작스러운 정식의 등장에 놀라는 녀석들.


“아니.”

 

공정식의 느닷없는 등장에 놀라는 녀석들. 녀석들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후드 티를 입거나 모자를 눌러쓰고 있지만 정식은 대강 알아볼 수 있다. 녀석들은 지난번 조경태와 황기찬을 상대 했을때 그곳에 있던 녀석들이 틀림없다.

 

아니나 다를까. 공정식을 알아보는 녀석들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난다. 조경태와 황기찬을 쓰러뜨리는 걸 봤으니까. 겁을 먹은 표정이다. 

 

“씨바!  수틀리면 죽여 버린다.”

“어디 한번 덤벼보라고.”

 

녀석들 여러 명이라 기세를 부린다. 마치 당장 요절을 내리듯이 큰소리를 치지만 걸음은 뒤로 주춤거린다. 여차하면 도망을 갈 기세다. 한 녀석은 벌써 뒤를 힐금거린다. 도망갈 곳을 살피는 것이다. 

 

“정식아!”

 

죽다가 살아난 방대호. 눈물을 글썽인다. 

 

“괜찮아. 내가 왔다.”

 

공정식이 방대호 옆으로 다가가 녀석을 일으켜 세운다. 얼이 반쯤 달아난 얼굴이다. 죽다가 살아난 얼굴이 이런 것일까. 

 

“너희들 누가 시킨 거야?”

“시키긴 누가 뭘 시켜.”

“황기찬이냐? 고광우? 홍일표? 아니면 오재영? 누구야.”

“웃기는 소리 말어.”

 

정식은 시간을 끌지 않기로 했다. 말로 해서 될 일도 아니지만 여차하면 도망을 칠 것 같은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도망을 친다면 녀석들에게 들어야 할 말을 못 듣는 것이다.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러러면 한 명 정도는 잡아야 한다. 최소한···.   

 

속전속결로 치명적인 타격이 필요하다. 공정식이 내린 결론이다.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

 

공정식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녀석들.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한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이야압···.”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공정식. 그건 점프가 아니다. 마치 커다란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 채기 위해 하늘로 솟구치는 듯 한 몸짓이 아닐 수 없다. 

 

첫 타겟은 맨 앞에서 이죽거리던 녀석이다. 조경태와 황기찬을 처치하던 그날 그곳에서 본 녀석이다. 녀석은 이미 공정식을 본적이 있다.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사실은 공정식을 두려워하고 있다. 단지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면 뒤에서 선배들이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망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가 상대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 진퇴양란이라고 하던가.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녀석의 턱을 향해 정식의 발이 날아간다..

 

퍽!

 

소리가 그리 크지도 않다. 턱을 강타하는 툰탁한 소리. 작은 소리가 들리고 가뿐히 바닥에 내려앉는 공정식.

 

으으으!

 

얕은 신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고목처럼 픽 쓰러지는 녀석. 그 모습을 본 녀석들 놀라 어쩔 줄 몰라 한다. 쓰러진 녀석의 옆에 있던 다부진 체격의 녀석이 주먹을 불끈 쥔다. 주먹만 쥘 뿐 더 이상 뭘 어쩌지는 못하고 주춤거린다.

 

아까 대호의 배에 주먹을 날리는 걸 봤다. 용서할 수 없는 놈이다. 

 

‘그래 다음은 너다.’

 

공정식 녀석 앞으로 바람처럼 다가선다. 그리고 긴 다리를 번쩍 들어 녀석의 머리를 내리 찍는다. 순식간에 정식의 긴 다리가 녀석의 정수리를 내리 찍어버린다.

 

악!

 

비틀리거리는 녀석. 정신을 못 차리고 몸을 비틀거린다.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듯하다. 비틀거리는 놈에게 로우킥을 날린다. 

 

아아악-

 

긴 비명소리. 정말로 아픈가보다. 자기 아픈 건 아는 녀석이 남에게는 주먹을 쓴단 말인가? 긴 비명을 지른 녀석도 마찬가지로 쓰러지고 만다. 정신도 혼미하고 다리도 아프니 녀석으로서는 최악이 아닐 수 없다.

 

두 녀석이 쓰러지자 나머지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빛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을 친다.

 

그게 양아치들의 의리다. 친구가 다치든 말든 얻어맞든 말든 자기만 살고 보면 되는 거니까.

 

도망치는 녀석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씁쓸하다. 양아치들도 의리라는 게 있으면 좋으련만. 어째 자기 살 생각만 하냐. 그러나 양아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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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세게 친 게 아니라고 24.08.17 48 4 12쪽
25 25 어쩔 수 없는 일이지 24.08.16 46 4 12쪽
24 24 공터3 +1 24.08.15 39 4 11쪽
23 23 공터2 24.08.14 39 3 11쪽
22 22 공터1 +1 24.08.13 49 4 12쪽
21 21 이런 애들은 매가 약인가? 24.08.12 52 4 12쪽
20 20. 민관장의 혼란 +1 24.08.10 49 4 11쪽
19 19. 동물병원 사람들 24.08.09 53 3 12쪽
18 18. 이거 재미있네 24.08.08 57 3 11쪽
17 17. 운수 사나운 날 24.08.07 65 3 12쪽
16 16. 쓰러진 황기찬 +1 24.08.06 65 4 12쪽
15 15. 쇠 너클 +1 24.08.05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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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미치겠네 24.08.02 58 3 11쪽
12 12. 복싱? +1 24.08.01 65 3 12쪽
11 11 샌드백 24.07.31 67 4 11쪽
10 10. 아직 안 배웠거든 24.07.30 7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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