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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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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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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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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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운동 한다고 될까?

DUMMY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좋지.”

 

공정식이 운동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민도기 관장의 대답이었다.


말 그대로 였다. 건강해질 수 있으니 여러가지로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질문을 한 공정식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운동을 해서 날 괴롭히는 놈들을 혼내주겠다.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보복을 해야겠다.


그런 말이 내재된 질문이고 요구였다. 


그러나 그걸 모를 리 없는 민관장. 대답을 그렇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얼핏 팔다리와 주먹 등등. 몸을 살펴본 결과 공정식은 운동에 그리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건강증진 목적이라면 모를까.


물론 민관장 같은 전문가의 눈으로도 찾지 못하는 숨은 천재들이 있기는 했다. 근육도 별로고 뼈도 약해 보였는데 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력하게 변하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기는 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김독수였다.

 

전혀 운동을 못할 것 같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대부분의 권투기술을 마스터하는 재능을 보였다. 녀석은 운동 천재였다. 

 

미인박명이라더니.


여러모로 놀라운 녀석이 아닐 수 없었던 김독수. 녀석을 생각하니 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민관장. 

 

어쨌거나 공정식과 민관장의 질문과 대답은 동문서답에 가까웠지만 운동을 하는 것에 이견은 없었다.

 

약골인 청년을 건강하게 만들면 민관장이 좋고 운동을 배워서 자신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혼내주면 공정식이 좋은 것이니까.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 텐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습니다.” 

“?”

 

국숫집 손자는 생각보다 성격이 급했다. 겉보기로 그렇게 성질이 급해 보이지 않는데.

 

“안됩니까?”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서 말이지.”

 

민관장은 노부부에게 허락을 받았는지 물으려다 말았다. 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운동을 좀 하는 거야 허락받고 말고 할게 뭐가 있단 말인가.

 

“일진들에게 시달리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정식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짐작한 대로였다. 

 

폭력배에게 맞아서 기절했던 녀석이 아닌가. 그런 녀석이 권투를 배우겠다고 찾아온 것은 그 목적이 뭔지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그런데 권투를 좀 배운다고 일진 같은 폭력배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식은 키는 큰 편이었지만 근력이 약할 뿐 아니라 운동신경 자체가 좋지 않아 보였다. 운동 좀 해서 일진을 혼내주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반드시 상대를 쓰러뜨려야 할 필요는 없다.


호신술이 별것인가. 질 게 뻔한 싸움을 피하는 것도 호신술이니까. 몸이 약한 아이에게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공정식은 몸으로 일진을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그의 판단은 틀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 눈빛이 김독수를 살짝 닮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단 한번 자신의 판단이 틀린 적이 있었다. 그게 바로 김독수였다.


민관장으로서는 공정식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복서 지망생.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권투를 배우느니 차라리 종합격투기(MMA)를 배우는 게 요즘의 추세 아닌가. 게다가 그냥 운동 삼아 권투를 하겠다는 젊은이들도 거의 없었다. 


그런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듯. 등록된 관원이 겨우 다섯.  


흔히 하는 말로 경영상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 녀석을 잡아야 한다. 일진을 상대하는 건 다음 일이고···. 


“일진 정도는 운동을 하면 가능하지.”

“정말요?”

“암!”

“내 자네에게 특별지도를 해주도록 하겠네.”

​“아!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민관장은 자신도 모르게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말을 꼭 해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일부터 운동 시작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정말 잘 생각한 거야. 일진? 그까짓 녀석들은 아무 것도 아니지.”


뜻 하지 않게 신입회원을 받게 된 민관장은 흥분했다. 평소의 민관장 답지 않다.

 ​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 말하길···. 


“모든 운동의 기초는 체력과 근성이지. 그것만 있으면 기술 같은 건 금방 배울 수 있어. 물론 사람마다 타고나는 재능의 차이가 있어서···.”


물론 마지막은 작게 말했다.  


그렇게 공정식은 민도기 관장의 복싱 체육관에 신입회원이 되었다. 

 

***

 

“정식아! 같이 가자.”

 

수업이 끝나도 이제는 정식과 같이 하교를 할 수 없게 된 세  친구. 전 같았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길가 가게에서 떡볶이나 만두를 먹기도 하면서···.

 

물론 일진 녀석들이 진을 치고 있을 만한 곳을 피해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데 이제부터는 셋이 다녀야 한다.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정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딜 그렇게 달려가는지 알지만 어찌나 빠른지 따라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체육관까지 따라가서 구경을 하긴 또 그렇고.

 

그런데 저렇게 좋을까? 운동하고는 1도 안 친한 줄 알았는데. 


학교를 마치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정식을 볼 때 마다 드는 생각. 아니 의구심이라고 할까. 

 

“운동을 한다고 될까?”

 

운동을 한다는 공정식을 바라보는 눈은 비슷했다.

 

“운동 신경이 없지 않아?”

“운동을 저렇게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

 

세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구동성. 즉 말은 달라도 결국 같은 말이었다. 말인 즉슨 운동을 한다고 효과가 있겠는가? 였다. 

 

그건 민관장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공정식이 운동신경이 없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축구를 한다든지 달리기를 한다든지 뭐 그런 체육활동에 열심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고 또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덧 삼 주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삼 주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정작 어떤 일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특히 은숙을 비롯한 공정식의 친구들은 옆구리가 허전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적응이 되었다. 언제 정식이 같이 다녔던가 싶을 정도로 정식의 빈자리도 희미해지게 된 것이다. 그러는 사이 또 한 주가 지나갔다.


그런데 얘는 정말 운동을 하는 걸까. 피곤한 얼굴로 학교에 왔다가 서둘러 하교하는 그런 생활이 어느새 4주째 접어들자 다들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몸이 살짝 달라진 느낌이 들기는 했다.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런데 공정식이 조금이나마 변한 걸 느낀 건, 세 사람만이 아니었다.

 

“아! 공정식. 너 요즘 뭐하냐?”

“······.”

“대체 뭘 하길래 학교에 오자마자 졸고 수업 끝나면 집에 꿀단지라도 묻어둔 것처럼 달려 가냐고?”

“아무 것도 아냐.”

“그래? 그런데 너 어째 좀 몸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조경태의 시비를 듣고 있던 세 친구. 그러고 보니 얼굴이나 눈빛이 많이 변한 공정식이다. 특히 어깨나 가슴이 제법 튼실해진 느낌이랄까. 

 

“아니라니까.”

 

조경태를 피하는 공정식. 그런데 피하는 태도가 전과 다르다. 전에 비해서 훨씬 여유가 있고 어딘지 모르게 당당하다. 위축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너 얼굴도 조금 탄 것 같은데. 혹시 운동이라도 하냐?”

 

계속해서 공정식에게 시비를 붙는 조경태.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다. 한동안 녀석이 조용하더니 오늘은 본격적으로 정식에게 시비를 건다.

 

“또 시비냐.”

 

이번에도 나서는 전은숙. 공정식의 일이라면 그냥 못 넘어가는 은숙 아닌가.

 

“하! 웃기네. 너는 왜 공정식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돋우는데? 너 얘하고 무슨 사이냐? 니 남편이라도 되냐?”

 

조경태가 실실 쪼갠다.

마치 너희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냐는 듯이. 

 

“하! 어이없네. 너 정말 수준 떨어진다. 그러니깐 애들이 널 무시하는 거야. 학교 나가면 깡패 밖에 더 되겠니?”

 

전은숙이 조경태의 속을 긁고 말았다. 홧김에 그만 자신도 모르게 선을 넘고 말았다. 

 

“아니. 이게 오냐오냐 하니깐···.”

 

두툼하기 이를데없는 손으로 은숙의 단발머리를 움켜쥔 조경태. 커다란 덩치아래 대롱대롱 매달린 전은숙은 마치 무슨 장난감같다.

 

“아아! 이거 못 놔.”

 

전은숙의 비명. 그러나 조경태는 전은숙의 머리채를 놓을 생각이 없다. 더욱 커지는 은숙의 비명소리.

 

그 모습을 본 공정식이 조경태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는다.

 

“손 놔라.”

 

놀란 조경태. 공정식이 이렇게 나오다니. 조경태가 정은숙의 머리를 잡았던 손을 슬그머니 놓는다.  


“무슨 일이야.”

 

그때 마침 지나가던 담임선생이 비명소리를 듣고 들어온다. 담임이 나타나자 얼른 손을 놓는 공정식.

 

“무슨 일 있니?”

 

조경태가 정은숙을 괴롭히는 걸 못 본 담임 선생님.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흥겨운 표정으로 지나간다.


수업 시작 벨이 울렸다. 오늘 마지막 수업이다. 수학.

 

“공정식. 수업 끝나고 좀 보자. 니 친구 전은숙 대신 니가 오늘 봉사 좀 해야겠다. 야 전은숙. 이게 다 네 탓인 거  알지?”


수업시작과 함께 잠을 자는 조경태. 끝날 때까지 절대 깨지 않는다, 정말 놀라운 모습이다. 놀랍게도 조경태가 눈을 뜨자 수업이 끝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정말 대단한 조경태가 아닐 수 없다. 

기지개를 켜는 조경태. 고개를 몇 바퀴 돌리고 양 어깨를 돌린다. 그 모습이 마치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몸을 푸는 것 같다.

 

그리고 공정식을 흘깃거리기까지 한다. 그건 공공연한 위협이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수업을 마친 수학선생님은 종종걸음으로 교무실로 돌아갔다. 

 

“나 좀 보자.”

 

공정식이 달려나가지 못 하도록 문을 막아선 조경태. 

 

“나 바쁜데.”

 

무심한듯 여유로운 듯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공정식이다. 그 모습에 다들 놀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야! 이럴거야.”


전은숙이 조경태에게 대든다. 그러나 화가 단단히 난 조경태가 전은숙을 밀쳐버린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전은숙이 저리 나가떨어진다.

 

“정식아. 도망가.”

 

울 것 같은 은숙의 표정. 자기 때문에 정식이 다치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사건의 악몽이 아직 남아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조경태 앞으로 다가서는 공정식. 살짝 당황하는 조경태.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아주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와 동시에 공정식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조경태. 커다란 주먹이 공정식의 얼굴로 날아든다.

 

“안 돼.”


놀란 친구들의 비명이 교실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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