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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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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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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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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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운수 사나운 날

DUMMY

“와아!”

 

가슴을 졸이며 둘의 맞짱을 지켜보던 삼인방. 황기찬이 쓰러지자 마치 자기가 이긴 것처럼,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뛴다.

 

‘이거 참.’


자신을 둘러싼 격한 반응이 쑥스러운 공정식이다. 이런 경우는 또 난생 처음이다.

 

“선배님! 선배님!”

 

숨어서 지켜보던 1학년 녀석들. 

놀란 나머지 우왕좌왕하다가 황기찬에게 달려간다.

 

“정신 차리세요.”

 

축 처진 황기찬의 몸을 흔들어 댄다. 아무리 흔들어도 미동도 없다. 완전히 정신을 잃고 실신했다. 

 

그 모습을 보니 좀 걱정된다. 나름 힘 조절을 하기는 했는데 기절한 게 좀 길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남의 일 같지 않다. 애들이 까불긴 해도 어째 좀 약하다.


‘아하! 그렇지.’

 

그때 중요한 걸 깨닫는 공정식. 

 

황기찬이나 조경태나 덩치가 있긴 해도 아직 미성년자다. 겨우 고 2. 열일곱 살이다. 제 딴에는 힘 좀 쓴다고 껄렁거려보지만 그래봤자 아직 애들이다. 격투기 선수를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쩝!

 

황기찬을 바라보는 공정식.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혹시 잘못되는 경우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람이란 게 감정이 격해지면 조절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 조심해서 다뤄야겠다.


황기찬을 둘러싼 녀석중 하나가 물병을 꺼내 낸다. 손길이 너무나 다급하다. 얼굴에 물을 뿌린다. 


‘선배님! 선배님!’


그러기를 수차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이 드는 지 몸을 움직이기 시작 하는 황기찬. 다행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삥 둘러본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공정식을 본 황기찬. 깜짝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 모습이 평소와 달라 낯설다. 

 

“가시죠.”


녀석들이 황기찬을 부축한다. 정신을 차림 황기찬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은 하는 듯, 부축을 받아들인다. 다리가 아픈지 제대로 걷지 못하고 절뚝거린다.


맨 뒤를 따르던 한 녀석, 바닥에 떨어진 너클을 발견하고는 얼른 주워서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한동안 정신도 어리버리하겠지만 다리도 며칠은 지나야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터.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가는 황기찬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영 좋지 않다.


아직 어린애들이 아닌가. 아이들을 때리다니. 그게 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댓가다. 인과응보인 셈이다. 저런 아이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공정식도 안다. 일진 한두 명을 혼내줬다고 일진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멀어지는 황기찬, 그때 황기찬이 걸음을 멈춘다. 


“공정식! 끝났다고 생각하지마라. 이제 시작이다.”


정신이 돌아온 황기찬,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놈 참 어이없네.


“공정식 만세!”


황기찬이 사라지고 나자 만세를 부르는 세 친구.


한참 동안 만세를 부르고 정식을 끌어안고 즐거워했지만, 곧 이성을 회복하는 친구들···. 


그런데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멸치 공정식이 일진 조경태와 황기찬을 주먹으로 쓰러뜨리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는 말처럼.


정말 공정식이 맞는 건가? 사람은 분명 그 사람이 맞는데 하는 행동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일진에게 맞아서 홧김에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게 겨우 한 달 남짓한 기간이었다. 그사이에 이렇게 달라졌다고?


멸치, 약골이 라고 불리우던 공정식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든 세 사람. 동시에 셋이 거의 같은 생각을 했다면 이상한 것인가?


어제만 해도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영심히 하더니 몸이 재빨라져서 동작이 느린 조경태를 골탕을 먹일 수는 있지만 그런데 오늘의 모습은 그런 게 아니다. 


오늘은 조경태와 황기찬 모두를 쓰러뜨렸다. 한마디로 어제 조경태를 골탕을 먹일 때와 지금은 너무나 다른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게 믿어지냐?”


방대호가 입을 열었다.

아무 대답이 없는 나머지 둘. 믿기지 않기는 두 사람도 마찬가지니까.


그때 그들을 향해 빙그레 웃는 공정식. 그들의 놀란 속내를 잘 안다. 충분히 그럴만하니까. 


‘뭐 이 정도에 그렇게 놀라고 그래. 앞으로 더 놀랄 텐데.’


하지만 차마 말을 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셋을 향해 던지는 한마디.

  

“안 믿으면 어쩔건데?’


 ***



황기찬이 누구인가.  

삼일고 2학년 일진 무리중 리더 격인 녀석이다. 삼일고뿐 아니라 인근에서 2학년으로는 짱이다. 3학년들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3학년 대빵 격인 두어 명 빼고는 말이다. 

 

싸움 실력도 대단하지만 머리도 나름 잘 돌아간다. 공정식에겐 실패했지만 잔머리에 능하다.

 

황기찬과 조경태.


둘은 공통점이 있다. 워낙 사고를 치고 다니는 녀석들이지만 나름 인근에서 큰기침하는 집안 자식들이다. 한마디로 극성스러운 부모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일진들 사이는 물론이고 학급에서 제법 영향력이 있다.


공원 벤치 앉아서 정신을 차리는 황기찬. 찬 바람도 쐬고 후배 녀석이 사온 물도 한병을 다 들이켰다.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온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1학년 세 녀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다. 

 

‘이런 개쪽팔림이 다 있냐?’


걱정하는 후배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다. 


“쓰발. 오늘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말을 하다가 만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오르고 견딜 수 없다. 주먹으로 벤치 바닥을 내리친다. 나무벤치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다.  

 

“공정식. 기다려라. 내 오늘은 당했지만 반드시 몇 배로 갚아준다.”

 

이를 뿌드득거리는 황기찬. 


“너희들 오늘 일을 절대 다른데 가서 말 하지 마라. 알겠냐? 너희들은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알았지? ”

“예···.”


그런데 어째 대답 소리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알았냐고 새끼들아.”

“예.”

 

억지로 대답을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맘에 들지 않는다.


이것들이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싸움에 졌다고 우습게 아는 건가?


황기찬의 속내가 불편해지기 시작하는데. 


“선배님. 이거.”


그때, 후배 하나가 너클를 꺼내 황기찬에게 건넸다. 아까 공정식이 떨어뜨린 바로 그 너클이다. 


그 와중에 그걸 챙긴 녀석은 스스로 대견하다는 듯 흐믓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황기찬은 너클을 본 순간 기분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 새끼가 장난하나.’

 

너클을 보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한마디로 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맨주먹인 상대에게 너클을 쓰고도 개박살 났으니 후배들 앞에서 쪽팔림이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다. 


진정되던 화가 다시 치밀어오르기 시작하는 황기찬.

 

‘이 새끼들. 정말 안 되겠네.’

 

“그걸 왜 날 주냐고 이 새끼야. 이게 내꺼야?”

“예?”

 

이제야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깨닫는 후배.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주인을 찾아준 것이기는 했지만 본의 아니게 아픈 상처와 자존심을 긁은 셈이 되고 말았다. 


“똑바로 서.”

 

벤치에서 벌떡 일어선 황기찬. 


황기찬의 싸늘한 목소리에 놀란 녀석들이 일렬 횡대로 부동자세를 취한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아닙니다.”

“그런데 대답 소리가 왜 그래? 내가 우습다 이거지?”

“그렇지 않습니다.”

 

녀석들의 목소리가 바닥을 긴다. 황기찬, 화풀이 대상을 찾았다.

 

“내가 우스워 보인다 이거지?”

“아닙니다.”

“눈 감아라.”

 

꼭지가 돌아버린 황기찬 애꿎은 후배들을 상대로 화풀이를 시작한다. 


황기찬, 맨 왼편에 선 후배를 시작으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연달아 터지는 주먹질에 이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

 

“엄살떨지 말고 일어나? 어서.”


황기찬의 말에 가슴을 부여잡고 겨우 일어나는 아이들. 일그러진 얼굴이 말이 아니다. 

 

“내가 저런 놈한테 깨지니까 우습다 이거지?”

“아닙니다.”

“너희들 여기 왜 왔어? 누가 가라고 했어?”

“······.”

 

대답을 못하는 후배들이다. 그들은 단지 소문을 듣고 왔을 뿐이다. 호기심에 왔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

 

조경태를 보러 온 것인데 하필 황기찬이 여기에 있었다. 우연히 이렇게 일이 꼬이고 말았다.

그러나 황기찬의 생각은 틀리다. 이미 마음이 비뚤어진 상태였다. 뭐든 곱게 보이지 않는다.


만약 황기찬과 공정식의 만난 결과가 그들이 생각하고 예상한 대로 됐다면 아마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되었을 터. 

 

다시 후배들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두들기는 황기찬. 주먹이 가슴팍을 때릴 때마다 둔탁한 구타음과 함께 굵고 짧은 비명이 공원 한구석을 울린다.  

 

그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고등학생 하나. 헐레벌떡 달려온 녀석은 황기찬 앞에 서더니 숨을 고르고 나서 말을 꺼냈다.

 

“뭐냐?”

 

이름은 모르지만 자주 보던 1학년 녀석이다. 


녀석이 나타나자 한줄로 서서 가슴팍을 내주던 녀석들이 일제히 안도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그들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녀석이다.  


“오재영 선배님이 오시랍니다.”

“아 씨바! 왜 오라는 거야. 기분도 더러운데.”

“그건 모르겠습니다.”

 

용건을 전달한 녀석은 전령처럼 사라졌다. 


“가자.”

“옙.”

 

덕분에 녀석들은 황기찬의 주먹에서 놓여났다. 황기찬에게 붙잡히다시피 한 녀석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이미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그만 돌아가겠다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오늘 운수 사나운 것은 황기찬 만이 아니라 그들 셋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밤, 무슨 꿈을 꿨길래 이런 불상사를 당한단 말인가. 


정말 운수 사나운 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황기찬을 호위하듯 모시고 오재영이 기다리는 곳에 도착했다.


“너 얼굴이 왜 그러냐?”

 

오재영이 황기찬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황기찬 사실대로 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정식이란 애를 오재영이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2학년인 누구에게 맞았다고 한다면 그처럼 쪽팔리는 일은 없으니까.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니기는? 누구에게 맞은 모양인데? 누구냐?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

“널 이렇게 만든 걸 보니 아무래도 동네 형님들중 어느 분이 그런 모양인데. 형님들 한테 잘해라. 알았어?”

“사실은···.” 

 

황기찬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공연히 그랬다가 도리어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부른 걸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동네 형님운운하는 것은 떠 보는 것이고. 


“공정식?”

“예. 2학년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조경태와 황기찬을 저렇게 만들 정도면 대단한 놈인데···. 누구지? 급 호기심이 생긴다. 


오재영은 아직 모르고 있다. 


한 달 전에 자신이 한 짓을 벌써 까마득하게 잊었다.


거의 매일 하는 짓이라 그날 자기가 때린 그 어리버리한 아이가 공정식이란걸.


어쨌거나 초짜에게 맞은 주제에 애꿎은 후배들을 구타한다는 소식을 들은 오재영이었다.


“모자란 새끼.”


화풀이를 애꿎은 후배들에게 하다니. 황기찬의 따귀를 후려친다. 


황기찬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날 때, 그 뒤 구석진 곳에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조경태가 보였다. 


오늘은 여러 명에게 더럽도록 운수 사나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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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공터2 24.08.14 3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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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민관장의 혼란 +1 24.08.10 49 4 11쪽
19 19. 동물병원 사람들 24.08.09 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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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복싱? +1 24.08.01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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