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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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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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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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샌드백

DUMMY

조경태와의 일로 흥분된 상태로 집에 돌아온 공정식. 

옷을 갈아입고 체육관에 갈 준비를 한다. 운동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오빠 또 어딜가?”


헐레벌떡! 미친놈처럼 달려 나가는 정식을 본 동생 공정희. 애타게 오빠를 부른다. 그리고 공정희의 뒤를 이어 따라오는 영구.  


멍멍.


영구도 정식을 따라 달린다. 그러나 누구의 부름도 귀에 들리지 않는 정식이다.


“같이 가자고? 안 돼. 집으로 돌아가. 어서.”


따라오는 영구를 집으로 쫒는다. 영리한 영구, 정식의 말을 알아듣는다.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체육관 다녀올게. 미안.”


큰소리로 동생 정희를 향해 외치고 난 정식. 발이 보이지 않도록 달린다. 이렇게 신이 날 수가 있단 말인가? 바람난 강아지 같다. 


요즘은 하루 종일 권투 생각만 했다. 


남몰래 동영상을 보면서 기본적인 동작에 대해 연구를 거듭했다. 재미가 있다. 전엔 권투를 오래했어도 재미를 잘 모르겠더니만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희한하게도 교실 맨 끝 안쪽 귀퉁이에 고개를 비틀고 앉아서 아이들을 쏘아보고 있는 조경태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녀석을 쓰러뜨렸다. 뭐 주먹으로 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쓰러뜨린 건 쓰러뜨린 것.


빨리 옛날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놈들로 부터 나와 친구들을 지킬 수 있다. 


공정식의 몸도 되는구나. 오늘 일로 큰 자신감을 얻은 공정식은 즐거운 마음으로 체육관에 도착했다. 


힘차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너라.”


체육관에 들어서자 정식을 그를 반겨주는 민관장. 그의 곁에 처음 보는 민관장 또래의 어르신이 한분 앉아 있다. 


민관장의 친구나 선배 쯤 되어 보이는데 포스가 대단하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게 한눈에 느껴진다. 


“새로온 학생이야.”


민관장이 옆에 앉은 또래의 어르신에게 정식을 소개했다. 정식이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공정식이라고 합니다.”

“권투를 시작했다고?”


대견하다는 듯 어르신이 공정식을 똑 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비록 작은 체구에 나이가 들었어도 몸은 칼날처럼 빳빳했다. 나이가 든 것은 흰 머리카락과 얼굴에 드리운 약간의 주름뿐이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혹시 권투선수였던가? 

 

“자네 내가 누군지 아나?”

“글쎄요. 죄송합니다.”

 

정식이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섭섭하구먼. 날 못 알아보다니.”

“아! 이 친구야. 당연하지 링을 떠난게 언젠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자넬 어떻게 알아.”

“그래도 권투를 하는 사람이 전 세계 챔피언을 몰라보다니.”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구.”


민관장이 어르신을 끌어 당겼다. 

 

“세계 챔피언이었다고요?”

 

놀란 공정식. 

 

“자네는 신경 쓰지 말고 운동하고 있어. 내 곧 돌아올 테니까.”


민관장이 손을 훼훼 내저으며 말했다. 

말은 곧 돌아온다고 했지만 친구가 멀리서 온 것 같으니 힘들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챔피언이었다고?


“가세. 정구.”


‘정구?’


아니 그럼. 그 전설의 복서. WB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 선수라고. 


‘와! 이거 미치겠다.’


정식은 멀어지는 어르신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전설을 만나다니.


못 알아 봬서 좀 죄송하기는 했다. 


***


늘 그렇듯 아직 아무도 운동을 하러 오지 않았다. 정식은 아무도 없는 게 좋다.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샌드백이라도 치면 초짜가 어디서 함부로 샌드백을 치냐고 할테니···. ​


공정식은 줄넘기를 시작했다. 


처음 초보들이 오면 가장 먼저 시작하는 운동이 줄넘기다. 그리고 복싱을 하는 내내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운동 또한 줄넘기다. 줄넘기를 충분히 한 후에 다른 훈련으로 들어가게 된다. 줄넘기는 복싱의 기초중 기초인 셈이다. 


줄넘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목과 어깨를 풀어주고 발목과 무릎을 단련해서 풋웍 능력을 키워준다. 동시에 리듬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넘기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일. 따분하기 이를 데 없는 운동이다. 정식은 마음이 급하다. 주먹이 근질거린다. 


오재영의 얼굴이 떠오른다.

홧김에 그 얼굴들을 향해 스트레이트와 훅을 날려본다. 제법 맘에 든다.


한 번 더. 이상하다. 주먹이 안 보이는 것 같다. 뭐지? 이게 운동의 효과? 설마. 

 

이어서 앞차기를 해 보는데. 


응? 뭐지?

발이 머리 위로 쑥쑥 올라간다. 이럴 수가. 

이것도 한 번 더 해본다. 똑 같다.


휙휙. 가뿐하다.  

그리고 강한 파워가 느껴진다. 평생(?) 허리위로 올라가 본 적 없는 공정식의 발인데. 

​와! 이게 내 발 맞냐? 감동하는 공정식.


그때 체육관 문이 열리고 운동복 차림의 청년 하나가 들어왔다. 

 

“오호! 이거 봐라. 운동하는 얘가 있네.”


체육관에 들어서는 양상구를 본 공정식.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불량하다고 할까. 건들거리는 것이 불량스럽다.


“관장님은 지금 손님이 오셔서 나가셨어요.”

“그래? 그거 잘됐군.”

“?”

“내가 오래 전에 여기서 운동을 좀 했었지. 지나가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들렀다.”

“예?”


양상구가 정식에게 알아듣기 힘든 말을 떠들어댔다. 술을 마셨는지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 


“너 몇 학년이냐?”

“고 2입니다.” 

“그래? 좀 약해 보인다마는 꿩 대신 닭이지. 너 이리 올라와.”

 

양상구가 링 위로 올라가더니 정식을 불렀다.

 

“저는 아직 권투를 못 합니다.”

“괜찮아. 걱정 말고 올라 와라. 내가 권투가 뭔지 가르쳐 주마.”

“싫습니다.”

 

정식은 처음 보는 청년의 태도에서 위험을 느꼈다. 뭐라고 할까. 멀쩡한 사람에게 억지로 트집을 잡는 건달 같았기 때문이었다. 

 

조경태나 오재영같은 부류들이 쓰는 수법과 비슷한 것이었다.


절대로 이런 사람들에게 말려들면 안 된다. 

링으로 올라오라고? 권투를 가르쳐주겠다고? 

 

링에 올라 글러브를 끼는 순간 스포츠가 되는 것이고 얼마를 맞든 무슨 사고를 당하든 경기중에 생긴 일이 된다.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기가 힘들어진다.

 

“좋은 말로 할 때 올라와.”

 

양상구가 글러브를 끼면서 정식을 다시 다그쳤다. 팔에 문신이 가득하다.

 

“싫습니다.”

“아니. 이 새끼가 어른 말이 말 같지 않아?”

 

양상구가 글러브를 바닥에 메치고는 정식에게 다가왔다. 

울그락 푸르락. 화가 단단히 난 얼굴이었다. 

 

“야!”

 

급기야 정식의 멱살을 잡는다. 

 

“이거 놔요. 관장님이 오시면 다 말씀드릴 겁니다.”

“뭐? 관장. 그 늙은이가 뭘 어쩔 수 있다고?”

“남의 체육관에서 이러면 안 돼요.”

“하! 이 새퀴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너 빨리 글러브 껴.”

 

그가 말을 할 때마다 견디기 힘든 입 냄새가 술냄새와 엉켜 정식의 코를 미치도록 만들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입 냄새는 정말 처음이었다. 

 

‘아! 이 좀 닦고 다니지.’ 

 

정식은 자신도 모르게 코를 잡고 말았다. 

 

“아니. 어린 새퀴가 사람을 놀려.”

 

정식이 코를 움켜쥐자 갑자기 극도로 흥분하기 시작하는 양상구. 눈동자가 희번득거렸다. 심상치 않다. 

 

“너 오늘 죽어 봐라.”

 

고함소리와 함께 주먹이 정식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양상구는 지나가던 길에 권투도장에 흥미를 느꼈다. 오래전에 아주 잠깐 다닌 적이 있었다. 한 달도 채 안되었지만.

 

술을 마시고 나니 견딜 수 없도록 주먹이 근질거렸다. 폭행으로 또 구속되기는 싫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주먹을 써야 했다. 실컷 두들겨 패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체육관에 들어온 것이다.

 

마침 혼자 있는 정식을 보았다. 훌륭한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새퀴가 날 비웃어? 정식이 코를 쥐는 걸 보자 양상구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닥치는 대로 주먹을 날리는 양상구. 마침 아주 잘 걸렸다. 키만 컷지 비실비실한 것이 맘껏 두들겨 패기에는 더 없이 적당했다.  

 

오늘 손 좀 풀자. 그동안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런데 웬일인지 허전하다. 주먹에 뭐가 걸리고 때리는 느낌이 와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 느낌이 없다. 허공을 가르는 허전함만 가득하다.

 

뭐지?

 

고딩녀석은 아직 멀쩡히 앞에 서 있었다. 아니. 이게 날 또 놀리나. 


다시 주먹을 마구 휘둘러대는 양상구. 그런데 녀석은 살짝 살짝 움직여 주먹을 피한다. 이거 뭐야.


참을 수 없다. 내 주먹을 피한다고? 

 

“이야아~.”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지르는 양상구. 이번엔 기합도 같이 넣었다. 

그런데 눈앞의 고딩은 별 반응이 없다. 그냥 멀거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러더니 문득, 녀석의 오른 주먹이 배로 날아든다. 이어서 왼 주먹이 옆구리를 친다. 숨이 멈춘 듯하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숨을 쉴 수 없다.  

 

이어서 녀석의 발이 스윽 올라온다. 천천히 얼굴을 향해 올라오는 고딩의 발이 보인다. 긴 다리. 뭐 운동을 한 것 같지 않은 밋밋한 다리다. 그런데 뻔히 보면서도 피할 수 없다. 이어서 턱에 닥친 엄청난 충격. 

 

고목나무처럼 쓰러지는 양상구.


그 모습을 본 공정식,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양 훅에 이은 발차기였다. 그게 맞을 줄이야. 그리고 저렇게 쉽게 쓰러져 버리다니. 믿을 수 없다.

 

심장이 터질듯 두근거리다. 운동이라고는 줄넘기와 달리기를 한 것 밖에 없는데···. 정식은 자신의 발아래 정신을 잃고 쓰러진 양상구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근데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지. 정신을 잃은 양상구를 난감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공정식. 그래. 티비에서 본 것 같다. 


“으아!”

 

찬물에 눈을 뜬 양상구. 고딩이 얼굴에 물을 뿌리고 있다. 화가 덜 풀린 듯한 표정의 고딩이다. 자칫하다간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양상구.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밖으로 도망을 친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양상구. 기절을 해서 걱정했는데 그나마 정신을 차려서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우는 처음 겪는 공정식으로서는 멀쩡히 달려 나가는 양상구를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발로 사람을 기절을 시키다니. 믿을 수 없다. 


그때 눈에 들어온 샌드백. 


다시 한 번 해볼까. 두 주먹으로 좌우 양 훅을 날리고 ···. 

 

“이얏!”


번쩍 뛰어 올라 샌드백을 힘껏 걷어찼다. 

 

퍼어억~.

 

비정상적인 굉음과 함께 착지하는 공정식.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깃털처럼 가볍게 바닥에 내려앉았다.   

 

고요한 가운데.

오직 하나. 정식이 가격했던 샌드백만이 시계추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옆구리가 터진 채로.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눈을 비비는 공정식. 이제 김독수의 몸이 본격적으로 돌아오는건가. 공정식의 몸으로도 되는 건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 공정식. 

 

근데. 저게 터지면 어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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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공터2 24.08.14 4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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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동물병원 사람들 24.08.09 5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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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미치겠네 24.08.02 58 3 11쪽
12 12. 복싱? +1 24.08.01 66 3 12쪽
» 11 샌드백 24.07.31 6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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