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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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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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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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거 재미있네

DUMMY

“너희들 왜 그런 눈으로 보냐?”

 

세 친구를 둘러보는 공정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놀랄만한 일이고 당연한 반응이기는 한데···.

 

“너 정말 정식이 맞나?”

 

방대호가 벙찐 얼굴로 물었다. 


오랫동안 알아 온 친구 공정식의 원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며칠 사이에 말이다. 


“그래. 너 우리가 아는 그 공정식이 맞아?”

 

허동철에 이어 전은숙까지. 셋은 동시에 두 눈을 껌벅거리며 빤히 공정식을 쳐다본다. 당장에 돋보기 아니 현미경이라도 들이댈 것만 같다. 

 

그들은 정식이 어떤 아이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너희들 장난하지 마라.”


전혀 안 그런척했지만 말 문이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식이 너! 너무 달라졌어. 생긴 건 그대로지만 행동 특히 운동하는 건 정말 달라졌단 말이야. 정말 다른 사람 같아. 오죽했으면 황기찬도 그런 소리를 했을까.”


전은숙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발 더 다가선다. 이대로 가만 놔둬서는 안 된다. 조기진화를 하지 않으면 불길이 커지고 걷잡을 수 없게 되니까.

 

“음음!!”

 

공정식 큰기침을 몇 차례하고는 목청을 가다듬는다. 진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야! 지난 한 달 동안 내가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아냐? 내가 맞아서 기절을 하고선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운동만 했다. 잘 알잖아?”

 

공정식이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그래도 믿지 않는 표정들···.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런다고 조경태와과 황기찬을 실컷 두들겨 패줄 수 있단 말인가? 멸치 공정식이? 그걸 믿으라고? 

 

“뭐! 니가 정말 운동 열심히 한 건 인정할께.”

 

깔끔하게 인정하는 전은숙. 그건 맞는 말이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운동만 했다는 걸 안다.

학교에 와서도 졸았으니까. 새벽부터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셋은 알고 있다. 그걸 부인할 수 없으니 오늘 일이 완전 허무맹랑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조경태나 황기찬을? 그게 운동 좀 하고 나니까 한 달 만에 된다고? 


노력의 대가? 그런데 눈으로 봤으니 어찌 됐든 노력의 대가로 인정할 수밖에. 좀 어이가 없긴 하지만. 할말이 없어진 세친구.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안심하는 공정식, 친구들의 표정을 보니 좀 말발이 먹힌 것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 아무한테도 안 맞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 거야?”

 

약간 감동한 목소리로 허동철이 말했다. 뭐랄까. 폭군의 학정을 피할 수 있게 된 백성의 표정이랄까.


그동안 서럽게 억압받고 살아온 불쌍한 중생이 해방을 맞이한 표정이랄까.

 

“그런 건가? 응! 우리가 정식이 덕분에 이제 일진 패거리들을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되는 거지?”


역시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실에 감격한 방대호.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가 싶은 그런 표정이다.


그에 지지 않는 전은숙.


“친구가 갑자기 변해서 좋은 점이 있기는 하네. 조경태니 황기찬이니. 그런 깡패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전은숙이 너무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는다.

 

“정식아. 어쨌든 이대로 계속 쭉 부탁해. 난 오늘 속이 너무 시원해서 미칠 것 같다.”

“나도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것 같아. 아까 조경태랑 황기찬이 쓰러질 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아니면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싶더라니까.”

“정식아. 절대로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는 말아줘. 난 지금이 너무 좋아.”

 

감동 먹은 세 친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공정식을 칭찬하기에 바쁘다. 


정말 그렇게 좋은지 칭찬을 멈추지 않는다.  아까는 사람이 변한 것 같다는 둥 다른 사람같다는 둥 하던 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디론가 쑥 들어가고 없다. 

 

‘하 참! 짜식들. 사람 식은땀 나게 하네.’

 

집으로 향하는 네 친구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마치 적을 물리친 개선장군의 귀환같은 분위기랄까. 승리의 노래라도 불러야할 분위기다.


특히 방대호와 허동철은 그동안 조경태에게 많이 시달렸다.

쥐어박히고 무시당하고 주머니에 든 몇 푼 되지도 않는 용돈도 빼앗기고 틈틈이 잔심부름도 하고···. 


그나마 전은숙은 여자고 공정식은 원체 조용한 샛님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괴롭힘을 덜 당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떠들기 좋아하고 장난 좋아하는 방대호와 허동철은 그런 만큼 조경태와 일진들에게 자주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오늘은 둘에겐 민족 해방의 날, 광복절에 버금갈 만큼 감격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겁나는게 없는 즐거운 학교생활만 남았다. 아무도 자신들을 괴롭힐 자가 없게 되었으니 얼마나 즐거운가. 원님 덕분에 나팔부는 격이기는 하지만 경쾌한 발걸음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둘이 콧노래를 부르고 떠드는 동안 생각에 잠긴 전은숙.


변해버린 공정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그녀는 방대호나 허동철같은 아무 생각없는 남자 고딩이 아니다.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아닌가. 

 

머리를 다친 후 너무 많이 달라진 공정식. 잃었던 기억이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달라진 것은 틀림없다. 먼저 하는 행동부터 다르다. 

 

몸도 좋아지고 성격과 확실히 변한 것은 사실이다. 전에는 성격도 소심하고 말도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는 일이라고는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게 주요 일과였는데 이젠 다르다. 

 

책이나 게임 같은 건 언제 가까이했느냐는 듯이 내팽게치고 운동만 한다. 목소리가 어른처럼 굵직해졌고 말도 거칠고 때로 공격적이다. 한마디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180도 외향적으로 변했다.

 

평소 운동이란 것과는 조금도 친하지 않았던 공정식이었다. 그건 누구나 다 안다. 체육시간에도 샌님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으니까. 비리비리한 약골. 오죽했으면 멸치라고 불렀을까. 

 

그러나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모든 게 달라졌다. 겨우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공정식은 덩치가 좋아진 것 같더니 주먹이나 팔뚝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운동을 하더니 조금 변했나보다, 했다. 그러나 오늘 이런 일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그동안 정식이 변한 것이 제대로 실감이 났다.

 

새삼 공정식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하얗고 가늘고 길기만 하던 손가락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다. 주먹도 커다랗고 시커먼게 마치 큰 망치같다고 할까.  

 

조경태와 황기찬을 쓰러 뜨리던 순간을 생각하면 예전의 손이 아니다. 


이렇게도 사람이 변하는구나 싶은 전은숙. 공정식의 얼굴을 다시 한번 훔쳐본다.


틀림없는 공정식이다. 그런데 몸은 운동을 해서 그렇다지만 눈빛은 왜 또 달라 보이는데? 종잡을 수 없다.


“정식아. 그런데 권투를 어떻게 배웠길 레 그렇게 갑자기 실력이 는 거야? 나도 배워볼까?”

 

방대호가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공정식의 운동 효과를 두 눈으로 확인을 했느니 가만있을 수 없다.

 

‘내가 하면 더 나을 수 있겠다. 한 달 만에 정식이가 저 정도로 늘었다면 말이야.’


그런 방대호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허동철.

 

‘나도 정식이 만큼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권투를 배우면 운동도 되고 조경태같은 애들도 혼내주고 일거양득 아닌가?’

 

친구들의 속내를 읽은 공정식. 할 말이 없다. 


뭐 열심히 하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다고 누구나 되는 게 아니다. 괜히 어설프게 운동을 배웠다가 도리어 동네 북 신세되는 경우가 더 많다. 

 

비록 조경태나 황기찬이 공정식에게 졌다고 하지만 방대호나 허동철이 운동 좀 한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는 결코 아니다.


그 녀석들도 나름 크고 작은 싸움을 많이 겪은 놈들이라 나름대로 경험이 있다. 쉽게 생각해서 섣불리 달려들 상대가 절대 아니다.


방대호나 허동철처럼 보통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권투경기나 UFC경기를 티비에서 보고 그걸 따라 하려 드는 것이다. 남이 하니 나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그런데 간과하는 게 있다.


사람을 때리는 것도 맞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주먹을 휘두르면 되는 줄 안다. 마치 전쟁을 컴퓨터 게임쯤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그럼 잘 들어가. 내일 보자구.”

 

정식은 대호의 말을 무시했다. 철없는 애들이 아무 생각없이 하는 소리니까.  

 

어느덧 집 근처에 도착한 네 사람.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운 하교가 아닐 수 없었다. 헤어지기 아쉬운 기분은 뭘까.

  

***

 

‘아! 시발···. 열 받네.’

 

졸지에 오재영에게 따귀를 맞은 황기찬.

대놓고 말은 못 해도 또 맞다니 화가 나는 황기찬이다. 열 받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죄없는 후배들을 때린 건 잊은 지 오래다. 그들은 더 억울하다. 선배를 부축한 대가가 주먹질이었으니 말이다. 

 

“야! 지금 농담하냐. 내가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애한테 너희 둘이 묵사발이 났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오재영이 열받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후배 둘이 이름도 모르는 애한테 당했다니.


우연히 알게 된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오재영이다.


잠시 전 처참한 몰골로 돌아가는 조경태를 우연히 만났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조경태에게 들은 믿지 못할 이야기. 그런데 황기찬까지 초짜나 다름없는 놈에게 당했다고? 누군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 놈에게?

 

오재영으로서는 그걸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경태야 약간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놈이니 그럴수도 있다지만 황기찬이 당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 안에서는 물론이고 인근에서 2학년으로서는 짱이다. 아무도 쉽게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의 싸움 실력을 갖고 있다. 잔머리도 능하고.

 

황기찬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을 때,


그 뒤에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서 있던 조경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황기찬이 공정식에게 당했다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당한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거지?’

 

이건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야! 둘 다 이리 와.”

 

오재영, 황기찬과 조경태를 불러 모은다. 이건 작은 일이 아니다. 2학년 아이들 간에 일어난 싸움이 아니다. 조경태가 있는 5반과 황기찬의 6반은 이미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만간 다른 반으로 영향이 미치게 된다. 그러면 6반 중 두 개 반이 날아가고 4개 반이 남는다? 황기찬이 저렇게 된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나머지도 위태롭다는 뜻이니까. 

 

그러다 결국에는 1학년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냥 둘 수는 없게 되었다. 


공정식?


먼저 어떤 놈인지 쌍 판이나 한번 봐야겠다. 학교에 그런 놈이 있었다고?


이거 무슨 무협지도 아니고.

재야의 고수? 숨어 있던 무림의 초절정 고수의 출현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이거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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