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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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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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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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완전 크로캅이더라

DUMMY

혼란에 사로 잡힌 황기찬.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동작이었다. 달리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파워풀하다든지 역동적이라든지 혹은 파괴적이다. 뭐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동작은 많이 봐왔다.

 

정말 온 힘을 다해 날리는 주먹이라든지 발차기는 직접 해보기도 했고 맞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티비만 켜면 나오는 UFC 경기에서도 그런 장면은 흔히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그런 류의 발차기가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러울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조경태 정도 되는 덩치 큰 애가 한 방에 나가떨어지다니. 그건 정말 엄청난 파워가 있다는 말인데···.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갔다. 

 

공정식이 누군가. 운동이라고는 문외한인데 그런 녀석의 발차기 한 방에 조경태가 쓰러져?


‘이건 틀림없이 눈속임 같은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눈앞에서 직접 봤다. 

거기에 무슨 눈속임이나 무기를 썼거나 그런 걸 보지 못했으니, 


‘하! 이거 참.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고.’

 

황기찬이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경태야!” 

 

당장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조경태에게 달려가는 홍동식.

 

조경태가 이렇게 허망하게 박살이 날 줄이야.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경태야. 괜찮아? 응?”

 

‘역시 똥식이 밖에 없구만.’

 

그래도 조경태를 걱정를 해주는 건 홍동식밖에 없다. 


홍동식의 도움을 받아 한참동안 심호흡을 하고 나서 겨우 정신을 차린 조경태. 얼굴이랑 몸이 말이 아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땅바닥에 굴러서 옷은 마치 거지가 입다가 버린 옷을 주워입은 것만 같다.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린 조경태.

 

“괜찮으니깐 놔! 이 새끼야.”

 

엉뚱하게 홍동식에게 화를 내는 조경태. 

괜히 쪽 팔리니깐 신경질을 내는 거 다 알지만 그래도 그렇지.  

 

‘아! 씨바. 너무하네. 짜증나게.’


이런 걸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하던가.  


조경태의 개지랄에 열을 받을 대로 받은 홍동식. 참는다. 열 받지만 참아야지. 내가 여길 왜 와서 이런 험한 꼴을 당한단 말인가. 후회 막급이다.


하지만 어쩌랴. 어쩌다 보니 둘의 관계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   


홍동식의 부축을 받고 밖으로 나가는 조경태. 축 쳐진 모양이 말이 아니다. 여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맞이한 쓸쓸한 퇴장이 아닐 수 없었다. 폭력배의 말로란 원래 그런 것. 주먹으로 흥한 자 주먹으로 망하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리고 그 정도로 끝났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이 아주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다. 


뭐랄까. 본능적인 반사 신경? 

막대기를 휘두르는 녀석을 정석대로 처리했다.

피하고 때리고···. 아주 간단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발차기에 저렇게 맛이 가다니. 세게 차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녀석이 보기하고 달리 약골(?)이었다. 

 

녀석을 처리할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발차기 한 방에 갈 줄이야. 


공정식도 놀랐다. 원래 약하고 힘이 없는 몸이 아니던가. 어제 양상구를 쓰러뜨린 것과 거의 똑 같았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휘두른 주먹과 발길질에 양상구 맞아서 쓰러졌다고 생각했다. 


속이 터져 버린 샌드백도 말이다. 그냥 힘을 좀 줘서 찼더니 낡은 샌드백이 터져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우연이 반복될 수는 없는 일.


김독수의 몸에 지녔던 운동의 기억들이 공정식의 몸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빈약하기 그지없는 공정식의 몸. 그런 공정식의 몸에 김독수의 기억들이 체화되는 건 그리 쉬운 일 아니다.


그렇다면 정식의 몸에 남다른 운동재능이 숨어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니면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성격이 온순하다보니 후천적으로 허약체질이 되어버린 것일까? 


공정식의 몸이 의외로 쓸 만하다. 약골이고 운동신경도 없고 뼈도 약하고 근력도 안 늘어나는 최악의 약골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키가 크고 운동효과도 의외로 좋다.


어쨌거나 몸이 이렇게 빨리 변활 줄 몰랐다. 청소년의 몸이라 성장이 빠른 모양이긴 해도 공정식이 원래 그렇게 약골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놀라야 하는 사람은 학교 아이들이나 조경태가 아니라 도리어 공정식 자신이다.

 

자신의 몸을 다시 한 번 둘러보는 공정식.

어제와 또 다르다. 하루하루가 다른 느낌.


그러고 보니 정말 몸이 많이 변했다. 언젠가 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팔다리의 근육들···.


몸은 공정식이 모르는 동안에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미처 몰랐던 사실에 스스로 놀라는 공정식. 비록 약한 공정식의 몸이지만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김독수의 월드 클래스 레벨에 닿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와 -.”

 

이제야 정신이 든 걸까. 한참동안 조용히 있던 아이들이 정식에게 몰려들었다. 


전은숙과 방대호, 허동철. 3인방은 쓰러진 조경태를 보면서 이게 무슨 일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곳곳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들도 놀라긴 마찬가지다. 


옆 아이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황기찬의 눈치를 보면서···.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어제 일은 전초전이었나? 공정식이 조경태를 묵사발 내다니.”

“쟤가 그동안 무슨 운동을 한거야? 킥복싱인가?”

“아니. 복싱이라고 하던데.”


“발차기하는 거 보니까. 태권도 아냐?”

“완전 크로캅이더라.”

 

황기찬,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어이가 없다.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걸까. 눈에 보이던 애들 외에도 훨씬 많은 아이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처음엔 몇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열 명은 넘어 보이는 구경꾼들. 


원래 제일 재미있는 구경꺼리가 불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싸움 구경도 그에 못 지 않다. 그래서 격투기가 인기 있는 건가? 


아이들이 황기찬의 눈치를 보며 말은 더 하지 못한다. 그러나 얼굴엔 커다란 글씨로 씌여 있다. 

 

‘속이 시원하네.’ 

 

아이들은 쓰러지는 조경태를 보는 순간 정말 짜릿했다.


이런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나니.  


공정식의 발길질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조경태를 보면서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카타르시스에 몸이 부르르르 떨렸던 것이다.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같이 느낀 것은 통쾌함과 일체의 모든 오물이 씻겨 나가는 개운함이었다. 그런 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던가.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차마 큰소리로 떠들 수 없었다. 


황기찬이 있기 때문이다. 조경태와 한 패거리고 그의 절친인 황기찬이다. 훗날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르니까.


아이들은 조경태나 황기찬이나 그냥 물러설 애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일진 중에서도 악명높은 놈들이니까. 

 

하지만 놀라운 건 부인할 수 없다. 공정식이 조경태를 쓰러뜨리다니.

 

어제 공정식이 조경태를 놀려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그럴 리 없으니까. 싸운 것도 아니고 조경태가 제 풀에 나가 떨어진거나 마찬가지여서 그리 의미를 두지 않았다.

 

“조경태가 멸치를 봐 준거겠지.”

“그래. 정식이를 때릴 데가 어딧냐? 잘못 때렸다가는 뼈 다 부러진다.”

“맞아. 걔들도 눈이 있어서 아무나 때리진 않아. 잘못하면 불구될 수도 있어.”

 

어제, 아이들의 반응은 주로 그랬다. 

때릴 데 없는 공정식을 조경태가 봐 준거라고. 그러다 보니 어쩌다 조경태가 넘어져서 공정식이 조경태를 혼낸 것처럼 된 거라고···.

 

그 말이 차라리 그럴 듯하게 들렸다.

 

그러나 오늘 조용히 공정식을 불러낸 조경태의 계획은 완전히 빗나갔고 도리어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됐다.

 

아이들은 다 안다. 절대로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조경태와 황기찬이란 걸. 

 

그래서 이 사건 불러올 엄청난 파장을···. 

삼일고등학교에 닥칠 사건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지금, 아이들이 눈에 보이는 두 사람.

 

공정식과 황기찬.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선 공정식. 그리고 조경태가 당한 일을 두 눈으로 봤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 황기찬. 무엇보다 황기찬은 조경태의 절친이 아닌가.


황기찬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절친.


남들은 황기찬과 조경태를 절친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미련하고 주먹질 밖에 모르는 조경태와 황기찬은 서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자주 같이 다니고 다른 패거리들과 싸움을 할 때도 같이 다녔으니 절친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황기찬이 여기 온 건 그것 때문이 아니다. 어제 조경태가 당했다는 어이없는 소문을 들어서 호기심에 온 것뿐이었다. 


그런데 조경태가 한 방에 나가떨어지다니. 운동을 했다고? 그래도 그렇지 약골이 갑자기 이렇게 달라진단 말인가?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겠지만···.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로 쏠리는 걸 느끼는 황기찬. 그 시선이 부담스럽다. 

 

왜 자신을 쳐다보는지 황기찬은 알고 있다.


특히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세 명의 1학년들. 그들은 황기찬과 조경태를 큰 어른처럼 모시는 애들이다. 조경태의 추락에 동요하는 기색이 완연하다.

이제 황기찬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의리없는 겁쟁이가 된다.


“야! 공정식.”


황기찬은 아이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공정식을 불렀다. 


황기찬의 부르는 소리.


단짝인 방대호나 허동철, 전은숙은 물론이고 구경을 하고 있던 아이들 모두가 황기찬을 바라본다.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나 불렀어?”


아니나 다를까 무덤덤한 목소리. 몹시 거슬린다. 견딜 수 없도록 말이다.


“그래.”

“왜? 할 말 있으면 해라.”


공정식은 이젠 누구도 두렵지 않다. 과거의 공정식이 아니니까. 내가 누구인가?


그동안 몸이 받쳐주지 않아 전전긍긍, 와신상담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혹시나 아무리 운동을 해도 몸이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하지만 이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어제 밤, 양상구를 쓰러뜨렸을 때 알았다. 그리고 방금 전 조경태에게서 확신을 얻었다.


이젠 조경태나 황기찬 정도의 학폭은 두렵지 않다.


“너 아주 보이는 게 없구나.”


조경태와 같은 패거리 황기찬. 조경태나 다를 게 하나도 없는 놈이다. 좀 더 교활하달까. 비열하고 약은 놈이다.


“할 말이 뭐냐?”


황기찬 앞으로 다가서는 공정식. 


“이 새끼 봐라. 내가 누군지 몰라.”

“폭력배 황기찬 아니냐. 인간쓰레기 조경태의 절친이고.”

“뭐가 어째?”


공정식의 달라진 태도에 당황하는 황기찬.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체면을 구길 수는 없다. 


전혀 기죽지 않는다는 듯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공정식에게 다가간다. 어쩌다가 조경태를 쓰러뜨렸지만 그건 운이 좋았을 뿐이다. 


오늘 가만 두지 않겠다. 

어금니를 깨무는 황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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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운수 사나운 날 24.08.07 65 3 12쪽
16 16. 쓰러진 황기찬 +1 24.08.06 6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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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완전 크로캅이더라 24.08.03 70 3 11쪽
13 13. 미치겠네 24.08.02 58 3 11쪽
12 12. 복싱? +1 24.08.01 6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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