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 빌런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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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햄
작품등록일 :
2024.07.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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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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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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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직 안 배웠거든

DUMMY

공정식의 얼굴로 날아드는 조경태의 주먹.

 

그 모습을 본 아이들 모두가 눈을 질끈 감는다. 그건 공정식의 절친 세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 전은숙은 이 일이 모두 자기 탓인 것 같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은 전은숙. 

 

‘이 일을 어째.’

 

얼굴을 감싸 쥐고 두 눈을 꼭 감는다. 막을 수만 있다면 두 귀도 막아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만들고 싶다. 

 

‘조경태에게 내가 사과라도 할까. 그러면 봐줄까?’

 

짧은 순간이지만 온갖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렇게 길고 긴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조경태의 주먹에 맞아 정식이 기절이라도 한 것일까. 그래서 아무 소리도 들이지 않는 것일까.

 

“아무리 성격이 급해도 그렇지 교실은 좀 그렇잖아. 밖으로 나갈까?”

 

은숙의 귀에 들리는 목소리. 믿을 수 없게도 공정식의 목소리다. 놀란 나머지 얼른 눈을 뜨고 주변을 살핀다.

 

놀라운 모습이 은숙의 눈앞에 펼쳐진다. 

공정식이 멀쩡히 서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조경태. 그리고 신기한 광경을 본 것 마냥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아이들···.

 

그 와중에 방대호와 허동철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공정식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어떻게 된거지?’

 

결정적인 순간을 보지 못한 전은숙.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실한 단 한 가지는 공정식이 조경태의 주먹에 맞지 않았다는 것. 그것만큼은 분명했다. 

 

“피했어. 정식이가 경태 주먹을 피했다고.”

 

은숙에게 귓속말을 전하는 허동철. 너무 놀라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오늘 또 병원 가는 가 했더니만···. 그런데 어떻게 동작이 저렇게 빠르냐? 정말 가볍게 피하더라. 정말 운동을 하기는 했나보다.”

 

이번에는 방대호다. 그 역시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정말?”

“응. 그런데 걱정이다. 밖에 나가본 들 무슨 수가 있겠냐? 주먹 한 번 피한 게 대수겠냐고? 저런 싸움꾼 녀석을 정식이가 뭔수로 상대를 할 수 있겠냐고.” 


틀린 말이 아니다. 조경태를 무슨 수로 당할까.

조경태와 공정식이 몸으로 뭔가를 한다는 게 애초부터 상상이 되지 않는다. 2학년 일진 중에서도 체격이 큰 조경태 아닌가.

 

“하! 내가 오늘 뭘 잘못 봤나?”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 조경태. 한 번도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그럴 만하다.

 

주먹을 피하질 않나 밖에 나가서 해보자고 하질 않나. 자신의 눈과 귀를 믿을 수 없다.

그동안 공정식이 조금 변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대체 녀석이 뭘 믿는 게 있는 모양이다. 근데 뭘 믿고?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짐작되는 게 없다. 늙은 조부모랑 같이 산다고 하던데 뭘 어쩌겠다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교실보다는 밖이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기는 했지만 곧 담임이 나타날 것이고 애들이 많으니 시끄러워지는 것도 그렇고. 

 

성질을 죽이고 밖으로 나가는 조경태와 그뒤를 따르는 공정식.


학교 창고 뒤. 좀 조용한 곳이라 나름 애용(?)하는 장소다.


뒤따라오려는 애들을 제지해서 돌려보낸 조경태. 덕분에 단 둘이다. 

 

“너 뭘 잘못 먹었냐. 요즘 많이 변했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

“뭐라고? 어이없네.”

 

조경태는 뭔가 심상치 않은 걸 느꼈다. 약골에 샛님인 이 녀석이 이렇게 눈을 똑 바로 뜨고 말대꾸를 하다니.


키만 살짝 컷지 운동이나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공부나 하던 녀석이 아니던가. 별명도 멸치 아닌가. 마른 멸치. 그런데 내게 대들어? 전은숙, 그 계집애가 도와주니 눈에 뵈는 게 없나. 

 

교복 웃도리를 벗는 조경태. 그러자 따라서 웃도리를 벗는 공정식.

 

어이없다.

이런 녀석을 봐줬다가는 자칫하다가는 공정식에게 혼이 났다고 소문이 날지도 모르겠다. 오늘 정신 좀 차리게 해주마. 한동안 가만히 지냈더니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는데. 근데 애가 좀 부실해서.

 

“이리 와라.”

 

손을 까딱거려 공정식을 부르는 조경태. 

 

“니가 와라.”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공정식이다. 

 

“이 자식이 봐줬더니만 겁대가리가 없네. 오늘 죽어봐라.”

 

그 소리와 함께 조경태의 오른 주먹이 공정식에게로 날아갔다. 번개처럼 빠르게 온 힘을 실어서 날린 일격이 아닐 수 없다.

한 방만 맞으면 그게 누구든 주저앉게 마련이다. 체중만큼이나 조경태의 주먹은 강력했다.


사실 조경태의 주먹은 벌써 두 번째였다. 아까 날린 그 주먹을 공정식이 가볍게 피했기 때문이다. 그걸 기억하는 조경태.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아까는 실수였다. 아무래도 좀 느렸던 것 같았다. 교실이라 살짝 썼더니만 빗나갔다. 쪽 팔리게···.

 

그래도 그걸 가볍게 피하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일진들도 인정해주는 주먹이 아닌가. 단지 체중이 좀 나가다보니 손발이 느린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주먹이 허전하다. 몸이 휘청하더니 주먹이 허공을 휘젓고 돌아왔다. 

 

‘응? 이거 뭐지.’


타격감이랄까. 그런 게 느껴져야 하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 원래대로 라면 묵직한 타격음과 비명소리 그리고 이어서 땅바닥에 구르는 둔탁한 충격음이 들려야 했다.


“야! 굼뱅이 같은 놈아. 그렇게 느리면 어떻게 해.”

 

한발 뒤로 물러선 공정식이 조경태를 비웃고 있다. 

 

“이게.”

 

다시 한 번 주먹을 내지르는 조경태.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응?”

 

그사이 왼편으로 피한 공정식이 씨익 쪼개고 있다. 아주 노골적으로 비웃는다.

 

“하! 이 색히가 정말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어이없네. 굼뱅이가 누굴 죽인다고? 이쪽이야. 이쪽으로 와.”

“에잇!”

 

다시 공정식을 향해 두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달려드는 조경태. 그런데 이번에도 또 피하는 공정식. 둘 사이에 같은 동작이 계속 반복된다.

 

어느새 벌써 30분 째다.

 

“너 쥐새끼 같은 놈 이리안와.”

 

지친 조경태.  

 

‘이놈이 이렇게 빨랐나. 약골이라 운동신경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지. 이렇게 빠르다니 발이 보이지 않아.’

 

“야! 벌써 지치면 어떻하니. 지구력 그런 거 몰라?”

 

어느 순간 눈앞에 다가와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 한마디를 한다. 양손을 뻗어 녀석을 움켜 쥐려고 하지만 순식간에 뒤로 빠진다. 신출귀몰. 불과 몇 걸음은 순식간에 이동을 한다. 발이 엄청 나게 빠르다. 믿을 수 없다.

 

“너 이리 안와.”

 

잠시 멈춘 공정식에게 돌진한다. 다행히 뒤는 담벼락이다. 왼편엔 리어커등 청소도구들이 놓여 있다. 움직일 곳은 오직 오른쪽뿐이다. 

조경태, 정면으로 달려든다. 페인팅이다. 오른편으로 피하겠지. 피할 곳은  오직 그쪽뿐이니까. 녀석이 오른편으로 움직이는 게 보인다. 올커니. 이때다.


“악! 이게 뭐야.”

 

손에 뭔가 잡히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뭔가가 발에 툭 걸린다. 그러자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조경태의 몸. 이어서 중심을 잃고 쓰러진 몸이 크게 비틀거리더니 옆으로 구르듯 쓰러지고 만다. 

 

그런데 믿기 어렵게도 떼구르르···. 몇 바퀴를 구르고 나서 겨우 멈추는 조경태.


퉁퉁해서 그런가. 잘 구른다.  

 

조경태가 구르다 멈춘 곳은 담장 아래, 하필 쓰레기를 담은 마대자루들이 쌓여 있는 곳이다. 그 아래도 구른 조경태. 조경태의 머리위로 쌓여 있던 마대자루들이 쏟아져 내린다.  

 

‘아! 얼어 죽을.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마대 더미에 깔린 조경태 미칠 것 같다. 이 무슨 개챙피란 말인가? 얘들 못 오게 하길 잘했지 안 그랬으면 공정식에게 죽도록 맞았다고 소문이 날 판이다. 


“야! 조경태. 그만하자. 널 더 괴롭히고 싶지 않으니까.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마치 어른이 아이에게 말하듯 말을 던지고 사라지는 공정식.

 

“야! 거기서. 아직 안 끝났어.”


녀석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마대자루에 깔린 조경태 일어나기 쉽지 않다. 녀석은 벌써 저만큼 걸어가고 있다. 

 

“야!”

 

고함을 질러보지만 공정식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건 뭔가? 이런 경우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의문에 사로잡힌 조경태. 

 

한 판 붙는다고 했지만 맞아서 쓰러진 게 아니니 진 게 아니다.

결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니 끝나지 않은 게 맞다. 암! 그렇고말고.  


패배를 인정할 수 없는 조경태. 마대자루를 발로 차내고 일어났다. 교복이 말이 아니다. 온갖 오물이 다 묻고 지독한 냄새도 난다.


‘아니 이거, 개똥 아냐!’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 조경태. 녀석의 몸에 손 한번 대지 못했다. 주먹을 다 피했다. 마치 조롱을 하듯이 말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몸을 떠는 조경태. 두고 보자···.


‘근데 저 새퀴가 뭘 어떻게 했길레. 이럴 수가 있지?’

 

도무지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  

 

***


“이게 뭔 일이야? 응?”


놀란 방대호.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 숨어서 지켜본 광경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정식을 폭행하려던 조경태. 정식의 몸에 손도 대지도 못했다.


믿을 수 없도록 빠른 공정식이었다. 아니 조경태가 너무 느린 건가?  

운동을 하러 다닌다고 했을 때, 믿기지도 않았지만 운동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다. 그건 셋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뭔 일은? 본대로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웃고 마는 공정식. 

 

“조경태가 불쌍하더라. 손 하나 안 댔는데도 바닥에 처박히고 말이야.”

 

신이 나기는 허동철도 마찬가지다. 

 

“불쌍하기는 뭐가 불쌍해, 쌤통이지.”

 

이번에는 전은숙이다. 안도하는 전은숙. 자기 때문에 정식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식이 무사해서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조경태가 저 모양이 되다니 십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 기분이다.  

  

휘파람을 부르는 정식. 힘을 쓴 것도 없다. 살짝 피하면서 촉발을 한번 걸어준 게 전부다. 제 힘에 못 이겨 나가 떨어졌다. 누가 보면 때린 줄 알겠네. 

 

운동이 이렇게 효과가 있을 줄이야.


공정식의 몸으로는 운동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약골이 아니다. 단지 운동을 워낙 안 해서 약했던 것이다. 장점도 있었다. 키가 180이다보니 팔다리가 김독수에 비하면 훨씬 길다.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장점이다.


이거 개꿀이다.

  

“그런데 피하기만 하고 주먹은 왜 안 써? 한 방이면 끝날 일을.”


방대호가 묻는다.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그게 말이지.”

“응?”


아이들이 일제히 쳐다 본다. 

 

사실 아직 주먹쓰는 법은 배우지 않았다.  


민관장이 줄넘기와 달리기, 스텝만 가르켜 준 것이다. 원래 권투도장이 처음엔 줄넘기만 시키기도 하고. 


먼저 체력과 스피드를 올리고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가르치려는 계획인 것 같다. 

 

그러나 공정식이 누구인가? 몸은 비록 멸치 공정식이지만 실상은 지상의 모든 격투기를 마스터한 김독수가 아닌가.

 

그러니 민관장이 안 가르쳐 줬다고 주먹을 못 쓸 리 없다. 어제 혼자 발차기도 해봤다. 나름 잘 된다. 하지만 아직 다 돌아온 게 아니다. 이제 30% 정도?

 

“아직 안 배웠거든”

 

거짓말이 아니다. 아직 안 배운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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