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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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든너구리
작품등록일 :
2024.07.16 19:24
최근연재일 :
2024.09.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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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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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 가디언 선발 (1)

DUMMY


"팀장님! 잠시만 와보시겠어요?."


사무실로 출근하니 니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따뜻한 봄햇살같은 미소와 함께 나를 반겨준 니아는 상당한 속도로 책상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것도 컴퓨터로.


"어... 그래.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라고 물으면 실례인가?"

"실례긴 하지만, 팀장님이시니까 넘어갈게요. 스마트폰 가지고 계시죠?"

"어? 있지."


손을 내미는 그녀에게 나는 마치 홀린 듯이 스마트폰을 건넸다. 니아는 스마트폰에 케이블을 연결해 뭔가 이것저것 하더니 다시 컴퓨터로 뭔가를 작업했다. 잠시, 1분도 안되는 시간 후, 니아는 다시 스마트폰을 내게 건넸다.


"아무래도 저쪽 세상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실 것 같아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정리한 '도움말' 어플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쪽 세계에 대한 사회 문화 역사 인명사전 등을 통합해서 카테고리해 두었으니 틈틈이 공부해두세요."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라고 물으면 실례라고?"

"실례가 잦으신 것 같지만, 처음이니까 넘어갈게요."


니아는 여름날 쨍한 파란 하늘 처럼 그림자 없는 미소로 웃으며 넘어갔다. 다행이다. 업무 특성상 이 사무실에서 할 만한 건 크게 없어서 -사무실 임대료는 제대로 내고 있는 건가?- 우리는 바로 엘레베이터로 갔다. 내림 버튼을 누르자 1층에 있는 엘레베이터가 우리를 찾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 모험가 길드에서 지부장이 방문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던전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구요."


잠깐의 기다림 중에 니아가 무심히 말했다. 그러고보니 이상하네.


"그런데 그걸 왜 모험가 길드랑 이야기하는 거야? 던전은 마족이 관리하는 거 아니야?"


니아는 언젠가 1+1이 왜 2냐고 물었을 때 학원 선생님이 나를 바라보던 것 처럼 잠시 나를 보다가 말했다.


"물론 던전은 마족이 관리합니다만, 실제로 던전을 이용하는 것은 모험가들이잖아요? 그럼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그, 그게 그렇게 되나? 아니 보통 마족이랑 인간들이랑은 막 싸우고 전쟁하고 그렇지 않나?"

"그래서 제가 그 어플을 드린 겁니다. 마지막 전쟁이 끝난지 120년 정도가 지났고, 지금은 던전을 중심으로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던전을 통해서 수준 높은 용사들을 양성하고 마나석을 채광하고, 마족은 인간을 통해서 던전과 마물을 성장시키고 과성장해서 폭주하는 던전을 막는 거죠. 자세한 건 '도움말'을 참조해주세요."

"어? 아 그래. 알겠어."


나는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도착한 엘레베이터를 탔다. 아까 타고 올라올 때 없던, 이세계로 넘어가는 무한대 표시가 있는 버튼이 가장 밑에 보였다. 니아는 버튼을 꾹 눌렀다.


넘어가는 사이 잠시 도움말을 실행시켜 '세계' 카테고리를 들어가 보았다. 아프갈란드라고 하는 세계의 이름 아래에 우선 세상을 창조한 '에이오스'라고 부르는 창조신이 있었다. '에이오스'는 단 하나라는 뜻으로 유일신 신앙을 가진 것 같았다.

창조신이 이 땅을 만들고 처음 세계수를 심어 마나를 순환하게끔 하고 드래곤을 빚어 세상의 조형을 맡겼다더라 등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세계의 창조 신화인지 역사인지가 나와 정신이 혼미졌다. 차원을 넘어 간 엘레베이터 때문인가? 아무튼 엘레베이터는 차원을 넘어 아프갈란드에 도착했고 우리는 마스터 룸으로 들어섰다. 마스터 테이블에 앉자 나를 돌보는 니아를 받드는 두 요정이 다가와 그녀와 내게 차를 권했다. 권하는 대로 받아 차를 마시며 계속해서 도움말을 보았다.


지역 카테고리 아래에서 이곳 셰리프 마을이 있는 곳은 카바이스 신왕국이라는 곳의 속해있고 북쪽 변방의 시골 촌구석이라는, 오며가며 들었던 내용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셰리프 산맥에 그 푄 그름인가 하는 드래곤이 자리 잡아서 사람은 고사하고 마물들의 접근도 잦지 않은 시골. 푄 그름이라고 하는 이름을 보며 드래곤에 대해서 확인하려는 중에 셰리프 마을 모험가 길드 지부장이 찾아왔다.


"정우성 팀장님 탓은 아니지마는 말입니다, 업무가 상당히 밀려있습니다! 이미 푄 그름이 떠났다는 소문이 대륙 전역에 퍼졌단 말이죠! 그녀의 레어를 탐색하기 위해 수많은 모험가들이 이 곳을 찾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정우성 팀장님의 던전도 겸사겸사 덤으로 공략하러 오는 자들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대형 파티라면 파티원의 성장을 위해 함께 오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냥 관광지란 이야기로 들리는데......"


나는 크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지부장은 개의치 않았다.


"자, 이건 전례가 없는 요행입니다! 횡재수에요! 이런 별 볼 일 없는 던전을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와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이제 우리 마을도 제법 활기를 띄게 생겼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우성 팀장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있다구요! 아, 그렇지! 여봐,여봐! 에드! 와서 인사드리라구!"


잔뜩 침을 튀기며 연설을 하던 지부장이 손을 흔들며같이 온 아저씨를 대화에 참여시켰다. 덩치가 크고 수염이 덥수룩 한 아저씨가 서류를 책상에 올려 두고는 다가왔다.


"에이드리안 이라는 친구입니다. 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나뭇꾼이자 목수이자 이장이자 치안 경비대장이며 전직 크롤러 출신인 친굽니다. 편하게 에드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에드라는 아저씨가 지부장의 소개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대충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뜻 같아서 나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고개를 들자 잠시 나를 빤히 보던 에드가 물었다.


"이세계인이시라고?"

"예? 아, 뭐 그렇습니다."


소개팅에 나온 사람이 맘에 안들어서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을 건져보겠다는 그 익숙한 시선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위아래를 수색하듯 훑은 그는 이윽고 시선을 거두고는 고개를 숙였다. 뭔가 칭찬이라도 이어지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장점이라 할 만한 건 찾지 못한 모양이다. 늘 그랬듯.


"실례했습니다. 뭐 그건 됐고, 그래서 던전은 어떤 컨셉으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마을에선 초심자용 스피드런, 트랙 던전으로 가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만."

"어머, 그건 너무 격 떨어지지 않나요? 던전이라하면 역시 어뮤즈먼트를 목표로 가야지, 단기 이목을 위해서 트랙으로 꾸미는 건 별로예요!"

"아.... 그래?"


나는 적당히 대답하며 두 사람 사이에서 거리를 벌렸다. 둘 다 뭐라는 건지 모르겠네. 어뮤즈먼트? 트랙? 뭔 소리지? 대충 생각으론 귀신의 집을 만들건 지, 롤러코스터를 만들건 지 물어보는 거 아닌가?


"하지만 우리 마을처럼 척박하고 자원이 부족한 곳에서는 어뮤즈먼트 타입의 던전을 키우기가 힘도 들고 너무 오래 걸립니다. 거기다 어느 정도 성장하지 않은 어뮤즈먼트는 임팩트가 없어서 쉽사리 흥행하기도 힘들구요. 반대로 트랙이라면 큰 임팩트가 없어도 도전자들 끼리의 경쟁으로 쉽게 달아오를 수 있고 특별한 어트랙션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마을 실정에도 맞지요.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면 역시 공략 시간을 경쟁하는 트랙 던전입니다."


차분한 에드의 말에 지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니아의 생각은 반대였다.


"하지만 스피드 런 던전은 너무나 한계가 뚜렷해요! 어느정도 랩타임이 나오면 이후로는 도전자가 급감할 것이고 대부분 상위 랩에 머물기 시작하면 어지간한 업데이트로는 이목을 끌기도 쉽지 않잖아요?"

"그건 그 때 가서 또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레이드 순위 10위권 안에 있는 워터 라이더의 '심해' 같은 던전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튼 지금 여건 상 당장 흥행이 되지 않으면 던전이 문제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못 버티고 마을을 떠날 것입니다. 마을이 성장하지 않으면 던전이고 드래곤 레어고 간에 무슨 소용이랍니까."

"아이 참....."


뭔가 논리에 밀린 듯한 니아가 실망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아, 내가 나설 차롄가? 니아의 손을 들어 줄 차례인가!


"내 생각엔....."

"아마 길드 차원의 지원 규모를 생각해보면....."


내 말을 툭 자르고는 갑자기 지부장이 참전했다. 그는 서류 뭉치에서 특정 페이지를 찾아 훑어 보더니 내 쪽으로 내밀었다.


"마스터의 권위가 사실 첫 거래에는 가장 중요한 건데, 체제 님 소속의 던전이기도하고 니아 님이 보좌하신다고는 하지만 역시.... 우리 정우성 팀장님이 아무리 이세계인이라고는 해도 그 권위란 것이.... 아무런 실적도 없고 좀 약해서 말입니다. 역시 니아 님이 마스터였다면 아마 배 이상의 지원이 있었을텐데 좀 아쉽습니다. 아, 뭐 지금에와서 뭐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방향을 결정하시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순간 니아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자 지부장이 내민 서류를 보지 않아도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왔지만 일단은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참고로, 처음 보는 문자로 된 서류였지만 마스터의 권능으로 어떤 문자나 언어라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어...가만있자.... 이것도 짤렸고, 이것도 짤렸고.... 지원금은 500골드? 요청한 지원금의 3분의 1수준인데요?"


투자 유치를 받는 거였나? 모험가 길드라더니 벤쳐 캐피탈같은 역할도 하는 모양이네. 나로썬 500골드가 대충 2억의 가치라는 느낌만 있을 뿐 그게 이 세계에서 큰 건지 작은 건지 아직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니아가 뭔가 하기위해 요청한 크고 작은 지원품목이 이런 저런 사유로 짤렸고 심지어 지원금의 3분의 1만 지원하기로 했다는 건 사실상 니아의 계획은 물건너갔다는 뜻이란 건 분명했다. 돈이 없다는 명분에는 더 할 말이 없었던 지 니아도 고개를 숙였다.


"어....트랙으로 시작해서 어뮤즈먼트로 끝나는 던전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예?"

"시작은 트랙으로 만들고 코스를 클리어하면 어뮤즈먼트로 진입할 수 있는 식으로 설계를 하면 되잖아요? 그럼 일단은 트랙으로 된 부분만 오픈해서 흥행을 시키고 점차 어뮤즈먼트로 던전을 키워나가면 서로 윈윈 아닐까요?"

"......."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내뱉은 말이긴 한데 그럴싸 했던 걸까? 사람들이 잠시 침묵하며 나를 바라봤다. 아... 그런 식으로 복합한건 안되는 건가? 이 세상의 룰이 있는건가? 그냥 구청에 신고하면 간단한 우리 세상과는 다른 거였어?


"나쁘지 않은데요? 100위권 던전에는 확실히 그런 식의 복합 던전으로 운영되는 곳이 몇 군데 있으니까요! 당장 생각나는 42위의 거북이의 섬도 그런 방식이잖아요. 시작되는 지점부터 중간까지는 스피드 코스지만 탈락하지 않으면 소위 거북이 등껍질이라고 불리는 미궁으로 진입하게 되죠. 엄청 복잡한 미로라 아직도 탈출하지 못한 크롤러들이 있다고 할 정도잖아요."

"확실히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거긴 압도적인 자금력을 가진 엑자일, 세이든 소속 던전이잖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몰래 스마트폰을 켜서 '엑자일'이라는 항목을 검색했다. 마왕군 휘하에 소속하지 않고 독립적인 군세를 이룩한 마족들을 '엑자일'이라고 한다고 한다. 특히 세이든이라는 엑자일은 경영 수완이 좋고 인간들에게도 존경을 받을 만큼 평판도 좋고 무엇보다 해상 무역의 큰 거점을 던전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엑자일 중에서도 압도적인 부를 이룩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가난뱅이 마왕인 체제와는 급이 다른 모양이다.


"어, 어쨌든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돈이 없어도 말이에요. 라는 말은 애써 삼켰다.


"결론은 트랙이겠군요. 그리고 스피드 런 트랙에서 중요한 건 대미를 장식하는 임팩트 있는 가디언이죠. 어뮤즈먼트를 위해 참신한 어트랙션을 고안하는 것 보다 훨씬 쉬울 겁니다. 흥행이 되면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겠죠, 안 그렇습니까, 팀장님?"


에드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테이블의 서류를 손바닥으로 단단히 눌렀다. 닥치고 제대로 된 가디언이나 준비하라는 뜻이겠지. 그 뜨거운 시선에 나는 그의 시선도 피하고 서류에서도 손을 뗄 수 밖에 없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대신, 길드 지원금을 좀 더 받아주세요. 적어도 1000골드는 있어야 할 거에요."


기싸움에 밀린 내 팔을 잡으며 니아가 나섰다. 에드는 지부장을 바라보았고 지부장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니아 님의 이름을 빌려서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희망적이지는 않으니까요, 이 건은 다음에 이어서 이야기 할까요? 적어도 가디언이 결정되고 전체적인 그림이 나와야 길드도 예산을 잡을 수 있을테니까요."

"좋습니다."


니아 역시 고개를 끄덕이자 지부장이 웃으며 서류를 정리해서 다시 한 쪽으로 두었다.


지부장과 에드가 돌아가자 살짝 누워있던 니아의 귀가 뾰족하게 솟구쳤다.


"아유, 정말 체제 님은 왜 이렇게 돈이 없는 거야!"


발끈하는 니아도 귀엽구나, 잠시 생각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은 트랙으로 던전을 꾸며야 한다는 거지? 그렇게 하면 되잖아? 100위권에만 들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정말 큰 문제가 있다구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

"스피드 런 스타일의 트랙은 말 그대로 빨리 공략하는 것을 겨루는 던전이기 때문에 공략률이 높아요. 그래서 던전의 마력핵이 금새 고갈 될 위험이 있다구요. 던전과 마스터의 마력은 공유된다고 말씀드렸죠?"

"아, 그랬던 것 같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니아가 슬픈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을 붙였다.


"던전의 마력핵이 고갈되면 던전이 무너지는 것외에도 마나버닝이 일어날 거고 그 마나버닝은 마스터의 생명력을 갉아 먹을 거에요."

"뭐? 그런 말은 없었잖아?"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 보셨어야죠. 뒷 장에 있긴 있었어요."


뭐라고? 어디서 어떻게 계약서를 꺼낸 건지 계약서 아래에 조그많게 씌여진 문구를 가르킨 니아는 사자처럼 계약서에 달려드는 내 손길을 피해서 허공 어딘가에 계약서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고..공략률을 낮추면 되잖아?"


나는 다급히 해결책을 종용했다. 고개를 끄덕인 니아는 손을 뻗어서 허공 중에서 다시 잡지 한 권을 잡아 꺼냈다. 저 기술 맘에 든단 말야. 인벤토리를 허공에 가지고 다니다니.


"으흠. 레이드에 의하면 초급 스피드 런의 평균 공략률은 약 76.2퍼센트에요. 미묘한 수치네요. 공략이 되지 않으면 점차 흥행이 안 될 테고 공략이 너무 잘되면 마나버닝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월간 던전 매거진 레이드라. 드디어 말로만 듣던 레이드의 실물이다. 실제로 보니 무슨 맥심같이 생겼네. 니아는 나에게 특정 페이지를 펼쳐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또한 일반적으로 1,2티어의 마물을 가디언으로 세우면 공략률이 80%를 넘어간다는 특별 기사도 있어요. 그런데 예전엔 던전을 통해서 모험가들이 강해졌기때문에 1,2티어 마물들도 가디언을 설 수 있었지만, 요즘은 어지간한 모험가들은 길드에서 제법 성장해 오기 때문에 1,2티어로는 턱도 없다는 이야기네요."


니아는 다시 허공에서 다른 레이드를 꺼내 새로운 페이지를 펼쳐서 내게 주었다. 1,2티어 마물은 우리 세계에서도 익히 알려진 상식적인 몬스터들이었다. 슬라임, 고블린, 거대 맷돼지, 페어리.....


"으음. 굳이 레이드 추천이 아니라도 딱히 가디언으로 세우고 싶은 생각이 없는 리스트네."

"그러세요?"


환영이기는 해도 데스나이트 정도되는 가디언을 본 후다. 잡몹으로 보이는 녀석들을 채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거기다 내 목숨까지 달려있다고 하면 말 할 것도 없지.


"3티어 추천 리스트는 어떻게 돼?"


니아는 레이드를 받아서 다시 허공 중으로 돌려보내고 이번엔 지도를 한 장 꺼내들었다.


"자, 이것이 푄 그름의 영역 안에 있는 몬스터 배치도 입니다. 몬스터들은 될 수 있으면 자신의 영역을 벗어 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지도는 꽤 정확하다고 볼 수 있죠. 이 안에서 3티어 이상을 뽑아 보자면........"


니아는 손을 뻗어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산 중턱의 굴을 짚었다.


"여기가 자이언트 울프덴, 라이칸슬로프 후예들의 마을입니다. 선조는 라이칸이지만 후예들은 자이언트 울프로 남았다는 게 특이하죠. 어쩌면 푄 그름의 힘에 굴복해 힘을 숨기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자이언트 울프는 충성심이 높고 전투에서의 야성은 압도적인 위압을 불러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푄 그름의 수문장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구요. 그만큼 가디언으로 삼기는 힘들다는 거겠죠."

"자이언트 울프.... 쩌네."


니아는 공중에서 자이언트 울프의 사진을 잡아채서 지도에 붙여 놓았다. 모험가 서,너명이 둘러서야 될 정도로 거대한 몸집과 은빛으로 착각할 만큼 눈부신 회색 갈기에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은 3티어의 대표격인 전사, 오크 부족입니다."


니아는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매우 작은 마을을 짚었다. 거리 상으로는 산기슭, 입구 쯤인 것 같았다.


"설명이 필요없는 전사들입니다. 다만 이 곳, 셰리프 령이 오크들은 푄 그름의 공포에 짓눌려 지속적으로 마을을 이탈한 상황입니다. 아마 그렇게 강력한 전사는 남지 않은 게 아닌가하는 추측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 자경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푄 그름이 떠나고 난 후, 오크와의 분쟁이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귀향하는 무리들이 있는 모양이에요. 단점이라면 지능이 좀 떨어진다는 것 정도? 그 때문에 드래곤의 휘하에는 들지 못했죠."

"오크라. 좀 식상한 느낌인데."


"다음은 여기, 푄 그름의 레어와 상당히 근접한 곳인데 라이칸 부족인 스노우 타이거, 즉 백호라고 불리는 부족의 마을입니다. 이들은 대대로 푄 그름의 가디언으로 선발되던 부족이구요, 3티어 최상급 레벨입니다. 사실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최강의 몬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푄 그름이 떠난 후로 그 버프가 좀 사라져서 다소 김빠진 느낌이 있긴 하죠. 그래도 만년설이 있는 우리 셰리프령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몬스터라는 게 강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 호랑이라는 건가? 와....."


니아가 붙인 사진에는 타이거 마스크같은 거대 레슬러같은 생물이 냉기를 뿜뿜하는 새하얀 털을 곤두세운 모습의 백호가 찍혀 있었다. 그냥 그 사진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마지막이 되겠네요. 눈 호랑이 부족과 라이벌이라고 할 수도 있는 푄 그름의 또 다른 가디언이었던 그리즐리 부족입니다. 이쪽은 라이칸이 아니라 그냥 수인입니다. 모습과는 다르게 지능이 매우 높아 마력을 잘 다루는 부족으로 알려져 있죠. 실제로 백호족보다 높은 4티어로 알려져 있구요, 푄 그름이 떠난 이 셰리프 산의 실질적 지배자라는 평입니다. 자경원들도 이들과는 우호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한다는 군요."

"그리즐리? 곰이구나."


사진으로 본 그들은 다른 종족들과는 달리 압도적인 모습보단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수북한 털만 빼면 동네 헬스장에 자주보이는 헬창들 같은 모습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주변에 빛을 발하는 구슬들이 몇 개인가 떠다니고 있었다. 마나를 다루고 있다는 방증일 것 같았다.


"이들 중 하나를 가디언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들을 가디언으로 삼을 경우, 공략률은 60퍼센트 이하로 떨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백호나, 그리즐리의 경우 30퍼센트 정도의 극악 난이도가 될 가능성도 있구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그건 그것대로 흥행이 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급 던전은 여러모로 밸런스가 중요하니까요."

"그건 그렇겠지."


으음. 어렵다. 호랑이는 무섭고, 오크는 식상하고, 늑대나 곰은 난이도가 너무 올라간다고 하니 선뜻 고르기가 어렵다. 흥행이 안되면 살 수는 있겠지만 내 연봉이.... 모이지가 않는다.


"그렇다면........"


가디언을 선발해야 된다고 해서 나는 이 몬스터가 내 던전의 가디언이 되길 간절히 빌었다. 그런데 내 기도를 방해한 니아가 말했다.


"뭐하세요?"

"가디언이 되어라,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어."


나도 이젠 던전 마스터에 익숙해졌다고, 라는 자신감있는 눈으로 니아를 바라보았지만 니아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던전에 귀속되지 않은 이들을 상대로 그런 정념은 통하지 않는답니다."

"아,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내 질문에 니아는 다시 허공에서 뾰족한 레이피어를 꺼내 잡아채더니 멋지게 휘두르며 말했다.


"직접 만나서 굴복시켜야죠."

"........"


나는 늑대, 오크, 호랑이, 곰의 사진을 착착 모아 잘 정리한 다음 니아에게 돌려주었다.


"슬라임은 몇 티어지?"





작가의말

챕터 2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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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챕터 2. 가디언 선발 (6) 24.08.13 21 1 19쪽
10 챕터 2. 가디언 선발 (5) 24.08.12 19 1 20쪽
9 챕터 2. 가디언 선발 (4) 24.08.10 20 1 12쪽
8 챕터 2. 가디언 선발 (3) 24.08.09 17 1 14쪽
7 챕터 2. 가디언 선발(2) 24.08.08 21 1 14쪽
» 챕터 2. 가디언 선발 (1) 24.08.07 23 1 21쪽
5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5) +1 24.08.06 27 1 17쪽
4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4) 24.08.05 30 2 17쪽
3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3) +1 24.08.04 34 2 20쪽
2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2) 24.08.04 47 2 22쪽
1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1) 24.08.04 66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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