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펜든너구리
작품등록일 :
2024.07.16 19:24
최근연재일 :
2024.09.05 19: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506
추천수 :
28
글자수 :
211,382

작성
24.08.13 20:33
조회
21
추천
1
글자
19쪽

챕터 2. 가디언 선발 (6)

DUMMY


마나를 입으니 금새 추위가 가신다. 그런데 누가 어른이 된다고?


"그 꼬마가 성인식 시험으로 용연향을 가지러 갔나보네요."

"응?"


아, 그게 그 녀석 이야기였나?


"용연향이란, 드래곤의 배설물이에요. 쉽게 말해서 똥이죠."

"으응?"

"물론 그냥 똥은 아니에요. 피, 땀, 눈물, 토사물 등등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모든 배설물들의 집합. 레어의 가장 은밀한 곳에서 오랜 시간 강력한 드래곤 마나의 흐름에 수백, 수천년 동안 굳어가고 정화되어 결정화 된 물질. 마나석과는 차원이 다른 마력의 매개체에요. 마력을 운영하는 자들은 꿈에서도 갈망하는 물질이죠. 하지만 애초에 용연향이 위치하는 곳도 레어의 가장 은밀한 곳. 그게 어딘지는 설사 가디언이라고 할 지라도 알 수 없을텐데. 안다고 하더라도 접근조차 쉽지 않은 기믹과 어트랙션들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구요. 마침내 그걸 다 통과한다고해도 드래곤 그 자체의 현현과 유사한 피어를 상시 흘리고 있기 때문에 그걸 수습한다는 건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힘든 물질이에요."

"그런 걸 그 감기 걸리는 약골 호랑이가 가질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성인식 시험으로 증명하라고 보냈겠죠?"


아, 그렇구나. 그 자식, 그래서 내 던전으로 도망치려고 했나? 생각하니 또 괘씸하네. 그나저나 드래곤이란 참 엄청나구나. 똥마저도 그렇게 귀중하다니. 하긴, 생각해보면 누가 내 똥을 그렇게 갈망한다고 생각하면 나도 필사적으로 감출 것 같긴하다. 그냥 본능적으로 싫다구! 혹시나 몰래 나는 코를 한 번 더 훔쳤다.


"우리 부족의 성인식 내용은 우리가 정할 일이고, 례-시퓌 자네가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닌 것 같은데."


무리 중간에서 라무 할아버지가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 례-시퓌라는 그리즐리 대장은 오랜 친구라도 본 듯 손을 들어 인사를 하며 답했다.


"아아, 물론이지."


례-시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학익진으로 서 있던 호랑이 부족원들 역시 일제히 한 걸음 나섰다. 한 걸음, 앞으로 한 걸음만 더 함부로 나서면 정말 사단이 날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례-시퓌는 말했다.


"그리고 성인식 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생기든 그 건 당사자의 문제지, 부족이 나설 수 없는 일이겠지. 안 그런가?"

".....그래."


성인식이란 건,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자신을 증명하는 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 역시 모두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일인 게 당연하다. 거기에 외부의 개입, 특히나 부족에서 개입한다는 건 스스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다치거나 혹여 죽는다 하더라도 개입할 수 없다, 는 인식이 당연한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죽을 일이면 좀 개입하고 재수하면 안되나? 나도 성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을 재수로 이겨냈다고! 한, 두번 기회를 더 줄 수도 있잖아!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게."

"뭐?"

"푄 그름 님의 용연향은 우리 부족에서 보관 중이네. 그 분이 떠나시기 전에 관리를 일임하시어 우리 부족의 전통 라비린스에 모셔두었지. 그 녀석이 말하지 않던가?"

"크르르릉."


칸 족장의 갈기가 곤두서며 낮게 그로울링이 퍼졌다. 나도 모르게 몸에 털이 곤두서고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그 감정을 느끼기라도 한 듯 니아가 내 손을 잡아주자 이내 진정되었다.


"례-시퓌. 나는 그 아이의 능력을 믿습니다."

"믿을 걸 믿으란 말을 하고 싶군. 푄 그름 님이 용연향을 우리에게 맡긴 이유는 자명하지. 자네도 알지 않은가? 우리 라비린스, '겨울잠'의 무서움을. 푄 그름 님의 레어라면 그 아이에게 오히려 쉬웠을 텐데 아쉽게 되었군."

"크르르릉."


칸은 낮게 으르렁 거릴 뿐이었지만 그 낮은 울음 소리에 털아 바짝 서고 침이 말랐다. 나는 니아의 손을 꼭 잡았다.


"례아."

"네, 아버지."


례시퓌가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불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칸의 와이프가 무리 속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엥? 이게 뭔 소리야? 그럼 뭐 저 아저씨가 이 아줌마 아버지고, 저 호랑이가 장인? 족보가 어떻게 되는 거야?


"좀 말랐구나."

"......."


례아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바람이 한 번 불고 례시퓌가 고개짓을 하자 이번엔 레시퓌의 뒤에서 도열하던 무리 중 누군가 앞으로 나와 짊어진 커다란 자루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쌀 가마니 같은 자루는 묵직한 무게를 알 게 하듯, 퍽 소리가 났다.


"벌집을 좀 가져왔으니 먹어라. 고양이들 나눠주지 말고."

"흥. 올 때보다 훨씬 살이 붙었는데 무슨 소리인가?"


투덜대면서도 냉큼 자루를 자기 쪽으로 가져온 라무는 가만히 례-시퓌를 바라보았다.


"계속 있을 건가?"

"꿀차도 한 잔 대접할 줄 모르는 미개한 것들과 어찌 시간을 더 보낼까."


말을 마친 례-시퓌는 몸을 돌려 부족을 빠져나갔다. 그들 모두가 사라 질 때까지 칸은 똑바로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가자 말없이 자신의 천막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남은 인원들도 웅성웅성대다가 뿔뿔이 흩어졌다.


"어.....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되지?"

"글쎄요."


니아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때, 칸의 아버지이자 례-아의 시아버지며 카이의 할아버지인 라무 호랑님이 다가왔다.


"잠시 따라오시겠소?"


++++++++++



라무 할아버지와 함께 족장의 천막에 들어간 우리는 근심어린 칸의 얼굴을 보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례아라는 그리즐리 부족의 곰 수인이 아까 받아 온 꿀로 만든 것인지 어떤 건지 꿀차를 내왔다. 이거 참. 대체 무슨 일이지, 이게?


"칸."


내 손에서 머그컵 같던 컵이 소주잔처럼 보이는 라무 할아버지는 김을 후후 불어내고 꿀차를 한 모금 호르륵 마시곤 족장을 불렀다. 입가의 수염이 짜르르르 흔들렸다.


"네, 아버지."


저 할아버지 전 족장이라더니, 역시 칸의 아버지였구나.


"어떻게 할 생각이냐?"

"........."


칸은 대답이 없었다. 그 때 곁에 있던 례아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 안됩니다. 저희가 나설 수는 없어요."

"그 아이가 희생된다고 해도 말이냐?"

"저희가 나서면 그 아이의 정통성이 정말 무너질 거에요. 그땐 정말, 살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

"네가 부담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


칸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그리고, 내가 드라마를 잘 안봐서 그런가, 대화 흐름을 못 따라가겠는데 대체 무슨 이야기 중이지? 나는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세 호랑이, 아니 두 호랑이와 한 곰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니아를 봤다. 그녀는 나와는 달리 뭔가를 안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꿀차를 맛있게 마시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면 좀 알려달라고, 니아!


"자, 그럼 정리를 좀 해 볼까요?"


오, 혹시 마나에 의한 전심인가? 이것도 내 의지가 통한 것인가? 생각만으로 전달 할 수 있는 건가?


'아니거든요! 그냥 제 능력이에요!'


머리속이 울렸다. 쳇. 그랬냐. 근데 왜 남의 생각은 함부로 읽고 난리야! 아, 혹시 지금까지 내 생각 계속 읽고 있었나? 그런거야? 니아! 나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생각했지만 대답을 들려오지 않았다.


"실은 여기 오는 길에, 꼬마 호랑이가 콜록 거리면서 눈 밭을 구르는 걸 봤습니다. 카이라고 하더군요."


카이라는 이름에 칸과 례아가 반응했다. 니아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었다.


"그 꼬마가 여기 계신 칸과 례아 님의 자제분이시겠죠? 용연향을 가지러가는, 성인식을 받아들인."

"그렇습니다."


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잠깐만? 친아들이야? 친모라고? 정말? 곰과 호랑이 사이에 호랑이가 나오는 건가? 아니, 정말 유전자 검사 안해봐도 되는 겁니까?


"아무래도 타 부족과의 결합으로 생긴 자제분이시니만큼 부족 내에서 정통성에 대한 말들이 있었을 것 같군요. 성인식을 실패하면 쫒겨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인지도 모르겠네요. 순조롭게 성인식이 끝나도 족장의 지위를 이어받지 못하면 후대를 책임지기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래서 다소 어려운 성인식으로 내몰았겠지요. 누구도 토 달지 않을 수 있는 성인식. 하지만 할 만하다고 여긴, 용연향."

"그렇습니다. 그 아이는 푄 그름 님의 레어에서 태어나 추위 내성은 없지만 드래곤 피어에는 내성도 강하고 드래곤 마나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푄 그름님이 떠나고 행방이 사라진 용연향의 마나를 감지한 것도 그 때문이겠죠. 그래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그것을."


례아는 괴로운지 잠시 말을 멈췄다.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입가를 매만지던 그녀는 족장인 칸이 어깨를 쓰다듬어주자 그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부족은 오랫동안 푄 그름님의 가디언이란 것을 자부심으로 삼았습니다. 드래곤 피어. 드래곤 그 자체라해도 무방한 그 것을 가져온다면 그 아이의 장래에 대해 아무도 토 달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했습니다. 제가....."


그녀는 말 끝을 흐렸다.


"용연향이 라비린스로 옮겨진 건 몰랐소."


칸이 말했다. 당연히 그랬겠지.


"'겨울잠'이라는 라비린스가 많이 위험한가요?"


이번엔 내가 물었다.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우리 그리즐리들은 '겨울잠'이라고하는 저주에 걸려있습니다. 일년에 한 번, 3개월 이상 잠에 빠져드는 저주죠. 어떤 그리즐리도 피해 갈 수 없는 원초적인 저주인데, 이 시기에 우리는 외부의 공격에 취약해 질 수 밖에 없죠.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어느 정도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서 부족원들끼리 돌아가며 잠에 들긴 하지만 저주에서 벗어 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어떤 침입자가 와도 버틸 수 있게 겨울잠을 위한 미궁을 설계한 것이죠."

"말하자면 침실...이네요?"

"부르는 이름은 뭐라도 상관없습니다. 미궁이 지어진 이래, 수백년 동안 침입이 시도되었지만, 단 한번도 미궁이 뚫린 적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 잘난 척 하는 늑대들에게도요. 전투 중에 죽는 인원은 있을지언정, 동면 중에는 무조건 안전합니다."

"와, 그거 엄청난 던전이네요?"


나는 저 미궁을 내 던전에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하며 말했다. 그러나 니아는 고개 저었다.


"아니. 미궁은 단순한 미로일 뿐, 던전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거기엔 특별한 몬스터가 배치된 것도, 기믹이나 어트랙션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습니다. 라비린스는 심지어 매우 단순한 미로입니다.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동면장에 있는 꿀냄새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됩니다. 던전이라고 할 만한 가치는 없죠."

"예? 그럼 뭐가 위험하다는 거죠?"


아무런 기교도 없는 단순한 미로. 하지만 달콤한 꿀냄새라는 나침반이 있다. 물론 그 냄새를 찾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것에 속아 들어가면 미로에서 헤메게 된다. 하지만 그게 왜? 단순한 미로라면 한쪽 벽을 따라 움직인다면 언젠가는 결국 목적지에 닿을 수 밖에 없다. 좀 지루하지만 확실한 공략법.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겠지. 단 한번도 공략된 적 없는 미궁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저주 아래, 치명적인 약점을 이겨내고자 우리의 선조들은 자신들의 피와 영혼을 바쳐 우리에게 내려진 저주를 똑같이 그 미로에 들어서는 이에게 전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미로에 들어오는 자는 누구든 잠을 자야 합니다. 짧게는 몇 분, 저항을 한다고 해도 길어야 2시간 안에는 어떤 이가 들어와도 몇 개월씩 잠을 자게 됩니다. 미로를 헤매다 어딘가에서 그저 잠들어 쓰러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구하러 갈 수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운이 좋아 초입에서 발견하면 다행이지만 어디서 잠들었는지 알 수도 없고, 얼마나 걸릴 지도 알 수 없고, 심지어 구하러 간 이가 먼저 잠들 지 어떨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건 단순히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닌 프로토콜이기 때문이죠."

"예? 그뿐?"

"잘 모르시군요. 생태계에서 이렇게 긴 동면을 유지할 수 있는 동물은 몇 안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몇 개월간 잠을 자다니, 당연히 굶어 죽을 겁니다. 그게 가능한 건, 저주로 그런 삶을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된 이들 뿐이라구요."


아. 그렇구나. 그냥 자는 게 다야? 라고 생각했지만 몇 개월을 잠만 자게 되면 굶어죽는 게 당연하다. 병원에서는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영양을 공급해주니까 살아있는 거지, 식물인간들이 그냥 살아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럼 여기 있는 백호족들이 그 녀석을 구하는 건 힘든 일이겠지.


"그래도 카이는 백호족과 여기 있는 례아님의 아들이니까 프로토콜에 대항 할 만한 힘이 있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그 아이도 마물이고 백호의 몸으로 태어난 이상 겨울잠을 잘 수는 없습니다."

"감기도 걸렸는데, 냄새라도 잘 맡을 수 있나 모르겠네."


옆에서 니아가 눈치 없는 추임새를 넣었다. 니아,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냄새로 방향을 잡지 못한다면, 미궁 어디에서 잠들어있는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겠죠."


례아는 울먹이며 말했다. 것보라고. 나는 니아를 힐겨보았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이 와중에 참 이쁘게도 웃는다. 암튼 그렇게 위험하면 겨울잠을 이겨낼 수 있는 그리즐리가 여기 있잖아?


"그럼 례아 님이 구하러 가면...... 아!"


순간 칸과 례-시퓌라는 곰족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 것은 그 아이의 성인식. 다른 부족이 함부로 간섭할 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억지로 개입한다고 쳐도 카이라는 호랑이의 정통성이 깨지고 부족에게서 내쳐질 수 밖에 없다는 거지. 그런데 왜 그리즐리들은 일부러 와서 그런 말을 한 거지? 약 올리려고? '부족이 나설 수 없는 일'이란 걸 일부러 말하러 여기까지 왔다고?


"아, 혹시 그리즐리 족장님이 여기 온 건, 협박같은 걸 하러 온 게 아니라?"

"그렇다네. 그는 우리에게 부탁하러 온 거야."


라무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나서게 되면 단순히 카이의 성인식이 실패한 것과는 다른 문제. 부족 간의 선을 넘는 일이야. 그러니 자신들이 나서기 전에 규율에 얽매이지 말고 손자를 구해 달라고. "


아니, 그걸 뭐 그렇게 조폭처럼 우르르 몰려와서 으르렁거리면서 말하는 거야? 난 당연히 니 손자는 내가 데리고 있으니 까불지마라! 뭐 이런 건 줄 알았는데!


"...... 마법으로 저주를 파훼하거나 잠을 막아 낼 수는 없나요?"


꼭 당했을 거라고만 생각하기 전에, 뭔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그 녀석도 그렇게 생각이 없진 않을 것 같은데?


"아쉽지만, 이 저주는 종 전체를 가두는 태초의 저주이자 프로토콜. 이것을 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프로토콜. 이 세계에서는 저 말이 어떤 진리와 같은 것으로 통용되는 것 같다. 세상을 이루는 최상위 법칙.


"다만, 거기에 맞설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례아는 고개를 똑바로 들어 나를 보았다. 응? 왜?


"태초의 존재이자, 세상을 이루는 근원 생명인 드래곤."


옆에서 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뭐라고?


"그래서 우리를 들어오라고 하셨군요, 할아버지?"

"그렇소."


이제 모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왜? 왜? 왜!?


"드래곤 마나의 마스터인 그대라면 프로토콜을 이겨낼 수 있을 지도 모르오."

"마법으로는 안된다면서요? 더구나 저는 외부인인데요?"


나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눈치챘다. 안돼. 안된다고. 나는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똑바로 했다. 분위기에 어울려서 되도 않는 대답을 하면 안돼. 니아가 헛소리하는 것도 막아야지. 라무 할아버지는 꿀차를 한 번 더 호르륵, 마시고 말했다.


"세계수는 태초의 존재로 규정된 프로토콜로 이뤄진 근원 생명. 그 나무의 향기인 마나가 아무리 수많은 물리 법칙을 비틀고 그 틈의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다해도 결국은 프로토콜을 넘어 설 수는 없는 것이오. 그러나 드래곤은 또 하나의 근원 생명. 세계수와 같은 위치에서 다른 방식으로 정립 된 프로토콜을 가진 드래곤이라면,그 마나를 갈무리 한 당신이라면, 저주를 파훼하고 그 아이를 구해 낼 수 있을 것이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아침부터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했더니 산에 와서는 세상의 섭리까지 이야기가 뻗고있어? 어디까지 갈 셈이야? 드래곤 이야기가 끝나면 이제 신이랑 대면하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해도 끌려갈 순 없지. 난 무슨 이세계 용사같은 게 아니라 그냥 회사원이라고. 이런 건 현도 시키라고!


"사실, 제가 마스터 1일차라서 마나를 잘 못 다룹니다. 아마 도움이 되지 못 할 것 같아요. 아하하."


일단은 좋게 좋게 거절하자. 저는 일개 이세계인일 뿐이라구요. 좀 봐주세요.


"그럴리가. 정오의 그 포효는 틀림없는 드래곤 스트림(Dragon Stream). 드래곤의 마나를 운용하지 못하는 자가 발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라무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도 안된다는 듯 일축했다. 아니 좀 알아들으세요! 못 한다구요! 하기 싫다구요!


"그건, 그냥 어쩌다가......"

"거기다 지금 마나를 조절해서 추위를 막아내고 있지 않소? 의지를 구현하는 것. 마나 운용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소."


아니, 뭐 그런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응용력이란 게 있잖아요! 경험이라든가, 노하우라든가!


"정말 그냥 보온 기능이 다라니까요."

"정우성 마스터."


할아버지와 내가 서로 밀당하는 중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


칸은 손을 들었다.


"우리 부족의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니 마스터, 그대는 상관마시오."

"칸!"


례아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격앙되었다. 그러나 칸은 흔들림 없이 말했다.


"던전 마스터라고는 하나 부족의 일을 타인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사실 하나로도 정통성을 해치게 될 것이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다..당신은....."


례아는 단호한 그의 말에 온 몸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니아가 례아의 팔을 잡아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뭐 부탁도 안받았는데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죠. 저희도 할 일이 많은 편이라서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말에 례아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라무 할아버지도 하얀 입김을 기다랗게 뿜어냈다.


"그럼 '겨울잠'이 있는 곳은 피해가야 하니,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예?"


례아의 눈이 똥그래졌다.

라무의 코가 번들거렸다.


나는 한 세 배는 더 크게 똥그래지고 심지어 콧물도 흘렀다.

아, 진짜 왜 그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펜든너구리입니다. 24.09.05 6 0 -
28 챕터 3. PQ (14) 24.09.05 4 0 14쪽
27 챕터 3. PQ (13) 24.09.04 4 0 22쪽
26 챕터 3. PQ (12) 24.09.03 4 0 14쪽
25 챕터 3. PQ (11) 24.09.02 7 0 17쪽
24 챕터 3. PQ (10) 24.08.30 10 1 17쪽
23 챕터 3. PQ (9) 24.08.29 10 1 17쪽
22 챕터 3. PQ (8) 24.08.28 9 1 16쪽
21 챕터 3. PQ (7) 24.08.27 10 1 15쪽
20 챕터 3. PQ (6) 24.08.26 11 1 17쪽
19 챕터 3. PQ (5) 24.08.23 12 1 15쪽
18 챕터 3. PQ (4) 24.08.22 12 1 15쪽
17 챕터 3. PQ (3) 24.08.21 13 1 13쪽
16 챕터 3. PQ (2) 24.08.20 14 1 14쪽
15 챕터 3. PQ (1) 24.08.19 12 1 19쪽
14 챕터 2. 가디언 선발 (9) 24.08.16 16 1 12쪽
13 챕터 2. 가디언 선발 (8) 24.08.15 15 1 20쪽
12 챕터 2. 가디언 선발 (7) 24.08.14 17 1 14쪽
» 챕터 2. 가디언 선발 (6) 24.08.13 22 1 19쪽
10 챕터 2. 가디언 선발 (5) 24.08.12 19 1 20쪽
9 챕터 2. 가디언 선발 (4) 24.08.10 20 1 12쪽
8 챕터 2. 가디언 선발 (3) 24.08.09 17 1 14쪽
7 챕터 2. 가디언 선발(2) 24.08.08 21 1 14쪽
6 챕터 2. 가디언 선발 (1) 24.08.07 23 1 21쪽
5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5) +1 24.08.06 27 1 17쪽
4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4) 24.08.05 30 2 17쪽
3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3) +1 24.08.04 34 2 20쪽
2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2) 24.08.04 48 2 22쪽
1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1) 24.08.04 66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