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펜든너구리
작품등록일 :
2024.07.16 19:24
최근연재일 :
2024.09.05 19: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513
추천수 :
28
글자수 :
211,382

작성
24.08.19 19:00
조회
12
추천
1
글자
19쪽

챕터 3. PQ (1)

DUMMY

"아, 좀 안된다고!"


카이를 가디언으로 등록하고 며칠이 지났다. 던전의 마나를 받아들인 카이는 마치 그게 자신의 힘인 양 볼 때마다 내게 시비긴 하지만 말만 그렇지 은근히 내게 고마워하는 게 느껴진다. 무슨 독심술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그의 마나가 움직이는 게 느껴지는 탓에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힘든 것은 그가 머무는 던전 숙소가 마스터룸 옆이어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사내 복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말은 또 얼마나 많은 지. 그 숲에서 쓸데없는 이야기하고 있을 때 알아 봤어야 했는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인지. 니아가 힘내라고 백호족에게서 받아온 꿀로 꿀차룰 내어 줬다. 그래도 니아가 있어서 내가 참는거야. 나는 니아에게 사랑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니아는 가볍게 무시하고 카이에게도 꿀차를 내밀었다. 그리고 앞으로 당황하며 땀을 닦는 지부장에게도.


"자, 지부장님. 저 고양이는 신경쓰지말고 말씀 계속해주세요."


던전에 몬스터가 부족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데 정말 지친다. 주저리 주저리 말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자기 심심하다는 거잖아. 그래도 차마 내가 던전핵의 마나량을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해서 함부러 점유량을 올릴 수 없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적당히 무시하는 수 밖에. 일단은 카이도 엄마의 꿀차를 받아드니 좀 누그러 든 듯, 조용해졌다. 그 사이 지부장은 다시 말을 잇는다.


"이미 마을에 던전을 테스트하러 길드 본부에서 PQ(Performance Qualification)파티가 왔습니다. 아무튼 저희 마을에선 전에 없던 일이라 길드 지부를 보수하고 주점 메뉴를 늘려 여흥거리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던전이 가장 중요하지, 이런 촌 마을의 정비 상태는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오픈 날짜는 3일 남았잖아요?"

"오픈 전에 먼저 길드에서 던전 등급을 정하기위해 PQ파티가 공략에 도전할 겁니다. 그래야 던전 등급이 정해지고 그 등급으로 용사들은 던전의 난도를 가늠하는 거죠."


지부장은 PQ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몇번이나 거듭 설명했다.


"등급은 1등급에서 12등급까지있고, 각 등급별로 + 등급이 또 있습니다. +등급은 정기 테스트 기간 외에도 승급 PQ를 신청할 수 있는 던전이라는 뜻이죠. 그러니까 언제 승급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승급 진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목표는 최소 한자리 등급을 받는 겁니다. 그러니까 9등급이죠. 10등급 던전은 외곽 마을에 이미 두 곳이나 있고 푄 그름의 영향을 벗어났다는 흥행 포인트는 오래가진 못 할 겁니다. 따라서 9등급이 되어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던전이 되어야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할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9등급입니다!"


이번엔 항상 지부장의 호위격이자 홍반장같은 에드가 말을 얹었다.


"9등급이라면 트랙의 경우 PQ타임이 10분에서 12분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10분보다 짧아지면 10등급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참고로 외곽의 "솔라" 던전의 경우 8분에서 11분 정도의 타임이 나와서 10+ 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업그레이드가 된 정황은 없으니 승급 테스트를 받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PQ파티가 파견되는 만큼 겸사겸사 승급 테스트가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거기가 9등급 받게되면 우리는 8등급이 목표가 되게 되나요?"

"아뇨. 첫 PQ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은 9+등급까지입니다. 갑자기 너무 어려운 던전이 나타나도 문제니까요."

"하나 더 참고로 묻자면 레이드 랭킹 100위는 몇 등급이야?"


시선을 돌려 니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지체없이 대답했다.


"100위는 7등급입니다. 미딘 지역에 "미딘의 바이올린" 던전이죠."

"오? 7등급이면 할 만한데? 99위는?"

"99위는 4등급입니다. 마왕군 군단장 이드의 세력에 있는 "쾌활한 바위" 던전이죠."

"뭐야...? 갑자기 왜케 뛰어?"

"뛰었다기보다.... 원래 100위에 있던 던전은...... 소멸했어요."


소멸했다는 수상한 상황에 대해 더 묻고 싶었지만 오픈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준비가 턱없이 미흡한 우리 던전 상황을 생각하면 더 파고들긴 어려웠다. 그것보다 10분에서 12분이라니 생각보다 너무 긴 것 같은데. 준비없이 당하긴 했지만 앞서 현도의 파티가 들어왔을 때, 고블린 3기는 말그대로 1초컷이었으니까. 무심한 눈길로 카이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면 믿을 건 이 자식밖에 없긴한데...... 천천히 녀석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래. 뭐,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아.


퇴사를 준비하기 나쁘지 않은 날이야.....


"아니, 할아버지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어지간해서 질 거라는 생각조차 안드오! 이렇게나 마나의 순도가 높다니!"


내 시선이 의미하는 걸 느낀 건지 카이가 주먹을 꽉 쥐고 팔을 쥐어짜 마른 가지처럼 쫙쫙 갈라진 팔 근육을 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실전 근육 비슷하게 생긴 살코기를 믿울 수 없던 나는 심드렁히 물었다.


"마나 파훼법은?"

"........"


서둘러 다시 퇴직 서류를 찾기 시작했다. 아까 여기 뒤에 있지 않았나?


"저, 그런데 티켓값은 결정하셨습니까?"


티켓값이라. 그렇다. 우리 던전을 공략하러 오는 파티들을 관리하고 던전의 개발 및 유지 보수 등 운영에 관한 행정적인 부분을 길드에서 처리하는 대신 그들은 던전의 입장에 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가진다고 한다. 애초에 잡다한 생필품이 필요한 '생물'들과 달리 마나만 있으면 어지간히 생존이 가능한 '마물'들이기에 돈이 크게 필요치 않은 까닭이긴하다. 니아가 옆에서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렇지만 던전 개발이나 유지 보수를 '인간'이 맡는 만큼 그들을 사용하기 위한 재화의 보충은 필수불가결. 던전 티켓값의 일부분은 당연히 우리도 필요하다. 더구나 내 연봉도 거기서 나온다.


"통상적으로 인당 5골드라면서요?"

"그렇긴 합니다만....."


니아는 하급 던전의 통상적인 티켓값을 고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부장은 조금 깍을 것을 권고했다. 변방의 조그만 던전을 찾아오는 파티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좀 더 할인된 금액으로 유인책을 쓰자는 생각이었다. 나는 니아를 슬쩍 보았다.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엄격한 빛으로 나를 내리쬐고 있었다. 심지어 눈이 부셔 제대로 바라보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그냥 5골드로 하시죠. 올 사람은 오겠죠."

"으음. 정히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비율은 체제님이 말씀하신대로 7:3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첨엔 우리가 7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우리가 3이었다. 이건 너무 불공정한 계약이 아닌가 싶었지만 사실상 모든 행정적인 관리는 길드가 맡아주고 있으니 외주비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불합리하지도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선금 비슷한 느낌으로 지급한 초기 지원금도 있고.

지금이야 아무것도 없는 트랙형 스피드 던전이지만, 던전이 커지면 커질수록 행정적인 업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 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리 나쁘진 않다. 우선은 통상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를 모르니까 적은 지 많은 지를 감안하기도 힘들었다. 니아는 말했었다.


"레이드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100위 던전의 평균 월수입은 4,000골드라고 합니다. 100위 던전의 티켓값이 인당 10골드이고 평균 파티원을 5명이라고 봤을 때 한 달 평균 80팀 정도가 던전을 공략하러 온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루에 2,3파티씩 도전한다고 봐야겠네. 우리도 하루 한 팀 정도는 오겠지? 그럼 한 달에 30팀 정도?"

"일단은 그걸 목표로 해야겠네요. 아무튼 오픈빨이라는 게 있으니까 첫달에는 좀 많겠지만 평균 하루 2팀은 와줘야 던전이 제대로 유지가 될 겁니다. 물론 마을도요. 공략에 실패하고 재도전하는 팀이 있다고 생각하면 실제 도전하는 팀은 더 적을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재도전하면 티겟은 어떻게 되지?"

"다시 사야죠. 던전은 지하철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니아는 너무나 밝게 웃고 있었다. 생각을 마친 나는 지부장이 가져온 서류들을 찾아보다 물었다.


"신청한 함정은 언제 도착하나요? 설치하고 테스트도 해봐야 할 텐데, 시간이 빡빡하네요."

"그 건은 전서 스크롤을 받았습니다. 비공정이 디라스마 상공 포탈을 통과했다고 하니 늦어도 오늘 오후에는 도착할 것입니다."

"오후라. 그럼 오늘은 좀 힘들겠네요. 제가 퇴근을 해야해서."

"아아, 저 그러시지 마시고...."


지부장이 다시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사정은 알겠지만 포괄적 임금제에 묶인 입장이라 1분 1초라도 초과 근무를 하는 것은 사양이다. 더구나 누가 위에서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사업 파트너잖아?


"마스터는 밤만 되면 자꾸 어디로 가는 것이오?"


카이는 누구에게 물어보는 건지 모르게 꿀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니아가 그의 귓가에 조용히 뭔가를 읊조렸다. 카이는 놀란 듯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잠시 나룰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 여기 보세요."


나는 능숙하게 던전의 조감도를 탁자 위에 띄웠다. 마나가 소모되는 게 느껴지며 팔에 있는 마스터 팔찌에서 붉은 빛이 잠시 점멸했다. 처음 도착해서 봤을 때와 비교하면 제법 바뀐 던전이 홀로그램처럼 나타났다.


처음엔 그냥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면 간단하지 않나 싶어서 생각나는대로 아무 말이나 했었는데, 일단은 가진 돈도 많지 않았고 던전의 구조도 프로토콜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메뉴얼이 있었다.

그 중 몬스터가 출현하는 방이 세번 연속이면 안된다는 점이나 반대로 아무 것도 없는 방이 세번 연속이면 안된다는 것도 있었다. 방의 기준은 시선이 닿고 시야가 확보되는 곳까지가 방 하나로 카운트된다. 그 탓에 'ㄷ'자로 꺽인 복도가 이어지면 방이 세 개가 되기 때문에 그 길 중에 반드시 한 번은 몬스터가 있어야 했고 조명이 확보되지 못해서 어두워지면 시야 확보가 되는 곳까지가 방 하나로 카운트 된다. 그래서 베베꼬아 구불구불한 미로는 만들 수 없었고 조명의 간격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전부 어둡게 만들어 버려서 전체가 방하나로 카운트되어도 던전으로는 탈락이었다. 프로토콜은 최소 4개의 방을 강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굳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벽의 소재보다 상위 소재로 문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한다. 가령, 돌 벽으로 된 던전에 철문을 다는 것은 안된다고 한다. 문을 여는 대신 벽을 부술까봐 그런건가? 니아도 이유를 모른다고 하는 걸 보면, 이런 걸 궁금해하는 게 내가 처음인 것 같았다. 아무튼 그래서 벽면도 그냥 놔둘 수 없고 소재를 정해서 시공을 해야했다. 특이한 건, 돌 벽에 나무 문을 다는 것은 가능한데, 돌과 나무는 둘 다 가공되지 않은 소재라서 상하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상하 관계가 성립하는지는 직관적이진 않았지만, 이 부분은 길드에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때 그때 물어보라고 니아가 조언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던전 안에 반드시 트랩이나 어트랙션과 같은 설치형 인공 구조물, 그러니까 '기믹'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프로토콜이라기보다 '레이드'에서 정한 기준인데 그렇지 않으면 간혹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몬스터 토굴과 던전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간소한 형태의 던전은 입구 방-몬스터 방-함정 방-가디언 방 이상의 4개의 구조를 가진 형태가 된다. 입구와 가디언 방이 입구와 출구의 형태를 갖는다고 했을 때, 나는 몬스터 방 하나와, 함정이 있는 방 하나를 만드는 게 가장 빠르고 쉽게 간결하며 길이도 적당한 트랙을 가진 형태의 던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좋아! 그럼 첫번째 방에 몬스터를 더 넣자!"


나는 첫번째 계획을 니아에게 전했다. 다행히 가디언 외의 몬스터는 직접 잡으러 가지 않아도 뽑을 수 있었다. 던전 몬스터가 되는 것만으로 안정적으로 마나를 공급받을 수 있는 까닭에 마물들은 던전의 몬스터가 되는 것을 우리 세계에서 공무원이 되는 것 처럼 철밥통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어서 나름대로 경쟁률이 높다고 했다. 더구나 체제는 마왕의 사천왕. 그녀는 우리에게 스펙좋은 몬스터들의 이력서를 여럿 건네 주었다.


"하급 몬스터 중에 나름 정예 인원들이야. 잘 골라보라고."


함께 도착한 스크롤에서 체제의 음성이 재생되고 사라졌다. 홉고블린, 샐러맨더, 뱀독거미 등등의 이력서를 확인했는데 어느 하나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네. 이력서 하나하나마다 손에 잡을 때마다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흐르는데?"


나는 손에 쥔 이력서를 내려놓으며 니아를 바라봤다. 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던전이 몬스터를 보유하게되면 그만큼의 마나를 점유해야 해서 그럴거에요. 아마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위화감이 든다면 마물들의 업킵 비용이 이미 던전의 마나 보유량을 넘게 되어서 그럴 겁니다. 순도가 높긴해도 워낙에 작은 던전이다보니 마나 보유량은 크지 않은가봐요. 더구나 체 이사님이 선별하신 인원들은 전부 정예 인원들이라 일반 마물들보다 마나 점유량이 더 큰 것도 이유가 되겠죠."


니아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건 필시 가디언으로 앉힌 카이가 점유하는 마나량이 생각보다 많았던 탓이 아닐까? 녀석을 가디언으로 등록하자마자 생긴 '상실감'이 얼마나 컸는지는 나만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꿀차를 마시고 있는 이 녀석이 그만큼의 밥값을 해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몬스터를 늘리는 건 당장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백호족이 가디언으로 선발되었다는 것이 길드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모양이었다. 덕분에 자금적인 지원이 생각보다 더 들어왔다.

그래서 단조롭게 직선으로 이어졌던 던전을 고블린들이 있던 방을 지나서 있는 복도 끝을 세갈래로 갈랐다. 공간을 늘리는 건 아무튼 돈만 있으면 가능하니까. 'ㄷ'자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복도 끝에 다시 가로로 복도를 내어 '十자' 형 사거리를 만들고 동,서,북쪽에 문을 달아 'ㄱ' 자로 한 번 만 꺽었다. 그리고 조명을 보일 듯 말듯 희미하게 조절했다. 너무 어두우면 들어가기 꺼릴테고 너무 밝으면 쉽게 파악된다. 그리고 셋 중 오른쪽, 그러니까 동쪽에 있는 길을 가디언이 있는 방으로 이었다. 사람이란 동물은 긴장 속에선 저도 모르게 왼쪽으로 향하는 버릇이 있으니까 될 수 있으면 속도를 늦추기 위한 꼼수였다.


그렇게 설계가 끝나자 길드에서 솜씨좋은 채굴꾼을 붙여줬고 던전 몬스터인 고블린 셋이 조공으로 함께했다. 덕분에 복도를 확보하는 것은 빨리 끝났고 채굴꾼이 파놓은 벽을 미장이들이 따라가며 벽을 마감하고 있었다. 보고받은 바로는 오늘 중에 작업이 끝난다고 한다. 지원금이 빡빡해서 빛을 잘 반사하지 않고 튼튼해서 전통적으로 쓰인다는 구운 벽돌 대신 진흙을 섞은 흙을 써서 작업 속도가 빨랐다. 보기엔 비슷해보여도 파손이 잘 되서 나중에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니아가 반대했지만 흙벽은 별다른 가공없이 설치한 후에 굳히기만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애초에 굴을 판 지형이 흙 기반이었기 때문에 진흙만 잘 엉겨 바르면 간단히 시공이 되었다. 지부장은 시공비와 던전 오픈일을 감안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납기 준수는 중요하지. 한때 공장에서 알바를 제법 한 나도 그건 이해했다. 심지어 그때 내가 일한 공장의 벽에는 "납기는 목숨이다."라는 표어가 빨갛게 적혀있곤 했다. 아유, 생각하다보니 너무 멀리 갔네.


나는 떠오른 조감도에서 세 갈래로 갈리는 복도의 시작점을 가리켰다.


"제 계획이 맞아 들어가려면 이 복도에서 간단한 트랩이 있어서 공략 인원들이 함정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천천히 이동하게끔 하는 게 필수입니다. 더불어서 왼쪽 문을 선택하게끔 유도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구요."


지부장도 그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오픈일 전에 PQ파티가 테스트 공략을 해야하니 사실상 오늘 설치를 마무리하고 내일이라도 작동을 확인하고 PQ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돈도 안되는' 특근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돈이 안된다는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지부장은 난감한 듯, 니아를 바라보았지만 니아는 '뭐 어쩌라고?'의 눈빛이 담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지부장은 긴 한숨을 쉬었다. 던전의 오픈일같은 일정은 사실 길드의 운영과 마케팅적인 측면이 크기때문에 던전 측, 그러니까 니아나 체 이사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니아는 이미 며칠 전 부터 그 점을 나에게 주지시켰다. 덧붙여, 체 이사는 돈이 없다는 점도 몇 번이나 상기시켜줬다.


"그, 그러시면 추가 근무 비용은 저희쪽에서 부담하겠습니다."


10년만에 들어온 대목을 놓칠 수 없는 지부장은 몸이 달았는지 먼저 제안을 했다. 그럴 줄 알았지! 그렇지, 니아? 나 잘한 거 맞지?


"아, 그러시면 우리도 이야기하기가 쉽죠. 지부장님이 역시 큰일 하실 분 답게 결단이 시원시원하시군요!"


니아는 박수를 치며 지부장의 결정을 지지하며 허공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왔다. 하, 역시. 비지니스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이것은....?"


지부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니아가 꺼내 온 서류를 보며 말했다.


"앞으로 던전 관련으로 마스터의 특근이 생길 경우, 길드에서 추가 수당을 부담한다는 계약서입니다. 시간당 10실버로 저렴하게 책정했어요."

"으음......"


지부장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서류에 서명을 했다. 서류는 빛을 내며 정상적인 계약이 맺어짐을 확인하고 니아의 손짓에 의해 다시 허공 중에 사라졌다. 100실버가 1골드니까 10실버면 시간당 4만원! 이런 남는 장사가 어디있나! 나는 니아에게 엄지를 세워 업무 역량을 평가해주었다.


"좋습니다. 그럼 트랩이 도착하는데로 설치하고 테스트하도록 하죠."


나는 수당을 왕창 뜯어낼 생각에 미소를 띄며 물었다. 그러나 지부장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음. 설치만 감독해주시고, 테스트는 내일 출근하셔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바쁜 거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너무 급하게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하."

".....쳇."


나는 금새 표정을 구겼다. 카이가 옆에서 킬킬거렸다.



작가의말

챕터 3.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펜든너구리입니다. 24.09.05 6 0 -
28 챕터 3. PQ (14) 24.09.05 5 0 14쪽
27 챕터 3. PQ (13) 24.09.04 4 0 22쪽
26 챕터 3. PQ (12) 24.09.03 4 0 14쪽
25 챕터 3. PQ (11) 24.09.02 7 0 17쪽
24 챕터 3. PQ (10) 24.08.30 10 1 17쪽
23 챕터 3. PQ (9) 24.08.29 10 1 17쪽
22 챕터 3. PQ (8) 24.08.28 10 1 16쪽
21 챕터 3. PQ (7) 24.08.27 10 1 15쪽
20 챕터 3. PQ (6) 24.08.26 11 1 17쪽
19 챕터 3. PQ (5) 24.08.23 12 1 15쪽
18 챕터 3. PQ (4) 24.08.22 12 1 15쪽
17 챕터 3. PQ (3) 24.08.21 13 1 13쪽
16 챕터 3. PQ (2) 24.08.20 14 1 14쪽
» 챕터 3. PQ (1) 24.08.19 13 1 19쪽
14 챕터 2. 가디언 선발 (9) 24.08.16 16 1 12쪽
13 챕터 2. 가디언 선발 (8) 24.08.15 15 1 20쪽
12 챕터 2. 가디언 선발 (7) 24.08.14 17 1 14쪽
11 챕터 2. 가디언 선발 (6) 24.08.13 22 1 19쪽
10 챕터 2. 가디언 선발 (5) 24.08.12 19 1 20쪽
9 챕터 2. 가디언 선발 (4) 24.08.10 21 1 12쪽
8 챕터 2. 가디언 선발 (3) 24.08.09 18 1 14쪽
7 챕터 2. 가디언 선발(2) 24.08.08 21 1 14쪽
6 챕터 2. 가디언 선발 (1) 24.08.07 23 1 21쪽
5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5) +1 24.08.06 28 1 17쪽
4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4) 24.08.05 31 2 17쪽
3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3) +1 24.08.04 34 2 20쪽
2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2) 24.08.04 48 2 22쪽
1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1) 24.08.04 66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