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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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든너구리
작품등록일 :
2024.07.16 19:24
최근연재일 :
2024.09.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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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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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3. PQ (8)

DUMMY

초가 켜진 테이블 근처에서 잠시 장비들을 정리한 크롤러들은 혹여 모를 다른 위험에 대비하듯 차분히 반대편 문으로 다가갔다.


"마스터가 마지막에 지원을 하는 것 같던데?"


윌리엄이 손목 부근을 어루만지는 것을 보던 아르센이 물었다. 윌리엄은 오른쪽 손목을 빙글 돌려보더니 말했다.


"버프를 좀 받는 것 같더군. 너무 늦었지. 처음부터 버프를 받고 전투했다면 우리도 피해가 있었을 지도 모르네."

"아니 그 정도라고?"

"리더인 저 고블린 정도만 말이네. 그쪽 어린 고블린들은 버프가 의미있진 않을 것 같아."


두 남자의 이야기에 리링이 끼어들었다.


"혹시 교생실습 나왔어?"

"......."


이내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아우, 저 마법사 맘에 안드네!"


실제로 나는 그들의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 마지막에 고리더가 붉게 빛난 건 틀림없이 내 마법이었다. 내가 내린 버프였다. 그가 좀 더 빠르게, 좀 더 강하게 싸우길 바라는 진심이 그를 도왔었다. 앉아서 그들이 싸우는 걸 보며 응원이나 하는 관중이 내 역활이 아니었다. 나는 감독이었다. 전략과 전술을 짜고 함께 호흡하며 함께 싸우는 감독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죠. 그리고 저 내용은 이미 이 전에 다 말씀드린 내용인데요."

"알아. 알지만, 좋은 이야기는 몇 번 더 들어도 괜찮잖아?"

"학습의욕은 좋지만, 지금은 공부시간이 아니에요."


니아는 던전 조감도를 최대로 확대하며 말했다.


"이제 저 사람들이 왼쪽으로 움직이길 진심으로 바라셔야 할 차례라구요."


두번째 문이 열렸다. 문 밖의 복도는 몇 걸음 앞의 사거리까지 조명이 충분했다. 윌리엄이 우선 마력 감지를 돌렸다. 별다른 게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앞서처럼 아르센이 파티 선두에서 인원들을 이끌었다. 조명이 밝아서인지 탐지에 나온 게 없어서인지 아까처럼 조심스럽게 이동하진 않았다.


"교차로인가?"


크롤러들은 갈림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크롤러들은 잠시 좌우를 살피더니 왼쪼 길에 있는 슬라임을 확인했다.


"저기 슬라임이 하나 있는데?"


아르센은 돌아서서 고개짓으로 가리켰다. 윌리엄과 리링 역시 고개를 끄덕인 후 각자 의견을 내었다.


"왼쪽 복도에만 슬라임이 혼자 있다니. 슬라임을 보통 하나만 배치하는 경우가 있을 리 없으니 틀림없이 함정이네."

"동감이야. 슬라임 하나에 속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생각보다 분별없는 마스터네."


그들은 과감하게 내 생각을 무시하고 짓밝고 어깃장 놓기 시작했다. 젠장! 이러면 안되는데? 어쩐지 니아의 시선이 차가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차마 확인조차 하고 싶지 않을 만큼!


"그럼, 다른 쪽 먼저?"


아르센은 곧바로 오른쪽 복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윌리엄은 고개를 저었다.


"이 던전의 마스터는 보기완 달리 치졸하고 약삭빠른 이에 틀림이 없네. 입구부터 깔아 둔 납석하며 고블린 습격조에 섞인 어린 고블린들 하며. 하는 짓이라곤 하나같이 어리석고 치사하며 경험없는 초짜들을 상대하기 위해 갖은 수법을 아끼지 않고 있어."

"어.... 아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욕먹을 일이 었어? 그냥 오갈 데 없는 애들 거둔 것 뿐인데?"


당황한 나머지 터져나온 혼잣말에 니아 역시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삼형제여서 어쩔 수 없었다구!


"그런 이가 생각한 거라면 뻔하지. 왼쪽 길에 슬라임을 두고 함정을 매설 한 이유는 저 쪽 길에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겠지."

"나도 동감이야."


리링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아르센만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의견을 물었다.


"그럼 왼쪽 길이 가디언 룸으로 이어진다는 건가?"


오, 그렇지! 그거야! 정확히 내 생각이야! 나는 턱을 들며 니아를 보았다. 눈이 똥그래진 니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들의 대화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확인할 길은 하나 뿐이지."


윌리엄은 왼쪽 복도로 돌아섰다. 차분히 길을 살피며 몇 걸음 이은 그는 바닥에 손을 짚고서 마력 감지를 시도했다. 제발, 걸리지 마라. 걸리지 마라. 이것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서 그의 마력 감지가 실패하길 진심으로 바랬다. 팔찌가 붉게 빛났다.


"응?"


눈을 감고 마력선을 감지하던 윌리엄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뭔가 있는 모양인데, 마력선을 찾을 수가 없군. 강력한 재밍이 걸려있어."

"감각을 예리하게 하는 버프를 걸어 줄까?"


리링이 지팡이를 내밀었다. 윌리엄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 재밍이 내 주문을 방해하는 거라면 도움이 되겠으나 그게 아닌 것 같군. 복도 전체를 대상으로 탐지 결과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마법이 걸려있어. 마법적인 탐지는 안될거야."

"함정 그 자체를 감지하는 스킬이라면?"

"패스파인더 같은 고유 스킬이라면 결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쪽 계통이 아니라 장담하기 어렵군."

"그냥, 함정 같은 게 없을 수도 있는 거 아냐? 복도 전체에 마법을 걸다니, 그렇게 대량의 마나를 겨우 함정에 소비한단 말야?"


아르센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리링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처음 던전을 맡은 마스터니 마나 관리를 못할 수도 있어. 아니면, 설마하니 아무리 무능하다고 해도 함정도 없이 고작 슬라임 하나로 우리를 막아서려고 한단 말이야?"

"그......건 아니지만. 뭐 암튼 알았어. 루트 탐색은 윌리엄 몫이니까 따르지."


서로 간에 합의가 끝난 그들은 아르센이 앞서고 뒤에 윌리엄, 그리고 마지막에 마법사인 리링이 일렬로 서서 천천히 왼쪽 복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나는 만면에 미소를 떠올렸다. 좋아. 여기서 윌리엄의 마법을 막아 낸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거군. 아무튼 간에 여기까지는 예상한대로다!


"마력 탐지를 막아 낸 덕분에 의외의 결론을 내리는 군요. 다행이에요."


끝까지 안믿었구나, 니아?


통! 통!


슬라임은 천천히 다가오는 크롤러들을 보면서도 꼼짝안고 가볍게 통통 튀어 오르며 선두에 선 아르센을 빤히 바라보았다. 눈싸움이라도 하듯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오던 아르센은 갑자기 멈춰서곤 윌리엄에게 물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저 슬라임 보통 보는 슬라임하고는 많이 다른데?"

"어떤 점이?"

"우리가 다가오는데도 도망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빤히 나를 바라보는 것도 그렇고."

"도망치지 않는 건 좀 이상하다만, 바라본다고? 자네가 보고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가?"

"그런가?"

"애초에 슬라임을 이렇게 일 대 일로 바라 본 적이 있는가?"

"그거야..... 없지?"

"사실 우리는 슬라임에 대해 잘 모르는 건지도 모르네."


윌리엄의 낮은 저음이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으니 신뢰도가 얼마나 올라가는 지. 듣고 있는 나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런, 이거 사실 소리 마법같은 건가? 그러나 우리 넥 슬라임스는 그딴 소리 마법에 홀리지 않고 여전히 다가오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가볍게 통통 튀어 올랐다.


"이제 슬슬 물러나자."


나는 마스터로서 의지를 담에 넥에게 말했다. 역시 이 전언의 방법은 유효했다. 넥은 통통 튀며 슬쩍 뒤로 빠졌다. 그리고 그 행동을 감지한 아르센과 윌리엄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경계심을 올리며 사방을 살피며 천천히 이동했다. 틀림없이 뭔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아니, 뭐 이렇게까지 조심하는 거야? 목표는 리링이었기에 조금 더 깊이 그들을 끌어들 일 필요가 있었다.


"계속 따라오겠지?"

"질문하는 건가요?"


니아의 반문에 살짝 고민했다. 지금 난 누구에게 묻고 있는 걸까. 마스터는 난데. 일하자. 일!


"좋아. 넥!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넥은 통통 튀어오르는 힘을 높여 조금 더 높이 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그 힘으로 한번에 깊숙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과감한 무빙에 당황한 아르센이 저도 모르게 따라 나와 순식간에 그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아르센! 뭐하는 건가? 함부로 따라 붙으면 안되네!"

"아, 미안. 튀는 걸 보고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동기화되버렸네."

"어디서 뭐가 터져 나올 지 모르네. 마스터의 성격으로봐서 아주 고약한 덫이 있을지도 몰라."

"그래, 아주 그냥 고오약한 덫이다, 이놈들아!"


말끝마다 나를 인성파탄자로 만드는 윌리엄의 지적에 나는 하릴없이 버럭했다. 니아가 재밌다는 듯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지도에 크롤러들의 위치를 수정했다. 그녀의 지도에서 크롤러들은 덫의 위치에 한 없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자, 앞으로 한,두 걸음만 더 들어오면 될 것 같은데? 자세를 낮추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는 선두 두명과 달리 키도 크면서 후방에 안전이 확보된 안전한 곳만 전진하고 있는 아오자이를 입고 귀여운 척 하는 까칠한 마법 소녀가 목표다. 조금 만 더 들어와라.


"슬라임을 먼저 없애는 건 어떤가?"

"야! 그건 안되지!"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르센은 뭔가를 듣기라도 한 듯 허공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깜짝 놀란 나는 서둘러 입을 막았다. 다행히 뭔가를 들은 것은 아닌 듯, 이어서 벽을 보고 바닥도 살펴보는 일련의 경계 행동이었다.


"아냐, 일단은 어울려 주자. 아마 이 부근에서 함정이 발동될 것 같아. 슬라임을 먼저 없애면 함정과의 거리감에 오히려 혼돈이 올거야."

"함정에 대응하려는 건가?"


아르센은 몸에 투기를 끌어 올렸다. 증기같은 희끄무레한 연기가 그의 몸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한 번 해봐야지. 어지간하면 순간 대응할 수 있을거야. 마스터가 아무리 악랄해도 이제 데뷔하는 던전의 함정인데 내가 속도에서 밀리기야 하겠어?"


입만 열면 나를 비방하기 나쁜 놈들. 두고보자. 결심을 한 남자들이 슬라임을 보며 거리를 조심스래 좁혀 들어왔다. 그들은 이 부근에서 함정이 발동한다고 확신한 듯 더욱 자세를 낮추고 숨도 죽인 채 발끝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뒤에 선 리링은 그러거나 말거나 허리 꼿꼿히 세운 채 한걸음 성큼 다가왔다.


"넥! 지금이야!"


나는 벌떡 일어섰다. 넥이 최대한 높이 도약하며 바로 뒤에 있던 기관이 있던 자리로 뛰어내리는 순간, 아르센의 기합이 터져나오며 내 목소리마저 잡아 먹었다.


"합!"


투기의 파동이 그의 정권지르기를 따라 쏟아지며 넥을 덥쳤다. 그리고도 한참을 돌진한 투기의 파동은 복도 벽을 파고들어 파헤치고서야 사그러들었다. 진홁벽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뭐, 뭔가? 갑자기?"

"뭐, 뭘 한거야 갑자기?"


윌리엄과 나는 동시에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아르센을 보았다. 호흡을 갈무리한 아르센은 멋쩍게 말했다.


"아니, 저 슬라임. 방금 갑자기 나한테서 시선을 떼더라고. 분명 뭔가 하려고 한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공격했네."

"그런가? 뭔가 속셈이야 있으리라고 보지만, 함정의 지표로 두고 반응한다는 계획에는 어긋나게 되었군."


차분히 상황을 분석하는 두 사람에게 뒤에서 리링이 말했다.


"놀랬잖아. 그래서 뭔데? 괜찮은 거야?"


덜컹.


갑자기 기관이 작동되었다. 어라? 산산조각난 슬라임 조각들이 꾸물꾸물 기관 근처로 모여들며 마력선을 건드린 것이다. 넥, 너 이 자식, 남자구나? 이럴때가 아니지. 나는 서둘러 리링이 있는 자리를 보았다.


콰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필시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정확히 리링의 목을 물어뜯은 채 바닥에 나뒹구는 찰코와 찢겨진 목에서 흘러내리는 피에 밝은 아오자이가 검붉게 물든, 리링이란 이름의 마법 소녀였던 몸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 잔혹한 모습에 나는 고개를 돌려보렸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정말 말도 못할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리링!"

"이런!"


성공했다. 생각과 달리 뭔가 엄청 돌아왔지만 아무튼 성공했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정말로 내가 사람을 죽였다. 나의 의지로 죽인 것이다.


"팀장님! 제대로 성공해냈어요!"


내 굳은 표정을 못 본 건지 니아가 다가와 손을 잡아 주었다. 나는 손을 떨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굳은 얼굴을 본 니아는 내 감정을 느낀 듯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당황하지마시고 심호흡하세요. 두려워 하시면 안되요. 팀장님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하신 거라구요. 잘못된 게 아니에요. 겁내실 필요없어요."

"........."


그녀의 손길이 부드럽게 등과 어깨를 토닥인다. 엇박자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곧게 서 있던 리링이었던 몸이 바닥에 내려앉는다.


가득 찬 와인잔이 쓰러지듯 붉은 피가 바닥으로 넘쳐 흘렀다. 구토가 올라왔다. 마나가 요동치며 속이 꼬였다. 무언가의 임계점을 알리는 삐! 하는 경고음이 머리 속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숨이 제대로 안쉬어져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억지로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반대로 너무 많이 숨을 쉰 모양이다.


눈 앞이 하얗게 번져갔다. 심장이 두근거림을 넘어 폭발할 것 처럼 쿵쾅거린다. 그 눈 먼 눈부심과 뇌를 파고든 날카로운 이명, 폭발하려는 거친 박동을 뚫고 니아의 목소리가 기상 나팔수의 소리처럼 아스라이 어디선가 울렸다.


"정신차리세요! 마나를 다스리지 않으면 버닝이 일어날 거에요. 이전 세계가 발산하는 피어에 넘어가시면 안되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 니아의 음성이 점차 또렷해지더니 머리 속으로 파고들어 이명을 밀어냈다. 그녀의 손 끝에서 요정가루가 반짝이고 심장의 박동이 잦아들었다. 천천히 눈부심이 가라앉았다. 방황하던 마나가 길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 떨림이 멎고 정신이 들었지만, 돌연히 가라앉아 차분해진 이성은 이 비정상적인 죄책감의 해소에 낯설어했다.


"공포 제거 주문같은거야?"


나는 마른 세수를 했다. 비싼 청심환이라도 먹은 것 같았다. 태풍이 지나간 날의 깨끗한 하늘과 그 아래 초토화 된 거리처럼, 맑은 정신과 그럼에도 당황스러운 현실의 간극은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강력한 존재일 수록,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을 압도하는 기운을 발산하는 존재들이 있죠. 아시다시피 그런 기운을 피어라고 해요. 그리고 가끔은 세계 그 자체가 의지를 발현하고 존재감을 드러낼 때도 있죠. 합리를 넘어선 당위의 강제.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이를 해치면 안된다.' 는 식의 명제는 팀장님의 세계가 발산하는 피어의 부스러기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건 이쪽 세계에 이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것을 깨닫고 이겨내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어요."

"........"


그게 무슨 말이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소리 칠 만한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맞는 걸까?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는 게 세계가 발산하는 피어일 뿐이고 심지어 여기서는 그런 게 없다고? 그게 맞다고?


감정은 정리됐고 머리 속도 상쾌해졌다. 틀림없이 조금 전 불안정한 상황을 벗어났다. 다만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나는 아무런 속죄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마법으로 피어를 넘어 진실을 깨달았으니 괜찮다고, 사람의 목숨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니아는 말하는 건가?


던전 안에선 리링의 시체가 고깃덩이마냥 쓰러져 있다. 나보다 더 놀랐을 것 같은 나머지 크롤러들은 생각과 달리 상당히 담담했다.


"천장에서 내려온건가?"

"기관이 작동한 방식과 위치를 봤을 때 틀림없이 리링을 노린 거군."

"허를 찔렸군. 역시 보통 악독한 마스터가 아니라니까."


두 사람은 잘린 머리를 앙 다물고 있는 찰코를 발로 툭 건드려서 벽 쪽으로 밀고는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동료를 향한 애도는 없었다. 당연할 것이다. 그녀도, 고블린들도 죽은 게 아니다. 죽음이라는 형태를 취하고서 던전에서 탈락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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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챕터 3. PQ (2) 24.08.20 14 1 14쪽
15 챕터 3. PQ (1) 24.08.19 12 1 19쪽
14 챕터 2. 가디언 선발 (9) 24.08.16 16 1 12쪽
13 챕터 2. 가디언 선발 (8) 24.08.15 15 1 20쪽
12 챕터 2. 가디언 선발 (7) 24.08.14 17 1 14쪽
11 챕터 2. 가디언 선발 (6) 24.08.13 22 1 19쪽
10 챕터 2. 가디언 선발 (5) 24.08.12 19 1 20쪽
9 챕터 2. 가디언 선발 (4) 24.08.10 20 1 12쪽
8 챕터 2. 가디언 선발 (3) 24.08.09 17 1 14쪽
7 챕터 2. 가디언 선발(2) 24.08.08 21 1 14쪽
6 챕터 2. 가디언 선발 (1) 24.08.07 23 1 21쪽
5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5) +1 24.08.06 28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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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2) 24.08.04 48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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