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펜든너구리
작품등록일 :
2024.07.16 19:24
최근연재일 :
2024.09.05 19: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512
추천수 :
28
글자수 :
211,382

작성
24.08.10 21:01
조회
20
추천
1
글자
12쪽

챕터 2. 가디언 선발 (4)

DUMMY

"휴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마나를 감아 바닥에 쌓아서 박스처럼 접어 올린 후에 위에 앉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익숙해지자 손에 닿는 감각과 떠오르는 생각들로 마나를 다룬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이제 가디언이 되는 건 없는 얘기?"


추위를 타는데다 감기가 걸린 것 부터 탈락이지만, 싸울 줄도 모르는 나한테 제대로 맞았다는 시점에서 실격이다. 마나를 쓰긴 했다만, 그렇게 따지면 마법사한테 물리력을 밀린 거 잖아? 이건 진짜 언어도단아니냐?


"더 할 수 있소!"


코를 닦던 카이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니아가 말한 '절대 질 수 없는' 이유를 알아버렸다.


"미안한데 나 각성한 것 같아서 말야."

"각성이라구요?"


나는 헌껏 가슴을 펴고 다리를 꼬았다. 명절에 조카들이랑 탁구치고 압도적이로 이긴 후 지었던 그 표정이 그대로 올라왔다. 꼬꼬마 잼민이들이 우는 바람에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맞긴했지만 지금은 엄마가 없으니 날 말릴 순 없다. 턱을 들고 녀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정말 너한테 승산이 없다는 거지."

"우리 백호족은 죽기 전까진 패배를 인정하지 않소!"


카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오호, 한 번 더 해보자는 거지? 좋다 이거야. 안 그래도 이 마나 사용법을 한 번 더 써보고 싶었다고! 어디까지 가능한 건지, 무엇까지 변형가능 한 건지, 얼마나 강력해지는 건지. 맛을 보자 끝을 알고 싶어졌다고!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초능력. 아니 마나. 마나 적성자였다고!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다른 게 평범했던 것은 오늘날 이 시점의 마나로 인생 역전을 이루는 나를 위해서 였던 것 아닐까? 나는 카이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까지. 그만~."


일촉 즉발의 상황, 자리에 앉아 있던 카이마저 일어서며 자세를 잡자, 우리의 소요를 보고만 있던 니아가 사이에 들어와서 양 팔을 뻗었다. 표정은 미소였지만, 거기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여전히 이방인. 가이드의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지.


"쳇. 운 좋은 줄 알아, 너."


나는 들어 올리던 마나를 다시 접어서 상자처럼 쌓은 다음 위에 앉았다. 역시, 포근하다.


"카이 씨. 제가봐도 카이 씨는 아직 수련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백호 족이 아무리 육체의 수준이 높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마나의 파훼법도 몰라서는 곤란하죠."

"아.... 그, 그게, 감기 때문에......"


그게 감기랑 뭔 상관이야? 나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성인식 중이라고 했던가요? 던전의 가디언이 되려면 일단 성인식을 마치고 한 명의 전사가 되어야 될 것 같아요."

"성인식 과제도 감기때문에 지금 곤란한 상황입니다. 에, 에취! 이 놈의 감기때문에......"

"야야, 감기걸린 게 무슨 유세냐? 뭐 전부 감기때문이래?"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비아냥거렸다. 매섭게 나를 노려보는 그를 가리며 니아가 우리 사이에 다시 섰다.


"감기야 물론 힘들겠지만, 성인식이란 게 우수한 결과보다 우수한 과정을 보는 게 아니였나요? 감기때문이라고 핑계대고 회피하는 게 백호족의 정신은 아니겠죠?"

"......."


카이는 축 쳐진 어깨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식이 니아가 하는 말에는 고분고분하네. 훌쩍이는 녀석을 놔두고 니아는 설산보다 차갑게 돌아섰다.


"자, 그럼 저희는 백호족 마을로 갈까요?"

"여, 여왕님! 저희 마을에서 가디언을 찾으실 겁니까?"

"팀장님의 마음에 드는 가디언이 있다면요."

"저, 저, 저를 봤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물어봐도 모른다고 해 줄게."


나는 조카들과 헤어질 때, 일부러 다가가 눈을 보며 인사하듯,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그에게 안녕을 고했다. 녀석이 어금니를 보였지만 정말 이젠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바닥에 깔아 둔 마나를 들어 롱패딩처럼 둘러 입고 니아 곁에 섰다. 잠시 롱패딩 형태를 생각했을 뿐인데, 팔 길이까지 정확히 맞았다. 눈 밭이고 하니 하얀색이면 좋을텐데.


"그럼 제대로 된 전사가 있나 찾아보자. 감기도 안 걸리고, 마나도 이겨 낼 수 있는.."

"그래요."


니아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카이를 무시하고 돌아섰다. 니아가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어이없었나 보다. 여전히 은은한 초록빛이 감도는 그를 잠시 본 나는 서둘러 그녀를 뒤따라 공터 안, 숲 길로 들어섰다.


**********


"그런데 처음부터 마을로 바로 공간이동하면 편할 걸 왜 항상 어중간 한 곳으로 오는 거야?"


공터 안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좀 더 들어가자 나무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울타리가 나타났다. 그 울타리를 따라 이어진, 어설프지만 눈을 치우고 다져진 길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 울타리 바로 아래 쌓인 눈을 일부러 밟으면서 걷던 니아는 내 쪽으로 눈을 차더니 말했다.


"저도 여기 와본 건 아니니까요. 지도를 보고 대충 이동하는 이상 근처로 오는 게 당연하죠!"

"아, 그래?"


우리 세상으로는 어떻게 온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질문을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 나뭇가지를 엉성하게 이어붙인 나무문을 지키는 하얀 호랑이들이 보였다. 아까 공터에서 본 카이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살짝 겁먹은 나와는 달리 니아는 달려가 물었다.


"안녕하세요? 백호 족 마을인가요?"

"응? 누구시오? 요정?"

"어라? 이 냄새는....여왕인가?"


문지기 중 하나가 니아에게 코를 벌름거리며 말했다. 아까 카이도 그렇고 늑대들도 그렇고. 니아에게서 뭔가 특별한 냄새가 나는 건가? 분명 꽃향기같은 게 나긴 하지만 그걸로 요정 여왕을 특정할 수 있는 건가?


"뭐? 요정 여왕이 왔다고?"

"요정 여왕? 진짜?"


호랑이들은 자기들끼리 니아의 냄새를 맡더니 서로 달려들며 왁자지껄 호랑이들을 끌어모았다. 얼기설기한 나무문이 부러질 듯 활짝 열렸다. 잠깐 사이에 엄청난 수의 호랑이들이 달려나와 나아를 둘러쌌다.


"잠깐, 잠깐만요!"


당황한 니아의 목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이미 보이지도 않는다. 이건 어떻게 해야되지? 더구나 나는 전혀 없는 사람 취급인데?


"저, 죄송합니다."


일단은 용기내서 말을 건내 보았다. 하지만 커다란 덩치와 버금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전해지지 조차 않은 것 같다. 호랑이들은 내가 니아의 짐꾼이나 매니저인 마냥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불끈불끈 솟은 그들의 근육에 가려져 내미는 손은 닿지도 않았다.


"오, 요정 여왕이라니!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마나가 상쾌한 냄새야!"

"꺄악! 그, 그만 하세요!"


응? 어디 일본에서 노망난 아재들이 코스프레 하는 아가씨들을 둘러싸고 냄새맡는 듯한 모양새가 펼쳐졌다. 뉴스나 쇼츠로 봤을 때도 불쾌했는데, 실제로 이런 상황을 보니 토가 나올 지경이다. 나는 어떻게든 니아를 구해내려고 달려들었지만, 파리쫒는 소가 꼬리 흔드는 것 처럼 간단히 내쳐졌다.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야!"

"어깨 결린 게 없어졌어!"

"이, 이익!"


응? 응? 내용이 변했다. 변태 아저씨들의 모임이 갑자기 근처 의료원에 신기기 나왔다가 모이는 할머니들이 나눌 법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 집 용하네, 라는 말가지 나올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다시 한번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스크럼이 어찌나 단단한지 이 팀을 제끼고 터치다운 하는 건 요원해보인다.


"팔에 상처가 나았어!"

"배고픈 게 가셨어!"


점차 내용이 변하더니 이젠 니아가 만병 통치약처럼 다뤄지는 것 같다. 이러다 이거 저녀석들 니아를 잡아 먹는 거 아냐? 호, 호랑이니까 진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여간에, 내가 언제봤다고 몬스터라고 불리는 것들을 뭔가 신성한 동물처럼 생각했지?


"팀장님! 도와줘요!"


니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어딘가 들리긴 하는데, 동네 잔치라도 벌어진 듯 떠드는 호랑이 틈에 끼어든다는 게 심리적으로 참 어렵게 느껴젔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나는 두르고 있는 마나를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마나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정념으로 할 게 뭐지? 웅성대는 호랑이들 등을 보며 나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콜라를 잔뜩 먹은 듯, 청량감이 몸을 휘감았다.


"물러서!!!"



후드득.


근처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일제히 쏟아지고 엉성한 나무문이 촘촘해지며 쭈그러들었다.

소란스런 소리 외에도 멀리서 아스라이 들려오던 숲의 소리가 일순 멈췄다. 삐쩍 마른 가지를 비집고 들어오던 햇볕도, 마른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도 멈췄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경외의 사자후. 가장 순도높은 마나의 울림이 콜라를 먹은 직후의 트림처럼 순간적으로 터져나왔다. 그리고 숲의 색이 반전되며, 모든 것이 색을 잃었다.


"........."

"어? 어?"


호랑이들의 숨소리마저 멈췄다. 한마디, 한마디마다 꿈틀대던 근육들이 얼린 고기마냥 멎었다. 스쳐가는 바람이 빼곡한 나무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며 소리높이는 곡성도, 쏟아지는 햇살에 그렁그렁해진 나뭇잎 위의 이슬도 멈췄다. 하얗게 쌓인 눈밭이 솟구치며 만들어낸 무릎 아래의 눈보라도 그쳤다. 그렇게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순간, 나조차 놀라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시간이, 두어번 지났다. 갑자기 세상에 색이 돌아오고, 바람이 불고, 햇볕이 쏟아졌다. 새가 지져귀고 얼음이 갈라지고, 멈춘 근육이 다시 움직이자 거대한 호랑이들이 무릎아래 거대한 눈보라를 일으키며 일제히 니아에게서 떨어져 나를 보았다.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그 안광에 이번엔 내가 얼어 붙었다.


"방금, 당신인가?"


그 중에서도 머리 하나는 더 큰 호랑이가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 등 뒤로 쏟아지는 햇살을 가리며 나선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 쳤다. 나풀거리는 천조각 같은 바지였지만, 특별한 위치에 있는 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묘한 모양으로 꼬인 황금빛 벨트를 하고 있었다. 그 호랑이는 나를 따라 다시 한 걸음 쫒아오며 물었다.


"요정 여왕보다도 정순한 마나. 던전의 마스터인가."

"아, 예."


낮게 그르렁거리면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 자체에 실린 힘에 압도된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심지어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이건, 백호족의 어떤 피어인 건가? 단순 위압감에 눌린 건가? 자이언트 울프가 정리해 준 버프가 끝나서 압도 당한 건가? 고개를 숙인 채 수많은 생각이 오가는 사이 그가 말했다.


"맛있군. 그대에게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팀장님!"


의미도 모르는 말에 대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간신히 고개만 들고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하고 있는 내게 니아가 달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니아! 괜찮아? 어, 어디 물리거나 한 건 아니고?"

"네? 아, 네. 물리거나 다치진 않았어요. 그것보다 방금 마나 방출 뭐였어요? 벌써 그렇게까지 마나를 소모해도 괜찮으신 거에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라고, 말을 하자마자 머리 속에서 삐! 하는 소리가 울렸다. 뭐....뭐지? 갑자기 장이 꼬이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추위가 느껴진다. 어라? 내 마나 패딩이 어디.....


"들어오시게. 마스터여. 백호족의 족장, 칸 타하타의 이름으로 예를 다하지."


등을 돌린 호랑이는 새하얀 털을 날리며 무리를 향해 외쳤다.


"문을 열어라! 귀인이 오셨다!"


라는 말을 들으며 시야가 흐려졌다. 어라? 어라? 몸에 감각이 없다. 땅이 왜 솟아 오르는 거지.......? 니아! 니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펜든너구리입니다. 24.09.05 6 0 -
28 챕터 3. PQ (14) 24.09.05 5 0 14쪽
27 챕터 3. PQ (13) 24.09.04 4 0 22쪽
26 챕터 3. PQ (12) 24.09.03 4 0 14쪽
25 챕터 3. PQ (11) 24.09.02 7 0 17쪽
24 챕터 3. PQ (10) 24.08.30 10 1 17쪽
23 챕터 3. PQ (9) 24.08.29 10 1 17쪽
22 챕터 3. PQ (8) 24.08.28 10 1 16쪽
21 챕터 3. PQ (7) 24.08.27 10 1 15쪽
20 챕터 3. PQ (6) 24.08.26 11 1 17쪽
19 챕터 3. PQ (5) 24.08.23 12 1 15쪽
18 챕터 3. PQ (4) 24.08.22 12 1 15쪽
17 챕터 3. PQ (3) 24.08.21 13 1 13쪽
16 챕터 3. PQ (2) 24.08.20 14 1 14쪽
15 챕터 3. PQ (1) 24.08.19 12 1 19쪽
14 챕터 2. 가디언 선발 (9) 24.08.16 16 1 12쪽
13 챕터 2. 가디언 선발 (8) 24.08.15 15 1 20쪽
12 챕터 2. 가디언 선발 (7) 24.08.14 17 1 14쪽
11 챕터 2. 가디언 선발 (6) 24.08.13 22 1 19쪽
10 챕터 2. 가디언 선발 (5) 24.08.12 19 1 20쪽
» 챕터 2. 가디언 선발 (4) 24.08.10 21 1 12쪽
8 챕터 2. 가디언 선발 (3) 24.08.09 18 1 14쪽
7 챕터 2. 가디언 선발(2) 24.08.08 21 1 14쪽
6 챕터 2. 가디언 선발 (1) 24.08.07 23 1 21쪽
5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5) +1 24.08.06 28 1 17쪽
4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4) 24.08.05 31 2 17쪽
3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3) +1 24.08.04 34 2 20쪽
2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2) 24.08.04 48 2 22쪽
1 챕터 1. 이세계 던전에 취업했습니다.(1) 24.08.04 66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