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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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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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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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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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DUMMY

김수호와 그 분대원들이 작전을 나간 도시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낮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몇 보이지 않았다.


“어...”


"웬 군바...군인들이?"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섬칫 놀라며 멈춰 서거나 길을 비켜주었다.

완전 무장한 군인들의 위압감은 그만치 대단한 것이었다.


조용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거리 곳곳에서 폭력의 흔적은 뚜렷했다.

몇몇 건물은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 중이었고 대형마트 같은 곳은 마치 포탄을 맞은 듯 엉망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마트 앞 도로에 일렬로 뉘어진 시신들이었다.

얼핏 봐도 스무 명은 넘어 보였고 혹시 싶어 들어선 마트 안은 피범벅이었다.

자신들이 이곳에 오기 전 상황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그리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울컥하는 피비린내가 비위를 상하게 하는 도중에도 김수호 병장은 담배 몇 갑을 챙겨 넣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한영이 누구를 특정하지도 않고 혼잣말처럼 묻자 김수호가 지나가며 툭 던졌다.


“무슨 일이겠냐? 사람의 본성이 이성을 지배하면 생기는 일이지. 나가보자.”


이동 중 대로의 상황은 많이 나아 보였지만 좁은 소방 도로나 골목길 같은 곳은 달랐다.

아직 수습되지 못한 시신들이 간간이 보였고 피를 흘리며 신음 중인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 구급대나 의무 인원들의 손이 거기까지는 닫지 못했던 때문인 것 같았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김석환이 골목을 돌아서서 가는 도중에 벽에 기대어 있는 한 중년 남자를 발견했다.


그 남자는 누구에게 당했는지 후두부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엉망으로 흩어진 소지품들이 보였다.


김석환이 서둘러 의무 가방에서 급하게 뭔가를 꺼내려고 했다.


"그만 둬!"


이한영이 고개를 흔들며 제지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가자!”


분대장 김 수호가 냉정하고 단호하게 말했고 이 한영이 공영무전망으로 현재 위치와 상황을 보고했다.


어차피 자신들의 임무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고 이미 발생한 일들은 또 다른 임무를 맡은 팀에게 넘겨야 했다.


잠시 망설이던 김석환이 의무 가방에서 아트로핀을 꺼내 그 남자의 허벅지에 주사했다.

김수호도 그것까지는 말리지 않았다.


병사들은 말없이 줄담배를 피우며 계속 거리를 수색했다.

참혹한 인간의 본성을 보자 얼마 전까지 능실거리던 최훈석마저 말이 없는 걸 보고 이한영은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악! 이러지 들 마세요!”


덕송 빌라 근처를 지나던 중 어딘 가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김수호를 비롯한 분대원들이 일제히 뛰어갔다.

대로로 진입하기 전 골목 어귀에 가족으로 보이는 네 사람이 여러 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남자들은 여자 세 명을 끌고 가려 하였고 이를 막으려는 남자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멈춰!”


이한영이 달려가던 탄력을 이용해서 무리들 중 한 명의 얼굴을 날라 차기로 타격했다.


'빡!'


순간 당황한 무리들이 놀라서 어중간하게 서서 행동을 멈추자 김수호가 개머리판으로 다른 한 명의 턱을 돌려 쳤다.


“모두 꿇어!”


김석환이 총을 들이대며 소리치자 이한영과 김수호에게 얻어맞은 두 명을 포함해 여섯 명이 빠른 동작으로 벽을 등지고 꿇어앉았다.


“아빠!”


“여보!”


아내와 딸들로 보이는 세 사람이 집단 폭행을 당하던 남자에게 달려가 안겼다.


“괜찮으십니까?”


이한영이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고맙습니다. 군인들이 어떻게?”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잠시 김수호를 쳐다보던 남자가 말을 이었다.


“저희들은 지하철로 가려고 합니다.”


지하철?


“지금 거리 상황이 많이 위험합니다. 댁에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아닙니다. 걸어서 멀지 않으니 지하철로 가겠습니다.”


얼굴이 엉망이 된 남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지하철은 운행되지 않을텐데요.”


왜 굳이 지하철로 가려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알기로는 오늘 새벽부터 지하철은 운행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다.

임시 열차가 운행 중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고맙습니다. 저희들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사람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커다란 짐 가방을 챙겨 걸어가는 뒷모습을 쳐다보던 김수호가 이한영과 김석환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 모습을 무릎을 꿇고 있는 놈들이 흘깃거렸다.

최훈석이 그 놈들 앞으로 다가서는 것을 김수호는 눈치 채지 못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이한영이 김수호에게 인사하며 네 사람 뒤를 따랐고 김석환도 뒤이어 달려갔다.


김수호가 담뱃불을 붙이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뭔가 찌릿한 예감이 들었다.


‘드드드드드득!’


k2 소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불을 뿜고 있었고 꿇어 앉아 있던 여섯 명이 벽으로 튕겨져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미쳤어!”


김수호가 최훈석에게 달려들며 총신을 뒤늦게 하늘로 쳐들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 된듯했다,


지근거리에서 총탄 세례를 받은 여섯 명은 비명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널브러져있었다.


“야! 이 씨발놈이!”


김수호가 눈이 벌겋게 되어 소리쳤지만 30발들이 탄창을 모조리 비운 최훈석이 새 탄창을 꺼내 들며 말했다.


“왜? 뭐가 잘못됐어?”


“씨발! 지금 민간인들을...”


김수호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최훈석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김병장 눈에는 이것들이 그냥 무고한 민간인들로 보이나?”


최훈석이 멱살을 쥔 손을 뜯어내며 대꾸했다.


“이... 개새끼...”


“내 눈에는 그냥 치워야 할 쓰레기로 보이는데...”


‘철컥!’


김수호가 말을 잇지 못하자 최훈석이 탄창을 끼우고 노리쇠를 전진시켰다.


“이것들 그냥 보내면 또 이런 일이 반복될 거라는 거 뻔하잖아. 우리 임무가 뭐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고한 국민들을 지키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 그냥 거기에 집중한 것 뿐인데 뭘?”


최훈석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골목 입구에는 총소리에 놀라 달려온 이한영과 김석환이 소총을 들어 최훈석을 조준하고 있었다.

흘깃 그 모습을 본 최훈석이 그냥 돌아서 버리자 김수호가 손짓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고 잠시 망설이던 둘은 다시 도로 방향으로 달려갔다.


새 담배를 꺼내 물고 최 훈석의 뒷모습을 보며 지금 당장이라도 저 놈을 쏴버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쩌면...’




'도대체 왜?’


이한영은 의외로 캐리어 같은 것을 끌며 지하철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게다가 짐을 나눠 들고 지하철 역사 아래로 내려가자 마치 러쉬아워를 방불케 하는 사람들이 지하철 철로와 통로 등 모든 곳에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가족, 지인들끼리 몸을 맞대고 앉아 계속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아! 씨발것들! 어지간히 밀려 들어오네!”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욕지거리를 날리며 벌떡 일어난 한 남자가 이한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내 눈치를 보며 제 자리에 앉았다.


“고맙습니다.”


남자가 가방을 열어 쵸코바 2개를 내밀었다.


“아... 괜찮습니다...”


사양하던 이한영이 계속 된 권유에 쵸코바를 손에 받아들고 돌아섰다.


네 가족이 빈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을 본 후 위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지상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한영은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보고서야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혜성이 충돌해 지구가 반쪽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그나마 생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겨우 몇 십 미터 지하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그래도 지상보다는 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이들이 역 광장을 가로질러 꾸역꾸역 밀려오고 있었다.




아까의 상황이 걱정되어 분대장에게 무전을 날렸다.

분대장은 바로 상황실이 있는 육교 밑으로 복귀하라는 말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는 걸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훈석이 얼마나 더 미쳐 갈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드드득!’


‘타타타!’


멀리서 울리는 천둥처럼 도시 곳곳에서 총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점점 더 빈도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어쩌면 미쳐가고 있는 건 최훈석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한영은 별안간 자기 자신도 그 날까지 미치지 않고 임무를 수행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작전이 시작 된 지 삼 일째 되던 날.

이한영의 2분대는 전투식량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수색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3분대가 2분대의 앞을 지나가면서 입대 동기 김철영이 이한영과 눈이 마주쳤다.


“야! 김철영!”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며 불렀다.

그러나 김철영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바로 외면하고 지나가 버렸다.


“저 새끼... 저거...”


일어나 김철영에게 다가가려 던 이한영을 지나가던 4분대장이 손을 끌었다.


“아... 여병장님.”


“가만 놔둬.”


4분대장 여환규가 담배를 꺼내 물며 말렸다.


“쟤들... 지금 제 정신이 아닐거야.”


“네?”


3분대는 어제 두 명의 분대원이 수색하던 지역의 3층 건물에서 날아 온 총탄에 맞아 현장에서 죽었다고 했다.


아마 경찰에게서 총기를 탈취한 민간인의 소행으로 보였는데 한 명은 목에, 한 명은 머리에 맞은 걸로 보아 정확한 조준 사격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눈이 뒤집힌 남은 분대원들이 그 건물로 치고 들어가 건물 안에 있던 이십 여명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가해자는 한 명 뿐이었는데 말이다.


“지금 제 정신으로 작전 수행하는 놈이 있나?”


옆에 앉아 있던 최훈석이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우리 전우가 죽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지.”


최훈석이 이한영을 흘깃 쳐다보며 동의를 구하는 듯이 말했다.


“기억해! 어설픈 감성이 옆의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이한영은 그 말에 동의하지도 대꾸하지도 않았다.

다만 힘없이 축 늘어져 걸어가는 김철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철영아 너도 악마가 되어 가고 있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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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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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4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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