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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9:47
최근연재일 :
2024.09.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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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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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6월 넷째 주 (1)

DUMMY

“그럼 오늘의 게스트를 만나보겠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의 말에 세 사람이 문을 나선다.


또각또각.

“우아! 김소혜다, 김소혜!”

“눈이! 너무 눈부셔!”


프로그램 고정 멤버들의 요란스러운 환영 인사에 김소혜는 과장되게 ‘훗.’ 하고 웃어줬다.

그러면서 왼편을 봤다.


‘소율이는 괜찮나?’


가상 프로그램은 몇 번 나갔지만, 현실 예능 프로는 첫 출연인 남자친구가 긴장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상하네? 눈부심은커녕 어두운 공기가 가득한데?”

찌릿.

“선글라스! 선글라스 주세요!”

“하하, 역시 신소율 씨!”


김소혜와 눈이 마주친 신소율이 요란하게 소리치자 멤버들이 웃으며 반겼다.


진행자가 손뼉을 쳤다.


“네! 오늘의 게스트. 영화배우 정찬영, 김소혜. 그리고 신소율 씨입니다!”


김소혜와 신소율이 참여한 영화 촬영이 끝났다.

영화를 찍었으니 다음 순서는 홍보.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제안이 들어왔고, 주연 배우 두 사람과 단역 배우 신소율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진행자가 김소혜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김소혜 씨, 오랜만입니다. 어째 볼 때마다 예뻐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옆에 서 있던 신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예뻐지다니. 그럼 환갑잔치할 때쯤에는 얼마나 아름다운 주름을, 컥!”


퍽!

옆구리를 부여잡은 신소율을 뒤로하고 김소혜는 아무렇지 않게 호호 웃었다.


진행자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이야! 개인 방송에서 보기는 했지만, 신소율 씨의 얄미움은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깐죽거리는 건 세계 제일이죠.”


김소혜가 옆에서 덧붙이자 신소율은 쑥스럽다는 듯 몸을 배배 꼬았다.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방울 숨바꼭질, 노래 가사 맞추기, 가위바위보 이마 맞기 등.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게임을 진행했다.


촬영 막바지에 도달하자 진행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소율 씨 진짜 대단하네요! 오늘 예능 첫 출연이라고 들었는데, 너무 잘 적응한 거 아니에요?”

“개인 방송으로 쌓은 경험 때문이죠. 시청자분들의 뛰어난 예능감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잘난 모습도 보였으니 이쯤에서 겸손한 장면도 하나 넣었다.


“그거 거짓말이죠?”

“당연하죠!”


오래는 못 갔다.


     *     *


[평평 vs 둥글]

동쪽 바다에서 동쪽으로 항해해, 서쪽 바다로 넘어가라.

제한 시간 : 15일

제한 시간이 지나면 클라라는 거짓말쟁이가 됩니다.


“저기! 이 배의 선장이 있다. 잡아라!”


휙, 휙, 휙.

달려오던 해병들이 갑판을 기어다니는 밧줄에 발목을 잡혀 바다로 떨어졌다.


“내 사랑을 노리다니!”


수중에서 기다리던 클라라와 청새치 기사들이 떨어진 해병을 가볍게 처리했다.


지구과학 이벤트를 받은 지 2주.


가끔 바다 괴물과 해적이 덤벼들었고, 심심하면 해적 깃발을 올려 해군도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


3차 직업 선장으로 전직했고, 던전 손님으로 860레벨의 청새치 기사가 아홉 명이나 있어 편안한 항해였다.


“야, 해군 그만두고 해적이나 하라니까.”

“내 사랑.”


포로로 잡은 해군 장교 둘을 회유하고 있는데 클라라가 다가왔다.


“조금 있으면 정의의 해역이에요. 해적 깃발을 올리고 있으면 위험할 거예요.”

“벌써? 빠르네. 해파리, 깃발 내려. 상어는 이 둘을 지하에 가두고.”


해파리 용병이 돛대로 올라가 공중에서 펄럭이는 해적 깃발을 내렸다.

상어 투사는 포로로 잡은 해군 장교 둘을 지하로 끌고 갔다.


해군의 거점 구역이 모여 있는 바다를 정의의 해역이라고 한다.

당연하지만 다른 해역보다 해군이 자주 등장하고 레벨도 높다.


그렇게 10분 정도 항해하자, 삼각형으로 배치된 큰 섬이 나타났다.


[1군사 교육 섬]

등급 B

공략 조건 2개

탐험 : 던전 탐색 70%

도둑질 : 정의의 깃발을 훔친 후 도주

공략 횟수 4


[2군사 교육 섬]

등급 B

공략 조건 2개

사냥 : 해군 장교 다섯 명

생존 : 해적 깃발을 내건 후 30분 생존

공략 횟수 37


[3군사 교육 섬]

등급 B

공략 조건 2개

술래잡기 : 해군 중령 접촉

숨바꼭질 : 1시간 동안 해군 신병 비접촉

공략 횟수 210


섬마다 뛰어다니거나, 수영하는 젊은 청년들이 보인다.


-신병 훈련 중이네.


군사 교육 섬에서는 해군을 꿈꾸는 주민이 신병 훈련을 받고 있었다.


“플레이어도 입대할 수 있습니다.”


각 섬마다 일주일씩 군사 교육을 받는데, 그 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2차 직업, 해병으로 전직할 수 있다.


“해적이나 선장에게는 없는 유용한 바다 기술을 보유한 직업이죠. 3차 직업인 함장으로 전직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고요.”


해병은 해적선을 검거할 때마다 실적 점수를 얻는데, 점수를 소모해 진급하거나 해병을 고용할 수도 있다.


-군함도 살 수 있어. 겁나게 비싸지만!


미남 해적선이 군사 교육 섬과 거리를 유지하며 지나치는데, 바깥 해역에서 순찰 중이던 군함 한 척이 접근했다.

돛대에 매달린 새하얀 깃발을 보니 해군 소속.


“거기 정지하시오.”


말을 건 사람은 군함 뱃머리에서 정돈된 제복을 입고 서 있는 중년 남성.


“본인은 17함대 77번 군함의 함장, 알카자므요. 경비 임무를 위해 찾아왔소. 무슨 용무로 정의의 해역을 지나가는지 물어봐도 되겠소?”


해군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집단이라서 범죄자가 아닌 이상 무턱대고 공격하지 않는다.

고위직 함장의 질문에도 신소율은 긴장한 기색 없이 대답했다.


“세계 일주.”

“탐험가인가.”


함장은 신소율을 쓱 살폈다.


“현상금은 없군. 섬에 정박해 물자를 실을 생각이라면, 삼 교육 섬 항구가 지금 한산하오.”


4시 나라가 건 현상금은 수르트를 잡고 당연히 취소됐다.


신소율이 범죄자가 아니라서 함장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뒤로 돌았다.

그런데 그때···.


“알카자므 함장님!”


지하로 통하는 바닥 문이 벌컥 열리며, 아까 포로로 잡은 해군 장교 둘이 상어 투사에게 헤드락을 당한 자세로 소리쳤다.


“이 배는 검은 깃발을 사용하며, 저희를 납치한 사악한 해적선입니다!”

“갑판 영역.”

“모두 정렬!”


함장의 외침보다 다섯 줄의 밧줄이 먼저 날아갔다.

신소율의 손짓에 따라 함장의 목, 양팔, 양다리를 노리고 뱀처럼 미끄러지는 밧줄.


“어림없다! 선박 제압!”


하지만 선박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기술에, 밧줄이 늘어진 빨래처럼 갑판에 떨어졌다.


“해적선을 제압해라!”


난간을 휙휙 넘어오는 해병과 해군 장교들을 본 신소율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명령어, 은폐 후 방어.”


침입자를 향해 달려들던 던전 부하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건물과 지형에 몸을 숨기는 ‘은폐’와 일정 범위 안에 들어온 침입자를 공격하며, 현재 장소에서 버티는 ‘방어’ 명령어를 따르기 위해서다.


-안 싸워?

-왜 도망 다님?

-함장 레벨이 높기는 하지만, 청새치 기사도 있으니 싸워볼 만하지 않아?

“10분만 지나면 교육 섬에서 군함 스무 척이 추가돼 던전을 포위할 텐데요?”


여기는 정의의 해역. 해군의 영역이다.


-하긴 남의 집 마당에서 싸우는 건 예의가 아니지.


신소율은 갑판 영역을 사용해 밧줄을 잡고 공중으로 떠오르며 아래로 검을 그었다.


“파도 베기.”


싹둑!

푸딩을 칼로 자른 것처럼 바다가 잘렸다.

사라진 길이만 232m! 폭도 18m나 된다.


“파도 베기! 파도 베기!”


대기시간도 없이 파도 베기를 계속해서 사용했다.

파도 베기에 당한 대상 한 명마다 대기시간이 1초씩 단축되는 효과다.

지금 파도 베기 범위 안에 있는 대상은 어림잡아도 10명이 넘었으니까.


신소율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미남 해적선을 띄워주던 바닷물이 싹둑싹둑 잘렸다.

바닷물이 사라진 공간은 텅 비었고···.


“추락한다! 전 해병! 난간을 꽉 붙잡아라!”


추락하는 갑판 위에서 함장은 서둘러 지시를 내렸지만, 던전 부하들을 쫓아 이곳저곳 흩어진 해병 대다수가 추락하는 배 위에서 구르고 있다.


-오징어들은 잘 버티네?

-이걸 위해 은폐한 듯.


지하 갑판, 여자 기숙사로 올라가는 계단 밑, 돛대 위쪽 등.

다양하게 몸을 숨기고 있던 던전 부하들은 주변을 붙잡고 잘 버티고 있다.


철썩!

짧았던 체공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배가 멈췄다.

다행히 바다가 깊어서 해저 밑바닥이 아니라 수중의 틈에 떨어졌다.


“이, 이건?!”


추락이 끝났다고 안심할 새도 없이, 파도 베기에 갈라진 공간으로 사방에서 바닷물이 쏟아져 내렸다.


“어 푸, 어 푸!”


갑판을 구르다 겨우 일어난 해병 절반이 물살에 휩쓸려 수중으로 떠내려갔고,

남은 해병도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난간에 매달렸다.


해병과 달리 신소율은 태평하게 바닷물에 몸을 맡겼다.


“수중 호흡! 내 사랑! 괜찮아요?”


우아하게 헤엄쳐 온 인어, 클라라가 떠내려가는 주인을 잡았다.


“명령어, 돌격. 얘들아, 함장님 밟아줘라.”


선박 구석구석에 은폐해 있던 던전 부하들이 일제히 헤엄쳐 함장에게 달려들었다.


근처에 있던 해군 장교들이 도우려 했지만···.

퍽퍽퍽!

일방적이다.


물속, 수중이라서 함장을 비롯한 해병은 전투 능력이 감소했지만, 어류 종족인 던전 부하들은 물속에서 레벨이 오른다.


고레벨 청새치 기사들까지 동원해 공격하자, 무려 900레벨의 함장이 고작 2분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보글보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미남 해적선은 점차 해수면을 향해 솟구쳤다.

난파선이 아닌 이상 선실에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배가 가라앉지 않는다.


철썩철썩, 콸콸!

다시 해상 위로 올라온 선박.


“휴.”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신소율은 주변을 살폈다.

아직 갑판 위에 해군 장교 네 명과 해병 여든 명이 남아있지만, 함장이 쓰러지자 곧장 자기들 군함으로 돌아가고 있다.


“도망가는 녀석들 엉덩이를 걷어차 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시간은 없겠네요.”


가까운 2군사 교육섬에서 벌써 군함 열 척이 출항했다.

지금 벗어나지 않으면 포위될 거다.


“던전 기술, 항해 중.”


[던전 기술 항해 중 발동!]

던전 항해 속도 2배

9 : 59


신소율은 해적선의 핸들인 키를 잡으며 명령했다.


“클라라, 세이렌 귀족. 파도를 일으켜서 군함의 이동을 방해해.”

“네! 파도 타기!”

“흥! 나는 긍지 높은 귀족이다. 고작 이런 일에-.”

“군함이 해적선에 닿으면 너만 남기고 청새치들은 돌려보낸다?”

“당장 갔다 오겠소!”


같이 있는 지금도 매일 욕을 먹는데, 혼자 남으면 얼마나 구박받을까!


세이렌 귀족의 필사적인 노력이 통했는지, 미남 해적선은 해군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     *


-쟤네 왜 저래요?

-바보라서 그래.


정의의 해역을 벗어나자, 그때부터 세이렌 귀족과 청새치 기사들이 이상해졌다.


“이, 이대로 가면 바다의 끝인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야!”

“트라이튼 왕이시여!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곧 동쪽 바다의 끄트머리에 도착한다.

테이아가 평평하고, 또 바다의 끝에는 낭떠러지 있다고 믿는 세이렌들은 추락의 공포감에 덜덜 떨었다.


“가지가지 한다.”


신소율은 굳이 해산물들을 위로하지 않았다.


“야, 바닷속에 들어가서 조개 30kg 캐 와.”

“너무 많소!”

“다 너희를 위한 거야. 몸이 편하니 잡생각이 들잖아? 열심히 몸을 움직여 봐라, 그런 생각이 드나.”

“그, 그런가?”


순진한 청새치를 해녀로 돌리고, 정작 신소율은 갑판에서 맥주를 마시며 조개구이를 구웠다.


철썩철썩, 콸콸!

그때 바닷속에서 전봇대 크기의 문어 다리 네 개가 솟구치며, 예의도 없이 미남 해적선 갑판에 발을 올려놨다.


-크라켄이다!

-휘익, 대왕 문어!


문어, 오징어를 닮은 바다 괴물 크라켄이다.

몸집이 고래만 하다.


신소율은 젖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벌써 넘어왔나?”


크라켄은 동쪽 바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바다 괴물이다.

주 등장 해역은 바다 괴물의 천국인 서쪽 바다.


“아니, 청새치 녀석들은 아래에 있으면서 문어가 오는 것도 몰랐어? 이것들 뭐 하고 있는 거야? 클라라.”

“가서 확인하고 올게요.”


던전 주인 옆에서 가리비 조개를 구워주던 클라라가 바닷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주인님, 어떻게 할까요?”


오징어 해적 보스 가기아가 물었다.


예전 불의 검을 찾기 위해 서쪽 바다를 항해할 때만 해도, 대왕 문어가 나타나면 화들짝 놀랐던 던전 부하들이, 지금은 태연하게 크라켄 빨판에 손을 붙이며 놀고 있다.

레벨이 오른 것도 있지만, 서쪽 바다 항해, 지옥 군주 같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경험치가 꽤 쌓였다.


신소율은 턱으로 크라켄 다리 한 짝을 가리켰다.


“먹기 좋게 잘라서, 여기 그릴(석쇠)에 올려 봐.”

-문어구이!

-문어찜!

-낙지 먹고 싶네.


잘만하면 해산물 CF도 노려볼 수 있겠다.


탕탕! 쓱싹쓱싹.

다리가 공격당하자 크라켄이 움직였다.

가로등보다 두꺼운 다리로 갑판을 내려치고, 몸통을 흔들어 미남 해적선을 좌우로 휘청거리게 했다.


가리비 조개를 입에 넣으면서 신소율은 난간으로 걸어갔다.

던전 부하들이 문어를 썰 동안, 청새치 녀석들 혼내주고 와야겠다.


난간을 뛰어넘어 바닷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잠수.”

-와우!

“뭐냐 이건?”


바닷속에도 뭔가 일이 생겼다고 예상은 했다.

청새치 기사와 세이렌 귀족은 레벨이 800을 넘는다.

그런 녀석들이 조개 캐러 갔다가 실종됐으니···.


“이벤트가 발생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화려한 바닷속이 신소율을 반겼다.


-문어 대따 커!

-황소상어다!

-딱총새우와 바다뱀도 있어!

-응? 저 가운데 있는 여자, 나가 아냐?


청새치 기사와 세이렌 귀족이 바다 괴물 수십 종에게 둘러싸여 공격받고 있었다.

바다 괴물 뒤쪽에는 바다뱀처럼 우아한 비늘 꼬리를 지닌 여성이 있었는데···.


“나가 맞네요. 확실히 서쪽 바다로 넘어온 것 같습니다.”


서쪽 바다에서 살아가는 인어, 나가다.


나가가 세이렌 귀족을 매섭게 노려봤다.


“세이렌이 서쪽 바다에 발을 들이다니!”

“뭣? 여기가 서쪽 바다라고?”


화들짝 놀란 세이렌 귀족의 말에 나가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오만한 세이렌! 이곳을 너희 해역이라고 주장하려는 거냐!”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귀족의 놀람을 다른 의미로 오해했는지 나가가 얼굴을 구겼다.


같은 인어지만 자주 싸운 탓에 세이렌과 나가는 사이가 좋지 않다.

나가는 세이렌 귀족이 해역(영토) 확장을 위해 서쪽 바다로 왔다고 생각했다.


“가식적인 세이렌을 모조리 잡아!”


나가의 지시에 바다 괴물들은 더 거칠게 청새치 기사들을 공격했다.


“음···.”


상황 파악을 끝낸 신소율은 개인 카메라를 봤다.

최신형 카메라라 방수기능도 완벽!


“투표하겠습니다. 1번. 바보들을 놔두고 돌아가자. 2번. 바보들을 공격해서 나가 편에 서자. 자, 어느 쪽이 좋을까요?”

-푸흐흐! 구한다는 선택지는 없어?

-배신하재, 역시 형님!

-진짜 비열하다니까! 2번!

-안 돼요! 다른 것들은 몰라도 클라라는 구해야죠! 그 아이는 신소율 씨 일편단심인데!

“클라라를 구하려면 나가한테 접근해야 하는데요?”


왜 저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클라라는 나가 옆에선 딱총새우의 오토바이 크기의 집게발에 잡혀 있었다.


-클라라를 구해라! 1/1000

-클라라를 버릴 바에는 형을 버려라! 2/1000

-이왕 구하는 김에 나가도 납치하자! 3/1000

“잠깐! 은근슬쩍 무서운 말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나비 씨가 없는 신소율 채널의 유일한 꽃인 클라라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999/1000

-저도 동의합니다. 3,239/1000

-동의. 11,234/1000


채팅창이 와글와글.

순식간에 클라라 구제 서명이 채워지자, 신소율은 어쩔 수 없이 검과 권총을 뽑았다.


“대신 성공하면 추천과 채널 등록하는 겁니다?”

-예스!

“그럼 파도 베기.”


신소율은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싹둑!

위아래로 분단된 바닷속.


“엇?”

“헉!”

“읍!”


수중을 헤엄치며 싸우던 바다 괴물과 청새치는 바닷물이 사라지자 화들짝 놀라 공중에서 허우적거렸다.


파도 베기는 물, 바닷물, 용암 같은 액체만 자른다.

공격력이 없어서 물리적인 피해는 없지만, 바닷물이 사라진 것 자체가 바다 생물에게는 정신적인 충격이다.


“수상 걸음.”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수상 걸음을 사용해, 분단된 바닷물 위를 달려가 클라라에게 접근했다.


멋진 남자를 발견한 네레이드가 비명을 질렀다.


“꺅! 내 사랑!”

“그 입 다물라!”


탕!

클라라를 잡고 있는 딱총새우의 머리에 권총을 발사했지만, 고개를 돌려 피한 새우.


하지만 집게발이 느슨해지며 클라라가 몸을 비틀어 탈출에 성공했다.


“이번 한 번만 허락한다! 내 품으로 뛰어!”

“어맛!”


허락도 받았겠다, 주인에게 안기기 위해 폴짝 뛴 클라라의 허리를 나가의 미역 채찍이 감쌌다.


채찍이 클라라를 끌어당기자, 신소율은 나가를 노려보며 욕했다.


“이런 세이렌 같은 인어!”

“뭐라고?!”


세상에! 어떻게 저런 심한 말을!


태어나 처음 듣는 폭언에, 화가 난 나가는 네레이드를 잡았던 미역 채찍을 풀어 인간에게 휘둘렀다.

신소율이 검으로 채찍을 튕겨낸 사이, 자유의 몸이 된 클라라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주인의 품에 쏙 들어왔다.


“어쩜 좋아! 포옹했어!”

“좋아할 때야? 청새치! 던전으로 돌아가! 흡.”


지시를 내린 신소율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찰싹찰싹.

동시에 파도 베기로 텅 비었던 바닷속 공간을 향해, 위에서 바다가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주인을 안은 클라라가 인어답게 유연한 수영 실력을 뽐내며 단번에 해수면으로 올라갔다.


“푸하! 어부! 그물 있는 대로 꺼내놔! 손님 올라온다!”


갑판으로 올라온 신소율은 던전 부하들을 준비시켰다.


곧이어 청새치 기사와 세이렌 귀족이 올라왔고, 뒤이어 바다 괴물과 나가가 세이렌 귀족을 쫓아 미남 해적선까지 올라왔다.


“지금!”

“그물 분산.”

“그물 분산.”


바다 괴물이 갑판에 올라온 순간, 오징어 어부들이 던진 그물 마흔두 개가 넓게 퍼지며 괴물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싹둑. 싹둑.

생선잡이용이라 내구도가 형편없어 쉽게 잘리고 있지만, 잠깐 동안 괴물을 둔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댄스 타임이네. 모두 밟아!”


퍽퍽퍽퍽!

일제히 달려들어 그물 위를 뛰어다니는 선원들!


스트레스가 풀리는지 구경하던 니모 요리사와 조개 농부까지 끼어들었다.

그렇게 노래 한 곡 부를 시간 동안 신나게 뛰어다니자, 계산표가 나타났다.


[계산표 1회]

입장 72명        +72

처치 0명

공략 0명

침입자가 소비한 시간 +2,456

침입자가 받은 피해량 +6,760


주민 나라 포획    +10,000

주민 푸틸라 포획   +10,000

    :

공략대 레벨 보정  +287%

D등급 던전 혜택   +20%


획득 점수 2,968,202 × 2 = 5,936,404


성장한 부하 43명

쓰러진 부하 3명

분실한 물품 42개


해산물 72마리 낚았다.


     *     *


[나라]

직업 : 사육사 600레벨

기술 : 길들이기A, 복종의 뺨A


-나가 눈동자 좀 봐! 뱀처럼 세로로 쭉 갈라졌어.

-사육사 꿈의 기술, 복종의 뺨! 저거 습득 방법 비공개인데!


던전을 들어온 침입자가 속박. 혹은 기절 상태로 이동하지 못하면 사로잡을 수 있다.

잡은 포로는 몸값을 받고 풀어주거나, 꼬드겨서 던전 부하로 만들 수도 있고.


그물에 돌돌 말려있는 초록 머리카락에 푸른 피부의 인어. 나가가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인간, 우리를 어쩔 거지?”

“진주나 바다 보물을 내주면 풀어주지.”

“너는 세이렌의 앞잡이가 아니었어?”

“아닌데?”


나가가 귀족 세이렌을 쳐다본다.

그럼 왜 저런 거랑 함께 있냐는 시선이다.


“아, 잠시만.”


신소율은 몸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저것들이 남았네.


“청새치, 너희는 돌아가.”

“정, 정말입니까?”

“방금 그 꼴을 당하고도 모르겠어? 정 모르겠다면 서쪽 바다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고.”

“아닙니다! 인정합니다! 무조건 인정합니다!”


청새치 기사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와 바다 괴물이 득실거리는 이 해양이 동쪽 바다일 리 없다.

그렇다는 건···.


“동쪽 바다를 넘어서 서쪽 바다로 왔다는 말이지. 그렇다는 건 뭐?”


클라라를 향해 일제히 차렷 자세를 한 청새치 기사들이 힘차게 외쳤다.


“바다에 낭떠러지는 없었습니다!”

“테이아는 둥글어서 모든 바다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클라라 양의 말이 옳았습니다! 위대한 모험가 클라라 양! 만세!”

“클라라 양을 위하여!”


-태세 전환 보소?

-이것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벌벌 떨던 그 청새치 맞지?

“자식들, 눈치도 빨라. 너희 왕에게 그대로 전해라.”

“옙!”


굳이 신소율이 세이렌 수도까지 돌아가지 않아도, 소식만 닿으면 이벤트는 완료다.


“저기···.”


그때 체면 때문에 청새치 뒤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세이렌 귀족이 손을 들었다.


“나도 기사단이랑 같이 돌아가는 거지?”

“넌 이벤트 완료될 때까지 여기 남아.”

“왜 나만!”


어째서냐는 귀족의 말에 신소율은 히죽 웃었다.


“너 때문에 나가와 전면전 날 뻔했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가서 청새치 몫까지 조개나 캐 와. 저녁밥 안 주기 전에.”

“엉엉!”


귀족 세이렌은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조개 캐러 갔다.


다시 신소율이 돌아오자, 나가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이렌을 부려 먹다니. 세이렌의 앞잡이가 아니구나?”


신소율은 어깨를 으쓱했다.

돈만 주면 앞잡이 역할도 오케이지만, 아쉽게도 받은 게 없다.


“인간, 보석을 주겠다. 나와 내 동료를 풀어다오.”


신소율은 포로를 해방했다.


[나가 왕국 공적 +720]


공적은 덤.


나가가 주먹만 한 진주 세 개를 줬다.


-대박! 보석 상인에게 팔면 금 동전 300개는 받을 거야!

-캔 맥주 300만 개를 살 수 있어!


진주를 받은 신소율은 바다로 돌아가는 나가를 보며 접대용 미소를 지었다.


“또 오십쇼, 손님! 뭐해? 너희들도 얼른 손 흔들어!”


던전 부하들도 환한 미소로 나가와 바다 괴물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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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9월 첫째 주 (1) NEW 2시간 전 5 1 12쪽
103 8월 넷째 주 (4) NEW 5시간 전 9 1 18쪽
102 8월 넷째 주 (3) NEW 8시간 전 10 1 14쪽
101 8월 넷째 주 (2) NEW 16시간 전 16 1 16쪽
100 8월 넷째 주 (1) NEW 19시간 전 16 1 14쪽
99 8월 셋째 주 (3) 24.09.16 19 1 16쪽
98 8월 셋째 주 (2) 24.09.16 16 1 12쪽
97 8월 셋째 주 (1) 24.09.16 17 1 19쪽
96 8월 둘째 주 (3) 24.09.15 18 1 20쪽
95 8월 둘째 주 (2) 24.09.15 16 1 17쪽
94 8월 둘째 주 (1) 24.09.14 17 1 14쪽
93 8월 첫째 주 (2) 24.09.14 17 1 20쪽
92 8월 첫째 주 (1) 24.09.13 22 1 16쪽
91 7월 넷째 주 (3) 24.09.13 20 1 13쪽
90 7월 넷째 주 (2) 24.09.12 20 1 19쪽
89 7월 넷째 주 (1) 24.09.12 23 1 14쪽
88 7월 셋째 주 (7) 24.09.11 23 1 16쪽
87 7월 셋째 주 (6) 24.09.11 20 1 14쪽
86 7월 셋째 주 (5) 24.09.10 22 1 17쪽
85 7월 셋째 주 (4) 24.09.10 27 1 15쪽
84 7월 셋째 주 (3) 24.09.09 24 1 22쪽
83 7월 셋째 주 (2) 24.09.09 26 1 19쪽
82 7월 셋째 주 (1) 24.09.08 25 1 14쪽
81 7월 둘째 주 (6) 24.09.08 24 1 16쪽
80 7월 둘째 주 (5) 24.09.07 24 1 14쪽
79 7월 둘째 주 (4) 24.09.07 26 1 16쪽
78 7월 둘째 주 (3) 24.09.06 24 1 14쪽
77 7월 둘째 주 (2) 24.09.06 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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