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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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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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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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1)

DUMMY

이튿날 아침. 이동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다시 떠날 준비를 빠르게 마쳤고, 마지막으로 톰슨과 레나에게 몇 가지 충고를 건네었다.


언제라도 또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거처를 아예 더 깊숙한 산속이나 영지 부근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등의.


톰슨은 진지한 얼굴로 내 충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이전까지는 다소 추상적이었던 걱정이 언제든 현실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모양.


“...카론 당신은요? 당신은 어디로 갈 생각이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기반한, 비교적 안전한 장소들을 몇 가지 추천해주자 레나가 나에게 물었다.


“치안이 안전한 곳은 용병이 있을 곳이 아니지.”


나는 그런 그녀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런 곳은 할 일이 없거든. 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갈 거다.”


일거리, 그리고 특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만한 장소를 찾아서.


“...그렇군요. 당신도 안전하기를 신에게 기도할게요.”

“나 역시 딸과 함께 기도하겠네.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게 되겠지.”


마지막으로 나눈 인사. 그들이 건네준 작은 꾸러미를 받아든 나는 나무들 사이로 멀리 보이는 평지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시대. 어제 상대한 것과 같은 소규모 산적 무리 따위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세상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평화로운 편이었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떠올렸다.


대륙 전역을 혼란에 빠뜨릴만한 전쟁들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물론 밑바닥을 전전하는 용병 신분으로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한 채 도망다녔던 과거와는 다를 터.


“...”


나는 걸음을 옮겼다.


행운에 기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


산을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 나는 산적들의 목책을 다시 한번 들렀다.


특전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전의 경험과 합쳐 알아낸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흡수 능력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대략 이삼일 정도. 그리고 산적들의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아예 사라진 것으로 보아 하루가 지난 시체에는 사용 불가능하다는 것.


뭐, 유명인의 무덤을 파는 짓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물론 처음 특전을 사용하려 했을 때 떠올랐던 설명처럼, 흡수 능력의 ‘숙련도’가 오르면 조건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긴 했다.


숙련도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은 흡수 능력의 효과나 제한 역시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확인을 마친 나는 목책의 안쪽, 두목 녀석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을 다시 들른 주된 목적은 특전의 제한을 알아보기 위함. 하지만 한 가지 더 가져갈 것이 있었다.


“...”


나는 간이 건물 안쪽에서 적당히 두꺼운 천을 가져왔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내 검에 잘린 산적 두목의 머리를 감쌌다.


현상금이라는 건 증거품이 있을 때 받을 수 있는 것. 그다지 달가운 행동은 아니었지만, 먼 마을에서 병사를 데리고 다시 이곳까지 오는 귀찮음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목책의 가장 안쪽에 있는 두목의 시체는 아직 야생동물에게 훼손되지 않은 상태. 나는 능숙한 손길로 천을 단단히 감싸 묶었다.


하루가 지난 덕에 흘러나오는 피는 거의 없었다.


‘가볼까.’


볼 일을 마친 나는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내 첫 번째 목적지는 대도시 카블락. 일단 그곳에서 용병패를 새로 발급받은 뒤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용병 길드와 정보 길드를 비롯한 단체들이 있는 대도시를 거점으로 삼는다면, 특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만한 기회를 잡기 쉬울 테니.


물론 카블락까지는 꽤 먼 길이었다. 중간에 크고 작은 마을들을 적어도 몇 개는 들러야 할 정도로.


‘우선은 이것부터 처리해야겠는데.’


나는 두꺼운 천으로 감싼 산적 두목의 머리를 힐끗 쳐다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산에서 내려온 내가 꼬박 이틀을 걸어서 도착한 마을의 규모는 꽤 컸다.


잠깐의 정비와 휴식을 마치기에는 충분한 정도. 물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을의 경비대였다.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이면 분명 현상금이 걸린 녀석들에 대한 추적이나 제보도 받고 있을 터.


아니나 다를까. 건물의 입구 옆에 위치한 나무 게시판에는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들의 얼굴이 각 종이에 그럴듯하게 그려져 있었다.


“뭐 볼일이라도?”


잠시 입구에 서서 그것을 보고 있자, 인기척을 느낀 듯한 병사 한 명이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나는 대답 대신 게시판에 걸린 종이 중 산적 두목의 얼굴이 그려진 것을 툭 떼 내었다.


“설마...”

“확인해 보시오.”


나는 짧은 말과 함께 두목의 머리가 든 자루를 내밀었다.


약간의 피가 스며있는 자루를 본 병사가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그것을 들어 슬쩍 열어보았다.


“...윽. 맞군.”


표정을 찡그리며 얼른 자루를 닫은 그가 새삼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혼자 잡았소?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은패 용병인가?”


용병패를 요구하는 듯한 손짓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잃어버렸소. 카블락에 가서 다시 발급받을 계획이지.”

“...음.”


신분증이 없다는 말에 병사는 잠시 망설이기는 했지만, 이내 자루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루를 들고 경비대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자, 현상금 15실버요. 세어보셔도 되고.”


작은 주머니에 든 은화 15닢. 틀림없었다.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나름 짭짤했다.


나름 규모가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일 처리는 빠르네.


“휴. 골치 아픈 일 하나 줄었군. 산속에 숨어드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거 실력이 상당하구먼.”

“뭐, 운이 좋았지.”


병사에게 가볍게 대꾸한 나는 주머니를 옷 안쪽에 집어넣으며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


마을의 여관은 하나뿐이었다.


다시 출발하기 전에 가볍게 식사나 할 생각으로 들어선 실내. 간단한 주문을 마친 후 빵을 찢어 넣은 옥수수 수프를 떠먹던 나는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이쪽을 향하는 눈길의 주인은 옆 테이블에 앉은 사내들. 대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이었다.


“듣자 하니, 산적 무리를 처리하셨다던데.”


소식 한번 빠르네.


“그런데?”


여전히 스푼을 쥔 손. 하지만 내 다른 손은 이미 칼자루 근처로 가 있었다.


왼손 식사는 경험 많은 용병에게 자연스러운 것. 나는 여전히 스푼을 천천히 움직이며 발을 슬쩍 틀었다. 언제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도록.


“혼자 한 건가? 놈들 수가 스물쯤이라 들었거든. 만만치 않았을 텐데.”

“궁금한 게 많군.”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직접 확인시켜줄 수는 있는데.”


자연스럽게, 하지만 제삼자가 보기에는 약간 살벌하게 느껴지는 대화가 오갔다.


“아, 제가 말하죠. 하하.”


그때 들려온 말. 용병 무리의 테이블 안쪽에 앉아있던 사내가 한 손에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빠르게 상대를 훑었다.


용병은 아니다. 걸음걸이와 자세로 볼 때 전투 경험은 전무. 애초에 무장도 없다. 하지만 유랑에 적합한, 닳은 옷과 신발에 더해 사리 판단이 빠른 밝은 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인이군.’


곧바로 파악한 상대의 정체. 나는 상대방이 말을 걸어온 이유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조금 무례하게 느껴졌으면 사과하겠습니다.”


넉살 좋은 웃음과 함께 건네지는 말. 내가 테이블 맞은편에 걸터앉은 그가 말을 이었다.


“저는 크로딘이라고 하는 상인입니다. 실력 좋은 용병을 찾는 중이죠.”

“카론입니다.”


딱히 사과를 받을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상인의 태도는 제법 정중했던 데다. 먼저 질문을 던진 용병도 내 말에 기분이 상한 모습은 아니었고.


그나저나.


‘크로딘?’


왠지 익숙하게 들리는 이름. 나는 잠시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물론 지금도 인원은 충분하지만, 안전을 위해 두세 명 정도만 더 모집할 생각입니다. 다카리스 고원을 지날 생각이거든요.”


다카리스 고원을 지난다고?


상념을 끊으며 들려오는 말에 나는 상인은 슬쩍 쳐다보았다.


다카리스 고원은 몬스터들이 많은 지역. 상인의 통행로로는 그리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아. 일정이 촉박해서 목적지인 카블락까지 보다 빠르게 가야 하거든요. 부지런함은 상인의 큰 덕목이죠.”


내 얼굴에 어린 의문을 눈치 빠르게 알아차린 상인의 말. 나는 동시에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크로딘 상회.’


내가 다시 살아나기 전. 남부를 대표하는 상회의 이름이었다.


물론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나는 보잘 것 없는 용병일 뿐이었으니까. 다만 상인들 사이에서 영웅담처럼 전해져 내리는 이야기들을 주워들었을 뿐.


자신의 이름을 딴 상회를 차리기 전, 이쪽 지역을 다니며 밀과 보리를 주로 거래했다고 했었는데.


“혹시 거래하는 물건이 밀과 보리입니까?”


내 말을 들은 사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 맞습니다! 혹시 이쪽에도 조예가 있으신 건지?”

“...상인 호위는 예전에 몇 번 해본 적이 있어서. 각 지역의 특산물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적당히 대답한 나는 눈앞의 상인을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 당돌한 청년이 3년 후에는 이쪽 남부 지방의 거상이 된다는 건가.


하기야. 납기일을 맞추겠다고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리는 다카리스 고원을 지나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자다. 물론 완전히 무모하지만은 않게, 과할 정도의 돈을 써 다수의 용병들을 고용하기까지 하는 모습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함과 실행력. 몇 번의 행운이 따라준다면 충분히 대상인이 될 자질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그럼 이야기가 좀 편하겠군요!”


상인 호위에 경험이 있다는 내 말을 들은 크로딘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대도시 카블락까지의 호위 임무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선금은 20실버, 카블락에 도착하면 물건을 처분해 잔금 30실버를 곧바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탁. 그는 들고 있던 나무잔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나는 투박한 잔에 가득 담겨 있는 맥주를 바라보았다.


“물론 중간에 몬스터들과의 전투로 생기는 부산물들은 모두 용병분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셔도 무방합니다.”


총 50실버짜리 임무. 그 자체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보상이다.


거기에, 어차피 목적지도 같은데다 미래의 거물과 안면을 틀 기회까지 더해진다는 걸 생각하면.


‘거절할 이유가 없겠는데.’


짧은 고민.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시원스레 뱉어진 대답. 나는 크로딘이 내 앞쪽에 내려놓은 맥주잔을 집어 들었다.


“좋군요! 출발은 내일 새벽입니다, 카론. 오늘은 여기에서 푹 쉬시길!”


나는 크로딘의 말을 들으며 나무 잔에 담긴 맥주를 쭉 들이켰다.


텁텁하고 쌉싸름한 발효 맥주의 맛이 썩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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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흑마법사 +25 24.09.10 15,122 537 12쪽
43 수도의 감사관 +15 24.09.09 15,550 479 12쪽
42 들판의 배회자 (4) +10 24.09.08 15,900 481 12쪽
41 들판의 배회자 (3) +21 24.09.07 16,037 524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1 24.09.06 16,539 499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2 24.09.05 17,460 4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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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영지전 (5) +21 24.09.03 16,917 574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7,364 524 12쪽
35 영지전 (3) +16 24.09.01 17,440 550 11쪽
34 영지전 (2) +16 24.08.31 17,809 537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8,738 518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8,909 533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9,665 563 11쪽
30 복귀 +16 24.08.27 20,443 571 12쪽
29 대화 (3) +14 24.08.26 20,257 618 12쪽
28 대화 (2) +10 24.08.25 20,359 572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1,435 593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8 24.08.23 21,571 588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5 24.08.22 20,895 605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4 24.08.21 21,844 633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1,379 598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1,943 591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7 24.08.17 22,955 601 10쪽
20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2,556 636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2,460 612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3,473 619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3,698 633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4,125 636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4 24.08.12 25,666 6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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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5,789 680 11쪽
12 접촉 (2) +18 24.08.08 26,367 688 11쪽
11 접촉 (1) +8 24.08.07 26,143 68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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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트롤 (2) +12 24.08.05 26,158 729 10쪽
8 트롤 (1) +12 24.08.04 27,149 715 10쪽
7 대도시 카블락 +23 24.08.03 27,329 724 12쪽
6 이동 (2) +20 24.08.02 27,988 761 10쪽
» 이동 (1) +22 24.08.01 28,809 754 11쪽
4 마땅한 값 (2) +24 24.07.31 29,428 785 13쪽
3 마땅한 값 (1) +13 24.07.30 30,894 77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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