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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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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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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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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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1)

DUMMY

‘트롤이라.’


나는 단편적인 정보들만이 적혀 있는 작은 종잇조각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트롤은 꽤 귀한 몬스터다.


녀석들의 피는 치료 포션의 재료 중 하나고, 이빨이나 뼈와 같은 부산물들은 가공되어 여러 장비들의 제작에 활용된다.


하지만 귀하다는 말은, 달리 말해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압도적인 크기와 힘. 그리고 엄청난 재생능력은 일반 용병들이 사냥하기에 대단히 까다로운 조건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깊은 숲의 동굴과 같은 곳에 주로 서식하는 탓에 추적조차 쉽지 않았고.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트롤 사냥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의뢰가 아니었으니까.


아마 원하는 수의 인원이 모이지 않는 탓에, 이런 동패 용병들을 위한 자유 게시판에까지 의뢰를 게시한 모양이다.


그 위험성만큼 보수가 두둑할 것은 분명한 사실.


툭. 해당 종잇조각을 가볍게 떼어내는 나를 보고 앞쪽에 앉아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트롤 사냥? 그건 너무 위험한데. 이제 막 동패를 받은 신참이 할 만한 일은 아니...흠.”


반쯤은 조언을 하던 그는 중간에 말을 멈추었다. 좀 전에 내가 목검으로 깔끔하게 박살 낸 허수아비를 떠올린 모양.


“...뭐. 딱히 내 조언이 필요한 입장은 아니겠군. 행운을 빌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건네는 사내. 나는 그에게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 건물 밖을 나섰다.


***


다음 날 아침. 종이에 적힌 출발 시간을 확인한 나는 미리 공지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인원들. 대략 열 명쯤 되어 보였다.


‘많은 편은 아니네.’


위험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의뢰인만큼, 보상으로 제시한 금액이 꽤 많았음에도 참여한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모양.


물론 아는 얼굴은 없었다. 카블락은 대도시였고, 이곳에는 각지에서 모여든 많은 수의 용병들이 있을 테니.


“그쪽도 트롤 사냥에 참가하는 모양이지?”


한 용병의 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았다.


“도슨이다.”

“카론.”


어쨌거나 짧게는 며칠, 길면 몇 주 이상을 함께 사냥에 나설 이들. 간단한 통성명을 마친 용병들은 이런저런 말들을 나누었다.


트롤의 서식지 추적에 대한 것부터, 고용주에 대한 이야기까지.


“더럽게 늦는군. 알카루스 공방이라고 했나?”

“제기랄. 하여간 공방이건 골방이건. 안에 틀어박혀 지시하는 놈들은 죄다 이렇다니까. 지들 시간 귀한 줄만 알지.”


나는 욕설 섞인 불만을 내뱉는 용병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때 내 천으로 감싼 내 검집을 힐끗 바라본 도슨이 지나가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검이 꽤 큰데. 용병에게는 거추장스러울 정도야. 잘 다룰 수는 있고?”

“적어도 상대를 실망시킨 적은 없지.”


질문을 던진 도슨이 내 담담한 대답에 픽 웃었다.


그때 느껴지는 인기척.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저기 오는군.”


내 말에 고개를 돌린 용병들. 도시 쪽에서 한 명의 사내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약속 시간에 늦었음에도 그다지 서두르지 않는 걸음걸이.


사냥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정갈한 복장에 몇몇 용병들이 피식 웃었다.


“아, 모두 모여 있었군요.”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지만, 약간의 거만함이 섞인 말투.


“저는 라일이라고 합니다. 알카루스 공방에서 일하는 도제죠.”


나는 사내를 쭉 훑어보았다. 사냥이나 추적에 익숙한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뭐,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의뢰를 맡긴 곳에서 인원이 나오는 경우는 자주 있었으니까. 일종의 관리역인 셈.


다만 문제는 라일이라는 이 녀석이 실전에는 거의 경험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지만. 공방에 여유 인원이 부족한가.


‘...’


하지만 별다른 걱정의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실제 전투는 용병들이 하는 것이었고,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내 몸 하나쯤은 챙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트롤은 강력한 몬스터죠.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출발 전에 무슨 격려 연설 따위라도 하고 싶은 걸까. 라일이 한껏 무게를 잡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녀석들에 대해서는 제가 아주 잘 알고 있거든요. 하하.”


별다른 신빙성이 느껴지지 않는 말. 몇몇 용병들이 고개를 돌리고 작게 욕설을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흔한 부류다.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 이들. 용병 일을 하며 꽤 많이 겪어본 케이스였다.


물론 공방이나 마탑에도 무수한 실전 경험을 겪은 괴물들이 많았지만, 애초에 그런 이들이 트롤 사냥 따위에 나올 리는 없었고.


“트롤은 오우거, 히드라와 함께 대형종을 대표하는 몬스터로 고원 지대가 아닌 숲에 주로 서식하는...”


그사이 주절거리며 이어지는 라일의 말. 나는 녀석의 말을 흘려들으며 장비를 점검했다.


저런 말뿐인 이론은, 녀석이 지금 쓰고 있는 멋들어진 모자만큼이나 쓸모없다.


뭐.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이 가장 잘 알게 되겠지만.


***


타로스 숲은 도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나무꾼이나 농민들이 주로 활동하는 초입을 빠르게 지난 우리는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후우, 후.”


뒤쪽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공방 소속의 청년, 라일의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숲의 깊은 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서너 시간. 길조차 제대로 뚫려있지 않은 거친 숲길을 나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에잇!”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의 라일이 짜증스러운 동작으로 숲에서의 이동에 방해가 되는 모자를 벗어 던졌다.


그 모습을 본 몇몇 용병들이 소리를 낮춘 채 킥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부, 분명 이쯤 왔으면 트롤의 흔적이 보여야 하는데...”


책에서 읽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중얼거리는 라일. 하지만 안타깝게도 타로스 숲은 대단히 넓었고, 트롤의 동굴은커녕 야생동물의 흔적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트롤 추적은 인내심 싸움이지. 그런 커다란 몬스터는 아무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나름 경험이 있는 건지, 용병 도슨이 가벼운 숨을 내뱉으며 칼을 휘둘러 앞쪽의 나뭇가지를 잘라냈다.


“적어도 며칠 이상의 이동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요.”

“며, 며칠씩이나?”


여태껏 걸어온 거리를 떠올린 라일의 얼굴에 절망감이 깃드는 것이 보였다.


***


결과적으로, 도슨의 말은 반만 맞은 셈이었다.


추적은 며칠보다 더욱 길어졌으니까.


처음의 예상보다 길어지는 탐사. 지친 것은 공방의 샌님뿐만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트롤 새끼. 얼굴 한번 구경하기 더럽게 힘드네.”


한 용병의 투덜거림.


물론 우리는 숲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를 증명하듯 숲에서 주로 살아가는, 코볼트와 같은 몬스터들은 이미 몇 번이나 발견했고.


물론 코볼트의 시체에서도 희미한 빛이 솟아오르기는 했지만, 나는 그 소형 몬스터에 특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흡수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며칠이다. 혹시라도 당장 내일 트롤을 발견해 쓰러뜨린다면 특전을 사용할 수 없을 터.


‘그만큼 멍청하고 억울한 일도 없겠지.’


뭐,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소형 몬스터인 코볼트에게서 흘러나오는 빛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으니까.


촤악. 코볼트의 자그마한 시체에서 칼을 뽑은 용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은 이쯤에서 야영합시다. 그래도 몬스터가 나타나는 빈도수가 늘어나는 걸로 보아 그리 멀리 있지는 않겠어.”

“그랬으면 좋겠군.”


적당한 곳에 자리 잡은 우리는 하룻밤을 보낼 준비를 빠르게 마쳤다.


사실 정리할 짐도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추적에, 가져 온 식량과 같은 짐들은 거의 떨어진 상태였으니까.


먹을 거라고는 곡물가루를 살짝 풀고 소금을 친 묽은 수프와, 짐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빵 대신 가져온 밀가루를 대충 구워낸 딱딱한 밀전이었다.


나는 밀전을 찢어 수프에 적셔놓은 후 식사를 시작했다. 뭐, 이 정도면 먹을만하네.


“니미럴. 이게 수프야 맹물이야? 물통에 담아서 식수 대신 써도 되겠네.”

“먹기 싫으면 나 줘.”

“...말이 그렇다는 거지.”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식사를 하는 용병들과는 달리, 라일은 반쯤 진이 빠진 표정으로 음식을 깨작거리고 있었다.


그나마도 용병들이 번갈아 가며 그의 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처음의 자신감은 이미 그의 옷만큼이나 해지고 더러워진 상태.


뭐, 그래도 저 정도면 양호한 편이었다. 적어도 포기하고 돌아가자며 징징거리지는 않았으니까.


‘...’


인원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숲의 앞쪽을 바라보았다.


사실 나는 반쯤 느끼고 있었다. 트롤의 동굴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마나를 깨우친 자의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 내일쯤이면.’


짧은 상념을 마친 나는 식사를 마무리했다. 청량하게만 느껴지는 숲의 바람 한 자락에, 묘한 악취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


수색은 다음 날 일찍부터 이어졌다. 나무에 칼자국을 내고 덩굴을 묶어 표시한 왔던 길들을 돌아 이루어진 탐사.


그렇게 서너 시간을 더 돌아다녔을 때.


“도, 동굴이다!”


선두에 선 용병이 한껏 억눌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타닥. 재빨리 대열을 갖춘 용병들이 조심스럽게 수풀 뒤에서 동굴 입구를 바라보았다.


“...”


숲의 깊은 곳. 큼직한 동굴 입구가 나무와 수풀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숲의 깊은 곳에 위치한 동굴이라고 해서 모두 트롤들의 서식지인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빈 동굴들도 많았고, 곰과 같은 야생 동물들도 분명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씨발, 맞는 것 같은데.”


나를 포함한 모두는 한껏 자세를 낮춘 채 동굴의 입구 부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갖 동물, 몬스터, 심지어는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뼈들이 동굴의 입구 근처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선명하게 맡아지는 악취. 어제 내가 아주 희미하게나마 느꼈던 것임이 분명했다.


“...”


빠르게 교환된 시선. 이내 등에 멘 배낭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놓은 용병들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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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들판의 배회자 (4) +10 24.09.08 15,897 481 12쪽
41 들판의 배회자 (3) +21 24.09.07 16,032 524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1 24.09.06 16,537 499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2 24.09.05 17,460 487 12쪽
38 영지전 (6) +18 24.09.04 17,162 560 13쪽
37 영지전 (5) +21 24.09.03 16,917 574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7,363 524 12쪽
35 영지전 (3) +16 24.09.01 17,440 550 11쪽
34 영지전 (2) +16 24.08.31 17,807 537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8,737 518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8,908 533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9,665 563 11쪽
30 복귀 +16 24.08.27 20,443 571 12쪽
29 대화 (3) +14 24.08.26 20,257 618 12쪽
28 대화 (2) +10 24.08.25 20,359 572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1,435 593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8 24.08.23 21,569 588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5 24.08.22 20,893 605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4 24.08.21 21,844 632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1,378 598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1,943 591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7 24.08.17 22,952 60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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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2,457 612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3,472 619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3,697 633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4,124 636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4 24.08.12 25,663 626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4,792 68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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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접촉 (2) +18 24.08.08 26,366 68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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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트롤 (3) +13 24.08.06 26,150 699 10쪽
9 트롤 (2) +12 24.08.05 26,154 729 10쪽
» 트롤 (1) +12 24.08.04 27,148 715 10쪽
7 대도시 카블락 +23 24.08.03 27,326 724 12쪽
6 이동 (2) +20 24.08.02 27,987 761 10쪽
5 이동 (1) +22 24.08.01 28,806 754 11쪽
4 마땅한 값 (2) +24 24.07.31 29,428 785 13쪽
3 마땅한 값 (1) +13 24.07.30 30,894 775 9쪽
2 기사 +23 24.07.29 33,127 791 10쪽
1 특전 +16 24.07.29 38,374 7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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