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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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DUMMY

딸깍.

리모컨을 조작해 벽면 스크린에서 재생되던 영상을 일시 정지시킨 김이선 실장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


위기관리부 서울 청사의 비공개 회의실.

장관 심주현을 시작으로 세 명의 차관과 1급 공무원 다수가 회의실 내에 모여 있었다.


“김 실장.”

“네. 장관님.”

“저건 자네가 직접 본 것이지?”

“예.”

“으음···.”


심주현 장관은 이내 눈을 지그시 감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잠시 뒤, 결론을 내린 그가 눈을 뜨고서 말했다.


“위험하군.”

“······예.”

“만약 저 용이 게이트에서 나왔다면 어느 정도 등급이 부여될 것 같나? 마수 기준으로.”


마수 기준. 장관이 굳이 그런 첨언을 덧붙인 이유가 있었다. 용이 마수가 아니라 거수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였던 까닭이다.

아마 거수로 분류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개체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헌터가 맨몸으로 거수를 쓰러트린 전례는 없고, 그럴 가능성 또한 전무했다. 약한 거수보다는 강한 마수로 분류하는 편이 말이 되었다.


“최소 등급은 9등급.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13등급까지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등급이라. 전 세계 기준으로 9등급을 넘는 마수가 있었나?”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흐으음···.”


심주현도 김이선도 일선에서 구를 만큼 구른 헌터 출신이었다. 덩치, 행동 양식, 파괴력 등 보기만 해도 등급에 대한 견적을 낼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에 탑 안에서 나온 용은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한 적 없을 만큼 위험한 마수였고, 그보다 더 위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런 마수를 천유화 귀환자가 제압했고.”

“맞습니다. GB-11 박성호 귀환자가 직접 증언했습니다.”

“그 친구는 거짓말을 못하는 친구지. 자네도 저걸 죽이는 모습을 봤다고 했고.”

“예.”

“···곤란하군.”


심주현 장관이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천유화 귀환자, 정신은 멀쩡하다고 했었지.”

“천만 다행히 아주 정상적입니다. 얼마 전에 받은 1차 진단에서도 이상 없음을 진단받았습니다.”

“공격성은, 없나? 아주 약간이라도?”


심주현 장관의 질문에 김이선 실장은 처음으로 즉답하지 못했다.


공격성.

다르게 말하면 위험이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냐는 질문이었다.

그와 나눈 대화를 떠올린 김이선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이계에서 머물러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진 이들.

그 모습을 보면 원래의 천유화가 어떤 모습이든지 상관없이 위험하다며 그를 배척할 것이다.

장관 또한 그럴 것이고.


하지만 천유화는 필요한 존재였다.

A급 헌터들이 줄줄이 깨져나가는 와중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독보적인 힘을 갖추고 있으면서 말이 잘 통하는 귀환자. 그 범주를 다른 나라의 귀환자, 헌터까지 늘려도 천유화 같은 귀중한 전력은 드물었다.


“예.”

“정말인가?”

“그는 이성적이고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작전 보고서에 관련된 내용을 실어 올려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고개를 끄덕인 장관이 말했다.


“다들 언론 발표 준비하게. 앞으로의 시대에 새로운 영웅이 되어줄 귀환자를 세상에 소개해야지.”




#




강릉 기지는 유화가 현역일 때는 없었던 기지였다.

전쟁 초기, 국군은 북한군과의 접촉을 우려해 침공 빈도가 잦았던 강원도에 메카 기지를 따로 건설하지 않았다. 동해에서 운용되던 기지는 울릉도 기지와 부산 기지뿐이었다.

2개의 기지에서 3대의 메카로 동해를 수호하던 국군 우주군은 이제 한국 CDA가 되어 강릉과 포항까지 총 네 개의 기지에서 네 대의 메카를 운용하고 있었다.


“···가, 강릉 기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선배님!”


기지 정문.

김기태 소령이 운전하는 관용차를 타고 강릉까지 온 유화는 정문에서 기지의 전경을 보고서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이게 내가 아는 메카 기지라고?’


고개를 꺾어서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높고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울릉도 기지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


“8정비 중대 13번 구획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통신지원중대 사령부 부통제실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유나 대위, 작전 대기실에서 사령부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방송 소리.

그에 맞춰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파는 유화가 현역이던 시절 본 적도 없는 장비들을 양손 가득 들고 있었다.


이 모든 시설과 모든 인력이 단 한 대의 메카를 위해 존재하는 건가.


“······.”

“괘, 괜찮아 보이십니까?”

“···많이 달라졌네요.”


그 광경을 바라보던 유화는 김기태의 질문에 답하려던 순간 목이 메이는 것을 느꼈다.


“굉장히 많이.”


다시금 자신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전쟁 후 10년 동안 인류는 거수에게 맞서기 위해 강철로 된 거인을 만들었다. 유화는 그동안 초계함을 탔고, 전함을 탔다가, 우주군 사관학교에 입학해 생도가 되었고 파일럿이 되어 거수와 맞서 싸웠다.

그토록 많은 일이 있었던 시간이 10년이다. 유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10년 동안은 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는가.


“강재구 그놈은 어디 있어요?”

“예! 사령부에서 선배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죠. 아, 걸어가도 되죠?”

“예! 당연히 가능합니다. 저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나름 군부대랍시고 기지는 산의 능선을 따라 지어져 있었다.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콘크리트 돔. 정비 중이라서 돔의 문이 닫혀 있었지만 그 안에 메카가 있다는 것이 김기태 소령의 설명이었다.

콘크리트 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여러 대의 헬기와 대형 수송 차량들이 있었다. 여차할 때 메카를 수송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자 통신에 사용되는 거대한 안테나 기지와 사령부 건물이 있었다. 작전을 수행하지 않을 때도 상주하는 인원이 상당히 많은지, 사령부 건물 옆에 붙은 막사는 그 크기가 사령부보다 더 거대했다.


“마지막으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방공 포대 또한 위치하고 있습니다! 혹시 방공 포대는···.”

“괜찮아요.”

“예! 그럼 바로 사령부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어쩐지 표정이 한층 밝아진 김기태 소령이 사령부 안으로 유화를 안내했다.

장성과 고위급 장교의 수가 굉장히 적은 CDA 특성 상 사령부 내에서도 김기태가 먼저 경례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가 먼저 경례를 한 것은 강릉 기지 사령부에 딸린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였다.


“필승! 사령관님! 복귀했습니다!”

“오, 필승. 그래 마침 잘 왔어. 인사들 하지.”


사령부 식당의 일자로 된 식탁에 강재구를 중심으로 일곱 명의 장교들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있었다.

계급은 대령부터 대위. 남녀 비율은 김기태까지 포함하면 정확히 반반이었다.

그들은 강재구의 말에 우르르 일어섰다.


“내 못난 동기놈. 다들 들어는 봤을 거야. 닥터, 알지?”

“야 이 미친···.”


뭐하는 짓이냐고 말리기도 전에 장교들이 먼저 움직였다.

귀가 쩌렁쩌렁해질 정도로 큰 목소리로 필승을 외치고 경례 자세를 취한 채로 얼어붙었다.

유화는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들에게 경례로 화답했다.


“필승. 앉아요. 민간인한테 그렇게 할 필요 없으니까 다들 긴장도 좀 푸시고.”


간신히 그들을 진정시키고 다시 앉히는 사이에 유화는 식탁 너머에 앉은 강재구를 향해 입 모양으로 말했다.


야 이 미친놈아 너 뭐하는 거야 지금 이게.

그러게 누가 뉴스 1면 가지고 되지도 않는 자랑 하랬냐.


“하···.”


한 방 먹였다는 기고만장한 표정을 짓는 강재구. 유화는 이를 갈면서 식탁에 앉았다.

자리는 강재구의 맞은편. 상석에 해당하는 식탁 끄트머리였다.


“인사도 나눴으니 이제 밥이나 먹지.”

“알겠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전단장님.”

“음.”


강재구가 숟가락을 드는 것과 동시에 김기태의 목소리가 식탁에서 울려 퍼졌다.

마찬가지로 숟가락을 든 유화는 위화감을 느끼고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식사에 집중했다.

한동안 말없이 식사가 이어지던 식탁 위에서 쇠젓가락을 탁탁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뭐야?”


강재구였다.

제독이라는 놈이 품위 없이 젓가락으로 소리를 내는 꼴에 유화는 인상을 찌푸렸다.


“네 후배들 소개나 시켜주려고. 사실 오늘 그것 때문에 부른 거잖아?”

“···그래.”

“음 그러면, 이쪽은 우리 동해 전단 참모장. 사관학교 2기. 너 얼굴 본 적 있냐?”


강재구의 질문에 유화는 강재구의 옆에 앉은 대령의 얼굴을 들여보았다.


“아니.”

“그래? 자네는 알지? 이놈.”

“예! 제가 4학년 때 ‘닥터’의 전술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그래요?”


자신의 전술을 주제로 한 논문이라.

흥미를 느낀 유화가 그를 향해 시선을 옮기자 대령이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근데 졸업은 어떻게 했어요?”

“······예? 졸업, 말씀이십니까?”

“네. 제가 특별한 전술을 가지고 싸운 건 아니어서.”

“그···게,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비슷하게 분석했습니다. 특별한 전술 없이 즉홍적으로 대처하는 식으로 전투를 이어나간다. 전술의 부재를 수 싸움에서 앞서나가는 것으로 상쇄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


나름 제대로 분석했는데. 유화가 감탄을 흘리자 강재구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똑똑한 친구야. 아마도 차기 전단장 할 친구.”

“다, 당치도 않습니다. 전단장님. 저는 이 자리에서 만족합니다.”

“나도 은퇴해야지 이 친구야. 만족은 무슨.”


참모장을 시작으로 그는 유화에게 식탁에 앉은 인물들을 한 명씩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그다음에 저 친구는 작전 참모. 2기.”


“저 친구는 군수 참모. 3기.”


“통신 정보 참모. 3기. 아, 그리고 이 친구는 너랑 같은 기지에 있었어. 통신 기지에 박혀 있는다고 볼 일은 없었겠지만.”


“인사 겸 화력 참모. 3기.”


“기태는 알지? 4기. 내 전속 부관. 마지막으로···.”


별과 무궁화 사이에 섞여 있었던 다이아몬드가 몸을 일으켰다.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백발을 포니테일로 묶은, 복장 규정이 자유로운 우주군치고도 꽤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한 대위가 몸을 일으켜 유화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목례했다.


“이 기지에서 나보다 중요한 사람.”

“파일럿?”

“그래 파일럿. 이유나. 5기. 올해 새로 임관한 친구야. 콜사인은 ‘설월’.”


유화는 아까 느낀 그 위화감의 정체를 이제야 깨달았다.

계급도 기수도 김기태보다 아래인 최하급자임에도 고급 장교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부하를 대할 때 나오는 태도가 아니었다.

강재구를 제외하면 오히려 그녀를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 기지에서 자기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심장과 마나코어가 합체진, 유화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천적인 각성자였으니까.


“강릉 기지 주둔 파일럿. 에코 편대 스트라이커. 4기 5기 졸업생 통틀어서 시뮬레이터 성적 제일 좋고, 실전 성적도 제일 좋은 파일럿.”

“대단한 친구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네가 이 친구 코칭을 좀 해줬으면 해서. 어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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