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온리펄스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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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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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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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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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이세요?(1)

DUMMY

날씨가 무더워지는 7월.

온리펄스를 시작한 지 6달이나 지났다.

신체 열화 저항을 고르고 나서부턴 인생이 편해졌다고 해야 하나?

예전엔 늙기 전에 뭔가를 하고 이루고 성공해야 했는데 그 시간이 영원히 유예돼서 그런지 마음이 편안하다.

돈은 통장에 착실히 쌓이고 있고 내년엔 멀쩡해진 눈으로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어.

문제는 다음 랭크업 조건인가.


[5층 필드 보스 토벌.]


변신(E+)에 도달하기 위해선 필드 보스를 잡아야 하고 5층 늪지에 사는 키 5m 몸길이 60m에 달하는 초거대 악어를 잡아야 한다.

레이드를 해야 하지만 각성자 등록을 안 한 나는 신원이 불분명해서 끼워주지 않을 거다.


“굳이 잡을 필요 없긴 해.”

내 시간은 무한하다.

유유자적 살아가다가 언젠가 나 같은 사람도 토벌에 끼워주는 파티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어쩌면 내가 돈을 많이 모아서 사람들을 고용해서 레이드 하러 갈 수도 있다.

변신(E+)에 도달하면 더 빨리 치료비를 모으고 건물주가 되겠지만 급할 게 없으니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겠지.


밖은 더운데 이불 덮고 에어컨을 틀고 있으니, 여기가 천국이다.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네.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잠들었고 파스텔 톤 꿈속으로 들어왔다.

나의 절망이었던 장소이자 이젠 희망인 장소.

마음이 편하다.


‘··· 와줘.’

누군가가 말한 것 같은 기분인데 꿈을 꾸더라도 현실에서 소리가 들리면 나도 듣게 된다.

이런 달동네까지 트럭을 몰고 오는 행상인이 있는 건가?


‘도와줘.’

누군가 분명하게 도와달라고 했다.

현실에서 말한 소리가 아니야.

의지가 전해진 거다.


느리고 희미하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 쪽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우주처럼 검은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 있는 건 사람의 형상을 한 희끄무레한 무언가.

귀신인가? 근데 꿈에도 귀신이 있을 수 있나?

근데 왜 내가 왔는데 가만히 있지?


‘도와주세요···. 아무나 도와주세요···.’

말을 함부로 걸었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이 사람은 어두운 공간에서 끝없이 도움을 바라고 있다.

일단 뭔지 알아내야 하니까 말해볼 수밖에.

‘누구세요?’

‘제가 보이세요?’

···?


귀신과 이야기해 보니 18살 미국인 여자 미카라고 한다.

3년 전에 트럭에 치인 뒤로 여기에 갇혔다는데 뇌피셜로 뇌사상태가 된 것 같다고.

근데 뇌사상태면 뇌의 기능까지 정지한 건데 여기 있을 수 있는 건가?

생각해 보면 여기가 무슨 공간인지 모르니까 마냥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고생 많았네요.’

나는 앞만 안 보여도 몸은 움직일 수 있었는데 미카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세상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가만이 있어야 했다.

게다가 나는 1년 만에 각성해서 괜찮았지만, 어린 미카에게 3년은 지옥 같았겠지.

나였으면 진작 미쳐버리지 않았을까?


미카랑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미카가 꽂힌 말이 있었다.

‘호랑이 퍼리라고요? 한 번 만져봐도 돼요?’

‘그럼요.’

미카는 뇌사상태답게 못 움직여서 내 손을 미카의 손 아래에 넣었다.


‘부드럽고 따뜻해요. 평생 이곳에서 살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에 떨어야 했어요. 아저씨가 찾아온 것도 죽기 전에 꾸는 꿈 같아요.’

임종을 앞둔 사람 같다.

어쩌면 맞을지도.

뇌사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소생 가능성은 작아지고 치료비도 많이 드니까.


‘어두운 곳에서 무서웠을 텐데 잘 버텼어요.’

‘뭐가 어두워요?’

‘여기요. 깜깜해서 안 보이잖아요. 미카 씨도 잘 안 보여요.’

‘여기 완전히 밝은데 물론 제가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 거지만 어둡진 않아요. 눈꺼풀 너머로 밝은 게 느껴지는걸요.’

‘··· 저만 어두운 것 같네요. 미카 씨가 있는 곳이라 그런 걸까요?’


내 손등에 올라가 있는 미카의 손에서 에너지 같은 게 흘러들어오더니 검은 세상이 분홍색 파스텔 톤으로 변했다.

여긴 내 상태창이 있는 곳과 똑같잖아?


[레벨-1]

[스킬-{유체화(F-)}]

[비활성화]


주위를 둘러보자 정말로 상태창이 있었다.

미카를 구할 방법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각성하면 살아날 수 있을까?

이미 뇌사인데 각성을 해 봤자 의미 있는 걸까?

나는 변신하면서 신체가 바뀌며 눈이 보인 거지만 유체화를 한다고 뇌사가 치료되는 건 아닐 텐데.


‘밝아졌나요?’

‘네. 제가 있던 곳처럼 변했네요.’

‘여긴 무슨 공간이죠?’

‘위도 아래도 없이 그저 넓은 곳이에요. 저기에 미카 씨의 상태창이 있네요.’

‘상태창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미카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들어 올리고 상태창을 볼 수 있게 고개를 돌려준 다음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깜짝 놀랐다.

‘진짜 있네요? 무슨 속임수 같은 거 아니죠?’

‘한 번 건드려 볼래요? 저는 재밌는 일이 생겼는데.’

‘해볼래요.’


미카의 손을 들어서 상태창을 건드렸다.


[레벨-1]

[스킬-{유체화(F-)}]

[활성화됨]


눈꺼풀을 올려줘서 상태창을 보여주자 좋아했다.

‘재밌네요. 여기서라도 각성할 수 있다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거예요.’

‘이곳에서 각성은 현실에서도 이어져요.’

‘네? 으음···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어요. 현실의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꿈에서 깨려나 봐요.’

‘이 일은 비밀이에요. 저는 정체가 알려지면 안 돼서요.’

‘네! 고마웠어요!’


각성 때문인지 강제로 잠에서 깨어나는 듯싶었고 미카가 사라지자, 그 공간에서 튕겨 나오며 내 상태창이 있는 곳에 왔다.


***


미국 새너제이 병원.

“뇌파 관측. 신호가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

“···.”

“···.”


스킬이 생기며 어떤 어려운 수술도 위험 부담 없이 완치할 수 있는 시대지만 여전히 뇌 쪽은 스킬로도 힘들었다.

10t 트럭에 치여서 생긴 몸의 상처는 치료했지만, 머리가 가장 중요한 기관인 만큼 스킬로도 관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살릴 수 없는 살아있는 시체.

그 시체가 스스로 살아나고 있다.


하루 동안 미세하게 커진 뇌파는 정상인 수치로 돌아왔다.

당장 어떤 검사를 하기엔 생명유지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서 어렵기에 의사들은 비상 상황이 언제 터질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말했다.

‘여긴 어디죠?’

“방금 누가 말한 거지?”

“전 아닙니다.”

“저도 아닙니다.”

‘저예요.’

“어? 저기!”


침대에 걸터앉은 희끄무레하면서도 투명한 미카의 형상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


미카는 성공적으로 소생했다.

3년간 움직이지 않아서 몸은 수척하고 금발은 푸석푸석했지만, 그조차 좋은지 웃었다.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좋네요.”

“그동안 의식이 있었나요?”

“그게 꿈이었는지 의식이 있던 건지는 모르겠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실래요?”


미카는 말하려다가 문득 비밀로 해달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진짜인지 아니면 각성 후 의식이 강해지며 본 환상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부드러운 털의 감촉과 따스함은 아직 남아있다.

“··· 꿈이었던 것 같아요.”

넓은 품에 안겨서 얼굴에 닿은 말랑말랑한 손바닥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보인 호랑이 퍼리 아저씨.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한 번 찾아볼까?’

상태창을 보여주며 보인 붉은 줄무늬가 있던 호랑이 퍼리의 손.

키워드를 조합해서 주즐에 검색하자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의 호랑이 퍼리가 나왔다.

‘다 한 사람인데? 뭐지? 이 사람이 맞나?’


목소리를 들으면 감이 올 것 같아서 온리펄스에 가입해 봤지만 목소리가 나오는 영상은 하나도 없었다.

‘맞는 것 같은데? 그냥 생긴 게 똑같잖아. 덩치도 크고 줄무늬도 붉은색이고 손도 크고.’

혹시나 해서 ‘꿈에서 본 것보다 잘생겼다’라고 댓글을 달자 하트라곤 누르지도 않던 레스타이거가 하트를 눌러줬다.


‘이 사람 맞잖아!’

꿈에서 봤을 땐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할 SSS급 재앙에 맞서는 듬직한 영웅처럼 느껴졌는데 현실은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사람이었다니!

정신적 충격에 머리가 어지러운데 그사이에 부모님이 재활치료를 도와주겠다고 다가왔다.

‘화면을 꺼야-’


하는데 손에 힘이 안 들어가서 휴대폰을 놓쳤고 부모님이 주워주다가 화면을 봤다.

“딸? 그런 거 좋아하니?”

“아. 아니에요!”

“아빠는 이해해! 퍼리 좀 좋아할 수 있지!”

“아니야!”

“엄마도 괜찮아! 미카 하고 싶은 거 다 해!”

“아니라고!”

오해를 풀기도 전에 이해당해 버렸다.

···


재활치료는 무난했고 온리펄스에 댓글을 달면 자신인 걸 아는지 하트를 잘 눌러준다.

하루에 댓글이 수천 개가 달리는데 굳이 하트를 눌러주는 걸 보면 이 수상쩍은 호랑이 퍼리가 꿈에 나타났던 사람이 맞을 텐데···.

‘왜 이러고 사는 거지? 헌터로 일하면 되잖아.’

딱 봐도 엄청나게 강하게 생겼는데 수상하기론 세계 제일이라니.


수상한 건 수상한 거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날 이후로 만난 적이 없어.’

그게 아쉬웠다.

그 누구도 오지 않는 곳에서 꺼내준 사람인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게.


그날은 재활치료 때문에 피곤해서 낮잠을 잤고 분홍빛 파스텔 톤 꿈에 도착했다.


[레벨-1]

[스킬-유체화(F)]

[악령 퇴치.]


악령 퇴치는 뭘 말하는 건지 생각하는데.

“쉽네.”

뒤에서 으르렁대는 듯한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지금까지 봤던 사람보다 훨씬 거대한 호랑이 퍼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헉! 아. 아저씨!”

직접 보니까 온리펄스에서 봤던 모습과 판박이다.

엄청난 체격, 복슬복슬한 털, 두껍고 긴 꼬리, 꾹 눌러보고 싶은 손바닥의 분홍색 육구.


‘뉴스에 미카 씨 이름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아, 언어가 달라서 이렇게 말해야 하네요.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자는 시간대가 달라서인지 여기 오려고 해도 안 와지더라고요. 마침 온리펄스에 올릴 영상을 찍다가 늦잠 자서 만날 수 있었네요.’


덩치가 너무 크고 사납게 생겨서 무섭지만, 해를 가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곳은 꿈.

깨어나려고 하면 잠에서 깰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안정됐다.

‘한 번만 만져봐도 될까요!’

‘비싼 몸인데요.’

‘부계 만들어서 후원금 넣을게요.’

‘거절할 수 없군요.’


자신의 허리 정도는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호랑이 퍼리의 손.

부드럽고 육구는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다.

너무 기분 좋아서 뺨을 비비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아예 팔을 꽉 껴안고 손바닥에 매달렸다.


‘저건 알죠? 모르려나?’

‘상태창이요? 제 상태창은 맞는 것 같던데 아래에 뭔가가 있어요.’

‘저게 랭크업 조건이에요.’

‘···?’

‘저기 쓰여있는 대로만 하면 랭크업 할 수 있어요.’

‘치트잖아요.’

‘있으면 써먹어야죠.’


꿈속에서 호랑이 퍼리 아저씨와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낮잠이라 그런지 의식이 부상하는 느낌이 들었고 잠에서 깼다.

“그 아저씨는 ‘쉽네’라고 말했어. 무슨 나라말인지 알아내야 해.”

호랑이 퍼리라서 외모만으로 무슨 나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는 시간이 엇나가서 지금까지 못 만났다면 용의선상에 있는 나라는 몇 개 없고.

“쉽네가 EASY라는 뜻이었어.”

한국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으로 여행 가고 싶다.’

꿈에서 느꼈던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아직 얼굴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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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티팩트(2) 24.09.07 5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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