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온리펄스 천재

레이드(2)

태양 길드에 가입한 지 2주가 지났다.

처음엔 몬스터한테 치이고 인간관계로 치일 줄 알았건만 의외로 헌터에 재능 있었다.

“뒤져!”

외날 전투 도끼의 무게는 60kg.

60kg짜리 아령이 땅에 떨어지면 땅이 울릴 정도인데 날이 서 있는 대형 도끼를 거인인 내가 휘두른다면.

쾅!

몬스터의 살을 뚫고 척추까지 부숴버릴 수 있다.

심지어 이건 대지 분쇄 마법을 쓰지 않은 순수 힘이라서 피부가 단단한 놈들이 나와도 결과는 변함없다.

큰 덩치와 압도적인 힘.

몬스터의 어그로는 내게 쏠릴 수밖에 없다.

몬스터도 앞에서 깝죽대는 나보단 다수인 다른 헌터가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눈앞에 도끼로 두개골을 박살 내는 놈이 있는데 어그로가 튈 리가 있나.

“도망간다!”

“어딜 도망가!”

종종 공포에 질린 몬스터가 도망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것조차 어그로를 적당히 끌지 못한 내 탓이지만 사람들은 쉽게 잡았다며 좋아했다.

일은 쉽고 전투 경험이 쌓이고 인간관계도 좋으니, 모든 게 행복하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사냥은 점심이 됐을 때 끝냈고 탑 밖으로 나왔다.

예전에 버스 타러 오던 곳에서 일하게 될 줄이야.

“민수 씨,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제가 많이 먹어서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면 음식 나오는 거 기다리느라 1시간은 걸려요.”

“그래서 회사에서 드시는 거구나. 내일 봬요.”

“내일 봬요.”

사옥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맞은편에 길마가 앉았다.

“안녕하세요. 요즘 민수 씨 이야기가 자주 들리네요.”

“안 좋은 쪽인가요?”

“전혀요. 탑에 들어온 지 2주밖에 안 된 신입이라고 생각이 안 될 정도예요. 게다가 마법도 잘 쓰시죠. 몬스터에 대지 분쇄를 직접 쓸 줄이야.”

“연습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사장과 겸상을 하는 중인데 딱히 껄끄럽진 않다.

나는 어차피 1년짜리 계약직.

길드가 마음에 안 들면 위약금 좀 내고 탈출하면 된다.

“레이드 일정이 잡혔습니다. 5층이 유쾌한 장소는 아니지만 우리도 레이드 경험이 필요하긴 하죠.”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민수 씨 때문이 아니에요. 길드 랭킹을 올리려면 레이드 실적이 필요한데 저희는 돈 번다고 레이드를 안 했었거든요.”

말은 그래도 내가 하고 싶다니 겸사겸사하려는 거겠지.

길마랑 얘기하다 보면 나한테 호감이 있는 게 느껴진다.

내가 특성을 2개만 찍은 줄 알아서 재능충인 줄 알겠지만 내가 찍은 특성은 무려 4개.

본의 아니게 힘숨찐을 하는 상황이라 미안하다.

계약기간만 채우고 조용히 나가야지.

집으로 돌아가서 레이드 일정을 확인하니 일주일 뒤였다.

“뭐야, 매주 진행하잖아? 길마도 진심이었나 보네.”

레이드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일단 필드 보스를 찾아야 하고 단체로 몰려가서 그걸 잡아야 하는데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

하지만 필드 보스를 계속 잡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강한 길드원이 많고 손해를 보더라도 레이드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 길드 재정이 탄탄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

5층의 필드 보스는 몸길이 100m의 도마뱀, 통칭 토르다.

물이 차 있는 습지에 살아서 레이드가 어려운 데다 덩치만 큰 게 아니라 전기를 다뤘다.

몸에서 전기를 뿜고 하늘에서 번개를 떨어트리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레이드 시도만으로도 이미 매출 손해가 온다. 하지만 길드 순위를 20위까지 올릴 수 있다면 이름값이 생겨서 손해는 아니야.’

“자자, 연습합시다.”

연습 인원은 150명, 장소는 15층에 있는 토르와 체격이 비슷한 몬스터였다.

‘낮은 층에서 자원만 캐고 레이드 경험이 없어서 허둥댄다.’

“토르는 전기를 다뤄서 화기를 가져가지 못하지만, 내일까진 사용하도록 하죠.”

처음엔 너무 거대한 몬스터라서 다들 뭘 해야 할지 몰랐지만, 여러 번 사냥을 시도하자 포지션과 작전을 짤 수 있었다.

“이거 꼭 잡아야 하나요?”

“레이드 한 번은 해봐야 헌터라는 말이 있잖아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너무 커서 죽이기도 힘들고 위험한데.”

“레이드를 하면 랭크업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나쁜 경험은 아닐 거예요.”

다들 힘들고 소득이 없어서 불만인 것 같았다.

단 한 명만 빼고.

건물이나 다름없는 거대한 몬스터 앞에서 전신 갑옷을 입고 사람보다 큰 외날 도끼를 휘두르는 거인.

몬스터가 워낙 거대해서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힘든데 탱커 주제에 딜까지 잘 넣었다.

“민수 씨는 체력의 안배를 두어야 합니다. 1분 동안 싸웠으면 뒤로 빠져야 해요.”

“알겠습니다.

‘토르는 이 몬스터보다 강해. 화기도 쓰지 못하는 만큼 쉽게 잡을 수 있는 수준까지 연습해야 성공할 수 있다.’

당장은 불만이 많겠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랭크업 속도가 빨라지는 건 정설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른 길드로 갈 수도 있지만 그들을 잡아두는 건 자신의 역량.

영입할 사람을 다 영입했다면 남은 것은 성장시키고 품어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수는 중요했다.

지금도 강한 탓에 여러 길드에서 위약금을 대신 내주고 빼갈 수도 있는데 그가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면 태양 길드가 그 이상인 것일 테니까.

“몹 몰아올 때까지 잠깐 쉬죠.”

쉬는 동안 김민수의 곁엔 항상 사람이 있었다.

“민수 씨는 왜 레이드에 참가했어요? 헌터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면서요.”

“강해지고 싶어서요. 많은 몬스터를 사냥해 보고 싶어요.”

남자답게 큰 체격과 호탕한 성격인 데다 강한 전투력을 지녔으니 누구든 친해지고 싶어 했다.

‘내 곁엔 직위 때문에 챙겨주는 사람뿐.’

“아직 경력이 적은데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해 보여도 해야죠. 전 A+까지 랭크업 할 거거든요.”

그 말은 돈이 전부였던 헌터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그저 운 좋게 F+까지 닿은 줄 알았지만, 랭크가 김민수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랭크업하면 뭐 하실 거예요?”

“더 많은 랭크업.”

끝없는 호승심.

길드 마스터인 자신조차 애송이한테 따라잡힐 것 같은 조급함이 들 정도였다.

“A+는 너무 높지 않아요?”

“아뇨, 시간이 오래 걸릴 순 있겠지만 전 A+에 닿을 겁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수준의 포부나 다름없지만 비웃는 사람은 없었다.

현실에 안주해서 가만히 있어도 많은 돈을 받을 생각만 하지 역량을 늘릴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이런이런, 저도 A+에 도전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야 너도?”

“야 나두.”

“저는 길마님이 레이드를 기획해서 기분 좋았어요. 이런 길드가 어디 없잖아요.”

“맞지 맞지.”

‘분위기가 바뀌었어.’

지금까진 괜히 길드 순위를 올리겠다고 길드 마스터가 억지를 부렸다면 이제는 자발적으로 랭크업을 하기 위해 참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우린 레이드가 처음이라서 시행착오를 겪을 뿐이에요. 처음엔 허둥댈지 몰라도 몇 번 해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고생 좀 합시다.”

“““네!”””

‘김민수, 넌 결국 A+에 도달할 것 같다.’

···

—ㅇㅇ

—제목 : 태양 길드 레이드도 하는데?

(태양 길드 홈페이지.jpg)

레이드 연습하는 거 봤는데 오합지졸이더라

└사람 하나 죽어야 정신 차리지

└걍 폭탄 때려 박으면 되는 거 아닌가?

└토르는 전기를 다뤄서 폭발물 가져가면 쏘기도 전에 다 터짐

└물에 살아서 폭발물 설치도 어렵고 피부가 두꺼워서 잘 안 통함

└처음부터 너무 센 몬스터 잡는 거 아닌가?

└150명이 하나 다굴 치는데 못 잡을 린 없지

—터리조아

—제목 : 설표 퍼리의 두꺼운 꼬리로 맞을 사람

(태양 길드 레이드에 껴있는 설표 퍼리)

음탕한 꼬리로 찰싹!

헤으으응~

└도대체 파딱은 어디서 뭘 하는 걸까

└완장부터 달리고 있잖아

└퍼리 관련된 거 아니면 칼같이 지우긴 함

└지박령 수준이던데 최소 등골 브레이커

└세최털) 심기를 건드렸다간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요

└ㅎㅎㅈㅅ

└근데 태양 길드에서 센 사람은 다 저기가 있는 거 아님?

└터리조아) 맞음

└근데도 저 정도면 처참하다

—잘먹고잘쌈

—제목 : 레스타이거면 저기서 어느 정도임?

(태양 길드 레이드 연습 장면.jpg)

특성을 변태같이 찍긴 했는데 E-까지, 올라갔으면 어느 정도 한다는 거 아님?

└좀 치는 수준 정도지 E-인데

└저기에 있는 덩치 큰 탱커랑 비빌 듯?

└근데 왜 아직도 레스타이거가 누군지 모름?

└ㄹㅇ 바로 눈에 띌 텐데

└랭크업 하는 거 보면 분명 어느 길드에서 활동한 건 맞는데 목격담이 없음

└국가 정도는 알려질 법한데 진짜 아무 소식도 없는 거 보면 AI가 창조한 인물 같음

—ㅇㅇ

—제목 : 정보) 태양 길드는 레이드라도 준비한다

(좆소 길드 특징.jpg)

우린 사람이 부족해서 레이드도 못 함

최소한 태양 길드 욕할 거면 태양 길드보다 길드 순위 높아야 한다고 생각함

└누가 보면 다 C-이상인 고랭크인 줄 알겠다

└레이드 하는 거 대단한 건데 왜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음 ㄹㅇ

└댓글 다는 대부분이 쟤들보다 못 벌걸?

└ㅋㅋㅋㅋㅋ

└난 그냥 부럽다 레이드는 버스도 없는데

└나도임 돈 많은데 길드에서 레이드를 안 함

└일주일마다 레이드 한 번씩 한다는데 태양 길드로 이적할까, 생각 중임

—길드렉카

—제목 : 태양 길드 레이드 일정 발표

(레이드 일정표.jpg)

충분히 연습했고 참가자 150명이랍니다.

└뭔 몬스터 하나 잡는데 150명이나 가냐 겨우 5층짜리 레이드 몹인데

└좆소 길드가 다 그렇지 뭐

└처음인데 그럴 수도 있지

└ㅇㅇ 나중에 50명까지 줄면 아무도 신경 안 씀

—ㅇㅇ

—제목 : 근데 토르는 어떻게 잡음?

얘 전기 쓰는데 물에 산다면서

다 감전돼서 죽는 거 아님?

└고전류 방지용 전용 장비 있음

└ㅇㅇ) 그거 쓰면 감전 안 당함?

└물로 들어오는 감전은 안 당함 벼락 맞으면 죽음

└ㅇㅇ) ㅈ된 거잖아

└그래서 레이드 전에 주변에 피뢰침 세워둬야 함

└피뢰침 이거 개비싼건데 얘네 샀나?

└걍 길쭉한 금속 막대기 세워두면 되는 거 아님?

└피뢰침에 떨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 무조건 높은 곳에 떨어지는 거 아님

└얘네 아티팩트 피뢰침 구입했음 저번 레이드 영상에 피뢰침 설치 영상 있는데 한스 제품이었음

└돈 좀 깨졌을 텐데 그냥 사버렸네

—ㅇㅇ

—제목 :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 레이드 위험한 거 아님?

(토르.mp4)

존나 커서 깔리면 즉사 같은데

└탱커가 갑옷을 괜히 입은 게 아님

└신소재 강철 + 큰 체격만큼 두꺼움

└진짜 위험한 건 경장갑인 딜러인데 얘네는 빠름

└서포터는?

└걔넨 최후방이라 공격당하면 민폐임

└따로 탱커 하나 붙어있긴 함 레이드라서 지금은 안 그러겠지

“모든 준비는 끝났다.”

[g2******..]

잘보고갑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