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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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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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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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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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DUMMY

“얌전히 있어라.”


익숙한 대접.


드르륵. 철컹.


익숙한 소리.

그리고


“율리!!”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익숙한 사람들.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우리는 지금 감옥에 갇혀있다.

어째서냐고?

사건의 발단은 1주일 전이다.


***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토르크 산 제품이라면 길거리에 나도는 단도도 프리미엄이 붙는 장인들의 나라. 아이템은 물론, 성벽 보수, 공성 병기까지 의뢰만 넣으면 최고의 품질로 만들어주는 나라. 그게 토르크다.


“흠...”


“흐음~~?”


“하~”


“왜 계속 그렇게 쳐다봐~”


로레인이 내 시선에 얼굴을 붉혔다.


“걱정돼서,”


“왜 누가 보쌈해 갈까 봐?”


“아니. 그 귀 때문에.”


로레인의 귀가 위아래로 파닥파닥 움직였다.

드워프와 엘프가 앙숙지간인 건 이미 오래된 얘기.

마왕이라는 공공의 적 앞에 일시적으로 협력했을 뿐

그들이 서로를 배척한 건 이미 오래된 역사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도착까진 얼마나 걸리지 수련하고 싶은데.”


카리스는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검을 휘둘렀는데

말만 타고 있으려니 그녀 나름대로 고역인 샘.


“카리스. 넌 우선 참는 것부터 배워야겠다. 너는 몸을 너무 혹사하는 경향이 있어. 몸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다시 쓰니 근육이 안 붙는 거라고.”


“알았다. 언니. 언니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로레인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신체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운동과 휴식, 영양학은 물론

카리스가 여자의 몸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친절히 다 설명해 줬다.


“로레인. 어디로 가면 돼.”


우리 앞에 양 갈래 길이 나왔다.


“왼쪽!”


“언니.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카리스. 언니가 얘기하는데 건방지게!”


로레인은 우리의 길잡이를 자처했다.

나도 카리스도 토르크의 가는 길은 알고 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우리는 18살. 16살.

이럴 때는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 노릇을 하는 게 고역이었다.


“오른쪽이 맞는데....”


“쓰읍!”


카리스가 나를 바라봤다.


‘이대로 갈 거야?’


나는 그녀에게 짐짓 모른 척 가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었다.

우리엔 여유가 이렇게 많은데.


“로레인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앞으로 7일?”


“7일?!”


“쓰읍!”


카리스가 탄식했다.

식량은 충분했다.


“좋네.”


카리스가 한숨을 퍽 내쉬었다.


“카리스. 저기 봐봐. 꽃이다.”


글라디스 대륙에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계절마다 피는 꽃이 있다는 거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은 척박한 기후임에도 꽃들은 뿌리를 내리고 꽃망울을 터트렸다.


“좋구나.”


7일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산과 들을 넘었고

추울 땐 모닥불에

배고플 땐 육포를 뜯으며

가끔은 투덕대기도 하며 계속 이동했다.


“하! 내 말이 맞지!”


그리고 7일 차.

우리 눈앞에 토르크의 거대한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네.”


“로레인 가본 적 있어?”


“응. 아빠랑 같이. 그때 내가 입힐 갑옷을 구한다고 이 드워프, 저 드워프 알아보느라 고생 좀 하셨지.”


라틴이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던 고생은 결국 보답받았다.

그의 애끓는 부성애를 눈여겨 본 드워프 한 명이 로레인의 갑옷을 만들어준 것.

그 갑옷이 로레인의 목숨을 구해준 걸 나는 몇 번이고 지켜봤다.


“수고했어. 로레인. 지금부터는 내가 앞장 설게.”


“어디로 가게?”


“드워프들은 오직 동문만 외지인들한테 개방한다고 들었어. 동쪽이 상업지구거든.”


말머리를 동쪽으로 틀었다.

하지만


“......”


어째서인지 동쪽 성문은 닫혀 있었다.


“율리. 다른 쪽도 가보자.”


성벽을 한 바퀴 삥 돌았지만, 열린 문은 없었다.


“저기요! 아무도 안 계세요? 저기요!”


성벽이 높아서인가?

그들이 작아서인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율리. 율리. 이거 봐봐. 내가 뭘 발견했어.”


나타샤는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명언이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말발굽 아래,

각 나라의 언어들로 된 설명문이 있었다.


1. 발바닥 모양에 발을 올리고 서시오.


우리는 시키는 대로 말에서 내려 발모양 위에 올라섰다.


2. 만세를 하시오.


팔을 하늘로 쭉 뻗었고


3. 점프를 하세요.


힘차게 뛰었다.


그 순간,


팍!


바닥이 열리며 우리는 아래로 추락했다.


“뭐야!”


“꺄아아아악!”


“.......”


내려가는 동안에도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나는 황당했고

로레인은 재미있어했으며

카리스는 아무 감흥도 없는 거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꼬불꼬불 이어진 미끄럼틀을 계속해서 탔다.


한 5분 정도 내려갔을까?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미끄럼틀의 통로가 점점 좁아지고

나중에는 3갈래로 길이 갈라졌다.


쿵. 콩. “아코!”


통로를 통해 떨어진 곳은 작은 밀실이었다.


“다들 괜찮아?”


주변을 살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철창이었다.


‘감옥?’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감옥이라기엔 너무 이질감이 들었다.

철창만 있을 뿐이지 내부는 그야말로 솔로몬 중앙 감옥 저리 가라였다.


크고 넓은 침대.

사색하기 좋은 책상과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에 부담을 줄 것 같지 않은 의자.

거기에 식탁까지.

이 모든 가구엔 먼지 한 톨 없이 빛이 났다.


“나는 완전 좋은데!”


로레인은 감옥의 컨디션을 본 뒤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카리스는 이때다 싶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율리. 침대에 누워봐! 빨리!”


침대는 푹신했다.

매트리스의 강도도 딱 좋았고.

하지만 눕고 나서야 이 감옥의 최대 장점이 보였다.

바로 상, 하수도.

꼭지를 돌리면 나오는 물은 물론 하수처리까지 완벽했다.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뿐.

복도에서는 갑옷의 절그럭 소리도, 횃불도, 인기척도,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에이~ 뭐 때 되면 알게 되겠지.”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감옥에 갇혔고

조사 기간은 아직도 넘쳐났다.


“얘들아. 그러면 일단 한숨 자고 시작할까?”


“좋아!”


“먼저 자라. 언니. 난 훈련 좀 하고 자겠다.”


“안 돼! 너도 지금 빨리 자! 지금 그 상태에서 훈련하면 몸 더 망가져!”


“언니가 그렇다면야....”


“그래. 불침번 서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푹 자자.”


그렇게 우리는 감옥에 갇히자마자 안락한 침대에서 잠부터 청했다. 정말 꿈도 안 꾸고 푹 잔 거 같다. 그리고 얼마나 잤을까?


“어이. 이봐! 어이!”


누군가 어깨를 강하게 흔들었다.


“어? 지금 몇 시?”


“밤 9시다.”


“아. 그럼 잘 시간이네.”


다시 이불을 머리 위로 올리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화아악!


우락부락한 손이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걷었다.


“기상.”


“좋은 갑옷이네요.”


눈앞에 보이는 건 얼마나 손질했는지 내 잘생긴 얼굴이 선명히 보이는 흉갑이었다.


“..... 일단 앉아.”


“네.”


침대에 앉자마자


휙!


날아오는 주먹.

나는 거리를 벌리며 주먹을 피했다.


“뭐야? 왜 갑자기 때리려 그래요!”


“죄를 지었으면 맞아야지.”


“무슨 죄! 성문에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사람 가둬놓고. 화를 내려면 우리가 내야죠!”


“아니! 네 죄는 그게 아니야!”


간수가 이불 끝자락을 가리켰다.

하얀 침대 시트에 미세한 모래 얼룩이 묻어 있었다.


“이곳에 있는 침대, 시트, 베개, 수건, 옷장까지.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귀중품들이다. 넌 그 귀중품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어. 그건 우리 장인을 모욕한 것과 다름없다.”


“비약이 심하시네.”


“다들 주목!!!!”


간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그제야 자고 있던 로레인이 몸을 일으키고

검을 휘두르던 카리스가 훈련을 멈췄다.


“나는 이 감옥 임펠리시아를 관리하는 간수 다르토 피엘이다! 너희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겠다. 하나! 죄수들의 점호는 아침 아홉 시, 밤 아홉 시! 두 번 진행한다! 둘! 너희는 따로 나가 노역은 하지 않을 거다. 그런 비실비실한 팔로 광석이나 제대로 캘 수 있겠어? 셋!”


그 이후로는 쓸데없는 정보의 연속이었다.

이 감옥의 우수성.

벽에 있는 대리석을 가공하기 위해 장인들이 쏟아부은 노력.

철창의 놀라운 내구성까지.


“확실히 매트리스가 우수하긴 하더군.”


“거기 금발 여자! 이름이 뭐지?”


“카리스. 카리스 슬레인이다.”


“카리스 슬레인 정확히 봤다. 고로 너희가 이 감옥에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다르토가 나와 로레인 카리스에게 걸레와 양동이를 하나씩 건네줬다.


“장인이 만든 물건들을 흠집 없이 쓰고 잘 관리하는 것이다. 알았나!”


“저기요~ 드워프 아저씨. 밥은요?”


“걱정 마라. 밥은 아침, 점심, 저녁. 부족함 없이 챙겨줄 거다.”


“아. 나쁘지 않네요~”


“음식만 제대로 만들어준다면 몸을 만드는 데 더할 나위 없지.”


어이어이!

얘들아.

그게 아니잖아.


“다음으로는···.”


“잠깐!!!”


또다시 길게 설명하려는 다르토의 말을 내가 끊어버렸다.


“뭐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냥 넘어갈 뻔했네. 애초에 지은 죄가 없는데 우리가 왜 감옥에 있어야 돼! 너희 이거 외교 문제 될 수도 있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애초에 우린 쳐들어온 것도 아니다.

물건을 뺏으러 온 것도 아니고

그저 장인이 만든 물건을 제값에 지불하려 했을 뿐.


“게다가 나 듀발론 제국 3 황자다. 선택 잘해라.”


“뭐? 듀발론 제국 황자였어?”


이건 확실히 반응이 있었다.

원래 조용히 장비만 맞춰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린 죄인 취급을 받았고

이렇게 된 이상 그 이상을 뜯어낼 심산이었다.


“그래! 듀발론 제국의 황자.”


“너희들의 아침, 점심, 저녁은 돌빵으로 대체된다.”


“에?”


“이보게 드워프 양반. 돌빵은 아무래도 영양소가 부족한데.”


“맞아! 돌빵 맛 없단 말이야.”


“원망하려거든 저 잘난 제국의 황자를 원망해라.”


다르토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말도 섞기 싫다는 듯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그가 사라진 뒤


찌릿.


카리스가 나를 적의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내 탓 아니잖아. 나한테 그런 눈빛 보내지 마.”


“율리. 그래도 돌빵은 너무 심했다.”


“나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


다음 날 아침.

다르토는 보란 듯이 양손 가득 돌빵을 들고 왔다.


“부족하진 않을 거다. 많이 먹어야 열심히 닦지?”


퍼석.


물기 한 점 없는 촉감.

턱과 이빨이 망가질 것 같은 식감.

기분 나쁜 포만감까지.

이걸 세 끼 연속,

며칠이나 먹을 생각을 하니 새삼 이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이 와닿았다.


“어이 거기 너.”


“뭐지?”


“넌 이것도 먹어라. 찍어 먹으면 그나마 괜찮을 거다.”


나와 로레인과 달리 다르토는 카리스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스프를 건네줬다.


“뭐야? 드워프 아저씨! 왜 쟤만 줘? 우리는?”


“너희는 먹을 자격 없어.”


“왜? 왜?”


다르토는 대답해 줄 마음이 없다는 듯 다시 멀어졌다.


“뭐야? 너 뭐 했어? 드워프들도 가슴 보나?”


로레인이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다르토가 카리스의 미모에 반했다는 가정이었다. 내가 볼 때 로레인도 카리스도 대륙에 손꼽히는 미녀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카리스의 가슴이 로레인보다 크다는 점일까?


“그건 아닐 거 같은데?”


대전쟁을 하며 느낀 점은 드워프들은 자기만의 확고한 미의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난 빵을 먹으며 두 여인의 감옥을 비교해 봤다.


정갈함과 난장판.

카리스는 예전부터 자기 물건을 깔끔하게 쓰는 편이었다.

반대로 로레인의 이불은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고 의자는 빼져있으며 벌써부터 감옥 바닥에 빵 부스러기가 가득했다.


“로레인. 일단 방부터 깨끗하게 쓰자.”


“이 정도면 깨끗한 거 아니야?”


“방을 그렇게 썼다간 내일 아침엔 빵도 못 먹을 걸세.”


이때 감옥에서 또 하나의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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