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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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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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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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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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DUMMY

대전쟁 시절

검성, 대현자, 대사제, 신궁까지.

무기도 결국 쓰다 보면 닳기 마련.

이런 무기를 감쪽같이 고쳐주는 이가 있었으니

드워프 로드 파이크였다.


“자네는 그게 무긴가?”


그는 퍽 재밌는 사람이었다.

전쟁의 화살받이라 불리는 특수부대를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제자는 물론 아들을 시켜 우리 무기를 손질해 주곤 했다. 그리고 그는 늘 내 랜턴을 신기해했다.


“만져봐도 되나?”


그는 손을 뻗었고 나는 랜턴을 당겼다.


“왜? 만지면 악령이 붙고 그런 건가?”


“그렇다면?”


나의 대답이 그는 더욱 눈을 빛냈다.

마나가 아닌 주력을 전달하는 통로가 있는지를 시작으로 누가 만들었는지, 손잡이와 본체를 잇는 이음새는 어떤 모양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으로 보였다.


“정말 만지면 악령이 붙나?”


“그런 건 아니오.”


“그럼 빨리 내놓으시게!”


파이크가 내 랜턴을 가져갔다.

아니 뺏어갔다.

그는 손질이라는 명목으로 랜턴 여기저기를 구석구석 살펴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책의 눈빛.


“에잉. 쯧쯧. 물건을 이따위로 다루나?”


그는 그 즉시 바닥에 장비를 펼쳐놓고 랜턴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나이 들면 관절이 닳듯 무기들도 닳기 마련이야. 금지옥엽 관리해도 부족할 판에 이렇게 방치하듯 썼으니 원..... 자네가 악령에 먹힌다면 그건 랜턴 손질을 게을리해서일 걸세.”


그렇게 나는 말없이 그의 손질을 지켜봤다.


“언젠간 내가.....”


그가 무슨 말을 했던 거 같은데.

뒷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보게. 어이!”


기억날 때쯤 창살 맞은편에서 누군가 날 불렀으니까.


“이쪽이야. 여기!”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근데 목소리는 계속 들리고.


“여기라고! 여기!”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목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는 드워프였다.


“아!”


“자네들 어쩌다 여기 들어온 건가?”


“장비를 사고 싶어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여기 들어왔습니다.”


“걸려들었구먼. 껄껄껄.”


뭐가 저리 태평한 거지?


“내 이름은 토론토일세. 토론토 스왈로프.”


“율리안 듀발론입니다. 그래서 토론토 님. 아까 한 말은 무슨 뜻입니까?”


“그냥 토론토라고 부르게. 님은 무슨. 같은 죄수끼리.”


“토론토! 왜 우리가 빵도 못 먹어?”


토론토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로레인.

그의 행동은 로레인이 범인이라 지목하고 있었다.


“나? 왜?”


“네 방 꼬라지를 봐라.”


집에 얹혀사는 딸이 있다면 엄마가 한숨을 쉬며 등짝을 날릴만한 방 상태. 100퍼센트 방 꼬라지가 이게 뭐냐고 혼날 만한 방이다.


“여기 있는 물건들은 하나하나 드워프가 손으로 낳은 자식들이야. 제 자식을 험하게 쓰는 놈들을 어떤 부모가 좋아하겠나?”


“그럼 어떡해야 하지? 빵보단 고기를 먹어야 훈련이 잘되는데.”


“너는 내가 쉬라고 했지?!”


“알았다. 언니.”


“있지. 고기 먹을 수 있는 방법.”


토론토가 턱을 쓰다듬으며 한쪽 눈을 치켜올렸다. 카리스는 물론 우리 일행 모두가 수염이 덥수룩한 그의 입을 주목했다. 하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흥미로운 눈으로 카리스를 바라볼 뿐.


“잘해봐라. 너희 식단은 저 금발 소녀한테 달렸으니까.”


토론토는 자신이 할 말은 여기까지라는 듯 다시 철창 안으로 들어갔다.


“카리스라.”


토론토의 말을 믿었다.

그가 우리를 골탕 먹일 이유가 없었고

애초에 그의 눈은 지나치게 선했으니까.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했다.

첫 번째 작전은 아부.


“네 근육. 참 훌륭하다.”


“그렇지? 파하하하하하!”


효과가 있었다.

기대해도 되는 걸까?


“돌빵 먹어라.”


그럴리가.

우리는 선택해야 했다.

방향을 바꿀 것인가?

아부 작전을 밀어붙일 것인가?

결과는 후자였다.


“너는 드워프들 중에서 키가 큰 거 같다?”


“내가 장신이긴 하지. 파하하하하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돌빵 먹어라.”


결과는 늘 똑같았다.

그렇게 4일이 지났다.

카리스는 더 이상 아부 작전을 하지 않았고

우리도 정신을 반쯤 놓고 포기한 상태였다.


“끄어어어어어~”


침대에 누워 폐인이 돼가는 로레인과 달리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카리스는 변함없이 대검만 휘두를 뿐이었다.

로레인의 잔소리가 없자 그녀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검을 휘둘렀다.

근데 여기서 이벤트가 발생했다.


“저... 아! 아니! 하....”


다르토가 카리스의 감옥 앞을 서성였다.

새로운 패턴이었다.

나는 철창에 바짝 붙어 이 상황을 면밀히 관찰했다.


“후우”


잠시 휴식 시간.

다르토가 참지 못하고 카리스의 감옥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그 검 나한테 보여줄 수 있나?”


“거절한다.”


“아 줘보라니까.”


“거절한다. 어떤 검사가 자기 무기를 타인한테 넘기나?”


“나 드워프일세. 설마 내가 검에 허튼짓이라도 하겠나? 줘보라니까!”


카리스가 계속 거절하자 그는 완력으로라도 검을 뺏으려 했다.

하지만 어림없는 일.


“뛟!”


힘으로 뺏으려던 다르토는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하하. 하하. 푸하하하하하!”


토론토가 이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야! 당신 정말 대단하구만! 드워프가 장비를 봐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드워프를 때려눕히다니!”


“검사한테 검을 뺏으려 했다.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 일.”


“이 멍청아! 검사가 검을 그따위로 쓰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참아!”


“무슨 말이지?”


“네 검! 네 몸만큼이나 혹사당하고 있다고!”


‘아!’


그제야 토론토의 말이 이해됐다.

장비라면 강박적으로 완벽하게 만들려는 게 드워프들이다.

그런 드워프에게 카리스의 검은 치우지 못하면 잠들지 못하는 과제와 같은 것.


“그래서. 내 검을 뺏어가겠다는 건가?”


“뺏어가는 게 아니라 고쳐주겠다고.”


“거절한다.”


“아니! 도대체 왜! 나 드워프야! 나 못 믿어?”


다르토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열에 아홉은 ‘아이고 감사합니다!’하며 제 무기를 넙죽 줄지 모르지만

카리스는 아니었다.


“검사에게 검은 심장이다. 지금 내 심장을 뺏어가겠다는 건가?”


“너 진짜 잘 생각해. 이런 기회 없다.”


“거절이다. 나는 내가 인정한 대장장이가 아니면 검을 넘기지 않는다.”


빠직.


카리스는 다르토의 호의를 거절함은 물론 자존심까지 긁었다.


“그래. 후회하지 마라.”


나는 이 그림을 흥미롭게 쳐다봤다.

분명 자존심이 상해 냉정하게 돌아가면 되건만

미련이 남는 쪽은 다르토처럼 보였다.


“너는 보는 눈이 있는 줄 알았는데. 퉤!! 정말 다시는 봐달라고 얘기하지 마! 진짜 안 봐준다!”


“이제 나가주면 안 되겠나? 다시 검을 휘둘러야 해서.”


“그 검을 또 휘두른다고?”


“검사가 검을 휘두르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나?”


“아니. 없지. 없지. 그래 어디 잘해봐.”


다르토가 씩씩대며 철창문을 잠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카리스의 훈련이 다시 시작됐다.

토론토가 카리스를 보며 박수를 쳤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감옥에 있는 동안 자네들은 무조건 돌빵이야. 대단해! 아주 대단해.”


“그렇겠죠?”


“근데 어쩌면 조만간 감옥을 나갈지도 모르지.”


그리고 다음 날.


후웅! 후웅! 후웅! 후웅!!


다르토의 시선은 카리스의 검로를 따라 위아래로 계속해서 움직였다.


“코등이가 헐렁해. 저 검신은 어떻고. 손잡이랑 칼머리는 누가 만들었길래 저렇게 어긋난 거야! 어어! 멈춰! 앞으로 가지 마! 검 끝이 벽에 긁히잖아!”


죄수가 간수를 고문하는 최첨단 시스템.

못 본 사이 다르토의 얼굴이 퀭해졌다.


“그래.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거지.”


“이 싸움. 누가 이길 거 같습니까?”


“다르토는 드워프들 중에서도 특히나 손재주가 뛰어난 놈이야. 그만큼 깐깐하고 완벽함을 추구하지. 그런 녀석이 첫날부터 용암에 던져줘도 시원찮은 칼을 봤으니 오죽 답답했을까?”


조만간이란 뜻이군.


“생각은?”


“아직 있었나? 비켜라. 수련에 방해된다.”


“그렇단 말이지.”


다르토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군말 없이 감옥을 떠났다.


“뭐야? 우리가 진 거 같은데요?”


나는 보았다.

다르토가 결심한 눈빛을.

나는 그것이 이제 더 이상 카리스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단호함으로 보였다.


“있어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 갔는데요? 안 돌아와요.”


“커흠.”


의기양양했던 다르토가 침대 안으로 몸을 숨겼다.


“율리. 주술 중에 사람 세뇌하는 거 없어? 아니면 잠깐 혼을 빼놓는다거나. 네크로맨서는 저주도 쓰잖아.”


“저주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정 안 되면 그것도 고려해 봐야지.”


“주술? 방금 저 귀쟁이가 주술이라고 한 건가?”


창살에서 멀어졌던 토론토가 다시 튀어나왔다.


“자네. 네크로맨서인가?”


“그런데요?”


“네크로맨서라고?”


“그렇다니까요.”


“허허 어찌 이럴 수가.”


“왜요? 갑자기 네크로맨서라 그러니까 기분 나빠지고 그랬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처음에는 호의로 다가온다.

그러다 내가 네크로맨서라는 걸 알게 되면


[아! 뭐야! 재수 없게.]


[아이씨 네크로맨서가 왜 여깄어! 퉤!]


[똥 밟았네!]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닐세.”


그의 말에는 일말의 거짓도 속이려는 의도도 없었다. 그저 이곳에 네크로맨서가 나타났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나 할까? 그가 말없이 감옥 안으로 사라졌다.


“싱겁기는.”


그리고 잠시 후,


저벅 저벅 저벅.


이제는 다시 안 올 것 같은 기세로 나갔단 다르토가 나간 지 한 시간도 안 돼 다시 돌아왔다.


“어이 금발.”


“........”


“야! 금발!!”


노노아가 확실히 교육 하나는 잘 시킨 것 같다.

카리스는 훈련하다가도 “야!”라는 소리를 들으면 습관적으로 검을 멈췄다.


“왜 계속 귀찮게 하는 거지?”


“내가 그 검보다 10배. 아니 20배는 더 좋은 검 주면 어떡할래?”


“어떻게 20배가 좋은지 확신하지?”


“뭐?”


다르토의 얼굴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러다 이내 숨을 길게 뱉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도 이젠 알게 된 거다.

카리스가 어떤 성격인지.


“나 드워프야. 내 검이 그런 싸구려 철검보다 안 좋을까?”


“무릇 검이란 그 사람에게 맞는 것이 좋은 검이다. 좋은 재료로 재련했다 한들 나에게 맞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지?”


“그래. 너라면 그럴 줄 알았다.”


다르토가 졌다는 표정으로 허리춤에 있던 열쇠 꾸러미를 빼냈다.


“나와. 진짜 좋은 검이 뭔지 말해줄게.”


“나가도 되는 건가?”


“손질하든 검을 바꾸던 네가 직접 봐야 속이 풀릴 거 아니야!”


“그렇군.”


카리스는 몸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감옥을 나왔다.


“어! 어! 카리스 잠깐만! 뭐 잊은 거 같지 않아!”


“잠깐. 저들도 꺼내줘라.”


“어째서?”


“바뀐 검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선 대련 상대가 필요하다.”


“한 명이면 되지 않아?”


“아 그것도 그렇지.”


카리스가 로레인을 선택했다.

하지만


“율리랑 같이 나가는 거 아니면 안 나가!!!”


로레인이 강경 대응에 나서자


“그래. 셋 다 나와라. 하......”


다르토가 졌다는 표정으로 우리까지 풀어줬다.

다르토는 창살을 열어주는 한편, 우리가 방을 어떻게 썼는지 지켜봤다.


“크흠....”


나는 그럭저럭 합격.

그러나


“저... 저.... 저이... 저.....”


다르토가 로레인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히히. 내 것도 잘 부탁해~”


로레인이 품에 숨기고 있던 단도를 꺼냈다.


“아 그럼 내 것도.”


나도 이가 나갈대로 나간 검신을 보여주며 웃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왜 간수를 한다 해서.”


그렇게 감옥에 갇힌 지 5일 차.

우리는 탈옥이 아닌 탈출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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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시험 (2) 24.09.13 4 0 12쪽
58 시험 (1) 24.09.12 4 0 12쪽
57 이변 (4) 24.09.11 7 0 11쪽
56 이변 (3) 24.09.10 9 0 12쪽
55 이변 (2) 24.09.09 9 0 12쪽
54 이변 (1) 24.09.08 8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2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49 복귀 24.09.03 10 0 12쪽
48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5) 24.09.01 10 0 13쪽
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0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43 바람 한 자락 (4) 24.08.30 10 0 13쪽
42 바람 한 자락 (3) 24.08.29 10 0 12쪽
41 바람 한 자락 (2) 24.08.28 10 0 12쪽
40 바람 한 자락 (1) 24.08.27 10 0 13쪽
39 버려진 땅 (4) 24.08.26 11 0 12쪽
38 버려진 땅 (3) 24.08.25 11 0 12쪽
37 버려진 땅 (2) 24.08.25 10 0 12쪽
36 버려진 땅 (1) 24.08.2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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