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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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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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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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DUMMY

"우와~”


로레인이 감탄했다.

하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종족이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건축물을 만들었으니.

크고 아름답다.

그들이 만든 작품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더욱 아름답고 웅장하게 보였다.


“흠.”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봤다.


“여기 상업지구 아닌가요?”


“........”


사연이 느껴지는 침묵.

100년 전만 해도 각자의 작품을 뽐내는 드워프와 물건을 흥정하는 상인들, 무기를 고치러 오는 모험가들이 즐비해야 할 거리에 드워프들의 한숨만 가득했다.


“얼마나 걸리지?”


“조금만 더 걸으면 된다.”


“조금 더 빨리 걸어도 괜찮을 것 같다.”


카리스도 내심 들떴다.

그녀라고 드워프들의 솜씨를 모르는 게 아니다.

모르는 이에게 검을 맡기는 게 찝찝했는데 자신이 보는 앞에서 고쳐준다 하니 기쁠 수밖에.


“여기다.”


다르토의 대장간은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먼저 상업지구와는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있었다.

그리고 드워프의 대장간답게 문 하나에도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을 말하자면


“왜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지 않지? 작업한 지 오래됐나?”


“......”


긍정의 침묵이었다.

그가 왜 카리스에 목메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걸어오면서도 드워프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갈증을 채워줄 샘물을 바라보는 눈빛.


‘손님이다!’


‘손님이 왔어!’


‘잡아먹어.. 아니. 싼값에 좋은 물건 넘겨야지.’


‘세상에! 검집에 흠집 좀 봐. 내가 원가 이하로 손봐줄 수도 있는데.’


다들 몸이 근질근질해 보였다.

하지만 승자는 다르토였다.


“다르토. 감옥은? 토론토 감시해야지.”


“그놈은 탈옥할 일 없어. 그 물건을 찾지 않으면 모를까.”


토론토.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네크로맨서라 했을 때 깊어졌던 눈.

그러고 보니 그는 왜 잡혀 온 걸까?

나쁜 짓을 했다기엔 눈이 지나치게 선해 보였다.


“들어가자고.”


다르토가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대장간은 대장간만의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리고 그 냄새가 문득 내 향수를 또다시 자극했다.


[룬디아.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뭐?]


[이 랜턴. 만약 드워프가 만든 거면 그는 지금 살아있지 못할 걸세.]


[네크로맨서라서?]


파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들은 자기 몸은 물론 무기에도 영혼이 깃든다고 믿는 종족들. 그런 종족에게 영혼을 흡수하는 네크로맨서는 악마 그 자체일 거다.


[그럼.........]


그 뒤로 파이크에게 어떤 질문을 했었다.

그게 뭐였더라.....


“뭣들 하고 있어! 빨리 들어와!”


다른 드워프들의 견제와 호객행위가 심해지기 전에 다르토는 보물 감추듯 우리를 공방 안으로 집어넣었다.


“다르토~ 먹을 거 없어? 나 돌빵만 먹었더니 배고파. 가슴도 조금 작아진 거 같고.”


“돌빵만 먹으면 가슴이 작아지는 건가? 언니? 그러면 당분간 돌빵만 먹어야겠군.”


“기지배야. 넌 다 빠져도 거긴 안 빠질 거다. 부러운 년 같으니라고.”


“다르토. 먹을 것 좀 있나? 대련할 때 온전한 상태로 싸우고 싶은데.”


이쯤 되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헷갈린다.

예로부터 고객이 갑이고 판매자가 을이라 한다.

하지만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는 다르다.

드워프가 갑이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한정적이니 당연한 일.


“쩝....”


그는 자신이 먹기 위해 아껴둔 고기를 한 상 푸짐하게 꺼내왔다.


“먹으면서 천천히 구경들 해보시게. 나는 꺼진 불부터 다시 살릴 테니.”


풀무질하는 그의 얼굴에 설렘이 보였다.


“흠~ 흠~ 흠~ 흠~”


로레인이 콧노래를 부르며 장비를 살폈다.

다르토는 숙련된 대장장이답게 다양한 물건을 취급했다.

무기와 방어구는 물론 액세서리까지.

로레인의 품으로 자연스럽게 반지 하나가 들어갔다.


찰싹.


“아야!”


“로레인. 안 돼!”


“피.”


“로레인. 다시 감옥에 들어갈 거야?”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돌빵만 먹을 텐데?”


로레인이 말없이 반지를 내려놨다.


“자네도 둘러보게. 여기 진열된 녀석들은 모두 내 자부심이 녹아든 녀석들이라고.”


“난 내 검이 편해서.”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보기나 해봐. 어차피 손질하는 동안 수련할 검은 필요하잖나?”


카리스가 그것도 그렇다며 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만의 담금질이냐. 어이 거기 귀쟁이. 너도 무기 있지?”


“어머 내 것도 해주게?”


“카리스 거 해주기 전에 몸 좀 풀려고.”


“대충하면 안 돼!”


“드워프 사전에 대충은 없다네.


로레인이 검을 건넸고

여전히 창밖에 붙어있던 드워프들이 부러움의 탄식을 내뱉었다.

다르토가 작업을 시작한 사이, 카리스가 검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검 한 자루, 한 자루를 꼼꼼히 살폈다.

직접 들어 무게를 가늠하기도 했고

태양 빛에 날을 비춰가며 검신을 살피기도 했다.


“아. 그 검은 무게가 있는 대신 확실한 파괴력을 자랑하지. 특히 검신이 넓어 방어에도 유리하고...”


후웅!


카리스가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묘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그녀가 가장 잘 알 거다.

인간이 만든 검과

드워프가 만든 검의 차이를.


“어때? 가볍지? 이건 전 검보다 검신이 얇지만, 절삭력만큼은 으뜸가지.”


“그러다 부러지는 건 아니고?”


“어허! 드워프 제 검을 뭘로 보고!”


다르토가 웃는 게 보였다.


‘넘어갔구나.’


내 눈에도 보였다.

이미 그녀의 마음에 지금까지 휘둘렀던 검의 자리는 없었다.


“이건 쳐다보지 마. 네가 들기에 너무 무거워. 이건 어때? 길이도 적당하고 무게도 가벼운 거 같은데.”


다르토도 검의 수리를 멈추고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침을 튀기며 다르토가 물건을 홍보하고 있을 때

드워프 하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 누군지 몰라도 상도는 지켜! 이 손님들은 내가 발품 팔아가면서 직접 데려온 거라고.”


“여기 율리안 듀발론 있나?”


하지만 대장간을 찾은 드워프의 목적은 나였다.


“제가 율리안 듀발론인데 무슨 일이시죠?”


“로드가 보자고 하신다. 따라와라.”


“에? 갑자기 로드?”


***


“dk wlsWk thtjf eoqkrskTdmaus whgrpTek”


지금 카리스의 귀에 다르토의 설명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카리스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내 검술이 몸에 맞지 않는다면 검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녀의 시선이 대검에서 롱소르도 넘어갔네.


“저건 뭐지?”


그리고 그녀의 시선을 끄는 검 한 자루.


“아. 역시 자네는 보는 눈이 남다르구먼.”


공방의 구석,

아름다운 검신,

글라디스 대륙엔 없는 코등이

그리고 특이한 손잡이 문양까지.

일반 기사들이 쓰는 검과는 다른 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카리스가 검을 들었다.


“오~”


처음으로 뱉는 감탄사.

검신은 예전에 쓰던 대검의 반도 안 되지만 특유의 곡선과 그립감, 가벼운 무게가 카리스의 마음을 퍽 사로잡았다.


“이 검 이름이 뭐지?”


“환도(環刀)라고 하네.”


“환도?”


“예전에 우연히 검성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네. 그때 말해주더군. 자신의 세계에서 쓰던 검은 이런 모양이었다고.”


“검성의 나라에서 쓰던 검!”


카리스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검성의 일격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검성을 이해해야지.’


“이 검으로 하겠네.”


다르토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미소.


“무게는 어떤가? 검신의 길이라든지. 요구사항이 있나?”


“무게를 조금 더 늘려줄 수 있나? 나는 너무 가벼운 것보단 무게가 있는 게 좋아서. 검신의 길이는.....”


카리스와 다르토가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다.


“여기 얼마나 머무를 거지?”


“그건 율리안이 안다.”


“1주일만 머물자고 말해주게.”


“우리 바쁜 사람들이야. 3일 안에 안 돼~?”


“5일. 그 이상은 나도 무리야.”


“알겠다. 율리안한테 그리 전하겠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나가주겠나? 집중하고 싶어서.”


지금 다르토에게 중요한 건 물품의 대금이 아니었다.


‘감각’


뜨거운 용광로의 열기.

담금질 소리.

작품을 만들기 위해 쏟아내는 혼신의 힘.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욱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도 나가볼까?”


로레인이 창밖의 드워프들을 보며 눈빛을 빛냈다.


“카리스. 이참에 우리도 쇼핑 좀 해볼까?”


“돈이 얼마 없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끼익.


문을 열고 나가자


“이보게 여인들! 방어구는 안 필요한가? 내가 싸게 해주겠네!”


“어허! 방어구는 대대로 유서 깊은 우리 집에서 해야지! 얼마까지 바라나? 내가 맞춰주겠네!”


드워프들의 호객행위가 시작했다.

넘쳐나는 공급 속에선 수요자가 왕이었다.


“자! 자! 주목!”


로레인이 능숙하게 드워프들을 휘어잡았다.


“여러분들은 드워프입니다. 맞죠?”


드워프들이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품질만큼은 보장하고요.”


“당연한 얘기를! 드워프 제가 품질 보장 안 하면 뭘 보장한단 말인가!”


한 드워프의 외침에 다른 드워프들이 맞장구쳤다.


“우리는 방어구를 맞출 겁니다.”


방어구라는 말에 드워프들의 눈빛이 빛났다.


“자! 그럼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보게 귀쟁이 엘프 처자. 무슨 경매 말인가?”


“최저가. 우리는 질 좋은 제품을 최저가에 파는 드워프에게 공방을 가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습니다.”


일순 분위기가 싸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방어구 풀세트 두 사람 합쳐서 10만 루크.”


“9만 루크.”


“5....5만 루크!”


“이보게! 5만 루크라니! 이건 우리 드워프들의 담금질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뭔 소릴 하는겨! 꺼져있는 화로에 대한 예의는 안 챙기나!!”


“자~ 자~ 5만 루크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드워프들이 너도나도 출혈경쟁에 뛰어들었다.


***


마음이 평화로웠다.

애초에 감옥에서 시작한 토르크 여정이었다.

감옥을 나와 로드에게 간다?

이건 연행이어도 큰 성과였다.


“데려왔습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나를 바라보는 드워프들의 살벌한 눈빛에 살짝 주눅이 들었다.


“들여보내라!”


왕궁을 울리는 천둥 같은 목소리.

문이 열리자 왕좌에 앉아 있는 드워프 로드가 보였다.

신장은 내 키의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턱을 괴고 나를 내려보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이 공간의 지배자였다.


“듀발론 제국의 3황자. 율리안 듀발론이 드워프 로드를 뵙습니다.”


“드워프 로드. 린데가르드 토르쿠다.”


목소리에 벌써부터 언짢음이 느껴졌다.


“저를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3황자라면 그대도 알 터. 그대의 형이 우리에게 무슨 요구를 해왔는지.”


“모르는데요?”


“어? 몰라?”


내 과거도 모르는데 내 형이 과거에 벌인 짓을 어떻게 알아?


“진짜 몰라?”


“모른다니까요.”


린데가르드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건 형한테 물어보고.”


“그 얘기 하려는 거 아니에요? 제가 다시 황궁 갔다 오면 시간 오래 걸릴 텐데.”


“아. 그렇구나. 서신 가지고 있나?”


로드의 명령에 옆을 보좌하던 드워프가 나에게 서신을 건넸다.

글은 많이 쓰여 있었지만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1. 앞으로 무기 납품은 오직 듀발론에게만 할 것.

2. 가격은 일반 시세에 50%

3. 정해진 기한을 지키지 않을 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

4. 토르크는 듀발론이 무기를 제작해달라 요청하면 언제든 응해야 한다.


이건 거래라기보다 상납에 가까웠다.

그들이 나를 언짢은 눈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

아니 언짢게 봐줘서 고마웠다.

죽일 듯 노려보는 것보단 나으니까.


“문제는 이게 다입니까?”


“그럴리가 있겠나.”


“상업지구에 파리만 날리던데 혹 이것도 제 형의 짓입니까?”


“당연하지!”


린데가르드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는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침을 팍팍 튀어가며 나에게 설명했다.

어쩌다 토르크가 이 모양이 됐는지.

나는 잠자코 그의 화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결론은


“개소리네요.”


“뭐?”


드워프들의 기세가 순식간에 사나워졌다.


“로드 아저씨. 우리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린데가르드가 왕좌 옆에 있는 도끼를 잡았다.

헛소리를 하면 네가 황자라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


“상업지구가 이 모양이 된 건 다 드워프의 콧대 높은 자존심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거에 겁먹을 내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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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8 0 12쪽
55 이변 (2) 24.09.0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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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대승절 (3) 24.09.06 8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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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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