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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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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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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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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DUMMY

난 토마스가 가진 능력에 비해 야망이 크고 급진적이긴 하지만 근거 없이 행동하는 멍청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서신도 그렇다. 제국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뿐이지 마냥 멍청한 요구는 아니라는 뜻이다.


“토르크가 이렇게 된 게 우리 때문이다?”


린데가르드가 왕좌에서 일어났다.

신기한 일이었다.

키는 나의 반밖에 되지 않지만

그가 일어나는 모습은 마치 태산이 깨어나는 느낌을 줬다.


“당연하죠.”


후웅! 쾅!!!


그의 도끼가 내 코앞에 떨어졌다.


쩌적.


바닥에 금이 가고 사방에 흙먼지가 날렸다.


“로드님! 아이고! 이거 얼마 전에 보수한 건데!”


옆에 대신이 뭐라 하던 로드의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날 설득하지 못한다면 다음에 깨지는 건 네 머리가 될 거다.”


“물론이죠.”


로드가 도끼를 땅에 박은 채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디 한번 지껄여보라는 눈빛.


“맛집은 점포 위치가 변하고 가격이 올라도 찾기 마련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당연히 맛있으니까 그런 거지.”


“아니요. 소비자의 입맛에 맞기 때문입니다. 지금 토르크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고 있습니까?”


“종족 불문하고 매일매일 드워프의 물건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던 나라가 우리 토르크다. 그건 입맛에 맞춰준 거 아닌가?”


“반은 맞아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니까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허. 재밌는 말이군. 얘기를 이어가라.”


린데가르드가 들고 있던 도끼를 놓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좋은 징조였다.


“너도 앉아라.”


나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전쟁 이후, 연합군은 마족을 몰아내고 인간들은 나라를 통일시켰습니다. 그게 뜻하는 바가 뭐겠습니까?”


“듀발론은 대대로 드워프의 무기를 제값 주고 사줬지. 드워프의 무기를 쓰는 나라가 이긴다는 뜻 아니겠나.”


“이제 더 이상 무기를 쓸 일이 없다는 겁니다.”


“!”


마물을 몰아냈기에 모험자들은 다른 일을 찾았다.

전쟁이 끝났기에 무기는 예전만큼 수요가 크지 않다.


“거기에 닫혀있는 성문까지. 성문까진 그럴 수 있습니다. 함정은 왜 설치한 겁니까?”


“네놈들 때문이지. 장인의 예술품을 제값도 주지 않고 사려는 도둑놈들을 내쫓으려고!”


“상점 문이 닫혀있는데 손님이 오겠습니까? 심지어 밥 먹으러 온 손님한테 물까지 뿌리면 아무리 맛집이라도 올 리가 없죠. 드워프의 자존심만 자존심입니까?”


[룬디아! 룬디아. 그거 알아?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음식이 맛없으면 후기에 맛이 없다고 남길 수 있어.]


[주인장이 지워버리면 그만 아닌가?]


[아니. 주인장이 손도 못 대게 하는 방법이 있거든.]


[무서운 세상이군.]


[무서운 세상이라 생각해? 난 소비자의 알 권리라 생각하는데. 내 돈 주고 맛없는 음식 먹으면 기분 나쁘잖아! 다음 사람은 이런 피해받지 말라고 알려주는 거지.]


나타샤의 세계만큼은 아니지만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동안 드워프들의 콧대는 너무 높았고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드워프제 무기를 사야돼?’라는 의문이 강해졌다. 전란이 끝났으니까.


“드워프는 시대가 변하는데 소비자의 요구는 무시한 채 장인정신이라는 변명 하에 변화를 두려워했습니다.”


“우리가 좋은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는 건가?”


“손님이 필요로 하지 않는 좋은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명심하세요. 결국 손님은 돈을 내는 사람입니다. 우리 형님은 토르크의 현실을 알려준 겁니다. 이제 무기를 사줄 나라는 우리뿐이라고. 그러니까 자존심은 꺾고 실질적으로 협상하자고.”


“.......”


로드가 생각에 잠겼다.

그도 상업지구를 봤을 거다.

연기가 올라오지 않는 대장간.

먼지가 수북한 장인들의 물품.

그리고 굳게 닫힌 성문까지.


“자네의 말도 일리는 있어. 하지만 듀발론 제국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네. 값이 터무니없이 낮아. 이건 장인들을 무시하는 처사일세.”


“그렇죠. 아무리 전란 시절이 지났다고 해도 이 값은 아니죠. 이건 형님이 심했습니다.”


채찍질이 끝났으면 이젠 당근을 줄 차례.


“거절하겠다고 말했습니까?”


“당연하지. 만약 듀발론 제국이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우린 전쟁도 불사할 생각이네.”


“너무 갔습니다. 무기 납품 안 했다고 전쟁까지 갈 만큼 듀발론이 멍청했다면 인간들의 나라를 통일하지 못했겠죠.”


린데가르의 눈빛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있는 게 보였다.

이제 내 목적을 이룰 차례였다.


“로드에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보라.”


“예전 토르크의 상업지구에선 그 어떤 나라의 돈도 받은 걸로 기억합니다. 맞습니까?”


“그렇지. 우리 드워프들은 손재주만큼이나 샘에도 능통해 각 나라의 물가와 시세를 다 파악하곤 했지.”


“그렇다면 지금도 멸망한 나라의 돈을 받아줄 생각이 있습니까?”


서서히 풀리던 로드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하는 말인가?”


“예.”


자토스를 포함해 각 지역에선 여전히 그들의 통치를 반대하는 이들이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무기를, 그것도 그 나라의 돈으로 받고 판다. 이건 위험한 방법이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보상도 큰 방법이었다.


“이 얘긴 못 들은 걸로 하지.”


“못 들었지만, 문득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 걸로 마무리하시죠.”


지금 당장 그를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가능성만 열어준다면 나머지는 절박한 이들의 몫이니까.


“왜 나한테 이런 정보를 준 거지? 듀발론에 전혀 이득 될 게 없는 일인데?”


“전쟁에 참여해 본 적 있습니까?”


“물론.”


“윗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랫사람들이 무참히 죽는 걸 많이 목격했습니다. 먼지만 날리는 토르크의 상업지구. 그냥은 못 지나치겠더라고요. 제게 질문 하나를 했으니, 저도 질문 하나 할게요.”


“말해보게.”


“토론토. 그가 왜 수용됐는지 말씀해 주시죠.”


“......”


고민이 동반된 침묵.


“방금 드워프는 샘이 정확하다고 했던 거 같은데요?.”


“하..... 그는 만들어선 안 될 무기를 만들었네.”


“만들어선 안 될 무기? 마검이라도 만든 겁니까?”


“내 대답은 여기까지.”


저렇게 말하니 더 감칠맛이 났다.

나에겐 여러 가지 정보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듀발론의 차기 후계자 경쟁은 그들한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


“이만 가세.”


하지만 참았다.

궁금한 걸 듣는 방법이 꼭 로드가 아니어도 됐으니까.


***


다르토의 공방으로 돌아가는 길.

모처럼 휑했던 드워프 무구 거리가 활기를 되찾았다.


“뭐야 저건?”


그리고 그 중심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마법 확성기를 든 로레인의 모습이 보였다.


“자! 12,500루크! 더 없습니까? 셋 세겠습니다. 하나. 둘!”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만! 만 이천!!!”


이때 드워프 하나가 눈 딱 감고 가격을 외치는 게 보였다.


“아! 형님! 그건 너무 싼 거 아니오!”


“내 새끼들이 세상에 나간다잖아. 부모 심정이 다 그렇지 뭐!”


“그럼 난 만 천 구백! 만 천 구백 가겠어.”


“자 지금부터 새로운 공지입니다. 지금부턴 천 단위! 천 단위로만 깎겠습니다.”


뭔지 몰라도 하나는 확실했다.

저 콧대 높은 장인들을 로레인이 휘어잡고 있었다.

드워프의 대화를 들어보니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하여튼 저런 건 참 잘해.”


그렇게 치열한 경매가 벌어진 결과


“네 축하합니다! 이름이?”


“포카스일세.”


“포카스님의 공방에서 8천 루크에 방어구 세트를 맞추게 됐습니다. 박수!”


“히엑! 8천 루크!”


대전쟁 시절 드워프의 장비는 최소 10만 루크부터 시작이었다. 아무리 공급이 넘치고 수요자가 없다 해도 그렇지. 8천루크라니.


“로레인.”


“어! 율리! 왔어?”


로레인이 양팔을 허리에 대고 고개를 치켜들었고

콧김을 뿜뿜 낸 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데?”


“무기만 맞출 거야? 방어구도 맞춰야지.”


“인당 8천 루크? 그게 가능한 가격이야?”


“쯧쯧쯧. 인당 8천이 아니야.”


“그러면? 둘 다?”


“당연하지. 누나야.”


두 사람의 방어구 세트.

그 세트를 다 합쳐서 8천.

이건 사기를 넘어 독재였고 폭정이었다.

그런데도


“허허허. 이 얼마 만에 하는 작업인지.”


낙찰된 드워프는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아! 룬디도 맞춰야 되는데. 룬디도 여기서 맞출래?”


“아니. 나는 맞추고 싶은 드워프가 따로 있어.”


“그게 누군가? 그놈이 얼마에 어디까지 맞춰준다고 했나? 말해보게! 내 품질만큼은 빠지지 않게 해줄 테니!”


눈앞에서 고객을 놓친 탓일까?

다른 드워프들이 앞다투어 나에게 달려들었다.


“자~ 자~ 진정하시고 번호표 뽑으세요들!”


로레인이 능숙하게 앞장서 드워프들을 정리했다.

그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렇게 후려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기회는 있을 때 잡으라고.


“그래?”


로레인 말이 맞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혹 잡지 못하더라도 잡기 위해 허우적거리기라도 해야 한다.


“저는 제가 주문한 아이템을 만들어주는 분께 10만 루크를 드리겠습니다.”


드워프들의 눈이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이글이글 불탔다.


‘주문 제작.’


‘10만 루크.’


8천 루크에 10배가 넘는 금액이었으니까.

모두가 숨을 죽였다.

느낀 것이다.

8천 루크에 방어구 세트를 구했는데 10만 루크를 준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물건을 만들어달라 할지.


“저는 방어 마법이 들어간 아티팩트를 만들어줄 장인을 찾습니다.”


아티팩트란 말에 드워프들의 반이 떠났다.

로레인이 입이 떡 벌어진 채로 나를 바라봤다.


“와~ 여기 나보다 더한 놈이 있네.”


그럴 수밖에.

아티팩트는 최소 100만 단위부터 시작한다.

거기에 마법을 부여할 수 있는 드워프 자체가 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반이나 남았다.

하지만 난 여기서 반을 더 거를 생각이었다.


“물론 여기 있는 우리 3명 전부한테 만들어줄 장인을 구합니다.”


내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걸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10명의 드워프가 이곳에 발붙이고 있었다.


“율리~ 어떻게 고를 거야?”


이쯤 되면 누굴 골라도 기준치 이상일 거다.

장인에게는 장인이 품기는 특유의 일렁거림이 있다.

각자의 형태가 다를 뿐 내 앞에 있는 드워프 10명 모두 그 영혼의 일렁거림이 있었다.


“다음 마지막 요구사항입니다.”


10명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미 자존심을 많이 접고 들어간 그들이었다.

거기에 마지막 요구사항이라니.


“토론토. 그 사람이 만들었다는 무기에 대해 알려주실 분을 찾습니다.”


그곳에 있던 10명의 장인들이 모두 떠났다.

이럴수록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뭘 만든 걸까?


“율리. 너무 과했어.”


“그래. 후려치기도 적당히 해야지. 딱 언니만큼만.”


“괜찮아.”


아티팩트 장비를 놓친 건 조금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10명의 얼굴은 기억해 뒀다.

토론토의 일을 묻지 않는다면 흔쾌히 만들어줄 거다.


“이제 일은 다 끝났나?”


방어구 낙찰차 드워프가 로레인과 카리스에게 치수를 재러 가자 말했다.


“먼저 가 있어. 난 감옥에 한번 다시 가볼게.”


토론토랑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면회를 허락해 줄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보는 거다.

그렇게 홀로 고민하며 길을 걷고 있을 때


“어이! 이봐!”


왼쪽 골목 깊숙한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요?”


까딱까딱.


크고 두툼한 손 하나가 날 불렀다.

칼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천천히 진입했다.

으쓱한 골목 안,

3명의 드워프가 망치를 들고 서있었다.


“하~ 강도냐?”


스릉.


“워~ 워~ 진정하라고! 우린 자네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으로 부른 거니까!”


“내 제안?”


“그래. 우리 페리오 삼 형제가 만들어주겠네. 그 아티팩트. 거기에....”


그들 중 가장 큰 형으로 보이는 이가 주위를 다시 한번 살핀 뒤 행여 누가 들을세라 나지막이 말했다.


“토론토가 만들었다는 무기까지.”


“거짓 정보일 확률은?”


“내가 만들었던 작품들의 명예를 걸겠네.”


“알겠습니다. 알려주세요. 토론토. 그자가 도대체 뭘 만든 겁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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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9 0 12쪽
55 이변 (2) 24.09.09 9 0 12쪽
54 이변 (1) 24.09.08 8 0 12쪽
53 대승절 (4) 24.09.07 7 0 12쪽
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2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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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8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0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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