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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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최근연재일 :
2024.09.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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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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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경끄는 비용 2억

DUMMY

“아저씨!”


“네?”


“이사 안가세요?”


“왜요?”


“왠지 주변을 둘러봐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달라진게 없었다.

허름한 옷차림의 막일 나가시는 아저씨, 폐지를 줍는 김씨 아저씨, 식당일 나가는 아줌마, 그리고 방문을 열고 하루 종일 TV를 보는 할아버지.


“달라진게 없는데? 뭘 보라는 거에요?”


“아저씨가 달라졌잖아. 그 옷 차림이랑 그 얼굴, 여기에 어울리냐고?”


총무의 말이 무슨 뜻인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처음 여기에 올때만해도 115킬로그램의 비계 뱃살 돼지였고 내 옷차림도 반바지에 늘어진 면티가 다였다.

그런데 지금 몸무게가 빠진 데다가 동네 시장이랑 근처 가게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것이라지만 말쑥하게 차려입은 매력넘치는 남자로 변한 것이다.


“어울려서 있나? 갈데 없으니까 있는 거지.”


“그게 아니에요 아저씨, 여기 있는 분들도 누군가 잘되어서 여길 나가면 좋아해요. 말쑥한 멀쩡한 사람이 여기에 있으면 오히려 자괴감 느낀다니까. 아무리 발버둥쳐도 고시원 생활 벗어날 수 없구나! 그렇게 절망해요. 여건 좋아지셨으면 다른데 이사가시길 바래요.”


총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빨리 갈데 알아보고 가세요. 여기 계속 계시는 것도 민폐에요.”


난 내 생각만 했었던 거다.

그 순간 구정혜가 떠올랐다.


“여기 경찰 공무원 준비하던 아가씨 하나 있지 않았나?”


“503호 구정혜씨요. 지난주에 나갔죠.”


“나가?”


“왜요? 아저씨도 그 아가씨한테 돈 떼였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사람, 옥상에 죽치고 있으면서 올라오는 사람들한테 괴롭네, 죽고싶네 그러면서 돈 받고 그랬더라고요. 몇명은 갚기도 했다는데 여럿 피해봤나봐요.”


난 놀란 표정으로 총무를 바라봤다.

구, 구정혜가 상습범이었어? 사고난 아버지, 생활비가 없어서 경찰시험 공부 때려친다는게 뻥이야?

사람이 사람한테 제일 절망을 느낄때가 이런 순간일 꺼다.

선의를 가지고 아무 댓가없이 도와줬는데 그것이 모두 새빨간 거짓말일 때 말이다.


“아저씨도 당했구나? 얼마 당했어요? 저기 501호 아저씨는 30만원 떼였고, 406호 학생은 10만원 떼였다는데··· 아저씨도 한 몇십 떼였어요?”


“아, 아니야. 떼이긴 뭘 떼여.”


그렇게 말하고선 방으로 돌아왔다.

씁쓸한 좌절, 분노, 그리고 인간에 대한 환멸이 밀려왔다.

그래 나한테 돈 달라 소리는 안 했지, 내가 구정혜를 위해 그냥 준 거였지.

그리고 그 돈 5000만원, 나한테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없지, 하지만 내가 느낀 인간에 대한 환멸은 몸서리쳐질 정도였다.


그 순간,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고시원이 사람 냄새나는 소박한 안식처에서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는 미래가 없는 하류살이 인생들의 악다구니 장소로 느껴졌다.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는게 이런 것 같았다.




***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50만원, 고시원보다 조금 더 큰 원룸, 냄장고와 전자렌지, 밥통이 있는 작은 부엌과 세탁기가 있는 화장실.

주요가구와 전자제품이 있는 빌트인 이어서 이곳으로 정했다.

침대와 책상이 있었고 작은 TV까지 있어 더 뭘 살 필요가 없었고 무엇보다 이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헬스장을 다니는 것도 그렇고 차지혜 때문이다.

그냥 훌쩍 떠나서 다른 동네로 갈 수도 있었지만 내 마음이 날 주저하게 만들었다.


양복입은 남자들에 이끌려 차에 올라타고 갔었던 빌딩, 거기서 만난 중년 남자.

자존심때문에 했었던 말이 마음에 걸렸다.

거기가 어디던가? 걸어서 테헤란로까지 갔으니 그 근처 어딘가였다. 찾아가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은행에 가서 돈을 뽑았다. 그리고 백팩에 돈을 넣고 택시를 탔다.

난 기억력을 더듬어 나를 리무진으로 태우고 갔던 건물을 결국 찾아냈다.


“실례지만 올라가실수 없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입구에서 나를 막았다.


“며칠전 여기 왔었습니다. 위에 계신분에게 할 말이 있어서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나를 알아본 남자가 안으로 들어가 연락을 하는거 같더니 고개를 삐죽 내민다.


“올라가 보세요.”


2층에 올라가자 중년남자가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말 다 끝난걸로 아는데요.”


“아니오 제가 할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남자가 씨익 웃는다.

난 남자에게 다가가 그가 앉은 책상 앞에 털썩 앉았다.


“그때 저한테 전기차와 호텔 스파 회원권을 주신다고 하셨죠? 차지혜랑 떨어지는 조건으로요.”


“······”


“차지혜씨랑 헤어지는 값으로 1억 4천만원 정도 책정한거 같은데 맞나요?”


“가격으로는 그정도 될 겁니다.”


“그럼 한 2억이면 우리가 사귀던 말던 상관 말라는 가격 되겠네요.”


말과 함께 난 백팩을 남자 앞에 던졌다.


“이게 뭐죠?”


“확인해 보세요. 제 뜻은 전했습니다. 그분께 제 뜻을 전해주시죠.”


난 일어나서 사무실 밖으로 걸어갔다.


“잠시만요.”


난 멈춰서서 중년남자를 돌아보았다.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드시죠? 두 분 지금은 만나지 않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내 양심상 돌싱인 주제에 멀쩡한 처녀랑 사귀면 안될꺼 같아서 안 만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될꺼 같아요.”


“그냥 하던대로 하시지 그래요?”


“하던대로 하기 싫어서요. 만나도 내가 알아서 만나고 안 만나도 내가 알아서 안 만납니다.”


“너무 무모하신데··· 상대가 누군지는 아세요? 아니 아실리 없지.”


“알아야 합니까? 차지혜씨 가족분들이시겠죠.”


“그러니까 그 가족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모르신 상태에서 이러면 안된다는 거죠.”


“그분들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음대로 하신거 같던데요.”


“알만큼은 알죠. 웹소설 쓰지만 백수랑 차이가 없고 능력이 없어서 이혼 당하고 이번에 고시원에서 원룸으로 이사가셧고.”


난 놀라서 남자를 쏘아봤다.


“내 스토킹하고 있었나요? 기가 막히네? 내가 이사간 거는 또 어떻게 알고.”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 어디를 가셔도 우리들은 피할 수 없습니다.”


중년 남자는 흰 이를 들어내며 소름끼치는 얼굴로 웃었다.


“거 남의 뒤나 졸졸 따라다니지 말고요. 생산적인 일을 하세요. 백수 따라 다니는 사람은 뭡니까?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백수 따라 다니게? 백수만도 못하게 스리··· ”


내 말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내가 뭐 틀린말 했냐?




***




“저 차지혜씨!”


운동을 재빨리 마치고 헬스장 앞에서 차지혜를 기다렸다.

차지혜가 나오자 재빨리 말을 건 것이다.

차지혜는 나를 쓱 보더니 반대방향으로 걸어간다.

난 후다닥 달려갔다.


“차지혜씨!”


“말걸지 마요.”


“잠깐 이야기 좀 해요.”


“무슨 이야기요? 난 할말 없어요.”


차지혜는 단호하게 뚜벅뚜벅 걸어간다.


“못 참겠어. 못 참겠다고!”


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차지혜가 놀라서 뒤돌아본다.


“밥 먹을 때도 네 생각이 나고, 글을 쓸 때도 니 생각이 나고, 책을 읽어도, 거리를 걸어도 잠을 자도 네 생각이 나! 못 참겠다고.”


몇걸음 걸어갔던 차지혜가 성큼 성큼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사귀자!”


“싫어요. 돌싱이랑 안 사겨요.”


“친구잖아.”


“안 사귄다며? 나한테 어울리는 남자 찾으라며?”


아이씨, 사귀자는걸 거절할때는 괜찮았는데 내가 사귀자고 하니까 그림이 영 이상해졌다.

이혼남이 멀쩡한 처녀한테 사귀자고 하는 꼴을 누군가 봐봐라 얼마나 추잡스럽게 보이겠는가?


“사과할께! 내가 잘못했어.”


“혼자 멋대로 멋있는척 다 하고서 이제와서 사과하면 끝이야? 나는? 나는 생각해 봤어? 내 마음은 어떤지 생각해 봤냐고?”


“진지한 사이 아니었잖아.”


“손도 잡았잖아.”


“그건 잠깐 장난으로 사귀는 척.”


그 순간 차지혜의 얼굴을 바라봤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미안해! 나 욕심 안낼께, 그냥 운동 끝나고 차나 한잔 하던지 맥주 한잔 하던지··· 전처럼 그렇게 했으면 해!”


진심이었다.


“돈 보냈다며? 전이사가 말했어.”


“······”


“정체가 뭐야? 무슨 돈없는 백수 웹소설쓰는 망생이가 2억을 보내? 그런데 나랑 사귀는 값이 2억 밖에 안돼?”


“그건 사귀는 값이 아니라 간섭하지 말라는 값이지··· 지혜씨를 어떻게 돈으로 측정을 해?”


내 말에 차지혜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런데 그 전이사인가 그 사람이 그 중년남자 맞지? 지혜씨 부모님은 어떤 분이시기에···”


“알면 다쳐. 돈은 돌려줄테니까. 다음부턴 그런짓 하지 마.”


말과 함께 차지혜가 돌아서서 걸어간다.


“그리고 내일부터 1일 이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내일부터 1일 이라니.

그 순간 차지혜의 말 뜻을 깨달았다. 남자사람친구, 여자사람친구에서 벗어나 제대로 남친, 여친으로 사귀자는 뜻이다.




***




[쿵, 쿵, 쿵]


아침 10시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현관밖으로 나가보니 택배상자가 놓여있다.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 백팩이 들어 있었다.

2억원, 고스란히 그대로 넣어서 나한테 반품한 것이다.

2억을 택배로 보내? 설마? 정말 2억을 택배로 보냈으면 정신 나간거 아냐?


시계를 보았다.

오늘은 고사를 지내는 날이다.

대부분의 캐스팅이 끝났고 의외로 여주리도 계약을 완료했다.

영화를 정식으로 크랭크인(촬영들어가는 것)을 하기 전에 드라마도 고사를 지내고 시작한다.

은행가서 돈을 뽑아가려다가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백팩에 2억이나 들어있으니까.

난 간단히 샤워를 하고 고사장을 향해 출발했다.


지갑에 5만원짜리를 꽉꽉 채워 현금으로 1000만원을 넣고서 난 스튜디오 용가리를 향해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간다.

이참에 자동차 하나 사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지만 길바닥에 돈뿌릴 생각을 하니 아깝게 느껴졌다.

300억, 엄청난 돈이지만 신기하게도 돈에 대한 감각이 바뀌었다.

내겐 아직도 천원, 만원, 십만원까지는 매우 귀하게 느껴진다. 그래 백만원까지는 어마어마한 거금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천만원이 넘어가면 그냥 숫자로만 생각되고 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구정혜에게 5천만원을 줄수 있었던 것도 그냥 숫자였기 때문이다.

현금 5만원을 줘야 했다면 아마 바들바들 떨며 망설여야 했을지도 모른다.


고사장에는 문갈(문지향과 갈세출을 합쳐 부르는 말) 감독과 촬영스태프들 그리고 캐스팅 된 조연급 이상의 연기자들이 모두 와 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렸습니다. 우리 드라마 작가님입니다.”


갈세출이 나를 보더니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인사를 시킨다.

내가 미리 주의를 주었다.

내 공식적인 직함은 작가로 해달라고 ‘투자자’ 이런 직함으로 괜히 벽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반갑습니다.”


“어휴 젊으시네.”


“훈남이에요.”


“누구신가 했더니···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스탭들과 배우들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남주현은 잘생긴데다 연기도 잘하지만 인성도 좋아서 누구에게나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잘 부탁드려요 작가님 호호호”


그리고 여주리도 인성좋은 젊은 유망주 연기를 시작했고 나도 그녀와 기분 좋은척 연기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서로 인사가 끝난 다음 차려진 젯상에 감독과 배우부터 나가서 절을 하고 제사를 지낸다.

절을 하고 난 뒤엔 돼지머리 입에 돈을 끼워넣는다.


“아이 몇장 더 넣어요.”


돼지입에 얼마나 넣느냐가 마치 그 작품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를 반증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나는 다른 촬영 스탭들과 함께 돼지머리를 향해 절을 했다.

그리고선 지갑에서 5만원짜리 한 뭉텅이 200장을 꺼내 돼지입을 간신히 벌려 밀어 넣었다.


“대박나겠네. 입에 아주 돈이 미어터지네.”


누군가 그렇게 말했지만 이 순간 이 드라마의 성공을 가장 기원하는 사람은 나니까.

그리고 어차피 저 돈은 제작진이 수거해 제작비로 쓰니까.

내야 할 돈을 미리 내는 것 뿐이다.

하지만 일개 작가 나부랭이가 돼지입에 천만원이나 되는 돈 뭉텅이를 넣은 것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 실수 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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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위험한 사람들 NEW +1 5시간 전 171 7 12쪽
42 천쯔의 초대 +1 24.09.16 473 16 12쪽
41 신정미는 무조건 믿는다 +2 24.09.15 691 19 12쪽
40 상여우 은지선 +2 24.09.14 787 23 12쪽
39 위험하다 +2 24.09.13 964 24 12쪽
38 미녀는 구하고 봐야지 +5 24.09.12 1,112 24 12쪽
37 여친은 재벌 외동딸 +3 24.09.11 1,227 26 12쪽
36 니 일이나 잘 하세요 +3 24.09.10 1,237 29 12쪽
35 할 일 없는 석공들 +3 24.09.09 1,295 30 12쪽
34 연봉 4억. 업무는 오타수정 +1 24.09.08 1,420 24 12쪽
33 인생을 건 진짜 도박 +3 24.09.07 1,535 30 12쪽
32 추적자들 +1 24.09.06 1,598 34 12쪽
31 불신의 씨앗 +1 24.09.05 1,707 29 12쪽
30 돈쭐을 내주마 +2 24.09.04 1,806 30 12쪽
29 이정도까지 벌 마음은 없었어 +2 24.09.03 1,851 33 12쪽
28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냐? +3 24.09.02 1,872 32 12쪽
27 내공이요? 그런거 몰라요 +1 24.09.01 1,910 32 12쪽
26 나도 내가 무섭다 +4 24.08.31 1,964 32 12쪽
25 전진구 이사의 방문 +2 24.08.30 2,037 28 12쪽
24 채찍과 당근 +1 24.08.29 2,083 35 12쪽
23 국도 스승님 제자가 되다 +2 24.08.28 2,117 36 12쪽
22 돈벌기가 너무 쉽다 +4 24.08.27 2,250 35 12쪽
21 인공지능 +2 24.08.26 2,266 40 12쪽
20 문어발 사업가 +3 24.08.25 2,320 39 12쪽
19 고수 대 고수 +2 24.08.24 2,380 36 12쪽
18 수상한 할아버지 +6 24.08.23 2,451 41 12쪽
17 왠 여자가 처들어 왔다 +3 24.08.22 2,553 46 12쪽
» 신경끄는 비용 2억 +2 24.08.21 2,564 47 12쪽
15 발칙한 여주인공 여주리 +3 24.08.20 2,570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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