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ㄱ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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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트레이더밥
작품등록일 :
2024.08.07 01:16
최근연재일 :
2024.09.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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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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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커머스 (feat. 그로발테크닉스 우주복)

DUMMY

“고춧가루 수입하지 뫄! 이 쉐이드라··· 냠···국산머거···좀 HS Code가···쿨


옆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서 놀라 일어나려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으···응? 허리가 나갔나? 이런 씨···


한참을 꼼지락거리니, 뭉쳤던 몸이 풀리며 돌아온다. 


오늘 알았다. 알바생 10명을 뽑으면 9명이 다음날 안 나온 게 아니라. 못 나왔다. 몸이 고장 나 버리거든··· 그냥 안 움직여. 근데 출근을 어떻게 해?


“지옥이야···으으드득! 으아! 밥···밥해야지


안 움직이는 다리를 질질 끌고 이슬이 밥을 해주러 간다. 

요즘 이슬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꿈에서도 국산품 애용을 하라고 하고, 수입하는 놈들 나쁜 놈들 이러면서 저주를 퍼붓고 있다. 국세청, 관세청 아주 다른가보다. 쯧쯧


힘이 없어서 칼을 못 들겠다. 그냥 가루로 만든 음식으로 때우자.


“양송이 수프에 빵 쪼가리···파슬리 뿌리고, 계란 굽고, 이 아스파라거스 굽고···아 다리야. 움직여! 그래, 우유 한 잔. 이슬아- 씻자-

“밀가루도···국산 머거이쒸···


밥을 먹이고, 아직도 잠꼬대 중인 녀석을 업고 샤워실로 간다. 아침에 머리를 씻기는 건 바보짓이었다. 머리용 향수가 있더라, 칙칙 뿌려주고 두피 마사지. 

모양을 잘 잡아 본다. 그래 마치 씻은 것 같다. 눈곱 때고 고양이 세수하고 수건을 적셔 벅벅 닦아 준다. 얼굴이 붉어지지만 착시다. 그렇게 믿자.

이제 화장도 좀 할 줄 안다. 파운데이션 바르고 이름 이상한 이걸로 두드리고 두드리면 백옥 피부 완성. 미스트를 다시 뿌린다. 물광 성공.

틴트도 한 개 바르는 게 아니더라, 두 가지 바르고 무슨 그러데이션인가 뭔가 이름 긴 행위를 해본다.

옷을 입히자.

바닥에 널브러진 녀석 위에 옷을 툭툭 던져본다. 오늘은 투피스에 두꺼운 스타킹을 신겨야겠다. 대충 좀 인간 같다. 완성


“끄잉차··· 그나마 살이라도 안 쪄서 다행이지. 사람 잡겠네···가방, 오늘은 샤네루로 ···


가방이랑 구두가 색상이 맞거나 톤이 맞아야 한다. 뭐가 하여튼 아주 어렵다. 차에 싣고 본청 앞으로 왔다. 


“여보, 일어나. 여기 본청이야!

“으흐업! 이뤈 쒸! 나 밥 먹었나?

“어, 자면서도 잘 먹더라. 여기 가방, 힘내!

“어, 엉 고마워. 쪽


녀석이 갔다. 힘들어도 오늘은 내가 오전 담당이다. 노원구로 간다.


/끼이익, 탁.


물류창고도 하다 보니 실력이 느는 느낌? 우리가 왜 이러고 있느냐, 알바생 10명 뽑으면 9명 나가고 이걸 며칠 반복하니. 아예 지옥이라고 소문났다. 아무도 지원 하지 않는다. 


근데 왜 계속하느냐? 반응이 너무 좋아. 제길! 흙!


부산 사장님이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내가 말입니다. 신발 만들고 이래 잘 팔리는 거 보는 게 소원이었다 카이···크흡.


이러는데 오늘부터 당일 배송 못하겠습니다?

뒷목잡고 쓰러지실지도···그래도 다행인 건 번개맨 형님이 동생들을 불러와 주신다고 했다. 조금만 더 참아보자. 


“어이 고 씨 왔어? 살아 있네? 독하네, 쉐키!

“이햐, 거 대표라 카디만 깡다구가 있네예!

“он мужчина! ( 사나이 ! )


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10여명이 나를 보며 말한다. 벌써 7년 넘은 사람도 있다는데 체력이 괴물이거나, 멘탈이 강철이다. 헬스장 근육? 사치다.

인사를 꾸뻑하고 목장갑을 낀다. 이건 필수템.

다음은 안전화를 신는다. 발가락 없어도 괜찮다면 안 신어도 된다. 바로 발톱이 빠진다. 옵션템.


“준비 운동합시다- 헛둘 셋넷 둘둘 셋넷

“헛둘 헛둘 둘둘 셋셋!


나도 어느새 노가다 스타일이 되었다. 이 준비운동 안 하면 허리가 어! 하고 그 자세로 굳는다. 필수템.


/부르르릉, 부르릉


트럭이 다가온다. 첫 탕이다. 지옥 시작.

생각이란 걸 하는 건 지금부터 사치다.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


힘들어도 너어무 힘들어서, 어쩌면 우리를 경쟁자로 볼 수도 있는 JC GLS에 도움을 청했다. 담당자가 우리 꼬락서니를 보더니, 너무 안타까웠는지 허락한다. 


신규로 지은 풀필먼트 (fulfillment)형 스마트 창고를 견학시켜 주신다. 퀭한 얼굴을 한 나와 황해적 형님이 안으로 들어선다.


“워이쒸, 겁나 깨끗해!

“끄응, 허리야. 사람이 확실히 없네? 기계가 대부분 하고 있어. 


담당자가 우리 반응에 만족하며 설명을 추가한다.


“이번에 자사가 570억 규모의 투자로 완성한 풀필먼트 시스템입니다. 입고부터 포장, 출고 및 배송까지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570억. 

“야, 그냥 가자. 까대기 해야지? 570억이 어디 있냐.


나가려는데 허리를 삐끗해서 멈춰 버렸다. 담당자가 자랑스럽게 우리를 다시 창고 안으로 이끈다. 저항할 힘이 없다. 엉금거리며 안을 구경한다. 


“아직 가동은 되지 않습니다. 시험적으로 기동 중이라, 미래의 지향점이 이렇다는 걸 보여주는 곳이죠.

“아, 그래요? 아직 안 되는구나. JC GLS만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짠 건가요?

“아니죠. 하하, 해외의 경우를 벤치마킹 한 겁니다. 에머존 아시죠? 그곳에서 런칭할 모델이 풀필먼트 센터입니다. 

“에머존···그냥 쇼핑몰인 줄 알았는데 이쪽의 강자구나? 흠··· 바쁘실 텐데 이런 부분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기 담당자님, 혹시 이런 설비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가 있습니까?

“공장 자동화 쪽을 하는 업체라면 대부분 가능합니다. 저희는 삼승과 함께했습니다.

“삼승···뭐 안 하는 게 없네. 넵. 감사합니다.


아직 완전한 가동은 아니지만 대부분 자동화된 설비가 인상적이다. 그런데 570억? 푸하하. 없다.


돌아오는 길에 황해적 형은 뭔가 생각이 빠진 듯 조용하시다. 요즘 이슬이도 조용하고 우주인도 기운이 없는지 말이 없다. 나라도 떠들어야겠다.


“형, 어떻게 보셨어요?

“인상적이야. 그런데 온라인 쇼핑에는 좀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 형도 그랬어요? 보면 다 한 라인을 따라 쭉 흐르잖아요. 저거 한쪽에 문제 생기면 다 막히는 것 아니에요?

“역시, 내 동생이야. 그래 나도 그게 문제인 것 같다. 대량생산은 저런 식으로 꾸미는 게 맞지. 그런데 온라인이 뭐 그렇더냐? 그냥 24시간 시간 안 따지고 주문 들어오면 보내는 게 온라인의 장점인데 저건 좀 아니야.

“이햐! 역쉬 우리처럼 잘생긴 사람들은 마음이 통하나 봐요. 

“그렇지? 하하하!


등신들이다. 미안하다. 이렇게라도 피로를 풀어야겠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우리가 필요한 창고의 형태를 고민해보니, 굳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할 필요가 없다. 

ⓐ 입고하고 QR 스캔(Scan) 후 컨베이어 이동

ⓑ 적재 공간 이동 후 위치 정보 저장. 

ⓒ 출고 대상품 저장 위치에서 컨베이어 이동

ⓓ 피킹(Picking) 공간에 해당 물품 적재

ⓔ 작업자 피킹 후 일정 규격으로 포장

ⓕ 컨베이어 이동 후, 배송 지역구분 

ⓖ 상차 후 배송 출발


뭐 이정도인데, 자동 스캔 설비, 컨베이어, 피킹용 설비, 자동 포장 장비, 지역별 팔레트 이동용 설비 아마 이게 거의 전부가 아닐까?

현재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오히려 여기 들어가는 투입품의 크기와 포장 규격이나 QR 형태의 규격을 통일하는 작업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런 생각을 나누며 고민을 해보니. 못할 것도 없을 듯? 


“우리 뭐 자꾸 하다 보니까. 간땡이만 커지는 것 같아요. 이것도 뭐 그냥 하겠는데요?

“그렇지? 나도 그 생각 중이야. 이렇게 도전적인 인간이 아니었는데, 여기 와서 살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자꾸 바뀌네? 으하하

“그러게요···진짜 될 것 같은데··· 우리 헛돈 좀 써봐요?

“또? 

“콜, 질러요?

“헐··· 몰라. 하던지 콜!


전화로 부산 신발 공장 사장님께 여쭤보니, 반응이 좀 특이하시다.


“해볼랍니까?

“네? 일단은 작게 해보려고 생각합니다. 창고 일부나 옆에 신축하게 해주시면 해서요. 땅 구하기가 만만치 않네요.

“그라이시다. 옆에 보면 500평짜리 작은 창고 하나 있을 겁니다. 쓰시지요. 아니면 고속도로변에 땅도 하나 있는데 그건 어떻소?

“네? 그냥 허락인가요?

“마, 내 소원도 이뢌고 죽어가 돈 가지고 갈 것도 아이고 주변 부지랑 필요하면 넘기던지 하겠소.

“헐? 아 넵. 알겠습니다.


내 반응이 너무 이상한지, 옆에 있던 해적 형이 묻는다. 


“왜? 다른 곳 구해야 하는 건가?

“그냥 쓰라는데, 필요하면 매각도 한다고 하시고

“뭐야? 부산 사람들 다 그래? 이렇게 쿨해도 되나?

“그러니까? 


그리고 다음날

부산 사장님은 올라오셔서 노원구 쪽 창고를 일단은 보증금 없이 월세 200만원에 임대하는 걸로 계약서를 쓴다. 기간도 없다. 


“그 우리 신발공장도 옛날보다 자동화가 마이 됐습니다. 대구 쪽에 아는 사람 있는데 소개 시켜드리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회사가 큰가요?

“이런 자동화는 큰가 작은가 보다는 얼마나 오래 살아 남았는가가 중요하지. 나중에 A/S를 못 받으면 골치 아프니까.

“아, 그렇겠습니다.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함 올라 오라고 말해두께요. 그라고 거 광주 사람들 힘 윽수로 좋더만, 일 잘해.

“하하, 번개맨 형님요? 예, 싸움이랑 운전은 자신이 있다 시던데 ···다행이에요.

“그라믄 창고 갔다가 나는 내려가 볼랍니다.

“예, 살펴 가세요!


쿨 하다.

그리고 한 분을 소개해 주셨는데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시는 길에 우리 사무실로 들렀다. 외모가 누구와 참 닮았다.


“우주인?

“그로발 테크닉스 우주복 입니데이. 우리 조카 이름은 우째 아는교?

“저희 공동 창업자예요. 글로벌 테크닉스 인가요?

“아니, 그로발이라 카이. 아 몬 알아 듣네. 그래요? 가가 간가? (그 사람이 그 사람입니까?)

“네, 가가 갑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입니다.)

“아- 가가 가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혹시 몰라 통역해봤다. 

우주인 삼촌분이셨다. 하기는 저런 특별한 외모를 가지기 쉽지 않은데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우리의 설명을 들으시고 무릎을 탁 치신다.


“이햐, 너거들 머리 좀 좋네! 요사이 이래 공장 짓는 게 중국에 유행이라카이. 사람 이빠이 붙여가지고 난리도 아이라, 가봔나?

“···인물아. 뭐라시는 거니? 공장만 알아듣겠다.

“아, 중국에 이런 공장이 유행이래요. 그렇구나, 그럼 가능한 건가요?

“하모! 부품도 중국제쓰가, 그냥 한 5억에 해주꾸마. 아이다, 친척 DC. 4억!

“뭐라 시니?

“4억에 해주신데요. JC GLS는 1,000평 짜리에 570억 쓰셨다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뭐? 빙시가! 돈 지랄하고 앉았네. 와 안되노. 

“그렇구나···JC 빙시구나···헐.


들고 오신 워크스테이션으로 도면을 쭉쭉 그리시고, 이전에 있던 공장 도면과 비교를 해주신다. 중국의 경우에 이미 우리가 상상하는 형태로 사람이 들어가는 공장의 설계가 매우 많다는 설명도 덧붙이는 우주복 삼촌.


“전기쟁이랑, 설비팀 좀 불러가꼬. 초도금 넣으면 바로 하꾸마. 언제 줄끼고?

“지금 바로 드릴게요. 시작해 주세요.

“싸나이네- 아이구야. 4억 바로 이체해뿌나?

“그럼요. 갱상도 아입니꺼!

“하모!


뭐 그렇게 공사가 시작되었다. 

촌스러운 말투와 회사 이름과는 달리 ‘그로발 테크닉스’는 이쪽으로 잔뼈가 굵은 분들로 가득하다. 갱상도 사투리 가득한 공간에 뭐라 뭐라 시끄럽게 떠드시는데 싸우는 게 아니다. 

그냥 갱상도 대화법··· 바닥을 막 갈아 내더니, 우레탄을 쫙 깔고 옆 공장 빈자리에서 설비를 막 조립하더니, 조심스레 옮긴다. 뭐 그냥 뚝딱뚝딱 이런 느낌인데 엄청 빠르게 완공 되어 가는 중이다.


“우와···역시 갱상도. 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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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커머스 (feat. 그로발테크닉스 우주복) 24.08.28 21 1 12쪽
75 우주 커머스 (그 시절 물류창고 = 생지옥) 24.08.28 24 1 12쪽
74 라이더스 클럽 (외눈박이 세상 속 정상인) 24.08.28 26 1 13쪽
73 RedAnts P2P (feat. 이슬이 컴백!) 24.08.28 24 1 13쪽
72 광고 대행업 (단군CRM 합류) 24.08.28 26 1 13쪽
71 라이더스 클럽 (feat. 그것도 알고 싶다) 24.08.28 25 1 12쪽
70 라이더스 클럽 (feat. 잘생KIM in JAPAN) 24.08.27 27 1 12쪽
69 라이더스 클럽 (차별 or 역차별?) 24.08.27 2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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