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행성에서 인류 멸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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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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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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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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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멸망의 독촉장

DUMMY

행성 뉴프렌의 240km 상공.


지구보다 두텁고 풍부한 대기층을 가진 행성 뉴프렌의 열권이 시작되는 지점.


뒤엉킨체 낙하하는 아라미스와 엘챠무아드는 유성우처럼 보였다.


공기층의 마찰은 불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압축된 공기가 주체 할 수 없을 정도의 진동을 만들어 내고, 아라미스의 기체를 무자비 하게 흔들어 대며 뜨거운 고열이 기체를 녹이듯 뜯어 내고 있다.


-고오오오!


-두드드드··· 투득···


경고 알람과 진동으로 요동치는 조종석 안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진정하려 해보아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예은은 끝까지 레버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다리가 파손되고, 추진 노즐이 파괴되었지만 아직 아라미스의 두 팔은 멀쩡하다.


예은은 마지막 남은 무기인 탭런쳐를 꺼냈다. 긴 곤봉 형태인 탭런쳐.


날카롭지 않아서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 시점에서는 유일한 무기이다.


너덜너덜 고장난 적이 꺼낸 쇠단봉은 상처 입은 엘챠무아드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모양은 우습지만 또 저것이 어떤 기이한 공격을 할 지 모른다.


그는 아라미스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더욱 부둥켜 안았다.


아마도 블레이드 커터와 같은 번개를 만들어 내는 무기겠지라고 추측하는 엘챠우마드.


상관없다. 번개든, 곤봉형 무기든, 간격을 줄여 휘두를수 없다면 타격을 줄 수 없을테니까.


엘챠무아드는 아라미스를 껴안은체, 마나가 차오르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상처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심했다.


‘으윽···우선 마나가 체워지면 상처를 최소한으로 회복하고, 이 안에 들어있는 루미네리움을 꺼내어 상승하자. ···중력이 더 강해지기 전에 회복해야해. 그···그 이후의 문제는 저 거···거대 질량체의 잔해 속에서 나머지를 줍기만 하면 될 일.. 크흑.. 이놈의 저항을 잠시만 막으면···큭!’


엘챠무아드는 빠르게 계획을 세웠지만 다친 몸은 그의 맘 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아라미스는 엘챠무아드의 속박 안에서 바둥거리듯 아무렇게나 탭런쳐를 휘둘렀고, 엘챠무아드는 마찰열을 막고 있는 방패로 이것을 막았다. 그저 허우적 거리는 움직임이었기에 가볍게 무마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엘챠무아드의 결정적 실수였다.


이 한방은 둘의 승패를 뒤집을 일격이 되었다.


탭런쳐는 간격과 상관 없이 가공할 타격력을 발산 할 수 있는 장치다.


엄청난 충격을 한점에 주기 위한 장비로서 보통은 암석 분쇄용으로 쓰이는 장치이지만, 전술 무기로 쓰일 수 있을 정도의 효용성이 검증되어 UKL에도 보급된 무기이다.


탭런쳐.


겉보기엔 단순한 짧은 곤봉이지만, 곤봉에 닿는 순간, 암석이 파괴될 정도의 '1인치 펀치'가 날아간다.


그리고 그런 류의 타격은 암석에 매우 요긴하다. 백옥 또한 이에 취약한 암석류에 속한 재질이다.


-팡!


-쩌저저적. 후두두둑.


단 한방이었다. 단 한방으로 유리가 잘게 깨어지듯 엘챠무아드가 가진 백옥의 방패가 산산히 조각 났다.


"?!? 이게 어찌···? 그 뜨거운 번개 무기가 아니었단 말이냐!?"


커터 블레이드 같은 고압 전류형 무기일것으로 속단한 그의 불찰이 방패에 균열을 만든것이다.


후회하기에는 늦었다. 휘둥그레진 엘챠무아드가 사태를 파악할 틈도 없이, 12,000도 이상의 플라즈마 마찰열이 그의 눈과 상처로 쏟아져 들어갔다.


아무리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중장갑 금속으로 무장된 아라미스가 세카맣게 타면서 받아 내던 고열을 일개 생명체가 버텨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크아아악! 이럴 수는 없어! 내! 내 드래곤 제국이!!!! 끄아아아악~~!!"


대기권의 마찰열기가 최대로 올라간 시점이었다.


그의 육체가 대기 마찰열에 노출된 순간,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드래곤의 비늘은 녹아 버리고, 불멸이라는 육체는 순식간에 찢어졌다.


커다란 상처를 통해 들어간 고열에 엘챠무아드는 안팎으로 불타 버리는 결말을 맞이 하고 말았다.


드래곤 제국을 꿈꾸던 엘챠무아드는 자신의 계획을 이루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했다.


매달려 있던 드래곤이 순식간에 재가 되고 뼈마져 타버리자 그의 형체는 힘을 잃고 불꽃 부스러기가 되어 허공에 떨어져 나갔다.


적이 사라졌지만, 대부분의 모니터가 꺼진 조종석에서는 알 수 없었다.


설령 엘챠무아드의 죽음을 알았다 해도 예은은 기뻐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라미스의 컨트롤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고 추진체를 비롯한 다른 기능은 대부분 작동하지 않았다.


두 다리를 잃은 시점에서 역분사를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사라졌다. 속도를 줄일 방법 없이, 아라미스는 무력하게 검게 타며 추락했다.


끊임없는 붉은 경고만이 그녀를 다그쳤지만, 예은이 할 수 있는 것은 무력하게 절망을 느끼는 것 뿐이었다.


외부 시스템이 다운되면서 모니터도 잡음 외에는 영상을 송출하지 않았다.


거대한 금속 관이 되어 버린 아라미스의 조종석 안에서 외부의 난폭한 진동이 느껴진다.


서서히 올라오는 열기 또한 공포스럽다.


이 상황에서 미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실 최후의 수단은 남아 있다.


UKL의 기체에는 불시착 했을 경우, 그런 상황에서마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 된 기체이다.


작전지역이 우주던, 바다이던, 극지방이던 부여 받은 작전을 마저 수행하고, 경우에 따라선 탈출용으로 사용 할 수 있는 마지막 개인 화기인 '이신기동' 슈트 유닛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그것엔 접근 할 수가 없다.


조종석에서 바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조종석에서 나와 외부에서 옮겨 가야 하는데 캐노피가 고장나서 조종석의 문을 열수 없는 상황이다. 어차피 개노피가 열려도 마찰열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조차 없다.


계산 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감안하여 만들어진 방식이고, 어떠한 극지방도 잠시는 견딜 수 있는 파일럿슈트였지만, 대기권 마찰열의 상황은 설계자들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밖이었던 것이다.


대기권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면 추락했지 열권이나 중간권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파손되는 상황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예은은 죽음이 실제로 다가오는 것 같아 눈물이 터졌다. 조종석 한쪽에 놓인 '성진'의 사진을 가져와 움켜 쥐었다.


"오빠··· 오빠··· 보고 싶어··· 흑흑흑···. 오빠. 보고싶어요. 오빠..오빠··· 흑흑···."


작은 사진 속에는 결혼을 약속한 성진과 함께 웃고 있는 예은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마 이 날은 결혼 후 개척지에서의 신혼생활을 함께 그렸던 날일 것이다.


-후두둑···


들고 있던 탭런쳐와 팔이 녹아 뜯겨져 날아갔다.


그녀를 실은 아라미스는 시커먼 잿덩이가 되어 멀리, 저 멀리, 아틀란의 추락 궤도와는 상관 없는 먼 지역으로 향했다.


그녀의 위치가 아틀란 함교의 어느 레이더에서 경계에 닿았고, 그 너머로 사라졌다.


아틀란으로 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것이다.


분주한 아틀란 함교에서는 아무도 레이더 상의 초록 점 하나가 사라진 것을 알지 못했다.


**


AI의 계산상, 추락은 복구 할 수 없다. 99.2334% 이상의 확률이 나왔으니. 인류의 참패.


전술에서는 이겼는데, 전략에서 진것이다.


모두가 참담한 기분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아틀란의 승무원들은 무기력한 표정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허탈하고, 허무한 눈으로 참사의 수치가 가득한 모니터만 응시했다.


코넬에겐 오랜 정치 경험이 있었지만 이런 대형 참사는 겪어 본 적은 없었다.


허나 그의 노련한 정치인이었고, 실행력을 갖춘 지도자다.


그가 가장 신속히 한 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었다.


그는 허탈함에 서둘러 빠져나와 바삐 움직였다. 우선 상황을 정리하는 것 부터.


"쥴리아 로저스 사령관."


[예··· 대통령님.]


화면 너머 쥴리아의 얼굴에도 불안과 근심이 가득차 있었다.


공황에 빠진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니, 화면 아래로 숨긴 손은 떨리고 있는 듯했다.


보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코넬은 마치 그에게 전달해 주려는 듯, 기운찬 음성으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잘 아시다시피, 조금 있으면 헬리오넬의 고중력의 특성상 통신 상태가 안 좋아 질겁니다. 모든 군 통신 회선을 열어주시오."


[예. 대통령님.]


비장한 대통령의 모습에 쥴리아 사령관도 무언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강건한 태도에 쥴리아도 조금이나마 기운을 얻는 듯 했다.


전병력의 통신 회선이 오픈되고, 대통령의 영상과 음성이 전 우주의 '은하 5함대' 병력들에게 전해졌다.


단, 민간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회선이므로 아틀란의 거주민들에겐 공개 되지 않는다.


"대통령 '코넬 몽고메리 무어'입니다. 용맹스러운 은하 5함대의 전 병력에게 전합니다. 귀관들의 용감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 아틀란은··· 추락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비상 상황인 만큼, 대통령으로서 각 장병들과 전함대에게 명령합니다. 헬리오넬의 경로 또는 그 근방에 있는 전 병력은 헬리오넬의 앱실링거로 집결하기 바랍니다. 서두르십시오. ···그리고 아틀란 근방의 병력들은···"


대통령은 어려운 이야기에 앞서 한숨을 고르고 다시 지시 사항을 이었다.


바싹 마르는 입술이 쉽게 떨어 지지 않았다.


그래도 서둘러 전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 였기에 용단을 가지고 연설을 이었다.


"대기권 중력에 귀속된 남은 병력들은 아틀란으로 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세요. 높은 확률로 딥임펙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용감하고 고마운 여러분들의 무운을 빕니다. 한사람이라도··· 살아남으세요. 누구든 아니. 모두들 새 행성에서 살아남기를. 그리고 꼭 다시 만나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에게 행운을 빕니다. 우리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의 짧은 연설이 끝나고, 통신이 차단되었다.


이 메세지를 듣는 모두의 마음속에는 안타까움과 절망감, 비통함 외에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찼다.


헬리오넬의 경로로 날아간 자들은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더 노력했어야 했다는 자책을 했다.


대기권의 중력에 끌려 떨어지는 병력들 조차 두려움보다 자책이 더 컸다.


용기 내어 연설을 했지만, 대통령 역시 정신적으로 힘든건 사실이다.


착찹한 표정의 대통령이 자리에 풀썩 기댔다.


그가 앉은 의자에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아틀란은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점점 진동이 심해 지고 있었다.


이제 대통령의 다음 일은 아틀란의 생존 방법 모색, 그게 안되면 소수라도 구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함장. 남은 반중력 장치로 추락 속도라도 늦출 수는 없을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브릿지를 해제하고 분리한다면 남은 섹터들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겠소? 어차피 로슈한계에 들어온 상황 아닙니까."


정신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 데이터를 보고 받고 정리하던 아틀란 함장의 표정은 심각함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데이터가 보여주는 ‘생존 가능성’이 너무 낮았다.


자신에게 취합 보고된 데이터는 어디에도 희망의 문장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내용이 '멸망의 독촉장' 같았다.


마음을 다잡은 아틀란 함장이 대통령의 물음에 답했다.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저희 아틀란 구조체의 로슈 한계의 원심 최고점를 이제 돌입해야 합니다. 섹터를 분리하면 더 위험합니다."


“ ‘해야한다?’ 그말은 로슈 한계는 극복할 수 있다는 소리오?”


“반중력 장치가 대부분 제기능을 하고 있어서···.”


“가능한지만 알려주시오.”


“네. 가능합니다.시드니를 제외하고도, 상하부 섹터의 원심 회전을 내부를 향해 가속화하면 그렇습니다.”


“그거 불행중 다행이군. 그 이후는?”


“그게···”


뜸을 들이는 함장이 대통령의 기다리는 눈빛에 결국 입을 열었다.


“추락 경로가 더 가팔라 집니다.”


작가의말

17화 요약.


1. 엘챠무아드 사망.


2. 아라미스 추락.


3. 멸망의 독촉장을 받은 이민선 아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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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Blue-1 바실라우드 (1) 24.09.16 6 0 11쪽
35 34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3) 24.09.13 7 0 13쪽
34 33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2) 24.09.11 7 0 12쪽
33 32화 뮬렛과 아라미스 24.09.10 9 0 12쪽
32 31화 사이지어 부활, 아라미스와 뮬렛의 만남. 24.09.09 9 0 12쪽
31 30화 원치 않은 진로로의 한발. (군인 최정원이 되는 순간) 24.09.08 9 0 14쪽
30 29화 뉴프렌에서 마주한 참담한 현실 24.09.07 8 0 12쪽
29 28화 황금빛 별 하나 24.09.06 10 0 12쪽
28 27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1) 24.09.05 13 0 13쪽
27 26화 출격 렛서팬더 24.09.04 9 0 13쪽
26 25화 'E-Silver-1' 은빛 섬광 사이지어 24.09.03 11 0 11쪽
25 24화 임무 실패 24.09.02 13 0 13쪽
24 23화 운명의 팀 24.09.01 10 0 13쪽
23 22화 지윤의 용기 24.08.31 12 0 13쪽
22 21화 정원의 용기 24.08.30 13 0 12쪽
21 20화 UKL-A01 ‘First Feather’ 회수 작전 24.08.29 11 0 12쪽
20 19화 맥셔널 vs 드래곤 24.08.28 11 0 12쪽
19 18화 드래곤의 역습 24.08.27 12 0 12쪽
» 17화 멸망의 독촉장 24.08.26 14 0 13쪽
17 16화 엘챠무아드 vs 아라미스 24.08.25 11 0 11쪽
16 15화 루미네리움 24.08.24 14 0 13쪽
15 14화 다시 만난 헬리오넬 24.08.23 15 0 15쪽
14 13화 공간의 기염 24.08.22 16 0 15쪽
13 12화 이상과의 괴리를 너무 늦게 깨달은 순간 24.08.21 17 0 16쪽
12 11화 새로운 드래곤 로드 24.08.20 16 0 16쪽
11 10화 드래곤의 위기 24.08.19 15 0 13쪽
10 9화 은하 5함대 vs 성좌 24.08.18 19 0 13쪽
9 8화 문명 출동 24.08.17 23 0 13쪽
8 7화 학폭의 현장 24.08.16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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