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행성에서 인류 멸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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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초
작품등록일 :
2024.08.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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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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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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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정원의 용기

DUMMY

잔뜩 겁에 질린 혜선은 주위와 단절하듯 귀를 막고 엎드렸다.


평판과 입지는 모두 추락했고, 참으로 비루한 모습만 남아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측은해 보이기 까지 했으나, 그녀의 강한 자존심은 결코 무너진다거나 약해지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재계 서열 5위 안에 드는 몰케인 그룹의 장녀 신혜선이다.


지금 느끼는 모멸감과 수치심도 강했지만 그녀의 자존감은 더 강했다.


그래서 이런 곤혹스런 상황에서도 뻔뻔할 정도로 자기위로를 할 수 있었다.


불쌍해 보이는 등 너머로 수많은 자기 정당화를 스스로에게 무서울 정도로 되뇌이고 또 되뇌이며 이 상황을 견뎌내고 있었다.


‘왜들 날 쳐다보는 거야? 밖에 나가면 죽는 거 뻔히 알면서 날 내보내려는 거야? 너희도 못나갈거잖아. 자신 있으면 너희가 나가 보든가. 너희도 나 대신 못나서잖아.

늬들은 다를 줄 알아? 난 운이 없어서 지적 받은 것 뿐이야. 단지 그 뿐이라고. 목적 없이 수업 듣고, 훈련하고, 생각 없이 희희닥 거리면서 학교를 다니는 너희와 난 달라. 난 항상 노력했다고. 대학교 수업 외에 받은 과외만 해도 너희보다 공부시간이 많아. 개인 비행장에서 너희보다 몇배의 시간은 더 노력했어.

그런데 왜 내가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난 군인이 아니야. 아니라고. 너희랑 똑같이 그냥 공부에 노력한. 아니 너희 보다 더 노력한 학생일 뿐이야.

날 그딴 눈빛으로 쳐다보지마. 너희 따위가 감히 날 그딴 식으로 쳐다볼 자격이 있어?’


그녀의 머릿속에 오빠인 신영진과의 경쟁하겠다는 꿈은 사라졌다.


‘오늘은 첫단추를 끼울 날이 아니야. 다른 날. 다른 더 좋은 날이 있을 거야. 난 개척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경영자라고. 지금 이 사소한 모험에 도박을 걸 필요 없어. 더 좋은 날을 찾을 거야.’


이제 남들 앞에 보여주는 쇼는 지긋지긋 했다. 목숨이 더 중요했으니까. .


그리고,


‘너희들은 내가 이런다고 욕할 자격 없어. 난 당당해. 너희도 웅크리고 있는건 마찬가지니까.’


동정은 받는 와중에도 이를 바득바득 가는 혜선이었다.


그녀가 머릿속으로 새로운 핑계를 펼쳐가며 억지 정당성을 만들기를 무한히 반복한 무렵,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꼭 누군가 탑승해야 한다면. 저도 기체 관련 수업을 들었습니다. 제가 탑승할게요.”


손을 들고 일어선 사람은 정원이었다.


**


<잠시 전 상황>


밖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위험한것은 분명했다. 모든 학생들은 그걸 알 수 있었다.


스피커로 통보되는 안내 방송중에 소방 관련 위기 대응 코드가 들렸는데, 굳이 이런것이 아니더라도 외부로 부터 전해지는 폭발음과 진동만으로도 충분히 밖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드래곤의 급습으로 아틀란은 위기를 맞았고, 주력 방어 수단이 없는 아틀란은 어렵지만 수습을 위해 임시 수단인 화재 진화 차량들을 출동시켜 화재 진화와 방어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에게는 아직 알려 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재 이곳 연구실에 견학을 온 학생들은 준군사 학교의 학생들로, 비상 코드에 익숙한 인원들이다.


소방진화 차량들이 총동원 되었다는 코드 즈음은 모두들 해석할 수 있었다.


소방 관련 코드에는 빠삭한 건, 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전공이었으니까.


그의 판단으로, 지금 위기 상황이며 모두들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본인이 알고 있기로, 아틀란이 파괴될 순간이라면 민간인들도 피난 쉘터로 긴급 이동한다. 게다가 섹터의 강제 분리 작업이 들어갔을 것이다.


피난 경보가 아닌 것으로 보아서는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


워낙 엄청난 사태라 피난 명령이 의미가 없어서 안내렸을 뿐인데, 공교롭게도 정원은 이렇게 해석했다.


‘얼마나 손이 부족하면 학생인 혜선에게 까지 도움을 강요할까.’


연구소 외부에서 전해지는 방송으로 미루어 보아 화재 진화 차량은 이미 700여기가 출격한 상황이다.


어려움 일이지만 구조학과인 자신이 도와야 하는 상황은 맞는 듯 했다.


정원이 일어서려 하자, 옆의 태현이 끌어 당겼다.


“뭐하는 거야? 앉아 있어.”


“어? 뭐?”


몸을 일으키려던 것 뿐인데 태현은 어떻게 알았는지 그를 놓지 않았다.


눈치가 엄청 빠른 놈이다.


“너 지금 혜선이 대신 니가 나가려는 거지? 미친짓 하지 말고 앉아 있어. 효정이 말도 틀린건 아냐. 군인들이 알아서 해줘야지.”


“아니.. 난 그냥. 화장실 가려고.”


“웃기지마. 가만히 앉아 있어. 밖에 상황 심상치 않은데, 나가면 개 죽음이야. 아직 학생인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앉아있어.”


“당연히 학생인 우리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일인가 보지.”


“아! 쫌! 눈치껏 행동하라고.”


정원은 태현을 보며 씨익 웃었다.


“...내가 전에 말했지? 난 구조대원이 되는게 꿈이라고.”


“너 아직 학생이야. 졸업을 해야 소방직 발령을 받던 하지. 학생이 나선다고 달라질 건 없어.”


“꼭. 직업이어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나? 소방직 발령 받으면 월급받으면서 도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긴 한데, 꼭 돈 때문에 구조학과를 가려던건 아냐.”


“그런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지금은 니가 필요한 자리가 아냐. 앉아! 멍청아!”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저기 둘이나 있는데?”


“고집 더럽게 쎄네. 쫌! 얌전히 있어.”


“내가 할 수 있다면··· 기회가 되면 하는거지. 도움이야 될지 안될지야 뭐. 해봐야 알지.”


“혜선이 조차 겁내고 있는데 네가 왜 나서?”


겁에 질려 있는 혜선이 저 멀리 보였다.


다시 말하지만, 태현은 눈치가 빠른 편이다.


자신들 보다 더 외부 상황의 정보에 가까운 혜선이 몸을 사릴 정도의 일이 터졌구나. 그래서 저 혜선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구나라고 추측했다.


헌데 정원은 달리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혜선이는 여자애니까. 겁이 날거야. 그럴 수 있지.


덜덜 떨고 있는 혜선을 멀리서 지켜보기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정원은 오래전 어린시절 자신을 화마 속에서 구해준 용감한 소방관 아저씨가 생각났다.


생존자는 없을 것이라고, 붕괴 위험이 너무 크다고 모두들 막았던 현장에 홀로 뛰어 들어와 자신을 구해준 정원의 영웅.


‘그 아저씨라면 이런 상황에서 나서지 않았을까?’


잠시의 고민은 있었으나, 어린 자신을 구해준 이름 모를 영웅을 떠올리자 이 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같이 느껴졌다.


“도움이 될 진 모르겠으나,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구조대원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


“너 아직 발령 안받았어. 그리고 위험하다고 이 멍청아!”


“뭐 어느정도는 위험하겠지만, 죽으라고 내보내겠냐? 필요하니까 그런거겠지.”


“전쟁이라면? 반란일 수도 있고?... 괜히 나갔다가 표적이 되서 총알 퍼부으면?”


“그렇다고 해도 관측기로 뭘 할 수 있다고 관측기를 공격을 하겠어?”


태현은 말이 안통하는 정의 바보에게 답답해 하며 가슴을 쳤다.


“그럼 만약 유성비면 어떻게 할래?”


“상상력이 너무 갔네.”


“모르긴해도 밖의 상황이 그정도니까 저러는 거야. 괜히 위험 코드가 떠있겠어? 렛서팬더들도 대량 출동하고.”


‘렛서팬더’. 일명 소방청 소속의 ‘화재 진화 차량’을 이르는 별명이다.


“그럼. 조금 위험한 관측 임무겠네.”


어찌나 말이 안 통하는지, 태현은 정원의 입을 틀어 막고 싶었다. 그때 외부에서 또 다른 충격음과 진동이 연구소로 전해 졌다. 여기까지 전해지는 정도면 보통 큰일은 아닌 것이다.


-쿠웅!


“꺄악!”


“조금이 아니라면?”


비명을 지르는 학생들 틈에서 태현이 바닥을 짚고 물었다. 정원을 향한 그의 눈은 ‘봤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필요한 일이잖아. 형아 다녀올게. 저기요!”


“야 이! 미친놈아!”


정원이 일어섰다.


**

<다시 원 시점>


도저히 시간이 없다. 추락중이라고 사실대로 말 할 수도 없다. 분명 난리가 날테니까.


자괴감마저 들던 차였다


‘아무리 하나의 목숨이라도 구해야 한다 쳐도. 이렇게 애를 써서 이기적인 이 겁쟁이를 살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때 기쁘게도 조금 떨어진 학생들 무리에서 누군가 일어섰다.


그것은 정원이었고 그는 자신이 위험한 일을 하겠다고 서슴없이 나섰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리고 이내 주희는 반가운 마음에 웃음이 지어 졌다.


‘그래 아무나 살리는 것 보다, 저렇게 본인을 희생하는 친구가 자격 있지. 이 아이는 꼭 살려 보내야 돼.’


“전공으로 한건 아니고, 제가 전투 기체 수업 이수는 4학기 정도지만···”


“시간이 없어요. 따라와요.”


“어?”


기쁜 맘을 숨기지 못한 주희가 정원의 말을 끊어 버리고 덥썩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8학기가 아니고 4학기인데 괜찮아요?”


"그래요 부탁할게요. 어서 이쪽으로."


"야! 최정원 이 미친놈아··· 대체 왜그래?"


주희를 따라 나서려는 정원을 태현이 일어나 소리쳤다. 정원은 주희의 손에 끌려나가면서 태현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내가 원래 뼛속까지 구조대원이잖아. 데뷔가 빨랐다 치고 다녀올게."


"미친놈아. 나가면 죽어! 저 소리 안들려? 그나마 여기가 안전하다고!"


"그러니까 넌 여기 있어. 형 성격 알지? 형아가 얼른 해결하고 돌아올게."


"야! 야! 최정원!"


사실 말은 느긋히 했지만 그 역시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더 지체하다가는 더 겁이 날것 같아서 서두르는 주희를 따라 격납고로 향했다.


주희와 정원이 나가자, 학생들의 술렁이는 분위기가 일었다.


그 틈을 타서 효정과 재은은 한숨 돌렸다는 듯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가장 안도의 한숨을 쉰 것은 재은이었다.


그녀는 두사람이 나간 문이 닫히는 것을 보자 비로소 홀가분한 얼굴로 웃음을 찾았다.


하마트면 혜선 처럼 모양이 제대로 빠질 뻔했는데, 정원이 나서주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재은 역시 학생들의 분위기가 풀어지자 안도했고 효정에게 쪼르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 오빠 제법이네? 이 기회에 혜선이 한테 점수 제대로 땄는데?”


“미친년. 쟤한테 잘 보이고 싶었으면 제시카년이랑 안사귀었겠지. 그리고 눈도장도 분위기 봐가면서 찍는거지 너라면 목숨걸고 눈도장 찍겠냐?”


“아니 난 뭐. 그렇다는 거지 뭐.”


“꼭 지같이 생각한다니까.”


“흥! 그럼 저 오빠가 또라이라는 거야?”


타박하는 말투에 삐진 재은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었다.


신경질적으로 째려 보는 재은은 무시하고 효정은 정원이 사라진 문을 향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저 오빠 응급 구조학과로 간 이유가 성적 때문이 아니란 소문. 인정. 그리고 또라이인 것도 인정.”


재은과 달리 로멘스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효정이다.


누군가 멋지다고 생각해본적 없는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정원에게 제법 멋지다는 감정을 느꼈다.


항상보던 차갑고 장난스런 눈이 아닌 발그레 한 눈빛을 한 효정을 본 재은은 못볼것을 본 인상이 되었다.


“어머어머. 얘 눈이 왜이래?”


“여자 많이 꼬이는 능력도 인정.”


재은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효정은 정원을 향한 웃음기를 지우지 않았다.


모두의 술렁대는 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데도 혜선은 모두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아니 아예 자리에서 다른곳을 보며 고개 조차 돌리지 않고 앉아만 있었다.


작가의말

20화 요약.


1. 위험 속에 용기를 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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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Blue-1 바실라우드 (1) 24.09.16 6 0 11쪽
35 34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3) 24.09.13 7 0 13쪽
34 33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2) 24.09.11 7 0 12쪽
33 32화 뮬렛과 아라미스 24.09.10 9 0 12쪽
32 31화 사이지어 부활, 아라미스와 뮬렛의 만남. 24.09.09 9 0 12쪽
31 30화 원치 않은 진로로의 한발. (군인 최정원이 되는 순간) 24.09.08 9 0 14쪽
30 29화 뉴프렌에서 마주한 참담한 현실 24.09.07 8 0 12쪽
29 28화 황금빛 별 하나 24.09.06 10 0 12쪽
28 27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1) 24.09.05 13 0 13쪽
27 26화 출격 렛서팬더 24.09.04 9 0 13쪽
26 25화 'E-Silver-1' 은빛 섬광 사이지어 24.09.03 11 0 11쪽
25 24화 임무 실패 24.09.02 13 0 13쪽
24 23화 운명의 팀 24.09.01 10 0 13쪽
23 22화 지윤의 용기 24.08.31 11 0 13쪽
» 21화 정원의 용기 24.08.30 13 0 12쪽
21 20화 UKL-A01 ‘First Feather’ 회수 작전 24.08.29 11 0 12쪽
20 19화 맥셔널 vs 드래곤 24.08.28 11 0 12쪽
19 18화 드래곤의 역습 24.08.27 12 0 12쪽
18 17화 멸망의 독촉장 24.08.26 13 0 13쪽
17 16화 엘챠무아드 vs 아라미스 24.08.25 11 0 11쪽
16 15화 루미네리움 24.08.24 14 0 13쪽
15 14화 다시 만난 헬리오넬 24.08.23 15 0 15쪽
14 13화 공간의 기염 24.08.22 16 0 15쪽
13 12화 이상과의 괴리를 너무 늦게 깨달은 순간 24.08.21 17 0 16쪽
12 11화 새로운 드래곤 로드 24.08.20 16 0 16쪽
11 10화 드래곤의 위기 24.08.19 15 0 13쪽
10 9화 은하 5함대 vs 성좌 24.08.18 19 0 13쪽
9 8화 문명 출동 24.08.17 23 0 13쪽
8 7화 학폭의 현장 24.08.16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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