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행성에서 인류 멸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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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초
작품등록일 :
2024.08.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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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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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뮬렛과 아라미스

DUMMY

-콰앙!


-둑. 두둑. 두두둑..두둑···두ㄱ.


추락체의 요란한 충돌은 협곡을 통채로 흔들었다.


그러고도 분화구를 튀어나와 데굴데굴 구르며 30여 미터를 더 날아가 멈춰섰다.


뜨겁게 달궈진 추락체 파도가 닿는 해변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충돌지점인 테세마다 석조 제단은 충돌로 폭파되어 산산히 부서졌고, 제단이 있던 자리는 아예 몇미터 가량 움푹 파였다.


요란한 폭발로 인한 돌과 바위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콰앙! 후두두둑···


그 중 한쪽으로 튄 바위덩이가 범선을 때리면서 선체 옆면을 강하게 부수자, 범선은 기우뚱 흔들리더니 곧 한쪽으로 중심이 쏠렸다.


-뿌드드드드득.


선체의 어느 중요한 부분이 부러지며 범선이 반대쪽으로 기울어 졌다.


배가 90도로 완전히 기울어 지자 뮬렛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버렸다.


“으윽!”


급격하게 기울어진 선체에 중심을 잃은 뮬렛이 넘어지고 바닥이 벽처럼 세워지자 그녀를 포함한 선실 안의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져 뮬렛을 덮쳤다.


쏟아지는 물건들은 간신히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다행이었으나 그녀 자신도 물건들을 따라 떨어질 위기였다.


떨어지지 않게 뭔가를 잡아야 했지만 평평한 나무 바닥엔 그녀가 잡을 만한 틈은 없었다.


-뿌드득. 와지끈. 쿠웅!


“아악!”


그녀가 헛된 손짓으로 바닥을 긁으며 미끄러졌고, 범선은 이내 완벽히 쓰러져 버렸다.


돛과 돛대가 부러졌고, 충격에 선체의 선수와 선미가 뒤틀렸다.


전복된 범선 주위로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나무가 부러지고 물건이 쏟아지는 요란스런 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부러지던 나무 범선의 소음이 잠잠해 지자, 뮬렛은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난··· 죽었나?’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아주 무사했다.


90도로 기울어진 선실에서 자신을 옥죄던 황금체인에 대롱대롱 매달려, 상처 하나 없었다.


뮬렛을 가둬두기 위해 선실 천장의 대들보 같은 십자 기둥들에 사슬이 걸려있었던 것이 되려 그녀의 목숨을 살린 셈이다.


거꾸로 매달린 채, 슬며시 눈을 떠보니 머리 위. 그러니까 저 아래가 까마득 깊었다.


체인이 없었다면 선실을 채우고 있던 적재물들과 함께 저 아래에 떨어져 깔리거나 끼어 죽었을 것이다.


‘끊어 지지않는 체인이란 이럴땐 도움이 되는군.’


허공에 매달린체 잠시 안도하던 그때 였다.


-화륵!


“화륵?”


고개를 들어 보니, 저 아래, 깊은 바닥에서 갑자기 불길이 보였다.


뒤죽박죽 박힌 오크통들이 보였는데 그 안에는 기름도 있었나 보다.


아까만 해도 벽이었던 저 아래 바닥에 기름통이 쏟아져 깨지며 불이 붙은 것이다.


불길은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주변을 집어 삼킨 커다란 열기가 곧 뮬렛에게도 느껴졌다.


“뜨..뜨거워.”


인간 여성의 힘만 남은 뮬렛은 여러번 바둥 거린 끝에 겨우 몸을 굽혀 다리에 걸친 황금 사슬을 잡을 수 있었다.


얇은 사슬만을 의지하며 안간힘을 써서 매달리니 사슬이 살을 파고 드는 것 같이 아팠다.


불길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올라오고 있었고, 뮬렛은 죽을 힘을 짜내어 힘겹게 체인을 잡고 천장의 기둥에 겨우 올라 올 수 있었다.


그녀를 괴롭혔던 황금 사슬이 그녀가 잡고 올라갈 생명줄이 되어 줄 줄이야.


사슬이 걸쳐져 있던 대들보 위에 서자 그녀의 키보다 조금 높은 곳에 거다란 구멍이 보였다.


엘챠무아드가 부순 벽이 이제는 이제는 천장이 되어 있었다.


타오르는 불길은 점점 더 커지며 빠르게 그녀를 쫒아오고 있었다.


대들보 위로 올라오는 것만해도 무척 힘든 일이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뮬렛이 폴짝 뛰어 올라 뾰족뾰족 부러진 나무판에 매달렸다.


“이···아흑.. 응차..허억 허억···”


알몸에 이곳저곳이 찔리고 긁혔지만, 그녀는 무사히 범선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것만 해도 운이 좋은 거다.


황금 사슬이 다른곳에 걸리거나 엉켜 있었다면 이리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그녀의 눈에, 자욱하게 일었던 모래 먼지가 잦아 드는 모습과 한쪽엔 집채 만한 숯덩이 수증기를 뿜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푸시시시시~식.


파도가 치며 바닷물이 검은 추락체를 식혀 주고 있었다.


증발하는 수증기 외에, 추락체 주변에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어?”


뮬렛의 뒤로 열기가 느껴졌다.


야금야금 나무 범선을 태우며 올라온 불길이 어느새 그녀가 서 있는 곳까지 올라온 것이다.


발목에 감겨있던 일렁거리는 황금빛의 사슬은 아직 빛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더이상 팽팽하지 않았다.


뮬렛이 더이상 마나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옥죄일 필요는 없었으니까.


지금으로서는 단지 묶어 두는 용도의 물건일 뿐이었다.


뮬렛은 황금 사슬이 엉키거나 엉뚱한 곳에 걸리지 않게 바닥으로 늘어 트리고 조심조심 범선을 기어 내려갔다.


두꺼운 나무판으로 화염의 열기가 느껴졌다.


선체 표면에 돌기를 잡고 디딘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서두르지 않은 덕에 바닥까지 안전하게 내려 올 수 있었다.


“헉헉..헉..허억”


손가락으로 잡고 버티며 내려오느라 이제는 손가락도 덜덜 떨렸다.


불장작이 된 범선을 무사히 빠져나오자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피로가 몰려오는 듯 했다.


드래곤이었을 때는 한번도 느껴 본적이 없던 경험이었다.


잠시 주저 앉아 한숨을 돌리는데 목조 선박 하나가 통채로 불타는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열기를 막아줄 걸칠것을 찾는제 모래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발목에 걸친 황금 체인만 머슥하게 묶여 있을 뿐이었다.


황금 사슬은 아직 영롱한 빛을 반짝이며 그녀의 발목에 묶여 있었다.


그 끝은 대제단이었던 곳까지 닿아 있었다.


연기가 잦아든 곳을 살피니 제단의 모습은 온데 간데 형체도 볼 수 없었다.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테세마타의 대제단은 산산히 부서져 흔적조차 없어 졌고, 그 자리를 대신 커다란 구덩이가 차지하고 있었다.


“선대 로드들을 뵐 면목이 없군. 저게 흔적도 없이 파괴되다니. 고칠 수도 없겠네.”


얼마나 세게 충돌했는지 구덩이의 깊이도 상당했다.


운석 구덩이 안에는 추락체의 파편으로 보이는 검은 파편 또는 금속 파편들이 보였는데, 엘챠무아드의 회중 시계도 황금 사슬과 이어진 채 그 안에 있었다.


석조 제단이 산산조각 날 정도의 충돌이었음에도 엘챠무아드의 아티펙트인 회중 시계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수백년을 연구해서 완성했다더니 과연 엄청난 물건을 만들었군. 엘챠무아드. ···쳐죽일 놈.”


저정도 충격으로도 부술 수 없는 물건이라면, 지금의 뮬렛은 어떤 도구를 쓰더라도 흠집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재빨리 포기하자 새로운 방법이 바로 보였다.


그녀가 휘중 시계를 덥썩 주워들었다.


파괴 할 수는 없지만, 대신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닐 수 있다.


“잘 만들었는데 멍청하게 만들었네.”


들고 다닐 수 있으니 도주도 가능할 것이다.


이대로 도주하면 놈들이 루미네리움을 구해 온다해도 그것을 가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자신의 드래곤 하트를 사용 할 수 없겠지.


빠져나가기만 하면 숨는 건 쉽다.


드래곤들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쉽게 쫒아 올 수 없을 것이다.


‘헌데 어떻게 도망치지?’


테세마타를 빠져나가? 저 높은 절벽을 어떻게 올라가지?


올라간다 한들 드넓은 메데나 사막을 탈것 하나 없이 어떻게 건넌단 말인가?


헤엄쳐서 바다를 건너? 그건 더 말이 안되고.


그렇다면 협곡의 안쪽?


동굴로 보이는 협곡의 안쪽을 뮬렛은 잘 안다. 그 끝은 엄청 길고 어둡다. 게다가 지능이 낮은 몬스터들도 그득하다.


이 몸으로는 무기를 들고 있어도 하급 몬스터 한마리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곳은 막다른 길이다. 도피처로서 논의할 가치가 없는 곳.


그나마 남은 방법은 바다로 나가는 방법인데, 바다로 나갈 유일한 수단인 범선은 활활 타오르며 그녀의 뒤에서 협곡을 비추는 장작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봐도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뮬렛은 무기력함이란것을 처음 느끼며 주저 않고 말았다.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


그때 뮬렛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추락체 였다.


“아니야. 이대로 포기 할 수는 없어.”


다시 힘을 내어 일어난 그녀는 바닷가 추락 물체 쪽으로 향했다.


파도가 무릎까지 오는 곳에서 열기를 식히고 있는 검은 물체 주위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근처에 파도치는 바닷물이 따뜻해질 정도로 뜨거운 물체는 이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정도까지 열기가 식어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운석 같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 만든 기계 장치?”


이건 대체 뭘까? 어디서 날라온 거야? 이런건 처음 본다. 그럼에도 이 물체는 멀쩡해?


아무리 생각해도 추측조차 되느 않는 물체다.


처음 보는 류의 물건의 만남이란 수천년을 살아온 이에게 기적과도 같은 인연과도 같다.


참으로 기이한 하루다.


성좌들의 반란,


추측도 안되는 생소한 물체와의 만남.


그리고 만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대제단이 마침 오늘 파괴되었다.


이젠 정말 성좌의 시대는 끝나는 걸까? 혼란스러웠다.


한편 뭔가 상징적인 타이밍에 나타난 이 물체의 정체가 궁금했다.


뮬렛이 이리 저리 살펴 보고 있는데 안쪽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다.


“으..음···.”


파도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사람의 신음 소리였다.


추락한 물체의 한쪽에 작은 틈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


희미하지만 그 틈을 통해 사람의 형상을 볼 수 있었다. 안쪽 어두운 공간에 앉은 실루엣은 숨쉬는 움직임 빼고는 다른 행동은 없었다.


그것은 낯익은 존재였다.


‘인간?’


틈을 벌리고 싶은데 아직 뜨거워 맨손을 댈 수는 없었다.


틈은 조금 벌리면 안에서 기절한 사람을 꺼내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주변 뒤지던 그녀가 뭔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움푹 페인 충돌구. 테세마타의 대제단이었던 곳. 그녀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보았을때와는 달리 충돌구는 깊고 크게 파여 있었다.


깊은 충돌구 아래로 쇠로된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다. 쓸만 한것을 하나 주으면 틈을 벌리고 인간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뮬렛은 한쪽에 놓인 바위에 황금 사슬을 묶고는 줄에 매달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이거 은근히 유용하네.’


황금 사슬은 힘껏 잡아 당겨도 끊어지지 않고 팽팽함을 유지했다. 얇아서 약해보이지만 무척 튼튼해서 쓰기 좋았다.


가파른 충돌구 근처 바위에 사슬의 한쪽을 묶고 천천히 풀며 최대한 조심스레 한발한발 내려가야 했다.


“앗! 뜨거워.”


내려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아직 식지 않은 금속 물체들은 맨손으로 잡기 불가능 할 만큼 뜨거웠다. 어떤 것들은 아직까지 아지랭이를 피어내며 연기를 뿜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식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지.


기계 장치 안에 인간이 치명상을 입고 있다면? 서둘러야 한다.


마침 쓸만한 쇠막대 하나가 눈에 띄었고 황금 사슬로 쇠막대의 한쪽을 칭칭 감고는 잡아 당겼다.


금세 나올듯 조금 흔들리던 쇠막대는 흙에 파묻힌 쪽에 뭔가에 걸렸는지 버티고 있었다.


드래곤이었을때는 이쑤시개 꺼리도 안되는 걸로 씨름하는 자신을 꼬라지를 보니 인간이 왜 매일 일하고 여럿이 어울려 사는지 알것 같았다.


낑낑대며 몇번 더 당기자 쇠막대가 쑤욱하고 뽑혀 나왔다.


“됐다. 헉헉.”


그런데 그 끝에 보인 무언가가 뮬렛 눈을 휘둥그랗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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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Blue-1 바실라우드 (1) 24.09.16 6 0 11쪽
35 34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3) 24.09.13 7 0 13쪽
34 33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2) 24.09.11 8 0 12쪽
» 32화 뮬렛과 아라미스 24.09.10 10 0 12쪽
32 31화 사이지어 부활, 아라미스와 뮬렛의 만남. 24.09.09 10 0 12쪽
31 30화 원치 않은 진로로의 한발. (군인 최정원이 되는 순간) 24.09.08 10 0 14쪽
30 29화 뉴프렌에서 마주한 참담한 현실 24.09.07 9 0 12쪽
29 28화 황금빛 별 하나 24.09.06 10 0 12쪽
28 27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1) 24.09.05 14 0 13쪽
27 26화 출격 렛서팬더 24.09.04 9 0 13쪽
26 25화 'E-Silver-1' 은빛 섬광 사이지어 24.09.03 11 0 11쪽
25 24화 임무 실패 24.09.02 14 0 13쪽
24 23화 운명의 팀 24.09.01 11 0 13쪽
23 22화 지윤의 용기 24.08.31 12 0 13쪽
22 21화 정원의 용기 24.08.30 13 0 12쪽
21 20화 UKL-A01 ‘First Feather’ 회수 작전 24.08.29 12 0 12쪽
20 19화 맥셔널 vs 드래곤 24.08.28 12 0 12쪽
19 18화 드래곤의 역습 24.08.27 13 0 12쪽
18 17화 멸망의 독촉장 24.08.26 14 0 13쪽
17 16화 엘챠무아드 vs 아라미스 24.08.25 12 0 11쪽
16 15화 루미네리움 24.08.24 15 0 13쪽
15 14화 다시 만난 헬리오넬 24.08.23 16 0 15쪽
14 13화 공간의 기염 24.08.22 17 0 15쪽
13 12화 이상과의 괴리를 너무 늦게 깨달은 순간 24.08.21 18 0 16쪽
12 11화 새로운 드래곤 로드 24.08.20 17 0 16쪽
11 10화 드래곤의 위기 24.08.19 16 0 13쪽
10 9화 은하 5함대 vs 성좌 24.08.18 20 0 13쪽
9 8화 문명 출동 24.08.17 24 0 13쪽
8 7화 학폭의 현장 24.08.16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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