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행성에서 인류 멸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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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초
작품등록일 :
2024.08.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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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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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2)

DUMMY

쇠막대 끝에 함께 끌려 나온 것은 천에 싸인 길다란 상자 였다.


그리고 상자를 싸고 있는 천에는 다섯용의 문양이 세겨져 있다. 분명 드래곤 로드를 상징하는 증표다.


그리고 문양의 한가운데 써있는 글귀.


‘섭리의 증표, 기적이 남긴 흔적.’


뮬렛의 오랜 기억 속, 들어본적 있는 문구다.


그녀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저 물건은 오래전 드래곤 로드와 함께 사라졌다고 알려진 ‘그것’이 맞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설의 검. 라그랑 워더?”


성좌의 증표라 불리는 소실된 드래곤의 유물중 하나가 대제단 아래에 묻혀 있었다니? 어째서?


이유는 알 수 없다. 지금은 발견 자체가 엄청난 것이니까.


그녀는 달려 들어 뜨거운 흙 헤집었다. 빨갛게 그을린 손으로 허겁지겁 그것을 파내기 시작했다.


**


정원은 포효하며 뛰어 오는 사이지어를 향해 라이플의 총구를 돌렸다. 하지만 사이지어의 도약은 생각보다 빨랐고, 육안으로 조준하기는 어려웠다.


조준 시스템의 지원 없이는 유효 사격은 불가능하다.


아니, 빠르게 접근하는 물체를 육안과 감각만으로 조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사출 레일 위에서 보였던 기적과 같은 활약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원은 우선은 도망쳐야 했다.


-우우우우우웅.


퍼스트패더가 뒤로 빠르게 후퇴했다.


이성을 잃고 돌격하는 사이지어는 과연 오러마스터의 명성에 걸맞게 빨랐다.


눈으로는 도저히 쫒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지만 퍼스트패더는 그 속도를 앞서는 스피드를 낼 수 있다.


또한, 초고속 동작 감지 시스템이 사이지어의 동작을 캐치하고 진로 예상까지 도출해 내었다.


사이지어의 현란한 검무가 이어지고 주변의 섹터 바닥에 수많은 상흔을 남기며 달려 들었으나 초고속 동작 감지 시스템 덕분에 퍼스트패더는 쉽게 도주할 수 있었다.


신속의 신형을 사용하는 사이지어 였지만, 퍼스트패더와는 간격을 줄일 수 없었다.


-띠! 띠! 띠!


사이지어의 돌격에 정신 없이 도망치던 정원에게 퀸비의 알람이 들렸다.


라이플 사용 권고.


퀸비는 무기 대응을 제안했다.


[정원 학생! 대응하며 후퇴 기동하세요.]


주희도 같은 지시를 내렸다.


하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정원은 라이플을 들어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10미터 라이플 총구 끝이 불꽃을 내뿜음과 동시에 냉각기가 급속히 가동했다.


사이지어의 어깨를 스치며 빗발치는 탄들은 아까와는 달리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


조준 시스템이 매칭 되지 않아 유효 타격은 줄 수 없었으나, 사이지어의 무식한 돌격을 잠시 주춤하게 만들수는 있었다.


라이플 사격에 접근이 주저된 사이지어는 퍼스트패더를 향해 크게 고함쳤다.


“크악! 이 사악한 마왕의 사역마여! 사술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것이냐? 네가 전사라면 당당히 맞서 싸워라!”


드래곤의 언어가 지구인류에게 의미를 전달할 리 없었다. 거대한 포효로 들었을 뿐이다.


“뭐래는거야?”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드래곤의 포효를 무시한 정원은 알빅 고글을 통해 보이는 사이지어와 그의 이동 예측 경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바이저안에는 ‘ALVG(All Location Visual Goggles)’이라는 파일럿만 볼 수 있는 작은 안경이 내장되어 있다.



일명 ‘알빅’이라 불리는 장치로, 파일럿에게 전후 좌우 모든 방향으로 상황을 시청각 데이터로 직접 제공함은 물론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외부 전경과 기체의 상황판을 입체 3D와 1억화소의 픽셀로 펼쳐 파일럿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지금 정원의 눈 앞에도 그 만이 볼 수 있는 넓은 홀로그램 공간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는 그안에서 어지럽게 움직이며 있는 조준점들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이거 왜? 조준점이 3개로 보이는 거지?”


[정원 학생. 아직 조준 시스템이 매칭 되지 않아서 그래요. 지윤 학생과 내가 서두를게요. 조금만 더 버텨 줘요.]


지윤 역시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죽을 맛이었다.


정원이 급기동을 펼치는 바람에 좌우로 흔들리며 조종석 양 옆으로 정신없이 부딪혔다.


이제는 아예 팔과 어깨가 퉁퉁 부어 올라 가만히 있어도 욱씬거렸다. 타이트한 수트가 조금만 압박해도 아팠다.


어깨와 팔뚝 전체에 제대로 멍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파일럿인 혜선의 데이터를 지우는 일은 쉬지 않았다.


분노는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힘들고 어렵지만 혜선을 향한 분노에 지윤은 이를 악물고 키보드에 손을 떼지 않았다.


‘네가 최초의 대기권 비행 파일럿이 되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꼴은 죽어도 못봐.’


퍼스트패더와 사이지어 양측 다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돌격과 후퇴가 펼쳐졌다.


-촤악! 샥!


오러마스터의 극강의 검무가 연이어 퍼스트패더에게 퍼부어 졌다.


그 공격권 안에 들어오게 되면 자비없는 푸른 검기 앞에 어떠한 적이든 수십 조각이 날 것이다.


허나 그건 사이지어의 공격이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


무의 극성에 달한 사이지어의 거의 모든 검무가 퍼부어 졌음에도 단 한가지를 극복하지 못하자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다.


바로 서로 간의 ‘간격’.


퍼스트패더의 움직임이 어설프다 하더라도 한 방향으로 도망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조작이다. 그것도 엄청 빨리 도망친다. 게다가 총으로 공격도 하고 있다.


정확한 조준이 아니지만 맞으면 충분히 위협적인 견제 사격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안그래도 마나가 부족한데 마나배리어까지 펼쳐 막아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사이지어는 체력만 소모했고, 상황은 퍼스트패더에게 유리한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오러마스터로서 5대륙 검의 정점인 자신을 농락하는 것이 정원이 학교에서 배운 ‘주취자 제압술’이라는 것을 알면 자존심까지 무너졌을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타당! 타타당! 핑!


점점 약해지고 부서져 가는 마나배리어를 복구하는 것은 공격보다 더 많은 마나 에너지를 소모한다.


검의 세계에서 단 한두합의 치명타를 막으면 대체로 승부가 결정 난다. 다시 말하면 사이지어는 이렇게 오래 마나배리어를 유지한 적이 없었다.


단 한번도 라이플 사격과 같은 지속적이고 강한 공격을 막아 본적 없는 그는 빠르게 지쳐가고 있었다. 이러한 불편한 상황이 그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헉헉헉 사악한 것이 헉헉.. 비겁하기 까지 하구나. 그래도··· 난. 헉헉헉 생명의 씨앗을 수호하는 ···.성좌이다.”


그가 가진 자긍심과는 별개로 그는 빠르게 지쳐갔다.


그의 두 날개는 찢어진 망토 처럼 축 쳐진체 늘어졌고, 두 다리는 후들 거렸다.


깨어진 드래곤 하트는 마나 배리어를 사용할때 마다 상응하는 크기의 통증을 동반한다.


양 손에 맺힌 살벌하던 푸른 검광도 이젠 기운을 잃고 사그라들려 한다.


더이상 쥐어짤 챠크라도 없었다. 균열이 간 드래곤 하트로 인해 마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이젠 정말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는것 같았다.


행성 대충돌을 막고자 아틀란을 최대한 잘게 쪼개는 일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떠난지 오래다.


지금은 자신과 정령 사이에 사술을 부린 적, 퍼스트패더를 도륙하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했다.


자신이 성좌임을 어서 빨리 증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졌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닿지 않는 이 무력감에 지쳐갈 때 즈음,


불연듯 떠오른 오래전의 기억들.


주마등인가?


그가 겪었던 과거의 영광스러운 순간들이 생각났다.


성좌의 사명을 스스로 정의 하고 행했던 위대한 순간들.


몬스터들, 악인들, 세상을 어지럽히는 괴물들을 단죄하고 세상을 구했던 순간들.


악의 무리를 응징하여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봉인했다.


‘두번 다시 깨어날 수 없도록 ‘사환의 구슬’로 봉인해 삼켰지.’


그때도 힘들었지만, 그는 결국 승리하여 성좌로서 대륙의 평화를 수호해 낼 수 있었다.


언제나 승리의 비결은 포기 하지 않는 각오였다.


끊임없이 몰아 치다 보면 결국 상대의 패턴이 읽히고 파악된 패턴은 헛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적의 헛점을 발견 할 수 있다.


아주 작을 지라도 반드시 적이 불리한 하나의 틈은 나온다.


그것을 찾아 낼 수 있는 경륜이 그에겐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이지어의 바람대로 도망 다니던 퍼스트패더의 허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달아나고 있는 퍼스트패더의 뒤로 다수 무리의 붉은 차량들이 지나간다. 퍼스트패더의 후퇴 방향이 그들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다!’


동료로 보이는 붉은 차량들이 없는 곳으로만 도망친 하얀 철갑 거인 퍼스트패더.


다음 회피때, 놈은 저들이 없는 왼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리고 사이지어의 예측은 정확했다.


거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챠크라를 쥐어 짜내었다.


다시금 푸른 검의 형태가 그의 손에 맺혔다.


강성함이 많이 줄어든 빛이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혼이 깃들지 않은 단순 쇳덩이는 두동강 내기 충분하다.


퍼스트패더 같이 두껍다 해도, 두동강은 충분하다.


-스륵. 스륵!


그의 신형이 두번 연속으로 사라진 후, 다시 모습을 나타냈을 때는 단번에 간격을 줄인 곳이었다.


고작 전방 30미터 거리.


흐릿하게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나타난 드래곤에 깜짝 놀란 정원은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번엔 초고속 동작 감지 시스템도 반응이 느렸다.


“헉! 뭐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거야?”


스크린 상에 사이지어의 상처 입은 얼굴이 크게 나타나 정원과 마주쳤다.


광기에 가득찬 성난 드래곤의 눈이 조종석 안에 정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노리는 듯 했다.


사이지어는 마침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간격이 줄어드니 길다란 라이플의 각도가 쉽게 파악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의 신형을 흔들었다.


-스르륵.


허둥대며 쏜 라이플 탄을 재빨리 피하며 10미터 길이의 라이플의 안쪽으로 파고 드는데 성공하자, 퍼스트패더는 그야 말로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렸다.


[정원 학ㅅ..!!]


지윤과 정원이 모니터에 비친 사이지어의 등장에 경악했고, 다급한 주희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은색의 드래곤이 비호처럼 몸을 날렸다.


눈앞에 다가와 점프하며 덮쳐오는 사이지어를 퍼스트패더는 피할 수 없었다.


-삐끗. 뚜둑.


가장 중요한 순간, 사이지어의 다리를 감싸던 호신강기가 풀려 버리고 말았다.


마나와는 다른 에너지인 챠크라는 일명 ‘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드래곤 하트에 모을 수 있는 마나와는 달리, 단련자의 단전에서 길러지며 후천적 노력에 의해 성장 한다.


챠크라는 ‘검기’와 같은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고, 몸을 보고하는 갑옷 ‘호신강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몸의 일부를 보호하는 호신강기는 단순 갑옷의 역할 이상으로, 특정 신체 부분에 일시적으로 육체 능력의 향상을 도와준다.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마지막 도약의 부담으로 인해 호신강기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풀리고 말았다.


퍼스트패더의 안쪽으로 파고들었지만 무리한 운신을 펼쳤던 다리에 급격한 통증이 느껴졌다.


다리 근육이 찢기는 듯한 고통.


“크흑!”


하지만 상관없다.


이 마지막 일격으로 퍼스트패더를 두동강내기만 하면 자신의 성좌로서의 소임은 다 한 것이니 여한이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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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Blue-1 바실라우드 (1) 24.09.16 6 0 11쪽
35 34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3) 24.09.13 7 0 13쪽
» 33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2) 24.09.11 8 0 12쪽
33 32화 뮬렛과 아라미스 24.09.10 9 0 12쪽
32 31화 사이지어 부활, 아라미스와 뮬렛의 만남. 24.09.09 9 0 12쪽
31 30화 원치 않은 진로로의 한발. (군인 최정원이 되는 순간) 24.09.08 9 0 14쪽
30 29화 뉴프렌에서 마주한 참담한 현실 24.09.07 9 0 12쪽
29 28화 황금빛 별 하나 24.09.06 10 0 12쪽
28 27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1) 24.09.05 14 0 13쪽
27 26화 출격 렛서팬더 24.09.04 9 0 13쪽
26 25화 'E-Silver-1' 은빛 섬광 사이지어 24.09.03 11 0 11쪽
25 24화 임무 실패 24.09.02 14 0 13쪽
24 23화 운명의 팀 24.09.01 11 0 13쪽
23 22화 지윤의 용기 24.08.31 12 0 13쪽
22 21화 정원의 용기 24.08.30 13 0 12쪽
21 20화 UKL-A01 ‘First Feather’ 회수 작전 24.08.29 12 0 12쪽
20 19화 맥셔널 vs 드래곤 24.08.28 11 0 12쪽
19 18화 드래곤의 역습 24.08.27 13 0 12쪽
18 17화 멸망의 독촉장 24.08.26 14 0 13쪽
17 16화 엘챠무아드 vs 아라미스 24.08.25 12 0 11쪽
16 15화 루미네리움 24.08.24 15 0 13쪽
15 14화 다시 만난 헬리오넬 24.08.23 16 0 15쪽
14 13화 공간의 기염 24.08.22 16 0 15쪽
13 12화 이상과의 괴리를 너무 늦게 깨달은 순간 24.08.21 18 0 16쪽
12 11화 새로운 드래곤 로드 24.08.20 16 0 16쪽
11 10화 드래곤의 위기 24.08.19 16 0 13쪽
10 9화 은하 5함대 vs 성좌 24.08.18 20 0 13쪽
9 8화 문명 출동 24.08.17 23 0 13쪽
8 7화 학폭의 현장 24.08.16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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