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행성에서 인류 멸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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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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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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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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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황금빛 별 하나

DUMMY

버럭 화낼 거라는 예상과 한참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갑자기 왠 신탁 이야기?


물론 궁금은 하다. 어른 드래곤들만 들어갔기에 호기심 많은 뮬렛은 매번 궁금했으니까.


“궁금은 한데 헤츨링들은 알 필요 없다면서요?”


“이번건 네가 꼭 알아야 한단다. 네가 해줘야 할일이 생겼거든.”


“제가 해야 할 일? 뭔데요?”


평소의 그녀였다면 드디어 당당히 한몫을 하게되었다는 생각에 눈이 초롱초롱 했겠지만, 이번엔 지은 죄가 컸기에 내심 조마조마했다.


드디어 새로운 체벌 타임인가? 긴장된 침이 꼴깍 삼켜졌다.


“혹시 깨진거 다시 붙여 놓으래요?”


“하하하. 그게 아니란다. ···신탁이 내려졌다. 내가 로드의 자리를 내려 놓게 되었단다.”


“네? 정말요?”


뮬렛은 이제야 바란이 미소지은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그동안 드래곤 로드 자리 있으면서 심적으로 힘들어 했던 바란을 보아왔다.


모든대륙과 해양, 하늘의 씨앗들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었을지 가늠도 안된다.


그런 일을 수천년간 책임져 왔다니.


바란이 아니면 도저히 못할 것이라며 뮬렛은 항상 그를 존경해 왔다.


축하할 소식에 뮬렛의 얼굴도 덩달아 활짝 피었다.


이젠 바란이 골치 아픈 일꺼리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하니 뮬렛도 뛸듯이 기뻤다.


“축하해요. 바란. 드디어 힘들일에서 은퇴하게 되셨네요. 헤헤헤. 그럼 다음 로드는 누구인가요? 와루크 장로님? 뎀란도 현자님?”


이번엔 바란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대답없이 뮬렛을 지그시 바라 보았다.


“응? 그럼 누···구?”


왜 날 쳐다보는 거지? 성황 이 양반이 아직 뒤에 있나?


뒤돌아 확인해도 닫힌 방문 밖에는 없다.


바란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다음 드래곤 로드는 바로 너란다. 뮬렛.”


“......? ···.?!! 네? 저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표정 밝았던 뮬렛이 웃음기를 잃고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말도 안돼. 전 아직 어린앤데?!”


“나이가 문제가 될것은 없단다. 세월의 지혜는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쌓일 거니까.”


“하..하지만 전 드래곤 하트도 작잖아요?”


“앞으로 크겠지. 잘 먹고 잘자렴. 자기전엔 꼭 양치 하고, 편식하지 말고···”


잔소리의 정령이란 별명을 가진 바란의 잔소리가 더 길어 지기 전에 뮬렛은 그의 말을 서둘러 끊었다.


“저··· 전 싸움도 못해요.”


“드래곤이 싸울일이 뭐있겠니. 걱정 안해도 된단다. 피곤할 일 생기면 강한 드래곤들도 많으니 그들이 널 보호해 줄거야.”


대수롭지 않다는 말과는 달리 그에겐 수심이 드리워져 있었다.


정말 신경쓰이고 걱정스러운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오래전 사라졌다는 성좌들의 성물들.


성좌들의 수장으로서 마땅히 이어져 받아야할 그것들을 넘겨 줄 수 없다는 것이 미안하고 너무나 염려스러웠다.


허나, 이미 잃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최초의 마장기라 불리는 ‘삼신기’와 기적을 수호하는 검 ‘라그랑 워더’를 전해 주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웠으나, 별 문제 될 것은 없으리라.


자신 또한 그것 없이 드래곤 로드의 책무를 무사히 마치지 않았는가.


스스로가 말한대로 드래곤에게 감히 대항할 수 있는 적은 있을 수 없으니 그부분은 작은 걱정만 남긴걸로 덮어두먼 될 일이다.


뮬렛의 앙칼진 고함이 그의 작은 걱정을 끝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전 사리분별도 못해요. 말도 안듣고, 과자 찾다가 술병하고 단지나 깨는 어린앤데. 어린애가 무슨 로드에요! 분명 사고치고 천벌 받을 거야. 으앙~.”


말을 하다가 보니 자신이 얼마나 감당 안되는 말썽쟁이이고, 어울리지 않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나뭇가지 주워들고 놀다 들어온 흙투성이 말썽쟁이가 온 대륙의 짱?


엄중한 신탁에 혼날것이 덜컥 두려워졌다.


겁을 집어 먹자 무서운 상상도 따라왔다.


‘ 내가 로드가 되버리면 사고만 칠거고 분명 얼마 안가서 신탁이 또 내려지겠지? 참다 못한 엄마가 아마도 ‘너 진짜 죽을래? 그 따위로 할거야?’ 이런 내용이겠지?’


바란의 인자했던 얼굴 역시, 이마에 핏대가 불끈 지나갔다.


귀한 재료로 담근 술병이 몇개 비는 것 같아 보였는데 역시 이녀석이 깨먹었구나.


바란은 자신이 아끼던 술병을 나중에 따로 세어 보기로 하고 지금은 뮬렛을 진정 시켰다.


“뚝! 드래곤 로드는 지엄한 자리다. 성좌들의 로드는 함부로 투정을 부려서는 안돼.”


“뚜욱···훌쩍.”


뮬렛이 조금 진정되자 바란은 무릎을 당겨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어느새 눈물 범벅이 된 뮬렛의 눈앞에 바란의 인자한 얼굴이 애써(?) 미소짓고 있었다.


그가 아이를 달래며 말했다.


“신탁은 네 선함과 현명함을 선택했단다. 너의 선함은 어떤 어려움도 헤져 나갈 것이고, 어떤 장애물이라도 너의 현명함이 해결할 길을 만들어 줄거야.”


“그치만···훌쩍. 전 힘도 약하고···”


“두려워 할 필요 전혀 없단다. 시간이 지나고 너는 지금보다 더 굳건해질 게다. 큰힘을 갖게 되겠지. 그때는, 적이나 위협이라 생각했던 것을 만나도, 힘만이 해결책이 아님을 알게 될 거야. 친구가 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거야. 크던 작던 당면한 문제를 다양한 사고로 판단 할 수 있을 거다.”


“그걸 내가 어찌 판단해요. 내가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거잖아요.”


다시 격해지는 뮬렛에게 바란은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네 현명함과 어머니의 신탁을 믿거라. 내가 그랬듯이. 넌 분명히 잘 할거야.”


“사고 뭉치라며 혼낼때는 언제고 절 믿으세요?”


“신탁이 선택한 널 믿는단다.”


“아. 몰라요. 다 망칠거야. 친구와 싸우고, 나쁜놈과 친해질거야. 분명히. 으앙~. 생명의 씨앗들아 미안해. 최악의 성좌라 미안해. 나 말고 가이아 엄마를 탓하렴. 엉엉엉~. ”


소매로 눈을 쓰윽 닦고 토라진듯 말한다. 하지만 말하다가 감정이 북받쳤는지 다시 울고 만다.


지엄한 드래곤 로드를 귀엽다고 보아선 안되겠지만, 지금 때쓰듯 우는 뮬렛은 그냥 아이였다.


뮬렛을 아이 처럼 대하는 것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이어야 한다.


바란은 최대한 애정을 담아 마지막으로 뮬렛의 머리를 쓰다 듬어 주었다.


붉은 머리의 맘 약한 아이.


아직 이 작은 토닥임에 의지하는 아이인데.


바란 역시 아직 보호해 주어야 한다 생각하지만 성좌의 로드는 어머니 가이아의 뜻을 의심해서는 안되는 자리다.


그녀는 강하고 현명한 성좌의 로드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그의 쓰다듬는 손 안에서 물렛은 진정을 찾을 수 있었다.


어여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보살핌 받는 대상으로서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이순간은 꼭 기억에 담고 싶었다.


잠시 뒤, 그녀를 다시 울리고 싶지 않은 바란은 그녀의 걱정에 도움이 될 말을 전해 주었다.


“하나 알려 주자면, 네 적이 될 위협 앞에서는 너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생명의 씨앗에 해가될 위협은 성좌의 본능이 알려 줄거야.”


“성좌의 본능이요? 그게 뭔데요?”


“기회가 되면··· 그런 기회가 없기를 바라지만 혹여나 불행히도 기회가 나타난다면 알게 될거야.


“힌트라도 좀 주던가.”


“성좌의 적을 만난다면, 그들이 제아무리 교묘하게 숨어 있어도, 자신만의 신념으로 정의인척 갑옷을 두르고 있어도 성좌의 본능은 그것을 간파할 수 있단다. 그들을 만나면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적의와 전의가 성좌를 이끌 거야.”


“바란은 그런 적이 있었어요?”


“아니. 나 또한 없었다. 허나 오래전에 그런일이 있었다는구나. 성좌의 본능이 태동하면 모든 정령들도 함께 돕는단다. 전대 로드께 들은 이야기야. ··· 내게 로드를 넘겨 주시고 얼마 안있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어머니의 품으로 가셨지.”


드래곤은 사명을 다하면 어머니 가이아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알려져 있다. 죽음이라는 말과 가장 비슷하기에 그것을 마주하는 감정 또한 흡사하다.


한없이 슬픈 감정.


그 감정 때문에 뮬렛은 그의 이야기 내내 힘들었다.


바란의 얼굴에 그리운 표정이 잠시 스쳤다.


뮬렛은 그의 말에 또 다른 두려움을 느꼈다.


로드를 넘겨준 로드는 죽는 건가? 그래서 저런 슬픈 표정인 걸까?


심장이 덜컹 내려 앉는 것만 같은 충격에 다시 울음이 왈칵 쏟아 졌다.


“바란··· 흑흑··· 어려워요. 힘들 것 같아요. 저 이거 안하면 안되요? 무섭다고요. 바란이 없으면··· ”


다시 울어버린 그녀를 사랑스런 표정으로 달래는 바란의 손길은 여전히 따뜻했다.


“힘에 부치다 느껴지고, 두려울때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내가 널 믿는 이유는 신탁 때문은 아니야. 넌 지금은 비록 작지만, 고난이 닥쳐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는 강인함과 슬기로움을 지니고 있어.”


“그치만 전···”


“너 스스로를 믿으렴. 내가 널 믿는것 처럼.”


“...전 아직 어린아이에요··· 흑흑···”


“누구나가 다 어린아이란다. 사명을 맞닥드리면 어른 행세를 피할 수 없음을 자각하는 것일 뿐.”


“흑흑흑···”


“내가 언제나 지켜보고 응원해주마.”


뮬렛은 잠에서 깬다.


새벽 바닷바람의 서늘함에 추위가 그녀를 깨웠다.


부스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 보니 어두운 선실 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혹한 최후를 기다리는 직전에 찾아온 달콤한 꿈이라니···


박목에 묶인 사슬은 역시나 그대로다.


힘, 존엄, 모든걸 빼앗긴 인간의 몸인데 아직 성좌의 자격이 있을까?


따뜻한 기억을 되새긴 꿈 뒤에 따라온 현실의 허무함에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새벽 하늘엔 별 하나가 반짝하고 빛난다.


그 빛은 불의에 굽히지 않는 뮬렛을 춥지 않게 자상한 별빛으로 비춰주었다.


그 별빛은 유독 포근한 황금색이었다.


**


-쿠아앙!


-빠지직.


단순 추락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충격일 진데, 충돌시 퍼스트패더의 팔꿈치에 눌리며 사이지어의 가슴팍이 찍혔다.


그러면서 가슴 안쪽에 단단한 무언가 깨어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래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 하트’는 보석같은 아름다운 외형을 갖추고 있으며, 그 단단함은 세상의 어떤 보석 이상이다.


허나 단단하다는 드래곤 하트도 튼튼한 ‘보석’일 뿐.


정원이 노림수는 아니나, 충돌과 함께 드래곤 하트에 의도치 않은 럭키 펀치가 들어갔다.


충격을 받은 사이지어의 드래곤 하트에 치명적인 금이 가며 깨어지고, 그로인해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통증에 사이지어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지윤 역시 잠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기절하지 않은 이는 정원 뿐이었는데, 뇌파 그래프는 너무 침착해 기절과 구분할 수 없었으며, 모니터에 비친 모습에도 움직임이 없었기에 어떤 상태인지 파악 할 수가 없었다.


외부 카메라에 비친 퍼스트패더와 사이지어 모두 움직임이 없다.


둘의 충돌의 여파로 섹터의 표면이 부서지고 패였다.


움푹 파인 바닥에 퍼스트패더와 사이지어가 함께 쓰러진 모습이 관제실의 모니터에 비추었다.


“정원 학생! 지윤 학생! 괜찮아요?”


관제실에서 주희의 다급한 외침은 조종석의 충격 알람과 시스템 충격 에러로 잘 전달 되지 않았다.


[정ㅇ···치치칙.. 윤학···치직...생···.괜···치지직...아요? 지직···]


요란한 알람경보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정원과 지윤.


다행히 두사람 다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듯했다.


잠시뒤,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퀸비가 강제로 메인 시스템 재부팅을 시작하자 정상화와 함께 알람이 조용해 졌다.


제법 큰 충격의 여파에도 파일럿도, 시스템도 큰 문제는 없었다.


통신장애도 해결되자 급박한 주희의 목소리가 둘을 깨웠다.


[두사람 다 괜찮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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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Blue-1 바실라우드 (1) 24.09.16 6 0 11쪽
35 34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3) 24.09.13 7 0 13쪽
34 33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2) 24.09.11 8 0 12쪽
33 32화 뮬렛과 아라미스 24.09.10 10 0 12쪽
32 31화 사이지어 부활, 아라미스와 뮬렛의 만남. 24.09.09 10 0 12쪽
31 30화 원치 않은 진로로의 한발. (군인 최정원이 되는 순간) 24.09.08 10 0 14쪽
30 29화 뉴프렌에서 마주한 참담한 현실 24.09.07 9 0 12쪽
» 28화 황금빛 별 하나 24.09.06 11 0 12쪽
28 27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1) 24.09.05 14 0 13쪽
27 26화 출격 렛서팬더 24.09.04 10 0 13쪽
26 25화 'E-Silver-1' 은빛 섬광 사이지어 24.09.03 11 0 11쪽
25 24화 임무 실패 24.09.02 14 0 13쪽
24 23화 운명의 팀 24.09.01 11 0 13쪽
23 22화 지윤의 용기 24.08.31 12 0 13쪽
22 21화 정원의 용기 24.08.30 13 0 12쪽
21 20화 UKL-A01 ‘First Feather’ 회수 작전 24.08.29 12 0 12쪽
20 19화 맥셔널 vs 드래곤 24.08.28 12 0 12쪽
19 18화 드래곤의 역습 24.08.27 13 0 12쪽
18 17화 멸망의 독촉장 24.08.26 14 0 13쪽
17 16화 엘챠무아드 vs 아라미스 24.08.25 12 0 11쪽
16 15화 루미네리움 24.08.24 15 0 13쪽
15 14화 다시 만난 헬리오넬 24.08.23 16 0 15쪽
14 13화 공간의 기염 24.08.22 17 0 15쪽
13 12화 이상과의 괴리를 너무 늦게 깨달은 순간 24.08.21 18 0 16쪽
12 11화 새로운 드래곤 로드 24.08.20 17 0 16쪽
11 10화 드래곤의 위기 24.08.19 16 0 13쪽
10 9화 은하 5함대 vs 성좌 24.08.18 20 0 13쪽
9 8화 문명 출동 24.08.17 24 0 13쪽
8 7화 학폭의 현장 24.08.16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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