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행성에서 인류 멸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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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초
작품등록일 :
2024.08.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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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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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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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사이지어 부활, 아라미스와 뮬렛의 만남.

DUMMY


“허억···하아···하아···우욱···”


-주르르륵


가누지 못하는 거친 숨과 함께 사이지어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드래곤도 생물이라 피가 빠져나가니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는 것을 난생 처음 알았다.


‘드래곤은 현기증 같은건 없는 완벽한 육체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피를 흘릴 일이 없어서 몰랐을 뿐이었던 거였군.’


육체의 고통은 생소했지만, 사이지어를 정말 힘들게 만드는 것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그를 충격에 빠트린 것은 자신을 떠나 퍼스트패더쪽으로 흘러가는 바람의 정령들이다.


그에게 등을 보이며 멀리 흘러가는 그들의 모습은 드래곤에게마저 큰충격이었다.


처음엔 현기증으로 인해 잘못 본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무리 보아도 잘못 본 것이 아니다.


‘이것들이 어디로 가는거야? 네 주인은 여기 있는데.’


자신이 잘못 본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순간, 조바심이 화산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지금껏 이런적이 없었다.


정령은 태어날떄부터 드래곤의 수족과도 같은 존재이다.


정령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를 제외한다면, 어머니의 품 (행성)가이아 어느곳이든, 떨어져 본적이 없었는데.


더군다나 자신을 떠난 바람의 정령들이 향한 곳은 눈앞의 철거인 퍼스트패더라니?


실제로 근방의 모든 실피드(바람의 정령)는 모두 퍼스트패더, 엄밀히는 정원에게 몰려 들고 있었다.


정작 당사자인 정원은 그들을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었지만, 정령들은 정원을 신기해 하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의 주위를 이리저리 춤추듯 빙글빙글 돌았다.


아이들처럼 신이나서 그 주변에서 웃고 날며, 춤추는 바람의 정령들은 정원의 표정을 보고 싶어 이리저리 방방 뛰며 바이저 앞을 연신 기웃거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헬멧 안까지는 정령들도 들여다 보거나 들어갈 수 없었다.


뉴프렌의 대기에 있어도 산소마저 차단된 파일럿 수트와 헬멧 안은 완전히 단절된 공간과 같았기 때문이다.


정원은 자신을 둘러싼 그들의 존재를 알 수는 없었다.


다만, 기체의 조종이 보다 가볍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느낌으로만 그들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자기가 가진것을 빼았긴 기분은 처첨했다.


그것이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정체성이란 자기자신의 뿌리이자 정당함을 의미하니까.


정령이란 성좌로 태어나면서 부터 으레 자신의 일부였던 것들이다.


헌데, 수족이나 다름없던 것들이 자신을 버리고 떠난다고?


어떻게?


이건 틀림없이 사악한 흑마법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정령들이 성좌를 이유 없이 떠날리 없지 않은가.


맞다. 이것은 성좌의 힘을 교란하는 간악한 술수임이 분명하다.


그만의 판단이 서고, 사이지어는 퍼스트패더를 용서 할 수 없었다.


간신히 일어나 휘청이던 사이지어가 힘겨운듯 몸을 돌려 퍼스트패더를 마주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 놈! 누구 안전이라고 잡스러운 사술을 쓰는 것이냐! 감히!! 우아아아아악!”


평정심을 잃은 사이지어의 눈에는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차분한 혜안을 담고 있던 안광에는 붉은 핏빛의 살의가 가득 채워졌다.


어지러움과 함께 정신적 충격을 받은 그는 참지 못하고 퍼스트패더를 향해 성난 발걸음으로 돌진했다.


“이건 사술이야. 사악한 사술을 쓰는 악마야. 성좌의 이름으로. 섭리의 이름으로 네놈을 결코 용서 하지 않겠다.”


5대륙 검술의 정점이자 최강의 오러마스터라 불리던 사이지어.


오랜세월을 무인으로 살아온 만큼 무수한 전투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그다.


그의 무위에서는 지금과 같은 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를리 없다.


중요한 것은 평정심.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승리의 근본 열쇠임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많은 실전을 통해 익혔기에 몸에 베어 있는 것이었다.


허나 그런 그가 평정심을 내던지고 광기와도 같은 살의에 몸을 맡겼다.


그의 평정심을 무너트린 것은 불안감이었고, 그것은 조바심에서 비롯되었다.


조바심을 건드린 상황은 그가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류의 전투였다.


언제나 드래곤의 극강의 육체를 숨기고 쌓아온 무위에는 조바심을 느낄 일이 없었다.


본인이 진다해도 죽지 않고, 치명상을 입으면 달아날 구멍이 있는 무대에서 임한 싸움은 그에겐 언제나 훈련이었을 뿐이니까.


처음 부딪혀본 조바심은 단번에 그를 집어 삼켰고, 사이지어는 그것을 견뎌내지 못했다.


살의만 남은 그의 머릿속에는 마주한 적을 증오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가 더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마구 뒤섞였다.


정령은 ‘자신의 것’, ‘소유’같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성좌의 의무는 정령의 의무이기도 하다. 성좌는 수단일 수 있다.’


오래전 드래곤 로드와 대장로들로 부터 들었던 문구가 왜 떠올랐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갑자기 떠오른 그 낡은 문구는 그를 두렵게 만들고 심장을 거칠게 뛰도록 억지로 종용했다.


정령이 버린 성좌?


자신이 더이상 성좌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이 엄습하자 정신적으로 강한 드래곤임에도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안그래도 뮬렛을 거역하고, 신탁을 무시한 것이 마음속에 씻겨 내려가지 않는 응어리 였는데, 정령까지 자신을 외면하다니.


오러마스터 답지 않은 단순하고 무식한 돌격이 퍼스트패더를 향했다.


“우아아아아악!”


폭주하는 그가 이성없이 몸집만 큰 괴물처럼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은색 비늘 아래에 두텁고 굵은 수십개의 근육이 거세게 꿈틀거렸다. 사이지어가 단단한 가슴을 펼치고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활짝 펼쳐진 그의 양 팔 끝에 푸른 검기가 쌍검의 형상을 드러냈다.


족히 10미터는 될법한 날카로운 기운은 스치는 바람마저 갈라버릴 위세로 타올랐다.


‘대거마 접절기. 파흉성! 마왕성 분쇄.’


그의 신형이 순간 흔들리는 듯 하더니, 오러마스터의 완벽한 도약이 퍼스트패더와의 거리를 단번에 줄여 버렸다.


화들짝 놀란 정원의 온몸에 식은 땀이 맺혔다.


“으앗! 뭐야?! 저 자식 왜 갑자기 달려들어?!”



# 뮬렛과 신예은 1 #


흐릿한 신기루처럼 아틀란이 보이는 지점. 새벽의 밤 하늘을 외로이 추락중인 1기의 물체가 있다.


UKL- 019 아라미스.


“무···무서워. 흑흑흑···. ”


모니터는 모두 꺼져 있고, 위험은 알리는 경고불 외엔 어떤 불빛도 없는 조종석 안에선 대기를 가르는 매서운 바람 소리와 불규칙한 진동만 가득할 뿐이었다.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예은은 작은 사진을 쥐고 있었다.


푸른 바닷가 해변을 배경으로 연인인 ‘성진’과 단둘이 찍은 여행 사진.


지금 홀로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그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사진 뿐이었다.


이곳이 어딘지, 또 어디로 가는지, 언제 충동하게 될지, 마찰열에 불타버릴지, 당장 땅에 추락하여 끔찍하게 죽을지, 바다에 추락하여 비참하게 익사하게 될지 예측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곧 죽을 것이란 사실뿐이다.


코앞에 닥친 죽음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은 엄청난 공포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오빠 말대로 웨딩 드레스는 미리 골라 놓을 걸. 괜히 신상을 기다린다고 몇일 미룬 것이 이 시점에서 이렇게 후회될 줄이야. 결혼전에 드레스도 입어보고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러웠다.


아라미스의 추진 로켓이 세까맣게 그을린체 덜덜거리다 어느순간 기체와 분리되어 떨어져 나간다.


-투쿵!


기능을 못하던 추진체가 떨어져 나간 것이 큰일은 아니지만, 추진체 안에 내장된 V111 반중력 장치가 떨어져 나간 것은 큰 일이었다.


V111 반중력 장치의 존재 덕분에 완만하던 추락의 각도가 가파르게 바뀌었다.


중력에 반하는 저항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아라미스는 자유 낙하에 들어섰다.


바닥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지며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다.


“아..안돼...! ”


잠시후 눈앞의 콕피트 또한 덜덜 거리더니 일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콰직..콰지직. 우드득..


뜯겨져 나간 콕피트의 작은 틈새로 강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틈사이로 보이는 외부의 전경.


다행히 마찰열을 받는 열권 구간은 지난 상태였다.


아직 어둡지만 지상이 보인다.


‘...사막?’


물결처럼 보이는 사막의 모래언덕이 가득 보인다. 충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도 공포지만, 보인다고 공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보이지만 위기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것 역시 끔찍한 일이긴 마찬가지.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셈이니까.


새어 들어온 빛에 보니, 그녀의 파일럿 수트 한쪽이 찢어져 있었다.


팔목에 부착한 암컨트롤러 스크린에도 산소 잔량 1%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뉴프렌 대기에서 호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잔뜩 마셔보니 별 차이는 없었다.


세어나간 공기와 스며들어온 공기, 둘다 같은 공기였다.


예은은 바이저를 들어 올렸다.


땀과 눈물에 흠뻑 젖고 지친 그녀는 자포자기하며 눈을 감았다.


행성 뉴프렌의 공기를 크게 들이 마신 예은의 눈에 또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맑은 공기··· 시원해··· 흑흑흑···”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이 아름다운 개척지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된것이 못내 아쉽고, 슬플뿐이다.


예은은 헬멧을 아예 벗었다. 땀에 젖은 머리에 바람이 휘날리자 상쾌했다.


연인과 터를 잡고 미래를 그린 곳, 둘이 함께 만들 가정을 꿈꿔웠던 곳의 공기는 그녀의 기대보다 더 맑고 달콤했다.


"함께 오고 싶었는데··· 너무 상쾌하다··· 오빠. 흑흑···. 혼자 먼저 와서.. 끄윽···.끅···정말···흑···미안ㅎ"


-콰앙!!!!


예은의 아라미스는 깊은 모래 협곡 안으로 충돌했다. 긴 사막을 가로질러 사막의 한쪽 끝에 숨어있던 모래속 바위 협곡의 안쪽에서 그녀는 마지막 비행을 마치게 된다.


아틀란도 앱실링거도 그녀의 행적을 알지 못하는 곳에서.


**


-쉬우우우우~~


모든것이 잠든 사막의 고요한 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작은 소리는 멀리서 부터 들려 왔다.


난생 처음 들어 보는 그 소리에 뮬렛이 잠에서 깨어났다.


‘뭐지? 드래곤들이 오는 건가?’


드래곤의 비행과는 다른 뭔가 이상한 소리는 짐작하기 쉽지 않았다.


뭔지 몰라도, 확실한 건 드래곤들의 날갯짓 소리는 아니라는 거다.


드래곤이 아니라면 무슨 소리지? 설마 인간?


‘이곳의 존재를 아는 인간이 있나?’


-슈우우우우우~~


알 수 없는 소리는 조금더 커졌다. 더 가까워 진 듯했다.


뮬렛이 함선 밖을 내다 보아도 밤하늘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협곡이 넓긴해도 천장의 구멍이 있어서 우물에서 밖을 보는 것처럼 시야가 제한적이다.


다만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는지 알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귀를 기울이는데 잠시 후, 집채 만한 커다란 물체가 어두운 새벽 하늘에서 날아와 테세마타의 대제단 위로 정확히 내리 꽂혔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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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Blue-1 바실라우드 (1) 24.09.16 6 0 11쪽
35 34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3) 24.09.13 7 0 13쪽
34 33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2) 24.09.11 8 0 12쪽
33 32화 뮬렛과 아라미스 24.09.10 9 0 12쪽
» 31화 사이지어 부활, 아라미스와 뮬렛의 만남. 24.09.09 10 0 12쪽
31 30화 원치 않은 진로로의 한발. (군인 최정원이 되는 순간) 24.09.08 9 0 14쪽
30 29화 뉴프렌에서 마주한 참담한 현실 24.09.07 9 0 12쪽
29 28화 황금빛 별 하나 24.09.06 10 0 12쪽
28 27화 UKL-A01 퍼스트 패더 VS E-Silver-1 사이지어 (1) 24.09.05 14 0 13쪽
27 26화 출격 렛서팬더 24.09.04 9 0 13쪽
26 25화 'E-Silver-1' 은빛 섬광 사이지어 24.09.03 11 0 11쪽
25 24화 임무 실패 24.09.02 14 0 13쪽
24 23화 운명의 팀 24.09.01 11 0 13쪽
23 22화 지윤의 용기 24.08.31 12 0 13쪽
22 21화 정원의 용기 24.08.30 13 0 12쪽
21 20화 UKL-A01 ‘First Feather’ 회수 작전 24.08.29 12 0 12쪽
20 19화 맥셔널 vs 드래곤 24.08.28 12 0 12쪽
19 18화 드래곤의 역습 24.08.27 13 0 12쪽
18 17화 멸망의 독촉장 24.08.26 14 0 13쪽
17 16화 엘챠무아드 vs 아라미스 24.08.25 12 0 11쪽
16 15화 루미네리움 24.08.24 15 0 13쪽
15 14화 다시 만난 헬리오넬 24.08.23 16 0 15쪽
14 13화 공간의 기염 24.08.22 17 0 15쪽
13 12화 이상과의 괴리를 너무 늦게 깨달은 순간 24.08.21 18 0 16쪽
12 11화 새로운 드래곤 로드 24.08.20 16 0 16쪽
11 10화 드래곤의 위기 24.08.19 16 0 13쪽
10 9화 은하 5함대 vs 성좌 24.08.18 20 0 13쪽
9 8화 문명 출동 24.08.17 23 0 13쪽
8 7화 학폭의 현장 24.08.16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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