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로 환생한 9서클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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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0 07:47
최근연재일 :
2024.09.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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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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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F급 던전 (4)

DUMMY

50여 마리의 오크와 싸우고 있는 건 15명의 헌터.


'3개의 파티가 연합해 공격대를 꾸린 모양이군.'


한편, 전장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 위에는 또 다른 헌터 파티가 있었다.


팔뚝에 길드 로고가 새겨진 노란 완장을 두르고 있는 이 파티의 헌터들은 아래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저 길드가... 로담 길드랬나? 신생 길드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저 파티가 아마도 이번 던전에 입장한 파티 중 유일하게 길드에 소속된 헌터들로 구성된 팀일 것이다.


나는 잠시 상황을 파악한 후, 로담 파티 쪽으로 다가갔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안녕하세요. 로담 길드 분들 맞으신가요?"


내 물음에 그들 중 마법계로 보이는 한 남자가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그쪽은... 유일하게 혼자 오셨던 그분이시군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입장 전에 쭉 혼자 계시지 않았나요?"


"네, 맞아요."


"제가 E급입니다만, 지금까지 헌터 생활을 해오면서 혼자 솔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놀이터 구석에 조용히 박혀 있던 날 기억하는 걸 보니, 혼자 온 게 꽤나 눈에 띄었었나 보다.


뜻하지 않게 주목을 받게 된 것 같아서 머쓱함이 밀려왔다.


"하하, 그랬나요?"


"아무튼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혹시 등급이 높으신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운이 좋았네요. 그나저나 왜 같이 안 싸우고 여기서 구경만 하고 계신 거죠?"


E급 헌터는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힐끗 보며 대답했다.


"저쪽에서 싸우고 있는 공격대에서 저희보고 전투에 끼어들지 말라더군요. 자기들이 먼저 발견했다고요. 그래서 그냥 구경 중이었습니다. 혹시 공격대가 도와달라고 하거나 도망을 가면 저희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까요."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섬멸형 던전에서는 먼저 마족을 발견한 파티가 그 마족에 대한 일종의 선점권을 가진다.


법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일종의 매너이자 불문율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게 그 사냥터 통제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눈앞에 경험치가 있는데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니.'


헌터 커뮤니티에서 관련 글을 읽은 적은 있는데 실제로 경험해 본 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끼어들면 안 되겠지?'


문득 전생의 기억이 내 마음 한구석을 스쳐 지나갔다.


한때 나는 오직 나 자신의 성장만을 위해 살았었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고, 때로는 타인의 기회를 가로채기도 했다.


'그땐 정말 쓰레기처럼 살았었지.'


그 시절의 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도 매너고 뭐고 상관없이 저 오크들을 스틸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공격대가 싸우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그들의 전황이 불리해진다면 내가 끼어들 틈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도와달라 하면 그때 나서자.'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의 전투에 몰입했다.


"방패 진형 유지해요!"


리더로 보이는 한 방어계 탱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나머지 탱커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거대한 방패들이 맞물리며 강철의 장벽을 형성했다.


오크들의 도끼와 검이 방패에 부딪혔지만, 헌터들의 방어선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공격!"


그 틈을 타 근접계 검사들이 방패 사이로 검을 내질렀고, 검에 찔린 오크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계속해서 화살을 쏴요!"


궁수들은 쉴 새 없이 화살을 쏘아댔고, 하늘을 가리는 화살비가 오크들의 진영을 향해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붉은 화염구들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콰쾅! 쾅!


연달아 폭발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방에 있는 마법사 한 명이 계속해서 화염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 저 여자는?'


공격대의 유일한 마법사는 바로 나에게 파티 가입을 제안했던 그 여자, 신나은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골렘 술사가 조종하는 5m 크기의 흙 골렘이 눈에 들어왔다.


골렘은 거대한 주먹으로 오크들을 묵사발 내고 있었다.


'이거... 공격대가 승리할 것 같은데?'


예상대로 전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좋아요! 이대로 밀어붙일게요! 전원 돌격!"


리더의 외침과 함께 모든 헌터들이 일제히 돌진했다.


"돌격!"


"가자!"


오크들의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헌터들은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결국 검사의 날카로운 검이 마지막 남은 오크의 목을 관통하고, 오크의 거대한 몸이 땅에 떨어지며 전투는 막을 내렸다.


"공격대 여러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리더가 하늘 높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우렁찬 목소리로 승리를 선언했다.


"와!"


"우리가 이겼다!"


"해냈다!"


승리의 함성이 전장을 가득 채웠고, 공격대 헌터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반면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다 죽어버렸네."


경험치를 놓쳤다는 생각에 묘한 허무함이 느껴졌다.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기다려왔던 시간이 무색해진 것이다.


내 옆에서 같이 전투를 구경하던 로담 길드 소속 헌터들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허... 공치고 말았네요."


E급 헌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큰 전투를 눈앞에서 놓치다니...."


"뭐, 어쩔 수 없죠. 다른 사냥감을 찾아 움직입시다."


그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숲속 저편에서 섬뜩하고도 음산한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게 무슨 소리지...?"


공격대의 헌터들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검붉은 마기가 전장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건?!"


마기는 마치 독가스처럼 퍼져나가더니, 오크들의 사체를 감쌌다.


사아아아-


그 순간,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쓰러져 있던 모든 오크들의 시체에서 살점이 흩어지고 뼈만 남더니, 그 뼈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덜그럭- 덜그럭-


뼈와 뼈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건...!"


"스, 스켈레톤...?"


죽었던 오크들이 스켈레톤이 되어 돌아왔다.


100여 개의 눈구멍에서 붉은빛이 번뜩이는 광경은 마치... 악몽 속 한 장면 같았다.


"오, 오크 주술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오크 주술사의 흑마법이에요!"


"아니, 하필 F급 던전에서 언데드라니...!"


F급 던전에서 언데드 마물은 극히 드물게 등장한다.


1000번 중 한 번 등장할까 말까 한다는 그 존재가 지금 여기 나타난 것이다.


헌터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진정하세요, 여러분! 당황하지 마세요! 오크 주술사를 찾아서 죽이면 됩니다!"


공격대의 리더가 침착하게 헌터들을 진정시켰다.


"남쪽 방향에서 피리 소리가 들렸어요!"


누군가가 외쳤다.


하지만 스켈레톤들이 이미 남쪽 방향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고 있었다.


마치 주술사에게 향하는 한 걸음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때, 신나은이 앞으로 나섰다.


"우선 스켈레톤들을 무력화시켜 길을 뚫어야 해요! 모두 준비하세요. 제가 신호를 보내면 일제히 공격합니다!"


신나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스태프가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자, 가겠습니다...!"


그녀가 외쳤다.


"파이어볼!"


순간, 그녀의 스태프 끝에서 거대한 화염구가 생성되어 스켈레톤들을 향해 날아갔다.


불덩이가 스켈레톤 무리에 충돌하자 강렬한 폭발과 함께 주변이 밝게 빛났다.


그와 동시에 모든 헌터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탱커들은 방패로 스켈레톤들을 밀어내고 내리쳤고, 검사들은 빠른 속도로 스켈레톤들의 목을 베어냈다.


골렘은 거대한 주먹으로 스켈레톤들을 박살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스켈레톤들이 하나둘 쓰러졌고, 그들의 포위망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좋아요! 계속 밀어붙이세요! 남쪽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급변했다.


숲 깊은 곳에서 다시 한번 섬뜩한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파괴되었던 스켈레톤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다시 맞춰지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안 돼!"


신나은의 절망적인 외침이 들렸다.


"스켈레톤들이... 스켈레톤들이 부활하고 있어요!"


그녀는 계속해서 화염 마법을 쏟아부었지만, 스켈레톤들은 무너졌다가도 금세 재생되었다.


마치 끝없는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 검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악!"


"아악!"


한 검사의 팔에 깊은 상처가 생겼고, 다른 검사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되살아난 스켈레톤들에게 둘러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한편, 골렘도 위기에 빠졌다.


수십 마리의 스켈레톤이 개미 떼처럼 골렘의 다리를 붙잡고 끌어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골렘, 버텨!"


골렘 술사가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골렘이 발버둥 칠수록 더 많은 스켈레톤들이 달라붙었다.


결국,


쿵!


골렘의 거대한 몸체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스켈레톤들이 골렘 위로 올라타서 골렘의 핵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카앙! 까앙!


뼈로 된 무기들이 골렘의 핵을 연신 내리쳤고,


콰지직!


결국 골렘의 핵이 파괴되고 말았다.


"안 돼! 내 골렘이!"


골렘 술사의 절규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는 곧 신나은의 비명에 묻혔다.


"아악! 마나가... 마나가 바닥났어요!"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뭐라고요? 하필 지금?"


한 검사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신나은은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듯했다.


마법사와 골렘 술사의 지원이 끊기자, 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헌터들의 진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스켈레톤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방패! 방패를 더 단단히 붙여!"


탱커들의 외침이 들렸지만, 그들의 방패는 이미 곳곳에 금이 가있었다.


캉! 카앙!


뼈로 된 무기들이 쉴 새 없이 방패를 내려치고 있었다.


"크윽... 이대로는 버티기 힘들어!"


한 탱커가 신음하며 외쳤다.


그는 팔에 힘이 빠져 방패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뒤에서는 사제들이 필사적으로 치유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신성력이... 신성력이 바닥 나가요!"


한편, 궁수들은 더욱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화살통이 텅 비어버린 그들은 이제 주변에 떨어진 화살을 주워 쏘고 있었다.


"젠장, 이러다간 화살도 못 쏘게 생겼어!"


전황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헌터들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역력했다.


한편 내 옆에 있는 로담 길드의 헌터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저 상황, 안 좋아 보이는데요? 우리가 도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 도와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죠. 저쪽에서 끼어들지 말라고 했으니까요."


그때, 전장에 있던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철수! 블루 파티 철수!"


그러자 몇몇 헌터들이 주머니에서 양피지를 꺼내들었다.


"블루 파티! 귀환서 사용하겠습니다!"


부욱-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푸른빛이 번쩍였고, 순식간에 5명의 헌터가 전장에서 사라졌다.


"블루 파티가 귀환서를 사용했다! 알파 파티! 우리도 철수한다!"


알파 파티에 속한 5명의 헌터들도 긴급 귀환서를 꺼내 찢었고, 순식간에 전장에서 이탈했다.


이제 전장에 남은 건 신나은이 속한 파티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째서인지 귀환서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어, 어떡해... 저희 둘은 귀환서가 없어요."


사제와 탱커가 귀환서를 가지고 있지 않는듯했다.


3명만 귀환서를 써서 도망간다면, 남은 2명은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전방에 있는 탱커는 스켈레톤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제기랄! 왜 귀환서를 안 사신 거예요!"


뒤에서 활을 쏘고 있던 궁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게... 사려고 했는데 헌터 거래소에 재고가 없었어요!"


헌터 거래소의 물건들은 헌터들이 직접 올리기 때문에 항상 재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귀환서는 공급 물량이 워낙 많아서 웬만해선 품절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이런 때에 동이 나다니.


정말 운이 없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포인트는 없어요? 헌터 상점에서라도 사면 되잖아요!"


"포인트... 없어요...."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갔고, 남은 헌터들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깊게 새겨졌다.


"끄아아악!"


공격대의 리더였던 탱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의 몸에는 이미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었고, 옆에 있던 검사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뒤에서 궁수가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렸지만, 끝없이 밀려오는 스켈레톤의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제가 계속해서 치유 마법을 시전하며 파티원들을 간신히 회복시키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이러다 정말 신성력이 다 떨어지겠어요!"


사제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묻어났다.


전투의 혼란 속에서, 신나은은 로담 길드 헌터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찰나, 그녀의 시선이 불현듯 나에게 멈췄다.


"잠깐... 저기...!"


그녀의 눈이 커졌다.


나를 이제서야 발견한 것이다.


"저기요! 제발 도와주세요!"


신나은이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좀 살려주세요! 거기 옆에 로담 헌터분들도! 도와주세요!"


드디어 기다리던 도움 요청을 받게 되었다.


전황이 상당히 불리해 보였지만, 내가 합류한다면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성기사는 언데드 대응에 효과적인 클래스였고, 나는 9서클 마법사로서의 지식과 전투 경험을 갖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저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거기에 경험치도 획득할 수 있는 건 덤이고.


"갑니다! 기다리세요!"


그러나 신나은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옆에 있던 로담 길드의 헌터들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저기요, 설마 도와주러 가시려고요?"


"이미 10명이나 전장을 이탈했어요. 끼어들기에는 너무 늦었다고요."


"이거 괜히 껴들었다가 저희도 같이 죽을 게 뻔합니다. 저희랑 같이 귀환서 써서 던전 밖으로 나가시죠."


E급 헌터도 거들었다.


"지금 저희 6명이 합류해도 총 인원이 11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E급이라지만 이건 못 이겨요. 더 위험해지기 전에 귀환서로 나가야 합니다."


그들은 이미 도망치기로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 안 오실 거면 오지 마세요. 저 혼자 가겠습니다."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저기요! 가지 마세요! 돌아와요!"


"정의감이 밥 먹여줍니까? 우선 살고 봐야죠! 돌아오세요!"


뒤에서 나를 부르는 로담 파티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정의감이라....'


모르그렌이었던 나에게 이보다 안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전생의 나는 강한 힘을 가졌었지만 영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오히려 빌런에 가까웠지.


하지만 이번 생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 내게 다음 생이 있다면... 힘을 추구하더라도 남들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싶구나....


아무도 없는 드래곤 레어에서, 쓸쓸하게 죽어가며 내뱉었던 그 소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때의 후회와 갈망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고 있는 걸까?


'힘을 추구하되, 다른 이들과 공존한다.'


이번 생에는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 보자.


어쩌면 이게 진정한 강함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전장의 후방에 도착했다.


'잡념은 잠시 치워두자. 우선 스켈레톤들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끝없이 되살아나는 스켈레톤들, 필사적으로 싸우는 5명의 헌터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뒤덮는 불길한 마기.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푸른빛의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1서클 마법]

[속박의 마력 사슬]


촤르르르륵!


사슬이 스켈레톤들을 옳아맸다.


하지만 그들의 뼈는 마치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졌다가 순식간에 재조립되며 속박에서 벗어났다.


'이런!'


마력 사슬이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순간 당황했지만, 나는 빠르게 다음 수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등 뒤에 메고 있었던 검을 꺼내들었다.


성기사의 힘을 사용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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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헌터 능력 검정 시험 (2) +5 24.08.20 12,743 21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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