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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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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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의 파동 (2)

DUMMY

연예 프로그램 <일대일로 스타를 만나다>.

<올드 비즈니스> 단막극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이종섭의 인터뷰 타임이다.

반달 눈웃음이 예쁜 MC가 마이크를 쥐었다.


“보통 선한 역할에서 악역을 맡는 게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라고들 하죠. 이번에 이종섭 배우님은 좀 다르신데요.”

“하하, 네네.”

“똘끼 충만한 밉상 역을 주로 맡다가, 아들을 챙기는 노인 역을 승화시키셨어요.”


이종섭은 단정하게 깎은 머리를 스윽 넘겼다.

낮게 깐 목소리가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 이미지 변신도 좋은데. 이번 단막극으로 연기력이 올라갔다, 이런 평가가 가장 가슴 뛰죠.”


MC가 맞장구치자 이종섭은 더 신난 듯이 말을 풀어냈다.


“앞으로도 좀 더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것 같아요.”


뿌듯하게 가슴을 펴고 다리를 꼬기도 했다.


“연기는 정말 편하게 했어요. 참, 좋은 대본 써주시고 이입할 수 있게 도와주신 도민준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제 연기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도민준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쵸~ 스토리에 대한 평가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올드 비즈니스> 내용 요약 보시죠!”

“컷이요.”

“잠깐 테이프 갈고 갈게요.”


MC의 강물 같은 진행과 멘트가 쉬는 시간을 알렸다.

앞에서 이종섭 매니저가 엄지를 들었다.


단막극의 여파는 이종섭의 인터뷰로 문을 열었다.


‘이종섭에게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기력이 뽑혔다.’

‘소속사도, 팬들도 놀랐다.’

‘진지하고 노숙한 역할도 잘 소화하다니.’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라고 이미지를 씌우기도 좋았다.


한 역할만 파는 것도 좋지만, 배우 입장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만큼 슬럼프를 예방하는 일이 없다.

그러니 ‘솜사탕 엔터테인먼트’가 <올드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언급할 수밖에.

이종섭의 영상 클립과 인터뷰들이 세간에 드러나는 데에 이어,

기자들도 맛있는 반찬을 차렸다.


[끊어진 단막극 시장의 명맥, 올드 비즈니스가 이었다.]

[시리즈 못지않은 캐스팅 라인. 비결은 시나리오?]

[올드 비즈니스. 새로움과 정석 사이의 매력에 시청자 눈시울 자극]

[나보영, 올드 비즈니스에 진한 애정 돋보여. SNS 비하인드 스토리 관심 폭발]


└ 단막극 안 보는데 나보영 때문에 봄. 보기 잘했다고 생각.

└ 김창근, 이종섭, 나보영, 정해일 조합은 못 참지.

└ 재밌던데 시리즈로 나와주면 안 되나?

└ 이게 단막극의 묘미인가요. 저 처음 알았어요. 제발 2부도 주세요.

└ 아빠랑 보는데 처음으로 아빠 우시는 거 봤다. 나까지 울면 사이 서먹해질 것 같아서 참았다.

└ 자극적인 내용이 난무하는 요즘, 간만에 가족 다 같이 모여 보기 좋았어요.


나보영 또한 개인적인 인터뷰를 통해 끓는 열기의 온도를 높였다.


“나보영 배우님의 감초 연기로 며느리 시청자들 심장이 뜨겁게 타올랐다고 하는데요. 씬 스틸러라고도 불리세요. 이번 조연 맡으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라면... 시나리오죠.”


그녀만 낼 수 있는 아우라가 미소와 함께 어우러졌다.


“올드 비즈니스 제작진 여러분, 특히 도민준 작가님 ‘덕분’에 뜻깊은 기회 잡았다고 봐요.”


보육원에서 외로이 자란 그녀가.

믿을 사람 하나 없던 아이에서 믿음을 주는 배우로 성장한 데에는 시나리오에 빠져드는 그녀만의 감성이 있었다.


앞이 캄캄한 심해에서 시나리오 하나 쥐고 연기를 시작했다.

돈이 없으니 학원 다닐 엄두도 못내지. 가족이 없으니 방송계 인맥은 꿈도 없었지.

오로지 시나리오 하나 이입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독기 품고 올라온 곳이 여기였다.


좋은 연기란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시나리오는 배우가 움직일 수 있는 땅이다.


“다음 작품도 도민준 작가님과 하고 싶네요.”


인터뷰 리포터가 손뼉을 마주쳤다.


“저도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해지는 작가님이신데요. 나보영 배우님 다음 작품도 응원하겠습니다.”



* * *



단막극의 파동은 예상보다 더 굉장했다.


너튜브 클립 조회수가 다른 드라마와는 차원이 달랐다.

DBS 드라마 쇼츠 평균 조회수가 30만 회라면, <올드 비즈니스>는 최고 330만 회, 최저 87만 회를 찍으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8부작, 12부작 물을 능가하고 있다.

방영된 지 5일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우리 도민준 작가가 최고다!”


송창한의 건치가 만개했다.


방금 전까진 고진감 대표가 송창한을 따로 문밖에 불러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갔다.

꽤 고무적인 비전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이후 송창한 어깨는 더 높게 솟아있었다.


“피디님들이 고생 많이 하셨죠.”


최고라고 쳐주니 마땅한 답변 거리를 못 찾겠어서, 항상 하는 말을 뱉었다.


“우리 다른 때보단 덜 고생했다니까요? 말씀드렸잖아요. 시나리오가 너무 알맞았다고.”


황마리가 검지를 휘휘 저으며 말을 이었다.


“바로 다음 작품 가야죠. 솔직히 도민준 작가님이 이전에 썼던 습작들만 하나씩 디벨롭해도... 몇 작품은 더 나올 것 같은데? 저희 이제 단막극 말고 판 키우는 거 맞죠?”


구태윤도 기대한다는 듯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있었다.


“고 대표님이 단막극 하나만 더 가자고 하시는데.”


송창한이 살짝 식은 소리를 중얼거렸다.


“아냐, 단막극 말고 더 큰 거 가요. 8부작 시리즈 이런 거!”


그러던 중. 손을 키보드 위에서 요리조리 굴리던 구태윤이 내게 부탁 하나를 해왔다.


“도민준 작가님. 이거 모니터링 리뷰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희 건 아닌데 어떤지 봐달라고 개인적으로 저한테 부탁 들어와서요.”

“모니터링요?”

“그냥 간단히 리뷰만 써주시면 되거든요. 시간 괜찮으시면 몇 자 적어주세요.”


<우주선 전투>라는 제목의 1편의 드라마 기획안을 받았다.

장르는 SF 드라마라고 했다.


“어, 저도 SF 쓰고 있었는데.”

“쓰시는 거 SF라고 하셨죠. 도움이 되실 수도요. 반면교사로 삼으실 수도 있겠고요.”


작품을 읽는 건 언제나 좋다.

바로 승낙했다.


“참. 15만원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5만원? 무슨 돈이지?


“적지만 부탁드려보는 거예요.”


아아. 리뷰 비용인가 보다.

15만 원이 적다고?

보는데 30분, 쓰는데 2시간 잡아도 3시간에...

물론 난 읽는 걸 좋아해서 최소 2번은 읽을 것이고, 감상평을 쓰는 건 무한이 걸릴 수도 있다.


“그냥 보고 평만 적는 건데 제가 무슨 돈을...”


박종찬 작가님 밑에 있었을 때 모니터링 비용이나 리뷰 비를 따로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돈을 덥썩 받기가 무안했다.

리뷰해주는 게 뭐가 일이라고.

최근에 고시텔 영화과 친구 단편 봐준 것처럼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건 받는 거예요. 도민준 작가님 리뷰 비용으로 15만 원 드리는 건 진짜 적게 드리는 건데... 그냥 그만큼의 값어치로만 가볍게 해주십사 부탁 드리는 거구요.”


마다하진 않았다.

3시간에 15만 원이라니 쏠쏠하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제가 감사하죠.”


일감이 들어왔으니 집중해서 봐야겠다.


우선 크게 당기는 소재는 아니었다.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 연구진들이 모였고, 모종의 반대 세력과 우주선에서 싸우는 이야기다.

반대 세력은 지구 멸망을 바라는 테러리스트와 비슷한데 목적성이 모호하다.

SF 액션에 가까웠다.

액션 장르는 상업인데 SF와 액션만 주가 되다 보니 감동이 없고 남는 캐릭터가 없었다.


흠. 고시텔에서 본 윤태준 시나리오가 더 나은 것 같은데.

비교는 의미가 없다.

아무튼 한번 쭉 적어보련다.

송창한은 전화로 분주하고, 황마리는 외부 회의를 나갔기에 방 안에는 구태윤과 나 뿐이었다.


“한 페이지, 아니 10줄만 있어도 되니까 간단하게 적어주셔도 돼요.”


.

.

.


구태윤이 분량을 덧붙였었는데,

정리하고 분석하고 피드백 적다 보니 한 페이지로 모자라다.


“저... 구태윤 피디님.”

“네?”


결말까지 생각보다 큰 재미가 없었다.

내용이 허술하고 설정이 미흡했던지라.


“이거 실제로 제작 들어가는 시나리오라고 하셨던가요?”

“검토 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기획 모니터링 필요하고요.”

“구 피디님, 20페이지 써도 돼요?”

“네에? 그렇게나 많이 써주시려구요?”

“이미...”


뺄 거 다 뺀다고 했는데 20페이지가 나왔다.

받아든 구태윤은 난처하게 목을 긁었다.


“이걸 지금 3시간 만에 다 쓰셨다구요?”

“하하.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구태윤의 눈살이 일렁거렸다.


“좀 줄일까요?”

“아뇨. 그냥... 낼게요. 줄이는 것도 일이실 텐데.”


좀 오바했나.

할 말이 많았는데 어떡하나.


“줄이라면 더 줄일게요! 시간 얼마 안 걸려요.”

“그게 아니라, 그쪽에서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구태윤은 문서를 메일로 받아 어딘가로 전송했다.


“근데 이거 어디로 보내지나요?”

“아. 디팡요.”



* * *



‘디팡’의 회의실 풍경은 여전했다.


뇌가 터져버리기 직전의 사람들이 각자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피디 조안철의 눈에는 핏줄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뻗쳐있다.


이들의 주안점은 SF 시나리오 찾기였다.


“존심 상 여기가 SF 불모지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는데, 자꾸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러게요. 찍는 건 연세호 감독님께서 맡아주신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충족하는 게 없어요.”

“더 찾아보자고... 꼭 2부 대본까지 없어도 돼. 시놉만 있어도 되거든? SF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들은 어떻게 되어가?”

“검토 중입니다-”


장르를 철회하고 싶진 않았다.

문수경에게 SF는 도전과 같았다.

쉬운 것만 찾아 쉽게만 가면 디팡은 약한 플랫폼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린 이런 것도 성공시켜! 대중들아!’ 하며 선포하고 싶었던 것이다.


SF 물은 특수효과 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상 구현이 중요하다.

하지만 CG, 스케일 과시에만 매몰될 경우 가장 중요한 스토리 줄기를 놓칠 수도 있다.

공상 과학물 찍고 싶다고 영상미만 쩌는 시나리오 갖다 쓰면 대중들은 외면한다.

모든 콘텐츠가 마찬가지겠지만, 흡입력 있는 소재를 찾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다고 인간 이야기에만 치중하면 SF라는 소재의 특수성이 없어지기에.

기획 단계가 까다로울 수밖에.


“문 대표님. 시간을 더 들이는 전제로 연세호 감독님께 집필 부탁드리면 어떨까요? 완전 새 기획으로 가게요.”


옛 시나리오까지 뒤지다 보니 올드한 것도 많았는지라.

신세대 감성 찾기도 쉽지 않아서 내민 제안이었다.


“제가 알기론 연세호 감독님 전전 작품부터 시나리오는 안 쓰시겠다고 그러셨거든요. 연출도 머리 터질 것 같은데 시나리오까지 뼈를 갈아내기 싫다고.”


본부장 김선호가 들은 것을 전달했다.


“흠. 그래?”


조안철은 반론을 제시했다.


“그래도 설득은 해볼 수 있지 않나요. 무한정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찾아도 수정하는 시간 거칠 거고...”

“연세호 감독님이 말 번복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요.”


문수경은 판사봉을 쥔 사람처럼 양측의 말을 듣더니 결론지었다.


“시도해보고 안 되면 그대로 가기로. 전화는 내가 할게.”



* * *



한편, 연세호는 간만에 DBS 채널에 고개를 고정하고 있었다.


틀어지는 제목은 <올드 비즈니스>.


“제목도 좋단 말이지.”


놀랍게도 연세호는 이 단막극을 3번째 틀어보는 중이었다.


나보영이 조연을 한다고 해서 틀었는데,


기억 속에 묻어둔 연세호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살아생전 사랑한다는 말 한번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이들은 달랐다.

사랑할 수 없이 틀어진 사이가 결국 봉합되며 진한 애정으로 마무리된다.

비현실에서 오는 대리만족이 그의 어둑한 마음 한구석을 치유해버렸다.


“하, 나 감동적인 거 싫어하는데. 눈물이 나. 감수성 고장 났나.”


3번째 봐서 내용을 아는데도 오열을 해버렸다.

아니, 내용을 아니까 더 눈물 난다.


“이따구로 사람 울려 쳐버리는 작품이 어딨냐고. 대체 각본 누가 쓴 거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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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9,542 2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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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좋은 선택지 (1) +5 24.08.29 9,737 2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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