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만드는 천재 정령사의 힐링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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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송
그림/삽화
오전 10시 20분
작품등록일 :
2024.08.14 15:37
최근연재일 :
2024.09.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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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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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2화. 마나샘의 주인

DUMMY

002. 마나샘의 주인




[마나샘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마나샘이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마나샘이 당신에게 한번만 와달라며 애원합니다.]


“······.”


나는 황당한 텍스트를 읽으며, 말라붙은 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마나샘. 샘이라니까 뭐, 이거겠지.


그러자 말라붙은 샘에서 새어나오던 희미한 빛이 아래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것이 마치 기뻐서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와 달래서 와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말없이 쭈그려 앉아있자 희미한 빛이 조심스럽게 내 몸에 내리 앉는다.


머리위에 내려앉은 빛이 천천히 얼굴로, 어깨로, 몸으로, 마침내 발까지 꼼꼼하게 훑듯이 내 몸을 살핀다.


뭐야, 이게 지금 날 검사하는 건가?


[······!!]


그러더니 갑자기 팟-! 하고 꺼지더니 다시 팟-! 하고 켜진다.


몇 번을 팟-! 팟-! 하며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한다.


‘뭔가 깜짝 놀란 것 같네.’


민서는 그럴리가 없겠지만 이 말라붙은 샘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마치 생물처럼 반응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민서의 생각은 정확했다. 마나샘은 깜짝 놀랐으니까.


이십년간 돌아오지 않았던 주인이···. 주인이 돌아왔다···!


마나샘은 너무 신나서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기절했다.


[······.]


‘뭐야, 이거?’


한참을 팟-! 팟-! 거리던 빛이 돌연 미친 듯이 뱅글뱅글 돌더니 갑자기 꺼졌다.


그리고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 민서는 잠시 앉아서 다시 빛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착각한 건가?’


그 이상한 빛도, 텍스트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하긴, 균열이며 몬스터며 별 희한한 일들이 다 일어나는 세상인데. 민서는 그러려니 하며 돌아섰다.



.

.

.



“공사는 2주정도 걸릴 겁니다. 제가 아는 청소업체가 있는데, 공사 끝나고 청소까지 하시겠어요?”


“그려, 그건 박사장이 싸비스로 혀줘. 싸비스. 그럼 어여 가봐. 공사 준비 하려면 바쁠텐디.”


“···예? 아니, 허회장님···. 저기.”


“가자고, 선주.”


노련한 상철 할아버지는 당황하는 박사장을 내버려두고, 엄마의 등을 떠밀었다.


엄마는 못이긴 척 상철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마당으로 들어왔다.


“어, 아들! 상철 아저씨덕분에 일이 쉽게 되었어. 할인도 많이 해주셨어. 박사장님도 아주 베테랑이신 것 같고. 엄마 혼자였으면 오늘 허탕치고 갈 뻔 했다. 호호홋.”


“이 산골까지 공사하러 오는 업체 별로 없어. 박사장도 우리 동네 출신이니까 해주는 거지. 그나저나 말로 떼우는겨?”


“에이, 그럴리가요. 조금 이르지만 저녁식사 괜찮으시죠?”


“농담이여. 정식으로 이사 오면 그때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달라고. 그람, 나는 이제 가보겠네-! 수-고.”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상철 할아버지였다.


“어휴, 진짜 우리가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그냥 왔나봐. 상철아저씨가 저렇게 도와주시고. 운이 좋았네, 그치 아들? 상철 아저씨 이야기 들어보니 예전 분들도 아직 많이 계시고, 동네 분위기가 너무 좋네.”


돌아오는 차안에서 엄마는 이제 걱정거리가 사라졌는지 밝은 표정으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까 오셨던 허상철 할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슈퍼 할머니는 어떤 분인지, 식당 할머니는 어떤 분인지.


난 운전을 하며 소녀처럼 재잘재잘 떠드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좋다. 엄마의 목소리도. 아무생각 없이 운전을 하고 있는 지금 상황도.


그나저나 2주라.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에 딱 적당한 시간이네.



* * *



나는 혼자다.


참새나 토끼, 가끔은 다람쥐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작은 친구들은 자신이 품고 있는 물을 조금 마시고는 떠나 버린다.


상관없었다. 나는 원래부터 여기 있었고, 앞으로도 여기 있을 거다. 물론 혼자서.


어? 근데, 이 느낌은 뭐지? 조금··· 이상해.


언제부터였지? 가끔 놀러오는 작은 친구들을 기다리고, 곁에 있는 커다란 나무나 꽃들을 구경하고, 흘러가는 구름을 올려다보고.


나는 그냥 그렇게 지낼 뿐인데. 원래부터 나는 혼자인건데, 조금 쓸쓸해.


나는 언제부터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지?


작은 샘은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생겨난 자아.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였지만 자신은 늘 혼자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작은 친구들은 대답이 없다.


나무들도 꽃들도 아무 반응이 없다. 구름도··· 해도.


“짹짹--!!!”


가지마.


외로워.


작은 샘은 아주 오랜 시간 혼자 지내며 눈물을 흘렸다.


작은 샘의 눈물은 샘의 한 가운데에 가라앉았다.


그 덕분에 샘의 한 가운데는 유독 새파랬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렇게 모인 눈물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것은.


[······!!]


작은 샘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흘린 눈물 속에서 기이한 빛이 흘러나오고, 자신이 품고 있는 샘에 신비한 힘이 깃드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 아주 예쁜 샘이네?”


그때, 그 사람이 나타났다. 웃으면 눈이 반달처럼 접히는 사람.


가지고 있는 기운이 너무 선하고 맑아 마치 자신이 품고 있는 샘처럼 깨끗한 사람.


“안녕?”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품고 있는 샘물을 살짝 건드린다.


그녀의 손끝이 자신에게 닿았을 때 작은 샘은 비로소 자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강한 빛이 샘에서 터져 나오며 그녀의 몸에 내려앉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마나샘이 마침내 자신을 존재를 깨우쳤습니다.]


[마나샘이 자신의 주인을 선택합니다.]


“와, 너 정말 대단한 아이였구나? 내가 마음에 들어? 나도 네가 마음에 들어.”


마나샘은 그녀의 맑고 깨끗한 기운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팟-!! 팟--!! 마나샘은 샘의 가운데 눈물 안에서 뻗어 나오는 빛을 빙글 빙글 돌리며 행복하게 춤을 췄다.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


마나샘은 아주 오래 된 꿈을 꾸고 일어났다.


주인은? 깜짝 놀라 정신없이 주변의 기운을 느껴보지만···. 없다.


이십년 만에 다시 찾은 주인을 보고 너무 기쁜 나머지 남은 힘도 생각하지 않고 춤을 춰 버렸고, 바보같이 기절해버렸다.


“어어--! 거기 잘 잡아!”


“이건 없애기로 했나? 마당은 건드리지 말랬지?”


마나샘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지만,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저 사람들에게서 주인의 기운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이 없는 샘은 말라버리고··· 가지고 있는 힘이 사라진다.


티끌만큼 남은 마나가 느껴진다.


이제 아마 한 방울 남은 물마저 말라버리면 자신은 사라질 것이다.


밤이 찾아오고, 별님들이 나타났다.


마나샘은 별님들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자신은 기다리는 것을 아주 잘 하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이상 빛을 낼 수 없다.


이제··· 끝이야.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은 오지 않아.


마지막 물 한 방울까지 바짝 말라버린 탓에 야속하게도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안녕···. 그래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


정신이 흐려진다.


“와, 새집 같네.”


[······.]


나 진짜 죽나봐. 주인 냄새가 나···.


“응? 더 말라 붙은거 같네. 수돗물이라도 넣어볼까?”


콸콸콸.


시, 시원해!


주, 주인!!!


[마나샘이 정신을 차립니다!]



* * *



“양말은? 어머, 얘! 수건 더 챙겨가. 아, 그리고··· 이불.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반찬! 반찬 안 챙겨줬네.”


아침부터 엄마가 부산스럽다.


그깟 양말, 수건 없어도 안 죽는데···. 출발시간이 늦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의 서운함을 알았기에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


“가서 전화하고. 무슨 일 있으면 상철 아저씨에게 부탁하고. 많이 도와주신다고 하셨으니까.”


“응. 엄마도 병원 빼먹지 말고 꼭 가고.”


“그래···. 밥 꼭 잘 챙겨먹어야 한다!”


몇 번이나 인사한 끝에 간신히 자동차에 오를 수 있었다.


민서는 백미러를 통해 아직 들어가지 않고 서 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부모 눈에 자식은 아무리 늙어도 어린애 같다고 하더니···.


엄마 눈에는 아직도 자신이 어린애 같은가 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다 보니 동네 어귀에 도착했다.


[나비골]


천천히 동네로 들어서자 슈퍼 앞 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할머니들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본다.


넉살 좋은 성격이었다면 인사라도 건네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성격은 아니라.


혹시 엄마가 있었다면 자연스레 인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막 지나가려는 찰나 할머니 한분이 창문을 내리라는 사인을 보내신다.


손바닥을 팔랑 팔랑.


혹시 날 알아본 건가?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도 서울보다는 혼자 숨어버릴 수 있는 이곳이 훨씬 낫겠지.


할 수 없이 창문을 내리자 대뜸 호통을 치신다.


“누구여!”


“아···?”


뭐지? 나를 몰라? 근데 왜··· 창문은 내리라고? 난 이해가 되지 않아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뽀글뽀글한 머리. 꽃분홍색 립스틱. 파란색 갈매기 눈썹문신이 아주 무섭다.


할머니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재차 묻는다.


“누구냐고!”


“오늘 이사 온 사람입니다.”


“이이- 저기 산 밑 파란 지붕집 손자가 온대더니. 그 짝인가 보구먼.”


나의 대답을 듣고, 조금 수더분하게 생긴 단발머리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이분들은··· 나를 모르시는 모양이다.


눈썹문신 할머니가 다시 호통을 친다.


“오미자 손자여?”


“아, 예···.”


“조심히 가봐.”


그러더니 쿨하게 돌아서서 슈퍼 앞에 놓인 마루에 철푸덕 주저앉는다.


나는 조금 황당했지만 오히려 나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할머니들의 태도에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할머니들께 가볍게 목례를 하고 창문을 닫았다.


그나저나 포스가 장난이 아닌 것이··· 이 나비골의 실세는 저 할머니들인 것 같았다.


한가한 동네 길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자 곧이어 익숙한 파란지붕이 보인다.


기존 집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서 수리했기에, 외관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할머니의 손때가 묻고, 추억이 담긴 집을 뜯어 고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위치는 정말 좋다.


산 바로 아래에 위치한 한적한 땅. 아담한 집과 마당.


인근에는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작은 계곡이 흐른다. 뭐, 물줄기는 시냇물 수준이지만.


제일 좋은 것은 주변에 인가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과 마주치기 어렵겠지?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


민서는 차에서 내려 가방을 하나 가지고 일단 집으로 들어섰다.


빨간 대문도 새 걸로 바뀌어 부드럽게 열린다.


정돈 된 대청마루. 물론, 샷시 정도는 바꿨지만 안쪽에 기존 이용하던 문을 달아 최대한 예전 인테리어를 살려 놨다.


잡초가 사라진 마당이 한결 넓어 보인다.


‘응···?’


말라붙은 세숫대야만한 샘이 민서의 시선을 잡아끈다.


지난번보다 더 말라 보이는게 꼭 다 죽어가는 듯이 느껴지네.


어떻게 해줘야 하지?


“일단 수돗물이라도 넣어보자.”


물이 왜 말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물이 말랐으니 물을 넣으면 되는 거 아닐까?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민서는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하고, 물을 틀자 콸콸콸- 시원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읏!!”


그러자 눈부신 빛이 샘에서 뿜어져 나온다.


민서는 엄청난 빛에 눈을 가렸다.


[마나샘이 정신을 차립니다!]


[마나샘이 주인의 귀환에 기뻐합니다!]


[마나샘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마나샘의 주인입니다.]


빛이 점차 줄어들고, 어느새 찰랑찰랑 가득 찬 샘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 빛은 기뻐 견딜 수 없다는 듯 신나게 빙글 빙글 돌아간다.


그러더니···.


샘 중앙에서 뭔가 동그란 것이 떠오른다.


“이게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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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화. 새로운 영약 +2 24.09.08 914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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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화. 도와주세요 (2) +3 24.09.04 1,112 46 15쪽
21 021화. 도와주세요 (1) +4 24.09.03 1,173 4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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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19화. 수상한 열매 (수정) +1 24.09.01 1,229 37 15쪽
18 018화. 부추광이 24.08.31 1,229 38 13쪽
17 017화. 첫번째 영약 24.08.30 1,279 37 15쪽
16 016화. 성장 +1 24.08.29 1,266 41 15쪽
15 015화. 균열 파편 (수정) 24.08.28 1,303 40 14쪽
14 014화. 신수, 드래곤, 그리고 천재 정령사? +1 24.08.27 1,344 39 13쪽
13 013화. 집 터가 안 좋아 +1 24.08.26 1,345 48 13쪽
12 012화. 그 남자의 사연 +1 24.08.25 1,390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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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화. 사기 능력 +1 24.08.22 1,461 47 14쪽
8 008화. 할머니의 치트 수첩 +1 24.08.21 1,500 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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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화. 특별한 아기식물 (수정) +1 24.08.19 1,678 50 13쪽
5 005화. 신통방통 (수정) +1 24.08.18 1,810 5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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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화. 유일등급 환상지역 마나샘 +1 24.08.16 1,992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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