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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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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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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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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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만 원!

DUMMY

나는 지금 벌레를 잡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이나 가짜 벌레를 잡는 게 아니다.


진짜 살아있는 벌레를 1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한다.



[플레이워, 당신도 참가하시겠습니까? - 확인]



한 달 전, 서울역 앞.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정류장에 걸린 광고를 봤다.


[개미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만 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 원?"


나는 광고판 앞에 한참 동안 멈춰 있었다.


만 원. 진짜 주는 건가.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 '만 원'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개미 한 마리를 잡아서 만 원을 벌 수 있다면 완전 거저 아닌가.


아니지. 한 마리만 잡고 끝이 아니라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만 원이었다.


그런데 개미 잡는 건 너무 쉽잖아.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도 잡을 수 있겠다.


"그럼 십만 원···."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손이 저절로 주머니로 향했다. 형이 용돈으로 줬던 5천원. 주머니에 이틀째 방치되어 있었다.


쓸 데가 없었던 게 아니라 형한테 미안해서, 아까워서 쓰지 못한 돈이었다.


광고를 믿을 수는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호기심뿐만이 아니었다.


돈을 준다고 하니 합리화와 비슷한 추측이 들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이 다니는 버스 정류장에 거짓 광고를 낼 이유가 없다 라든가.


나무 갉아 먹는 흰개미가 난리라고 하던데···


혹시 흰 개미를 잡는 알바인가 싶었다.


이상한 건 광고에 전화번호나 다른 정보가 없다는 점이었다. 적혀 있는 건 을지로가 적혀 있는 주소와 날짜뿐이었다.


몇 명을 구한다, 언제까지 구한다. 이런 내용도 없었다.


핸드폰 카메라로 광고판을 찍고 인터넷 창을 열었다.


사이트에 광고 내용을 검색해 봤지만 관련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광고를 보긴 했는지 지식인에 질문 한 개가 올라와 있었다.



[서울역 광고판에 개미 잡으면 돈 준다고 하는 거요]


서울역 버정에 개미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만 원씩 준다고 하는데요

이거 알바인가요?

이런 알바 하신 분 있나요?

뭔지 궁금한데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물어봅니다



질문은 있지만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그때였다.


커플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광고판을 보며 다가왔다.


"이거 진짠가? 날짜가 오늘이네."


남자의 말투가 껄렁껄렁해 나도 모르게 살짝 비켜섰다. 그러자 여자애가 눈으로 광고판을 훑었다.


"구라겠지. 누가 하는 건지도 모르고. 전화번호 같은 것도 없잖아."


다들 비슷한 의심을 하는구나.


여학생의 합리적인 의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던 와중에 남자애가 에이- 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이게 거짓말이면 서울역에서 광고를 왜 내줘? 진짜니까 걸어 놨겠지."


이 또한 내가 했던 생각이었다. 나는 검색을 멈추고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돈··· 진짜 주는 거 아닐까? 가볼래? 어차피 모 아니면 도잖아. 이상하면 걍 나오면 되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흙수저는 흙수저를 알아보는 법이다.


남자의 신발은 내 것처럼 낡고 허름했다. 나랑 지갑 사정도 비슷한지는 알 수 없지만, 저 남자애도 돈이 궁한 것 같았다.


마음이 동했다. 동질감 때문인지··· 아니면 남자애의 말이 설득력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을지로면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내려서 확인해보고 허위 광고면 그냥 집에 가면 된다. 버스는 환승하면 되니까 교통비도 들지 않는다.


반대로 광고가 진짜면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래, 모 아니면 도. 밑져야 본전이잖아.


아주 작은 의심을 안고 광고에 걸린 장소로 향했다.


장소는 버스정류장과 멀지 않았다.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였다.


내비를 보며 걷다 보니 벽에 공연 포스터가 걸려있는 조촐한 건물이 나왔다.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4층짜리 건물이었다.


"이런 데서 뭘 한다는 거야?"


​생각한 것보다 아주 허름해 실망스러웠다.


이런 곳에서 만 원씩 퍼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확인만 하고 집에 가자 싶어 실내로 들어갔다.


내부를 둘러보니 의심이 더 커졌다.


그러다 벽에 붙은 포스터 하나를 발견했다.


"플레이워?"



[플레이워]


플레이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플레이워에서는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첼린지가 펼쳐집니다!

벌레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만 원!

마릿수 제한 없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그대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워는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 놓치지 마십시오.


참여 방법 : 없음

인원 제한 : 50명

참가 비용 : 없음

위치 : 건물 3층 대강당

플레이 시간 : 1시간



"50명?"


광고판에 없었던 인원수 제한을 보자마자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50명이 다 차면 참가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건가?


50명은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지만, 쉬운 일이라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였다. 의심보다 초조함이 더 커지기 시작한 건.


그리고 그 초조함보다 더 빨리 합리화가 찾아왔다.


"플레이워. 게임 이름 같은데."


혹시 진짜 살아있는 개미를 잡는 게 아니라··· 게임 베타 테스트 같은 건가?


참가하면 알바비를 주는 거고?


그래, 어그로를 끌려고 광고를 그렇게 걸어놓은 걸지도 모른다.


포스터를 보며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다가와 내 옆에 섰다.


광고를 보고 온 건가? 경쟁심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내 옆에 선 사람은 짧은 크롭컷에 교복을 입은 남자애였다.


남자는 같은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성숙해 보였다. 게다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잘생기고 체격도 좋았다.


그런 애가 포스터를 가만히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진짠가?"


목소리까지 좋았다. 남자의 깔끔한 교복과 내 교복을 번갈아 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옆에 서 있으니 괜히 비교되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인원수 제한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이미 흐려진 채였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그 앞에 섰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포스터 앞에 서 있는 남자애를 힐끗거렸다.


돈도 많아 보이는데 여긴 왜 왔지? 그런 생각을 하다 얼른 고개를 털었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돈이 없을 수도 있잖아. 저 애도 돈이 필요해서 왔을 거야.


속으로 남자를 판가름하고 있을 때였다.


포스터 앞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역에서 봤던 커플도 있었다. 광고판을 보고 온 듯했다.


사람들이 많아지자 마음이 더 급해졌다. 참가자가 많으면 승률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그 전에 인원 제한이 있었다.


잠깐. 벌써 사람이 다 찼으면 어떻게 하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5시 48분.


광고판에 적혀 있던 시작 시각은 오후 6시였다. 광고를 늦게 봐서 거의 끝물에 도착한 판이었다.


'제발 자리 하나만 있어라.'


아까까지만 해도 사기 같으면 바로 나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리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띵!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에 아까 본 남학생과 다른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들었다.


나는 얼른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3층을 누르고 문 쪽에 바짝 붙어섰다.


닫힘 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양심 때문에 열림 버튼을 누르고 사람들이 다 탈 때까지 기다렸다.


"고맙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남자애가 꾸벅 인사를 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에 양심이 따끔거려 열림 버튼을 더 꽉 눌렀다.


"야, 진짤까?"

"몰라. 들어보고 아니면 걍 나오지 뭐."

"근데 여기 개미가 어딨다고 개미를 잡으래?"

​"이름이 플레이워잖아. 걍 게임 아냐?"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동안 서울역 커플이 개미 잡기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나도 그게 궁금했지만, 인원 제한이 더 신경 쓰였다.


엘리베이터는 금세 3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급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여유로운 척 밖으로 나왔다. 내가 제일 먼저였다.


문 바로 앞에 서 있길 잘했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할 것도 없었다. 복도 바닥에 플레이워라고 쓰인 화살표가 있었다.


화살표를 따라 빠르게 걷다 보니 복도 끝에 커다란 문이 나왔다.


그런데 문을 보는 순간 나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문이 사람 키보다 세 배는 컸기 때문이었다.


이 작은 건물에 어떻게 이렇게 큰 문이 붙어있을 수 있지? 천장이 얼마나 높은 거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뭐에 홀린 것처럼 입을 떡 벌렸다. 천장이 까마득하게 높았다.


엘베에서 내릴 때도 이렇게 높았나?


천장을 훑으며 뒤쪽을 돌아봤다.


문이 높은 만큼 3층 천장도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그 크기에 이상함을 느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뒤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이 팔을 문지르며 말했다.


"야, 좀 으슥하지 않냐?"

"그러게. 무서운데?"


사람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더는 망설일 수가 없었다.


커다란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힘주어 밀지도 않았는데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 순간 하얀 연기가 내게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데··· 앞에서 '어서 오십시오!' 하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 앞을 바라봤다.


저게 뭐야?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대 한 가운데에 나선형 뿔이 달린 사람이··· 아니, 염소 탈을 쓴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갈색 털이 어깨까지 내려와 검은 정장을 덮고 있고, 양손엔 검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좌석에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는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문을 열기 전보다 더 꼼짝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무대에 선 남자의 뿔 때문에.


무대 한 가운데, 긴 뿔이 난 남자를 바라봤다.


왜 저런 가면을 쓴 거지? 뿔이 엄청나게 커다란데··· 안 무거운가?


그보다 저거 가면은 맞는 거야?


가면이라기에는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눈구멍이 새까매서 사람보다 괴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저게 가면이 아니면 어쩔 건데. 무조건 가면이어야 한다. 가면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으니까.


그런데 여기 들어온 뒤로 계속 소름이 돋았다.


추운 것도 아닌데 몸이 서늘하고 뭔가에 눌리듯 압박감도 들었다.


어쩔 줄 몰라 허둥거리는데, 염소 탈을 쓴 남자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저는 플레이워의 진행자, 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49번째 참가자입니다."


49번째? 방금까지 느껴지던 추위가 가시고 눈이 번뜩 뜨였다.


턱걸이로 들어왔다는 걸 깨닫자마자 옅은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자신을 판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가를 원하시면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오, 마침 마지막 참가자도 들어오는군요."


그의 말에 뒤를 돌아봤다.


1층에서 마주쳤던 남자애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엘베에서 내릴 때 맨 뒤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들어온 거지?


이상한 느낌에 문을 바라봤는데 문은 이미 굳게 닫힌 상태였다.


몰랐는데 언제 닫힌 거야? 이 애가 닫은 건가?


의아하게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도 나를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섭다고 먼저 들어가라고 하던데."


대수롭지 않은 듯한 태도에 잠시 멍했다.


얘는 운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게임에 참여하게 됐으니 좋은 쪽인가.


어떤 쪽이든 상관은 없었다.


남자를 본 지 10분도 안 됐는데, 봤던 얼굴이 있다는 것만으로 아주 조금 마음이 놓였다.


"참가를 원하십니까?"


나와 남자애가 멈춰있자 앞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참가를 원하시면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그때 나는 봤다. 염소의 새까만 눈에서 광채가 번쩍인 것을.


분명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일단 좌석 계단을 한 칸 밟아 내려갔다.


앉아서 얘기를 들어보고 아닌 것 같으면 바로 탈주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일러스트1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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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24.09.10 21 1 9쪽
25 25 24.09.09 27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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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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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24.09.02 44 3 10쪽
12 12 24.09.01 4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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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24.08.27 93 4 10쪽
5 5 24.08.26 103 5 12쪽
4 4 +1 24.08.25 119 6 10쪽
3 3 24.08.24 12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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