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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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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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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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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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UMMY

콰직-


실내로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타격음이 들렸다.


처음엔 샌드백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무표정을 한 남자가 도끼로 무언가를 찍어누르고 있었다. 바닥에는 빨간 핏물이 흥건했고 바닥에 작은 생명체가 누워 있었다.


"욱-"


미친, 괜히 봤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실내에는 조폭 무리를 비롯해 다섯 명의 남녀가 더 있었다.


그들은 전세라도 낸 것처럼 카페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책상 밑에 숨어 있거나 도망 다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찾아내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퍽!


남자가 강아지를 죽이자 옆에 있던 여자가 울먹였다.


"그만해!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여자의 만류에도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차피 게임이잖아. 살아있는 것도 아닌데 뭐."


남자의 말에 여자가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도망을 가거나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


"씨발."


윤지혜는 못 볼 걸 봤다는 듯 눈을 가려 시야를 차단했다.


나랑 이윤성도 소리가 나는 곳을 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면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죽이는 사람보다 못 죽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뿐일까.


아니, 그걸 다행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반려동물이라는 생각에 못 죽이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잡고 싶어도 못 잡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우는 척을 하지만, 남자 옆에서 고양이를 잡아 오는 저 여자처럼.


나는 의지 없이 떨리는 손을 맞잡았다. 그때 윤지혜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 밑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를 빽빽한 쇠창살이 막고 있었다. 쇠창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중간에 달린 자물쇠를 열어야 했다.


이윤성이 자물쇠를 보며 물었다.


"여긴 뭐야?"

"'히든 맵'이야. 저 자물쇠를 만지면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히든 미션이 뜰 거야. 히든 맵은 여기 말고도 많을 거고."


히든 맵이랑 미션? 의아하게 말하자 윤지혜가 자물쇠를 만졌다.


[히든 맵이 활성화됩니다]


[반경 10m 내의 인원에게 히든 미션이 주어집니다]


[히든 미션 - 강아지나 고양이의 뼈로 자물쇠를 여십시오]


"뼈?"


이윤성이 입을 틀어막았다. 윤지혜도 이건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물 사체야 카페 안에 널려 있지만, 우리 중 그걸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자물쇠가 걸린 쇠창살을 잡아 흔들었다.


"이 안에 형이 있을까?"

"찾아보면 알겠지. 잠깐 비켜봐."


윤지혜가 내 어깨를 잡아당기고는 쇠창살 앞에 거미 펫, 총총이를 내려놓았다.


"갔다 올 수 있어?"


허공을 바라보던 윤지혜가 이내 탄식을 쏟아냈다.


"막혔나 보네."


그의 말에 이윤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막혀?"

"나랑 호수 오빠랑 히든 맵 찾으면 펫을 먼저 들여보냈거든. 그렇게 몇 번 맵을 깼는데··· 이젠 못하게 막아놨나 봐."

"왜 펫을 먼저 보냈는데?"

"위험한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면서 윤지혜는 '5회 전부터 맵에 함정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발견한 건, 지뢰랑 그물이었어. 다치거나 위험한 건 아닌데, 게임이 끝날 때까지 못 움직였거든. 그래서 호수 오빠랑 같이 다녔던 거야."


형은 이런 말까진 해주지 않았다. 아마 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말을 아낀 거겠지.


그나저나 형과 윤지혜는 똑똑했다. 위험할지도 모르는 구역은 펫을 보내서 확인하다니.


"근데 펫 죽으면 위반 아니야?"


내 말에 윤지혜가 어깨를 으쓱였다.


"죽는 게 아니라 '소멸'하면 위반이지. 그것도 호수 오빠랑 얘기해봤었는데, 물리적으로 때려야 죽는 게 아니라 혹사하면 소멸하는 것 같아."

"······."


나랑 이윤성이 멍청한 얼굴을 했는지 윤지혜가 가슴을 턱턱 두드렸다.


"HP가 다 깎이면 죽는다고."

"아."

"아하."


'···파티 잘못 짠 듯' 작게 중얼거리던 윤지혜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여긴 놔두고. 다른 데로 가보자."


장소를 이동하면서 윤지혜는 '히든 맵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히든 맵은 '맵'이 생길 때 같이 생기는 것 같아. 나랑 호수 오빠도 처음엔 몰랐는데 저번 주였나···. 정원에 문이 있길래 뭔가 해서 만져봤더니 히든 맵이 뜬 거야. 시스템이나 펫한테 물어도 설명을 안 해줘서,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야. "


히든 맵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자물쇠만이 아니었다. 문을 건드리거나 드럼통, 혹은 박스만 만져도 숨겨져 있는 히든 맵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


즉 '잠겨 있거나 닫혀 있는 문'을 찾으면 그 근처에 있는 물건을 만져서 미션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복잡하네."


이윤성이 하나도 안 복잡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윤지혜는 골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지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일단 해보면 알아. 아니, 잠깐만."


창밖을 바라보던 윤지혜가 움직임을 멈췄다. 나랑 이윤성도 덩달아 멈춰 창밖을 바라봤다.


시작점에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그들은 폭동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문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윤성이 손으로 눈을 가려 차양을 만들었다.


"와, 진짜 문 부서지겠는데? 문이 밖으로 휘었어."


시력이 좋은지 멀리 있는 게 다 보이는 듯했다.


윤지혜가 나와 이윤성의 팔을 잡아당겼다.


"판이 들어오면 게임이 끝날 거야."

"게임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데?"

"맵에 있는 것들이 전부 사라지는 거 알잖아."


이전까지는 판이 들어와도 '맵'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있던 생물 같은 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


즉, 형도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형이 게임 시스템도 아니고··· 맵이 없어진다고 사람까지 없어지겠어? 그건 이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사라진다.


게임이 종료되면 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게임이 시작되면 다시 나타난다. 그걸 나는 몇번이고 눈으로 확인했다.


아까 전에도 경험하지 않았던가. 건물에 없었던 플레이워 대강당이 갑자기 생겨난 거.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일어난 이상, 그게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논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이제 달리기 시작했다.


1층부터 3층까지 카페를 전부 뒤졌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곳 외에는 숨겨진 장소가 없었다.


"밖으로 나가보자."


윤지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애견 운동장을 수색했다.


히든 맵은 실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하나 벽, 바닥. 심지어는 땅굴에도 히든 맵이 숨어 있었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윤지혜가 첨언했다.


"히든 맵은 일종의 던전 같은 거야. 들어가면 잡아야 하는 벌레가 엄청 많아."


윤지혜와 형은 그 히든 맵에서 벌레를 잡아 수익을 올렸던 것이다.


이윤성이 감탄했다.


"너랑 형 똑똑하다."

"운이 좋았던 거야. 솔직히 정원에 있던 문도 수호 오빠가 만졌어. 안 그랬으면 우리도 지금까지 몰랐을걸."


형도 그렇고 나도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남달랐다. 우리는 뭐든 만져보고 입에 넣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형제였다. 그것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고생하셨지···.


감상에 빠져들 시간도 없이, 이윤성이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것도 히든 맵인가?"


이윤성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니, 아치형으로 세워진 뻥 뚫린 문이 보였다.


"맞는 것 같은데."


윤지혜가 그곳으로 가려고 할 찰나였다.


[이- 수-]


부기의 말풍선이 지지직거리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멀리서 뛰어다니던 강아지와 고양이도 없어졌다.


위이이잉-


그리고 머리 위에서 귀를 찢어버릴 것 같은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셋은 귀를 틀어막으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플레이워가 강제로 종료되었습니다.]


[플레이워가 강제로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플레이워 강제 종료로 지급액이 정산되지 않습니다.]


[플레이워 강제 종료로 단체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패널티?"


[플레이워 '강제 소환'이 진행됩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겨를도 없었다. 판이 부서진 문을 밟고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판은 형체가 안 보일 정도로 멀리 있는데도, 차분한 음성만은 또렷하게 들렸다.


"이런. 단체로 폭동을 일으키실 줄은···."

"씨발! 동물을 잡으라는 게 말이 돼?!"


성량 자체가 달랐지만, 여자의 찢어지는 항의도 들려왔다. 그래봤자 판은 미동도 하지 않겠지만.


"플레이워가 종료되었습니다."


"모두 시작점으로 모여주십시오."


나와 윤지혜, 이윤성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시작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반려동물을 죽이지 못한 사람들이 썰물처럼 방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뛰쳐나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가만히 서 있는 판을 보니 불길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형은··· 어떻게 되는 거지."


윤지혜도 불안한지 가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못 찾은 것뿐이야."

"바, 밥은 어떻게··· 먹는 것도 그렇고 자는 것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불안하게 말하자 이윤성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붙잡았다기보다는 안심시키려는 듯 다독였다는 게 맞는 말이었다.


"일단 가서 판한테 물어보자."

"응···."


그런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잡은 사람들이 '돈을 줄 수 없다'는 말 때문에 분개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판을 붙잡고 늘어졌다.


"씨발! 내가 그걸 어떻게 잡았는데!"

"미친놈들아! 강제 종료되기 전에 잡은 건 줘야할 거 아냐!"

"이 시버럴 놈이, 우릴 가지고 노나."​


조폭에게 멱살을 잡힌 판이 검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당장 퇴장하지 않으면 위반자로 간주합니다."


그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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