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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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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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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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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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DUMMY


​이윤성이 말한 '그 방법'이라는 게 알을 찾는 거라면··· 날아다니는 걸 잡는 것보다 훨씬 수월해질 터였다.


이윤성이 들어갔던 골목을 살펴봤다. 목이 빠져라 하늘을 올려다보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이윤성은 바닥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확신이 들었다.


추측을 일뿐이지만, 이윤성은 어제도 펫에게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단 하루 만에 80만원을 벌었고.


어쩐지.


다들 펫의 기능을 모르고 고군분투할 때 혼자 여유로웠던 이유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윤지혜도 비슷했다. 거미를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하루살이를 잡을 때 펫을 사용했다.


이윤성과 윤지혜는 펫을 활용하는 방법을 남들보다 빨리 찾은 것이다.


"대단하다."


나는 경이로운 눈으로 이윤성을 바라보다 자리를 옮겼다.


이윤성 덕분에 뭔가를 깨달았는데, 그와 겹치는 곳에서 잡고 싶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와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부기, 저쪽으로 가자."


더불어 나는 부기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펫은 장식품이 아니다.'


고작 플러스 5의 버프를 주기 위해 있는 게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타이머 역할을 하며, 잡은 벌레의 개수까지 세어주는 능력이 있었다.


아니, 그 외 다른 능력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건조한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부기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내가 말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대화할 수도 있어?"


앞서 걷던 부기가 동그란 머리통을 들어 올렸다.


[드디어 물어보는구나!]


있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하는 거야?"


이윤성이 키보드를 치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이던데··· 설마.


[키보드를 열어!]


"키보드?"


눈꺼풀이 저절로 탁 트였다. 키보드 기능이 있다고? 대체 뭐야, 이 게임.


"키보드를 어떻게 여는데?"


[검지손가락으로 허공을 두 번 두드리시오]


부기의 말투와 달리 딱딱한 메시지 창이 나왔다.


"이것도 네가 띄운 거야?"


[훗, 제법 똑똑하군]


건방진 말투였지만 더 이상 펫을 고깝게 볼 수 없었다.


입을 다물고 허공을 두 번 두드리자 눈앞에 파란색 키보드가 나타났다.


"미쳤다."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겨우 세 번이지만, 허공을 두드리는 사람은 이윤성 말고 본 적이 없었다.


"이윤성은 대체 어떻게 안 거지?"


플레이 조건은 똑같은데 이런 기능을 미리 알고 사용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만.


당장 파리의 알을 찾아야 하는데···.


건조한 곳을 찾는다고 해도 파리의 알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모른다.


키보드를 두드려 부기에게 말을 걸었다. 입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들을 테니까.


[파리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파리알은 짙은 갈색이고 길쭉한 모양이야!]


부기의 설명만으로는 어떻게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줘.]


입력이 끝나기 무섭게 파란 창에 사진 하나가 떠올랐다. 이 또한 놀랄 노 자였다. 단순히 문자만 보이는 창인 줄 알았는데···.


"사진 기능까지 있네."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된 게임이냐고.


별다른 장치 없이 홀로그램이 뜨고, 실존하는 펫이 생성되는 게임을 만드는 게 가능한 일인가?


당연하게도 불가능하다. 지금 인간의 기술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었다.


아니지,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 미리 만들어놓고 상용화를 안 한 걸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베타 테스트 같은 걸지도.


[사진이 5초 뒤에 사라집니다.]


메시지 창이 뜨자마자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창이 사라지기 전에 알의 생김새를 자세하게 살폈다.


사진이 파란색이라 색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모양은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생겼구나."


비교하긴 싫지만 길쭉한 쌀알 같은 모양이었다. 알의 생김새를 눈에 단단히 세기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섯 명 정도가 허공을 올려다보며 손, 혹은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파리채를 들고 있었다.


평범한 파리채는 아닌지 허공에 휘두르기만 했는데 파리들이 맞는 족족 우수수 떨어졌다.


와, 저 사람은 개꿀이네. 아저씨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38분 남았다!]


한눈을 너무 많이 팔아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파리알을 찾기 위해 구석진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보긴 했지만 실제로 알을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


어제는 방이었던 공간이 하루 만에 쓰레기장으로 바뀌었다. 그 짧은 순간에 파리가 알을 깔 리가 없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부기가 자신 있게 알려주길래 철석같이 '있다'고 확신했는데···. 아마 이윤성도 허탕을 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한 만큼 실망이 커지니 기운이 빠졌다.


알을 찾는 것보다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허탈함에 바닥에 버려져 있는 소주 박스를 깔고 앉았다.


어떻게 파리를 잡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박스가 엎어져 있던 곳에 검은 쌀알 같은 게 보였다. 한 개가 아니라 몇십 개가 무더기로 모여 있었다.


"찾아···!"


소리를 지르려다 급하게 입을 막았다. 시선이 집중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박스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갔다. 파리알이 확실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죽이지?


파리알이라는 생각 때문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 맨손으로 죽이는 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


이럴 때 부기가 물 속성이 아니라 불 속성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불을 사용하면 태울 수 있었을 테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밟아볼까?


"···으."


그것도 썩 내키진 않았다.


저 아저씨처럼 나도 파리채였으면 좋았을 텐데. 곰곰이 생각하다가 부기에게 무기를 달라고 요청했다.


[좀 들고 다녀!]


귀찮다는 듯 말한 부기가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부기의 얼굴 앞에 파란빛이 모이더니 손잡이만 있는 검이 나타났다.


나는 검을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부기가 검을 들고 있는 건 봤는데. 이렇게 나타나는 건 처음 봤다.


파란빛이 모여서 검이 되는 게 가능한 일이야?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더 생각해봤자 소용없겠지."


나는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검을 받은 뒤 파란 유리를 눌렀다.


[무기가 활성화됩니다.]


어젠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 봤는데, 오늘 보니 문양이 총 다섯 개였다.


불 모양, 물방울 모양, 바람 모양, 나무 모양, 번개 모양.


이 중 하나가 나오면 그 능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잠깐. ​이거 다 활성화되면 나 최강 아닌가?"


만화나 영화를 보면 한 사람에겐 한가지 능력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검은 다섯 개다.


"······."


물론 과도로 땅파기를 써서 최강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잠시 후 불 모양에서 룰렛이 멈추더니 짧은 단검이 생겼다.


띠링-


어제와 다른 창이 떠올랐다.


['불의 검'이 활성화됩니다]

[검의 능력으로 무기 +5가 일시적으로 향상됩니다]

[부기의 '촛불'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부기의 '촛불' 버프로 기술 +5가 일시적으로 향상됩니다]


"촛불?"


메시지창을 보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그러고 보니,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무기를 활성화하면 부기의 능력도 추가됐다.


즉, 과도(대지의 검)로는 땅파기. 이 단검(불의 검)으로는 촛불을 쓸 수 있게 되는 거다.


"부기야. 무기 기술은 이게 끝이야? 아니면 더 늘어나?"


[에헴-!]


부기가 양쪽 지느러미, 즉 손을 허리에 올렸다. 가슴을 내밀고 당당하게 턱을 들어 올리더니 대화 창을 띄웠다.


[이수호의 능력치에 따라 기술을 획득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그걸 왜 당당하게 말하냐."


[···지금부터 이수호는 '촛불'을 쓸 수 있다!]


"···어떻게 쓰는 건데?"


[검을 휘두르며 활성화!하고 외치면 된다!]

​​

무기를 쓰면서 주문을 외우는 그런 건가. 그건 좀 쪽팔릴 것 같은데.


"야, 근데 이윤성은 무기 쓸 때 뭐 외치고 그런 거 안 하던데?"


나한테 물총을 쏠 때 방아쇠만 당겼지, 주문 같은 건 외우지 않았다.


날카로운 지적이었는지 부기가 슬며시 웃었다.


[한 번 흔들어]


장난친 거구나.


나는 부기의 반들반들한 머리를 꾹꾹 누르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흔들었다. 그러자 검 끝에서 불꽃이 확 튀어 올랐다.


"······."


불 능력자들이 쓰는 불기둥이나 돌풍까지 바라진 않았지만···.


라이터보다 작은 불씨가 검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가벼운 바람에도 꺼질 것 같았다.


"개구리네."


[부기는 개구리가 아니라 거북이다]


"너 말고."


나는 고개를 설설 저으며 손톱만 한 불꽃을 쳐다봤다. 그래, 이래서 촛불이구나.


그래도 이 정도면 알 정도는 태울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는 촛불이 꺼지지 않게 손으로 가리며 알 앞에 쪼그려 앉았다.


불을 가져다 대자 부기가 카운트를 올렸다.


[1마리!]


[3마리!]


[5마리!]


이렇게 하나하나 태우다간 제한 시간 안에 서른마리도 못 채우겠네.


그래도 ​쩍쩍 하품을 하며 알을 태우다 보니 금세 23마리가 되었다. 더 태울 것 없나 주변을 둘러봤지만, 여기 있는 건 다 잡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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