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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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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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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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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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DUMMY

*



그리고.


사람들의 바람만큼. 플레이워 참가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심지어는 이름을 떨칠 만큼 유명해졌다.


시험 기간 불과 2주. 그 안에 총 8번의 게임이 열렸는데 그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갑자기 유명해질 수 있었는가.


과정은 이러했다.


형이 말하길, 바퀴벌레가 나온 다음 날 인원이 반도 차지 않았다고 한다.


바퀴벌레는 사람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해충이었다. 탓에 돈을 준다고 해도 못 잡으니 참가자가 줄어든 것이다.


플레이워도 그걸 인식했는지 다음 회차에서는 비교적 혐오감이 덜 한 나방을 내보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여전히 인원이 늘지 않자 플레이워가 대대적으로 홍보를 강행했다.


SNS에 '플레이워' 계정이 생성된 것이다.


계정이 생기자, 게임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진짜 돈 주는 게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기 시작했고.


그게 입소문을 타고 타서 팔로워만 1만명이 되었다.


물론 게임에 참가했던 일부 사람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참가자 제한 때문에 경쟁률이 심해질 것을 걱정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불만을 예견했던 플레이워는 '참여 방법'에 조건을 걸었다. 이전 참가자와 신규 참가자 비율을 3분의 1로 나눈 것이다.


이렇게 나눈다고 해서 볼멘소리가 줄어든 건 아니지만,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이 50명 씩 늘고 있으니.


참여를 못 하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형도 내가 없던 8회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게임에 참가했다.


그리고 단 8일 동안 형이 모은 돈은···


4천만 원.


우리 형편으로는. 정확하게 말해 플레이워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액수였다.


하루에 1시간이었다.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대충 일해도 이만큼 벌 수 있으니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플레이워가 갑자기 유명해지는 건 응당 당연한 결과였다.


심지어 유튜브엔 '플레이워'가 어떤 게임인지, 어떻게 공략해야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떠드는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거봐요! 영상이 갑자기 삭제돼서 그랬던 거지. 내 말이 진짜라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습니다! 벌레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만 원을 주니까 난리가 나요, 안나요?!]


[플레이워에는 펫 시스템이 있습니다. 진짜 같은 펫을 도대체 어떻게 구현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맵'에 들어가면 파란 시스템 창과 펫이 생겨요. 레알 현실 RPG 아닙니까?]


사람들은 이제 매일 다른 공간이 생기는 방을 '맵'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을 '플러'라고 불렀다.


알고리즘에 뜨는 플레이워 영상을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형이 말을 걸었다.


"이수호. 핸드폰 그만하고 밥 먹어."

"오키."


나는 핸드폰을 책상에 놓고 2주 내내 학수고대했던 말을 꺼냈다.


"나 이번 주에 시험 끝나니까 다음 주부터 플레이워 갈 거야."


내 말에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라."

"나도 플러하면 금방 이사 갈 수 있겠지?"

"투룸 전세로 가려면··· 아마 세 네 번은 더 참가해야 할걸. 이사하는 비용도 드니까. 넉넉하게 5천만 원 이상은 있어야 해."

"오천? 아··· 나 능력치 개똥인데."


8회차 동안, 능력치를 전부 70 이상으로 올린 형이 내 머리를 토닥였다.


"걱정하지 마. 계속하니까 올라가더라."


형은 '플레이워' 안에서 세 번째로 뛰어난 플러였다. (수치가 있는 건 아니고 대충 어림짐작하는 거다)


첫 번째 플러는 다섯 명으로 늘어난 조폭 일당. 두 번째는 놀랍게도 윤지혜였다.


윤지혜는 학교도 안 가는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한다.


이윤성은 내가 안 나오기 시작한 후로 딱 2번 더 나오고 뜸해졌다고.


한데 놀랍게도 플레이워에서 능력치 올리는 방법을 제일 먼저 터득한 사람이 이윤성이었다.


그리고 이윤성은 그 방법을 형과 윤지혜에게도 말해줬다. 덕분에 윤지혜와 형이 무기와 펫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펫과 무기를 함께 사용하는 거다.


예를 들어 형의 펫 아늑이(늑대)가 '몰이사냥'를 쓸 수 있다고 치자.


아, 치는 게 아니지. 실제로 형이 사용한 방법이다.


아늑이가 나방을 몰아오면 형이 망치로 내려친다. 이걸 일정 횟수 동안 계속하면 능력치가 올라간다.


그래봤자 100회에 1정도 오른다고는 하지만··· 안 오르는 것보다는 낫지.


반면 윤지혜처럼 자긴 놀고 펫이 거미줄을 치는 건 소용 없다. 나랑 펫이 함께 움직여야 올릴 수 있었다.


이 말인즉슨···


많이 참가해서 능력치를 올릴수록 더 많은 벌레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거의 8회 동안 참가를 못 했던 나와 박건우에게는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형을 올려다봤다.


"조폭들이 또 시비 걸진 않아?"


나갈 준비를 하던 형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뜸을 들였다.


"안 걸던데."

"진짜로?"

"응, 근데 오면 아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거야. 이제 사람들이 무기를 쓰거든."


'능력치 올리는 방법'은 이윤성이 제일 먼저 알아챘고, 이윤성, 형, 윤지혜 딱 세 명만 알고 있었다.


나랑 박건우도 알게 됐지만 게임을 안 했으니 차치하고.


그런데 그 후로 게임의 룰을 파악한 유튜버가 그 방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렸고, 벌레를 손으로만 때려잡던 사람들이 그제야 펫과 무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난 공부한답시고 아무것도 못 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 다른 사람들만 유리해졌다.


능력치도 개똥인데 게임도 못 하고.


아주 잠깐 형이 원망스러워졌다.


"나도 했으면··· 돈 왕창 벌었을 텐데. 벌써 이사도 갔겠다."


조용하게 중얼거리자 형이 씁- 잇새로 뱀 소리를 냈다.


"엄마 아빠가 항상 뭐라고 하셨어."


난 만세 삼창이라도 외치는 것처럼 또박또박 말했다.


"학생의 본분을 지켜라."

"그래, 넌 학생이니까 공부에 집중해."


형은 얼른 갔다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많이 잡아 와."

"오냐. 학교 잘 갔다오고."

"예썰."


쾅- 문이 닫히자마자 집이 조용해졌다.


학교 가기 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만 놀다 가야지.


나는 책가방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유튜브를 틀었다.


[폭등하는 한일전 티켓값. "속아서 샀어요"]


[열도 관통 '매우 심각' 시속 179km 강풍 예상. 한반도 영향은?]


[초보자 롤린이를 위한 가이드 #32]


[실종자 김미영 씨를 찾습니다]


[실방 '오늘 플레이워 갑니다' 6번 만에 천만 원 벌었음]


무의식적으로 마지막 영상을 눌렀다.


[오늘? 오늘 뭐 잡을 것 같냐고? 음··· 이제 모기 정도···? 요즘 모기가 극성인데 슬슬 모기 나와야지. 만약에 모기 나오면 하루만에 천 만원 개꿀띠지. 방송? 오키, 끝나고 방송 틀게.]


"뭘 족쳐. 엄청 시끄럽네."


채팅장을 쭉쭉 내리다가 귀가 아파서 영상을 꺼버렸다.


그런데 미래를 예견한 유튜버는 그 후로 방송을 틀지 않았다.



*



늦은 저녁이다.


"올 때가 됐는데."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밥까지 먹었다.


그런데 8시가 지났는데도 형이 오지 않았다. 게임은 벌써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왜 안 오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몇번이고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일단 먼저 밥 먹고 기다릴까.


어제 먹고 남겨뒀던 치킨을 데웠다.


띵-


전자레인지 문을 열고 치킨을 꺼내 먹었다. 먹는 내내 핸드폰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라더니 걱정시키면 어쩌자는 거야?


10시가 되어도 연락이 되지 않아 마음이 불안해졌다.


결국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전화하면서 비탈길을 내려갔다.


뚜루루- 뚜루루루-


불길한 수신음이 길어진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연락이 안 되니 슬슬 화가 났다. 형의 직장 동료 중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아저씨께 전화를 걸었다.


[어어? 호수? 호수 오늘 연차 냈는데. 왜? 아직 안 들어왔냐?]


"아··· 네. 연락이 안 돼서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건너편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 호수가 요즘 힘들어하던데. 집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네? 아뇨, 없는데···."


[그래··· 호수랑 너도 어디 아픈 데 없고?]


"네, 없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액정을 내려다봤다.


힘들어했다고···?


플레이워로 돈을 벌어서 덜 힘들 줄 알았는데. 다른 일이 있었던 건가?


하긴. 플레이워를 해도 형은 계속 투잡을 뛰고 있었다.


게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니 일을 그만둘 수도 없었던 것이다.


형에게 미안하다 못해 죄책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형이 집에 오면 병원 가자고 해야지.


지나가는 길에 약국이 있어 종합 영양제도 하나 샀다. 내 용돈으로 처음 산 선물이었다.


약을 주머니에 넣고 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음만 들릴 뿐, 받지 않았다.


어디서 사고 난 건 아니겠지? 만약 병원에 실려 갔다면 가족한테 전화가 왔을 테니까··· 다친 건 아닐 것이다.


그럼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나는 플레이워 건물로 향했다.


게임을 하고 온다고 했으니까 이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건물 내부의 불이 다 꺼져 있었다. 문을 당겼지만, 문도 잠겨 있었다.


"그러면 여기에도 없다는 건데···."


대체 어디 간 거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전화도 안 받으니 찾을 방법이 없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을 꼴딱 셌다.


아침이 되어도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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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7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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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1 24.08.25 11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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