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79
추천수 :
92
글자수 :
148,835

작성
24.09.06 13:33
조회
35
추천
3
글자
11쪽

​실종. 그리고 동료

DUMMY




그의 반응이 범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조폭들이 한 발짝 물러났다.


"거, 씨버럴···. 다음에도 안 주기만 해보쇼."


다음?


그래, 맞다. 다음이 중요하다. 형이 밥을 잘 먹는지, 잠은 자고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다음 게임이 열리는지가 더 중요했다.


정작 게임이 열리지 않으면 형을 찾을 수가 없었으니까.


나는 앞뒤 보지 않고 판에게 달려갔다.


"다음, 다음도 있는 거죠?!"


판이 평소보다 매서운 눈으로 날 내려다봤다.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보장할 수 없습니다."

"뭐···."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판이 양손을 뻗었다.


"물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규칙을 수정할 수는 있겠군요."

"규칙을··· 수정해요?"


판의 눈이 반달로 휘었다.


"플레이워는 항상 열려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의 말을 더는 신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안 믿는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탓에 내가 물어볼 수 있는 건 형의 안위뿐이었다.


"형이 이 안에 있으면 먹는 거랑 자는 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윤성과 윤지혜가 내 뒤에 멈추어 섰다. 형에 대해 물어봤냐고 질문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나와 이윤성, 윤지혜를 사열하던 판이 입꼬리를 반달처럼 휘어 올렸다.


"게임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습니까?"

"······."

"플레이워 안에선 생리현상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윤성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윤지혜도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플레이 시간은 겨우 1시간. 그것보다 더 짧은 시간에 끝난 적도 있었다. 그러니 '배가 고프다'라거나 요의를 느끼지 못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게 플레이워 때문이었다고?


"말이 안 되잖아요."


윤지혜가 톡 쏘듯 말했다. 그러자 판이 부서져 내린 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갈 시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내쫓기듯 건물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건물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잠겨 있었다.


나와 이윤성, 윤지혜는 머리를 후드려 맞은 사람처럼 길바닥에 널브러졌다.


보도블록에 걸터앉아 있던 윤지혜가 욕설을 뱉었다.


"씨발, 욕을 안 할 수가 없네."


우리는 아치형 문에 있던 '히든 맵'에 형이 있었다, 없다로 열띤 대화를 나눴다.


"맵 하나에 히든 맵은 최대 세 개가 끝이야. 그러니까 있었을 확률이 높다고."


윤지혜가 똑 부러지게 설명했지만, 이윤성은 매섭게 반박했다.


"사람이 히든 맵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잖아. 애초에 다른 장소를 찾는 게 나았을지도 몰라."


나는 헐떡거리는 숨을 간신히 가라앉혔다.


"고마워, 얘들아."


하지만 목소리에 울음 섞여 있어 볼품없었다.


윤지혜가 당황한 듯 나를 쳐다봤다.


"···뭔. 왜 울고 난리야."

"우리 형··· 형인데···."


내 형을 자기 형처럼 걱정해주고 찾아주려는 두 사람이 고마웠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 찾을 수도 없었고 형의 생사도 불분명했다.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이 꺾이자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가슴이 조이고 눈시울이 뜨거워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게임이 끝나면 쌩하니 돌아가 버렸던 두 사람은 내가 진정될 때까지 옆에 있어 주었다.


내가 조금 진정되자 윤지혜가 내 등을 퍽퍽 때렸다.


"야, 울지마. 네가 무너지려고 하면 어떻게 해? 찾으면 돼. 찾은 다음에 신고해버려야지!"

"그래, 형은 능력치고 높고 체력도 좋잖아. 잘 버티고 있을 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낯설기만 했던 두 사람이 대들보처럼 든든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히뜩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 고마···."

"고마우면 오백원."


이윤성의 같잖은 개그에 윤지혜가 혀를 찼다.


"···존나 재미없다."


그 뒤로 우리는 해가 저물 때까지 플레이워의 저의를 유추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 실종자 신고가 추가로 접수됐습니다. 일주일 동안 발생한 실종 사례는 총 21건. 21건 가운데 15건은 서울남대문경찰서에 접수됐고 6건은 경기도 지역에서 나왔습니다.]


다음날, 대한민국이 뒤집혔다.


[실종자가 급증하자 서울시는 실종자 추적에 나섰습니다. 연쇄 살인에 초점을 두고 수색했지만, 실종자들의 위치가 전부 명확하지 않아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한진서 기자의 보도입니다.]


실종자 스무 한명에 우리 형은 포함되지 않았다. 내가 신고하지 않았으니까.


[서울남대문경찰서 앞입니다. 실종자를 찾아달라고 애원하는 가족들이 경찰서 내부를 오갑니다. 21명의 실종자 중 5명은 서울에 위치한 고등학교 학생들입니다.]


화면에 경찰을 붙잡고 오열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비쳤다.


[고등학생 5명은 이틀 전이었던 5일 접수됐고, 어제 6일. 추가로 성인 다섯 명이 더 접수됐습니다.]


[가출이나 외박으로 여겨졌던 다섯 명의 학생들은 오늘에서야 '실종자'로 분류되었습니다]


이틀 전에 접수됐다는 고등학생은 우리 학교 애들이었다. 게다가 추가로 들어왔다는 실종자 다섯명.


어제 나와 함께 플레이워에 참가한 사람들일 것이다.


"씨발, 그러니까··· 진짜라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는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신 눈을 뜨자마자 경찰서로 달려갔다.


그리고 실종 신고를 하러 왔냐는 경찰에게 '플레이워'에서 사람들이 없어졌다고 얘기했다.


당연하게도 경찰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허위 신고를 하면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고 말하며 날 내쫓았다.


사실 경찰서로 가면서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거짓말 같은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얘기도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나가라'고 명령하는 경찰들의 대응에 나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 후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뉴스를 뜨겁게 달군 '스물한 명의 실종자'. 아니, 스물두 명의 실종자.


아마 서울의 모든 경찰이 총동원해도 그들을 찾지 못할 것이다.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는 플레이워 안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추적할 거냐고.


혼자 속앓이하고 있는데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속보입니다. 방금 실종자 한 명이 추가로 접수됐습니다. 학생과 성인이었던 기존 실종자와 다르게, 이번에 접수된 실종자는 60대 여성입니다.]


60대···? 섬뜩한 느낌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이 할머니···."


뉴스에 뜬 얼굴이 익숙했다. 조폭들에게서 형이 구해줬던 그 할머니였다.


"하, 할머니까지···."


[실종 신고를 한 사람은 60대 남편 A씨. 경찰은 살인이나 가출에 초점을 두지 않고 '실종'으로 분류해 수색을 벌일 예정입니다.]


미친.


나는 핸드폰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경찰들을 끌고 플레이워 건물로 가거나, 아니면··· 아니면.


신발장에 멈춰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시간은 5시 58분. 플레이워 문자는 오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은 경찰과 함께 플레이워 건물로 가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씨발, 안 믿는데 어떻게 하냐고."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이수호. 뭔 일인데 씨발. 얘기 좀 해보라고.]


박건우였다. 학교에 안 갔더니 걱정이 되는지 줄기차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나 일이 생겨서 당분간 학교 못 갈 것 같아.]


연락을 안 하면 걱정할 것 같아서 답장을 보내놓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또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아, 박건우. 제바···."


문자를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플레이워 단체 페널티로 '강제 소환'이 진행됩니다.]


"강제··· 소환?"


​그 한마디를 뱉었을 뿐이었다. 내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고, 뭔가 이상한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순간 손바닥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뼈가 갈라지는 듯한 고통에 손목을 잡으며 주저 앉았다. 무릎이 접힘과 동시에 하늘에서 하얀 벽이 떨어지더니 몸이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이게 뭔지 인식도 하기 전에, 머리가 새하얘지고 뼈가 아스러지는 고통이 느껴졌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그대로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윽···."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흙바닥 위에 누워있었다.


"뭐야."


상체를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봤다. 근처에 쓰러진 윤지혜와 이윤성이 보였다.


그리고···.


"씨발···."


드넓은 운동장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누워 있거나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는 사람들을 멍하니 둘러보다 이윤성과 윤지혜에게 달려갔다.


기절한 듯한 이윤성과 윤지혜를 흔들어 깨우자 두 사람이 천천히 눈을 떴다.


윤지혜는 속이 울렁거리는지 눈을 뜨자마자 구역질을 했다.


이윤성은 그보다 괜찮아 보였지만, 영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표정이었다.


"괜찮아?"


조심스럽게 묻자 이윤성이 넋 나간 채로 중얼거렸다.


"나··· 거실에 있었는데."

"난 길바닥에 있었어."


이윤성이 날 휙 쳐다봤다.


"여기가 어딘데?"

"···내 생각에는 플레이워의 화이트룸···."


내 말은 들은 이윤성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구역질을 멈추고 정신을 차린 윤지혜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나도 못지않게 당황했지만, 두 사람보다는 차분할 수 있었다.


다시 형을 찾을 수 있게 됐으니까.


나는 손을 뻗어 이윤성과 윤지혜를 일으켜주고, 새로운 맵을 둘러봤다.


저 멀리 폐교로 보이는 낡은 학교가 있었다.


플레이워가 말했던 패널티와 강제 소환이 이거였다.


'어디에 있든, 뭘 하고 있든 '강제로 끌고 오는 것.'


박건우가 없다는 건 어제 페널티를 먹은 사람들이 끌려왔다는 뜻이었다. ​


"플레이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머리 위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독수리 가면을 쓴 남자가 허공에 뜬 채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 이름은 슈빌. 플레이워의 '집행자'입니다. 여러분은 패널티를 받아 강제 소환됐습니다."


진행자가 아니라 '집행자'.


자신을 슈빌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양쪽 팔 대신 날개가 있었고, 그걸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판과 똑같은 정장 차림이었지만, 한 가지 다른 건··· 판은 사람의 다리였지만, 슈빌은 종아리 밑부분이 마치 새처럼 생겼다. 발가락은 세 개고 두꺼운 발톱이 나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이제 비현실은 없다.


아니, 비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미지의 존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 공지 24.09.11 13 0 -
30 30 24.09.14 17 1 10쪽
29 29 24.09.13 17 1 7쪽
28 28 24.09.12 15 1 12쪽
27 27 24.09.11 13 1 10쪽
26 26 24.09.10 21 1 9쪽
25 25 24.09.09 27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2 2 12쪽
»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9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15 15 24.09.02 47 3 9쪽
14 14 24.09.02 44 3 12쪽
13 13 24.09.02 44 3 10쪽
12 12 24.09.01 49 3 10쪽
11 11 24.08.31 64 3 11쪽
10 10 24.08.30 65 4 13쪽
9 9 24.08.30 67 4 11쪽
8 8 24.08.29 69 4 12쪽
7 7 24.08.28 82 4 13쪽
6 6 24.08.27 93 4 10쪽
5 5 24.08.26 103 5 12쪽
4 4 +1 24.08.25 119 6 10쪽
3 3 24.08.24 129 6 13쪽
2 2 24.08.24 156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