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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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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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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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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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DUMMY

​점점 서늘한 공포에 휩싸였다.


"일단··· 학교에···."


형이 돌아왔을 때 집에 있으면 된통 혼날 테니, 일단 교복을 입고 나왔다.


학교로 가는 내내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불통이었다.


"대체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눈치 볼 정신도 없었다.


회사 친구분은 조퇴했다고 하고, 배달 업체는 전화번호를 모른다.


플레이워하고 배달 일하러 갔나?


일하다 피곤해져 어디 모텔에서 자고 오는 걸지도 모른다. 예전에 회사에서 야근하고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땐 연락하긴 했지만···.


"전화를 해야 할 거 아냐."


답답한 마음에 씩씩거리며 학교로 들어갔다.


그런데···.


조금 늦게 도착한 학교가 뒤집혀 있었다. 복도에 선 애들이 뛰어다니는 선생님과 낯선 사람을 보며 수군거렸다.


"어제 걔들. 집에 안 들어왔대."

"진짜? 돈 번다 어쩐다 하더니 가출한 거 아냐?"

"다섯명이? 같이 가출해도 너무 이상하지 않냐."


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훔쳐 들었다. 그러자 얘기하던 애들이 입을 다물고 반으로 들어가 버렸다.


집에 안 들어왔다고?


"야야, 들었어?"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정보통 박건우가 나를 보고 달려왔다. 개를 키워도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오진 않겠다.


"뭘 들어?"

"최성준이랑 신민우. 집에 안 들어왔대."

"뭐?"


'걔들'이라고 하길래 누가 집단 가출이라도 했나 했는데. 최성준, 신민우 둘 다 안 들어갔다고?


"걔 어제 플레이워 간다고 조퇴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지금 최성준이랑 신민우랑, 걔랑 같이 갔던 애들 집에 안 와서 부모님 오고 난리 났어."


서늘한 감각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내달렸다.


"어제··· 실종자가···"


유튜브를 볼 때 '실종자 누구'를 찾습니다. 를 봤던 것 같은데.


어플을 열었지만, 목록이 초기화되어 다른 영상들만 떠 있었다.


인터넷에 '실종자'를 검색했다. 3주 전 날짜로 기사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실종자 '김미영'씨를 찾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기사를 눌렀다.


"이 사람···"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박건우가 왜 그러냐며 핸드폰을 빼앗아갔다.


"실종자? 이게 뭔데, 누군데. 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얼굴이다. 김미영이라는 사람은 두 번째 회차 때 나와 윤지혜에게 살충제를 뿌린 여자였다.


생김새를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머리카락의 브릿지가 똑같았다.


"이 사람도 없어진거야? 야, 이수호. 뭔데."


답답해하는 박건우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채고 교실을 뛰쳐나왔다.


그 순간 머리에서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살충제를 쓴 —씨가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살충제를 쓴 사람이 자격을 박탈당했다는 판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 맞아. 난 그 여자가 방에서 나온 걸 본 적이 없어.


"씨발!"


담임 선생님께 달려가 최성준과 다른 애들이 사라진 걸 확실하게 확인한 뒤, 나는 곧바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실종자들의 공톰점.


플레이워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이었다.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아 탄 뒤 플레이워 건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초조함에 다리가 떨렸다.


아니겠지. 우연일 거야.


하지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한 번에 우연히 실종될 수 있을까?


나는 형의 핸드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이건 아니잖아!"


내가 바락 소리를 지르자 기사님이 날 힐끔거렸다.


"···그, 죄송합니다. 조금만 빨리 가주세요."


그렇게 소리지르면 놀라지 않냐는 잔소리를 들으며 플레이워 앞에 도착했다.


문이 열려있었다.


나는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말도 안 돼."


3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천장도 높지 않고, 사람보다 몇 배는 커다란 문도 보이지 않았다.


층수를 잘못내렸나 했지만 아니었다.


"이게··· 뭐야."


나는 익숙한 복도를 걸으며 문을 찾았다.


'인력사무소' 'HP전자' '옥셈미술학원'


길게 이어진 복도를 걸을 수록 정신이 혼미해졌다.


내가 지금까지 뭘 본거지? 뭘 한 거지?


존재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두려움, 절망. 그리고 미지의 것을 맞딱뜨렸을 때의 혼란함.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들었다.


"형··· 형!"


적막한 복도에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울려퍼졌다.



*



나는 플레이워 건물 앞에 앉아 문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박건우와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지만 다 무시했다.


와. 와라. 빨리. 플레이워 개최 문자.


뭔가 잘못된 거야. 분명 있던 문짝이 왜 없어져? 오늘도 하겠지? 설마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온갖 물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전부 경황 없는 질문들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제발."


아까부터 온전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자꾸 실종자와 형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마른 세수를 하며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를 몇 시간. 마침내 문자가 왔다.


[플레이워]

플레이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플레이워에서는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첼린지가 펼쳐집니다!

벌레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만 원!


나는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띵-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한 순간··· 나는 이제 내 눈도 믿을 수 없었다.


"있···어."


강당의 위치를 알리는 플레이워의 화살표. 그리고 까마득하게 높은 천장. 낯익은 향기와 뿌연 연기까지.


"복도에서 이런 연기는··· 처음보는 것 같은데."


나는 연기를 헤치며 커다란 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자 무대 한 가운데에 판이 눈을 감은 채 앉아 있었다.


커다란 뿔과 검은 장갑. 주름 한 점 없는 검은 수트.


그를 보자마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내 기척을 느꼈는지 가만히 앉아있던 판의 몸이 움직였다.


나는 무대를 올라 그의 옷을 붙잡았다. 구김없던 수트가 주름으로 일그러질 때까지 꽉.


"우리 형이 없어졌어요!"

"어서오십시오, 이수호님. 당신은 첫번째 참가자 입니다."

"우리 형 여기 있냐고!"


놈의 옷을 잡아 흔들자 판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호수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우리 형! 씨발, 그 브릿지한 여자도, 우리 학교 애들도 다 네들이 어떻게 한 거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지만, 판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브릿지와 학교 애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살충제 뿌린 여자랑 다른 애들 말이야!"

"일단 진정하시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니지? 너랑, 여기랑 상관 없는 거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라고, 그저 상황이 믿을 수 없이 딱 들어맞았을 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형은 실종된 게 아니라, 잠시 연락이 안되는 것 뿐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눈물도 나지 않았다.


만약 플레이워가 사람들을 헤코지했다면 어떻게 또 게임을 열겠어? 도망쳤겠지.


혼자 온갖 생각을 하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차분한 음성이 내려왔다.


"이호수님은 맵 안에 있습니다."


판의 말에 멍하니 위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그가 허공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이 수호님··· 초반부 외에는 전부 불참하셨군요. 그래서 잘 모르셨나 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플레이워는 일주일간의 정비를 마치고 새로운 '맵'을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이라면 한참 소식이 없을 때를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새로운 맵 시스템은 이미 소문이 자자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맵에서 길을 잃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길을··· 잃어?"


판의 검은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렇군요, 이호수님도 길을 잃셨군요. 그런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주먹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체 지금 무슨 개소리를···."

"이호수님은 맵의 실종자가 되었습니다."

"맵의 실종자···?"

"즉, 맵 안에서 길을 잃었다는 뜻이죠."


거짓말로 둘러대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 순간 박건우가 떠올랐다. 파리를 잡던 날. 박건우도 길을 잃었었다.


"우리 형이 게임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네."


그렇다면 그 여자도, 우리 학교 애들도 게임을 하다가 없어진 건가?


"그럼··· 관리자들이 들어가서 데려오면 되잖아."

"플레이워에는 관리자가 없습니다."

"관리자가 왜 없어?! 만든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참다 못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팔을 위로 뻗어 판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찾아줘야지 그럼 누가 찾아?!"

"저는 플레이워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야, 대체! 알아듣게 똑바로 말 해!"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그러자 판이 눈을 감으며 내 손을 뿌리쳤다.


"이호수님을 찾고 싶다면, 직접 들어가서 찾으라는 말입니다."

"무슨···."

"플레이워는 인간의 방식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기계적인 말투였다. 게다가 늘 님, 님하여 존칭을 붙이더니 '인간'이라니···.


뭔가 더 따지고 싶었지만, 캐물을 게 너무 많아 뭐부터 말해야할 지 혼란스러웠다.


내가 얼을 타자 판이 날 내려다보며 웃었다.


길고 커다란 입이 귀에 닿을 정도로 찢어졌다. 섬뜩한 미소였다.


"플레이워 13회차, 파리잡이벌 잡기에서 이수호님이 받으실 돈은 천 만원입니다."

"···뭐, 뭐라고?"

"천 만원은 맵에서 안전하게 나오시면 수령할 수 있습니다."


형이 벌레를 천마리나 잡았다고? 그런데 게임에서 긿을 잃어버려서 못 받았다는 거야?


"아니, 아니··· 형이 없는데···."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비틀거렸다. 그러자 판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직.접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실 수 있다면··· 이 호수님은 천 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들어가서 형을 찾아와라. 그 말이었다.


"씨발! 너넨 왜 못 찾아주는 건데!"


순간 머리로 피가 쏠렸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럴 수 밖에 없었다.


형을 찾을 수 있는 제일 빠르고 쉬운 방법이 눈 앞에 있는데.


플레이워 관계자가 찾아주면 끝나는 일인데 그걸 나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그럼, 내가 찾으면 확실하게 돈을 줘? 그 브릿지한 여자랑 우리 학교 애들도 맵에서 실종된거야?"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게임 종료 후 이호수님이 '시작점'으로 오시면 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음, 그리고- 다른 분들은 성함을 알려주시면 제가 찾아보죠."


어떻게 이렇게 대책없이 뻔뻔할 수가 있을까. 게다가 판의 말투와 몸짓에 죄책감이라곤 일말도 없었다.


'무책임'


판이, 플레이워의 대응은 무책임이었다.


나는 최성준과 신민우의 행방을 물었다.


"최 성준님, 신 민우님. 두 분은 규칙을 위반하셨군요."

"위반하면 어떻게 되는데?"

"플레이워 규정상, 위반자에 대한 조치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허···."


탈력감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형을 찾을 수 있을까? 판의 태도를 보면 형을 찾는 게 어려울 것 같진 않을 것 같았다.


"나 때문에··· 내가 괜히 하자고 해서···."


내가 이 문제의 시발점을 싹 틔우려 하고 있을 때였다.


쾅! 뒤에서 문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 들어오십쇼!"


조폭 무리 3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무대에 앉아있는 나와 판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형님, 시간이 한참 남았습니다. 좀 주무십쇼."


조폭들이 전세라도 낸 것마냥 커다란 목소리로 떠들었다. 그걸 보고도 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조폭이 사람을 때렸을 때도 판은 개입하지 않았다.


뒤늦게 난 깨달았다. 이 게임은 위험해.


'세상에 돈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붙였지만, 실상은 뭔가 달랐다.


확실하게.


"내가 게임하면 형을 찾을 수 있어? 방이 계속 바꼈으니까 맵도 바뀔 거 아냐."


내 말에 판이 흐흥- 의미심장한 웃음 소리를 냈다.


"장소는 바뀌지만, 공간은 바뀌지 않죠."

"돌려 말하지 말고 확실하게 대답해. 형이 다치거나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이 호수님은 건강하시고 맴 안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의 확답을 듣자마자 나는 아주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고르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뒤 판을 추궁했다.


화를 식혔더니 내가 그에게 계속 반말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요. 문자가 오기 전에 여길 왔었거든요. 근데 아무것도 없던데. 아니, 오히려 이 대강당이 갑자기 생긴 것 같았어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판은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뻔뻔하고 단호한 태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나는 아랫 입술을 잘근 씹으며 맨 앞줄에 앉았다. 그리고 판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플레이워'


지금 기술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상대창.


기계 같지만 살아 움직이는 펫.


그리고, 장난감 같지만 사람을 헤칠 수도 있는 진짜 무기.


이건 단순한 벌레잡기 게임이 아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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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24.09.12 15 1 12쪽
27 27 24.09.11 13 1 10쪽
26 26 24.09.10 21 1 9쪽
25 25 24.09.09 27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2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5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 18 24.09.04 39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15 15 24.09.02 47 3 9쪽
14 14 24.09.02 44 3 12쪽
13 13 24.09.02 44 3 10쪽
12 12 24.09.01 48 3 10쪽
11 11 24.08.31 64 3 11쪽
10 10 24.08.30 65 4 13쪽
9 9 24.08.30 67 4 11쪽
8 8 24.08.29 69 4 12쪽
7 7 24.08.28 82 4 13쪽
6 6 24.08.27 93 4 10쪽
5 5 24.08.26 102 5 12쪽
4 4 +1 24.08.25 118 6 10쪽
3 3 24.08.24 129 6 13쪽
2 2 24.08.24 15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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