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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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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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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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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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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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UMMY



학교를 향해 뛰면서 윤지혜가 소리쳤다.


"저거 좀비야?!"


이윤성이 지레 겁먹은 얼굴로 윤지혜를 쳐다봤다.


"조, 좀비가 어디 있어?!"

"저기 있잖아···. 근데 너 좀비 무서워하냐?"


윤지혜가 깔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음이 터졌지만, 이윤성의 체면을 생각해서 읍 읍 거리며 참았다.


"이수호 참는 게 더 짜증 나."


이윤성은 뚱한 얼굴로 학교의 유리문을 열었다.


"안에서··· 튀어나오는 건 아니겠지?"


걱정과 달리 교내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부기를 내려놓고 이윤성과 함께 문을 잡았다.


사람들이 다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학생들! 이제 닫아!"


형사님의 신호에 맞춰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었다.


저 멀리서··· 하얀 좀비들이 문을 부수고 달려오는 게 보였다.


"씨, 씨발."


이윤성이 입을 막으며 뒤로 물러났다.


형사님도 이윤성 못지않게 질겁한 얼굴로 계단을 손가락질했다.


"여러분 위, 위로! 위로 가야 합니다!"

"위에도 뭐가 있으면 어떻게 해요?!"

"저, 저것들 사람 공격하는 거 맞아요?"

"아까 봤잖아! 어떤 여자 뜯기는 거!"


사람들로 꽉 찬 로비가 도떼기시장처럼 시끄러워졌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형사님은 혼란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다들 진정하세요! 이럴수록 침착하고 신중하게 행동하셔야 합니다!"


사람을 진정시킨 형사님이 의사 가운을 입은 여자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의사 가운에 '우지영'이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아까 달리면서 다리를 뼜는지 발목을 잡고 있었다.


"네, 괜찮아요."


여자가 애써 웃으며 절뚝절뚝 걸음을 옮겼다. 의연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던 형사는 하얀 좀비들이 가까워지는 걸 발견하곤 사람들을 이끌었다.


"자, 이층으로 올라가세요! 천천히! 뛰지 마시고!"


형사님의 인솔로 로비는 금세 조용해졌다.


1층에 남은 건 나와 이윤성, 윤지혜뿐이었다.


이윤성이 덤벨을 품에 안으며 중얼거렸다.


"···우리도 올라가는 게 낫지 않을까."


나도 안 무섭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살 떨릴 정도는 아니었다.


"NPC라고 생각하면 안 무서워."


윤지혜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층을 먼저 뒤져야 한다'는 것까지 의견이 일치했다.


의지 없이 끌려왔지만 플레이워 안에 들어온 이상, 형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했다.


우리는 하얀 좀비가 오기 전에 따로 흩어져서 1층을 뒤지기로 했다. 찾으면서 호수 형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확인을 마치고 제일 먼저 로비에 도착한 윤지혜가 우릴 보며 손을 흔들었다.


"다 찾아봤어?"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대답했다.


"응. 불러도 대답이 없는 거 보면 1층엔 없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도착한 이윤성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교실 3개와 양호실, 교무실, 화장실까지 전부 뒤졌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윤지혜가 말하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쾅! 쾅! 하얀 좀비들이 유리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고 있었다. 수가 엄청 많지는 않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 징그러웠다.


"으악!"


나는 까무러치며 윤지혜 뒤로 몸을 숨겼다.


"······."

"···미, 미안."


너무 든든해서 그만.


그 말을 했다가 등짝을 얻어맞았다.


날 때린 손을 이리저리 흔들던 윤지혜가 2층을 올려다보며 손짓했다.


"어우, 역겨워. 빨리 올라가자."

"저거 깨지는 거 아니겠지?"


이윤성이 섬뜩한 말을 하며 윤지혜와 함께 계단을 올랐다.


나는 문에 얼굴을 비비는 하얀 좀비들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겁쟁이!]


"아니까 조용히 해."


나는 부기를 들어 옆구리에 끼고 윤지혜와 이윤성을 쫓아갔다. 속도가 느려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굼벵이였다.


"가, 같이 가!"

"아. 이수호 속도 5야."

"능력치 올라서 이제 10이거든!"

"그거나, 그거나."


윤지혜가 짜증스럽게 말하고는 나를 기다려줬다.


복도를 뛰면서 우리는 본질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여긴 다 뻥 뚫려 있잖아. 그럼 우리가 불렀을 때 오빠가 그냥 나왔겠지. 불러도 대답을 안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히든 맵에 갇혀 있는 것 같아."

"그러게. 호수 형이라면 펫이나 무기를 써서···."


이윤성이 말을 하다 말고 덤벨을 바라봤다.


"잠깐만···. 무기 쓸 수 있어?"

"무슨 말이야?"

"호수 형은 게임에 참가한 게 아니라 '길을 잃어버린 거'잖아. 그런데 펫이나 무기를 쓸 수 있나 해서."

"···아?"


맞아. 그 생각을 못 했다.


우리는 정석으로 게임에 참여해 펫과 무기를 쓸 수 있지만, 형은 아니었다.


"부기한테 물어···."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눈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얼굴 없는 인간을 잡을 때마다 만 원]


이게 왜 또 뜨는 거지?


확인 버튼을 누르자마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윤지혜와 이윤성도 제자리에 멈춰 서서 허공을 바라봤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할 시 위반. 게임 종료 후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도망만 다녔기 때문일까. 또다시 페널티 경고가 떴다.


윤지혜가 욕을 읊조렸다.


"씨발, 페널티면 또 강제 소환하겠다는 거야? 개 같은 새끼들. 결국 하나라도 잡으라는 말이잖아."


이윤성이 경악한 얼굴로 1층을 내려다봤다.


"저걸··· 잡으라고?"


두 사람 다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나도 무서웠다.


무서웠지만 절망스럽기도 했다. 형을 찾는 것도 힘든데···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처럼 보이는 저 좀비까지 잡아야 한다니.


"잡아야죠, 행님!"


​위에서 거친 말투와 투박한 발소리가 들렸다. 조폭들이 각자 무기를 손에 들고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사람도 치는데 저딴 괴물 죽이는 게 뭐가 어렵슴까!"

"암요! 한 방만 쳐도 낙엽처럼 쓰러지게 생겼구만!"

"아까 무섭다고 벌벌 떨지 않았소?"


우리는 험학하게 달려내려오는 조폭들을 피해 벽쪽에 달라붙었다. 좀비도 무섭지만 조폭 형님들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우리를 발견하고 잠깐 멈췄던 조폭들은 '에이 씨벌, 사람이네.'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그동안 윤지혜가 무언가를 2층으로 던졌다.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까만 솜뭉치인 거로 보아 펫 총총이를 던져올린 것 같았다.


호기롭게 달려내려온 것치고 조폭들은 1층 마지막 계단에서 머뭇거렸다.


​박철웅이 중얼거렸다.


"가까이서 보니까 구역질나게 생겼구만."

"어, 어쩔까요. 형님."

"문부터 깨버려!"


문을 깬다고?


박철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와장창!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이윤성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씨발, 뛰어!"


우리는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으아악!"

"씨벌탱! 물러나! 으악!"

"미친, 이게 뭐-!"


퍽! 둔탁한 마찰음과 비명, 깨지는 소리가 낭자하게 울려퍼졌다.


살벌한 소리에 식음땀이 고이고 털가죽이 비죽 섰다. 멈추면 좀비한테 찢겨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달리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남들이 두 칸씩 뛰어 올라갈 때 나는 한 칸도 올라가지 못했다.


이윤성이 버벅거리는 나를 발견하곤 급하게 뛰어내려왔다. 내 뒤로 내려가더니 뒤에서 밀어줬다.


"윤성아! 고마워!"

"닥치고 뛰어!"

"어!"


부기를 든 팔이 욱신거리고 허벅지가 찢어질 듯 아팠지만, 멈출 수 없었다.


3층.


"이쪽."


3층에 도착하자마자 윤지혜가 복도를 가로질렀다.


"야! 어디가!"


나와 이윤성은 헐레벌떡 윤지혜를 따라가기 바빴다.


윤지혜는 복도 맨 끝에 있는 교실로 들어갔다. 우리도 그를 따라 교실로 들어간 뒤 문을 잠갔다.


"헉, 허억."

"하···. 하, 미친."

"총총이 이리와."


윤지혜는 숨한번 헐떡거리지 않고 총총이를 불러 손 위에 올렸다.


"아, 부기 너 너무 무거워."


[실례야!]


"네가 더 실례야."


느려 터져서 들고 뛰게 하고 말이야. 아주 짐덩이가 따로 없었다.


나는 부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윤지혜를 올려다봤다.


"왜 여기로 온 거야?"


윤지혜가 총총이를 내밀며 말했다.


"2층에는 사람들이 있고, 3층에 열린 곳은 이 교실 밖에 없대."


그의 설명을 들은 이윤성이 하- 하며 크게 숨을 골랐다. 윤지혜도 한시름 놓은 듯 숨을 몰아쉬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유리 문을 왜 깨?! 미친 거 아냐?!"

"그니까."


이윤성은 바닥에 드러 누웠고, 윤지혜는 의자를 땡겨 앉은 뒤 고개를 떨궜다.


보기보다 많이 놀란 듯 두 사람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윤지혜의 손에서 꼼지락거리는 총총이를 빤히 바라봤다.


"부기 너도 정찰할 수 있어?"


부기를 향한 물음에 윤지혜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펫 소멸하면 위반이야."

"HP가 깎이는 거라며. 잠깐 둘러보고 오는 건 괜찮지 않을까?"

"부기 스킬이 뭔데."


나는 부기의 능력치 창을 띄운 뒤, '거북이 헤엄' '깨물기 +30' '토끼 견제하기'가 있다고 말해줬다.


"총총는 '정찰' 스킬이 있어. 그런데 부기는 없잖아. 내보내면 바로 소멸할 걸."


하여튼 도움이 안되는 펫이다.


나는 부기를 멸시하다가 벽에 등을 기댔다.


"···잡을 거야?"


주어를 붙이지 않았는데도 다들 뭘 말하는지 아는 표정이었다.


빈 교실에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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