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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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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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35

작성
24.09.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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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DUMMY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다 외워버린 규칙을 대충 훑었다. 바뀐 건 없어 보였다.


나는 떠 있는 창을 무시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박건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 뭐 하고 있었어?"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메시지를 보고 있던 박건우가 고개를 들었다.


"나 혼자 게임하고 있었는데."


머리에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은 박건우는 '일단 미션 좀 보겠다'며 고개를 돌렸다.


"나이스, 강보 만날 수 있겠다."


갑자기 끌려와서 놀란 줄 알고 걱정했는데 나보다 더 태연했다. 학교에서도 도와주겠다고 말하려고 한 걸 보면 얘도 보통 강심장은 아닌 것 같다.


혼자 있을 때 끌려 왔다면 박건우의 부모님이 놀랄 일은 없을 테고··· 일단 일이 이렇게 됐으니 나도 규칙을 빠르게 읽어내렸다. 곧 미션 창이 떠올랐다.


[얼굴 없는 인간을 잡을 때마다 만 원.]


처음은 똑같았다. 그런데 그 문장 끝에 화살표 모양이 새로 추가되어 있었다.


화살표를 눌렀더니.


[서브 미션]


서브 미션? 슈빌이 '쉬울 거'라고 한 게 서브 미션을 말하는 거였나?


저번에 바퀴벌레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기겁해서 나방으로 난도를 낮췄다고 했다.


그런 것처럼 이번에도 난이도를 낮춰주려나.


물론 지금은 좀비 미션이 있고 서브가 따로 있는 거니까 예전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난도를 낮추려고 했다면 좀비 미션을 주진 않았을 테니까.


나는 확인 버튼을 연타했다.


[서브미션 : 멸종한 호랑이의 원한을 잠재우시오]


"갑자기 호랑이?"


그것도 잡는 게 아니라 잠재우라고? 이제는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는 것도 지겨웠다.


나는 심드렁하게 메시지를 읽어내렸다.


- 설명 : 성난 호랑이의 분노는 대지를 흔들고 모래를 가른다.

창처럼 내리 꽃히는 날카로운 발톱과

나무도 씹어먹을 수 있는 이빨로 위협하는 그를 위로한다.


"꽃이 아니라 꽂."


나는 오타를 지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설명란을 봐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계속 다음으로 넘기다가 마지막 창에 시선을 고정했다.


개인 보상 - 서브 미션을 완수할 경우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단체 보상 - 서브 미션을 완수할 경우 강제 소환을 멈출 수 있습니다.


개인과 단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보상이 욕심날 정도로··· 더 나아가 꼭 해야 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플레이워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히 서브 미션을 노릴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면··· 아니지, 위로하면 강제 소환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뜬 메시지 창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미션을 수행하지 않을 시 페널티가 영구적으로 부과됩니다.]


내 선택지는 이것밖에 없었다.


이내 파란 창이 사라지고 부기가 나타났다.


[안뇽!]


나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부기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펫이 나타났음에도 주변이 밝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번 화이트맵은 밤의 무대인 것 같았다.


"여긴 뭐 하는 곳이야, 진짜."


나는 드넓은 들판의 끝을 볼 수 있을 만큼, 아주 먼 곳을 바라봤다. 그런데 신전의 맞은편. 언덕이 끝나는 곳에 뭔가가 있었다.


"뭐지?"


의심스럽게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수런거렸다.


"얼굴 없는 인간이 뭐야? 씨발, 설마 인간을 잡으라는 건가?"

"하··· 모르겠어요. 아니, 내가 왜 지금 여기 있는 거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요?!"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뭔가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차츰 펫과 함께 흩어졌다.


형사 아저씨와 의사 누나도 있었다. 두 사람 주변으로는 사람이 몰려 있었지만, 대부분 노약자나 여자들이었다.


나는 세포 분열하듯 갈라지는 사람들을 보며 망연자실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박건우가 강보를 안은 채 다가왔다.


"이수호. 왜 그러고 있냐?"

"···넌 왜 펫을 안고 다녀?"

"귀엽잖아."


박건우가 강보의 딱딱한 머리에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 도대체 저 기계같이 생긴 강아지가 뭐가 좋다고 얼싸안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강보와 바닥에 서 있는 부기를 번갈아보다가 고개를 설설 저었다.


그때 뒤에서 이윤성이 다가오더니 박건우와 인사를 나눴다.


"어, 박건도 왔네?"

"오, 이윤쓰."


누가 보면 절친인 줄 알겠다. 이윤성은 '게임하다 끌려왔다'고 하소연하는 박건우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근데 펫은 왜 들고 있어?"

"너도 목에 감고 있는데?"


똑같은 놈들이 대화하는 건 미뤄놓고, 나는 윤지혜와 김미래에게 다가갔다. 김미래 옆에는, 원기둥에 반구를 붙여놓은 것처럼 생긴··· 사람 무릎까지 오는 크기의 물건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뭐지?"


잔디밭에 덩그러니 있는 게 이상해 발로 톡 건드려봤다. 그런데 갑자기 기둥에서 기다란 팔이 불쑥 튀어나왔다. 반구 형태의 머리에서는 까만 눈이 번쩍 뜨였다.


"으악!"


펫이 기다란 팔로 엉덩이를 문지르자, 김미래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 오빠. 왜 제 펫 때려요!"

"어? 아! 얘 네 펫이구나. 미안, 몰랐어."


당황하며 말하자 김미래가 '사실 저도 처음에 펫인 줄 몰랐어요'하며 넉살 좋게 말했다.


김미래의 펫은 '기림'이라고 불리는,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였다.


그나저나··· 동물형 펫이랑 곤충형, 기계형 펫까지. 플레이워의 펫들이 어떤 기준으로 설정된 건지 궁금했다. 게다가 각자의 기술이 있고 무기와 동기화까지 된다니···.


플레이워가 이런 게임만 아니었다면 퍽 재밌게 즐겼을지도 모른다.


펫들을 둘러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윤지혜가 의아한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왜 좀비가 안 나오지?"

"어?"


그러고 보니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출몰했던 좀비 떼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에 별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나와 일행은 적잖이 당황했다.


나는 전방을 주시하다 손가락질했다.


"저쪽에 이상한 게 있었거든. 가볼래?"


인사를 마치고 이쪽으로 다가온 이윤성과 박건우가 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뭐가 있었는데?"


박건우의 물음에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그가 주머니에서 작은 원반 하나를 꺼내더니 강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 강보! 첫 번째 미션이다."


뭔 짓을 하려는 건가 했는데, 놈이 내가 가리킨 곳으로 원반을 날려 보내며 외쳤다.


"저기 가서 뭐가 있는지 보고 와!"


미션 받은 놈이 펫한테 미션을 넘기네. 펫이 그런 미션을 할리가···.


"컹!"


컹?


개가 우렁차게 짖더니 상공으로 높게 날아간 원반을 쫓아 우다다다 달려갔다. 나는 그 모습을 넋 놓고 보며 물었다.


"네 펫은 왜 소리를 내지?"

"무슨 소리야. 강아지니까 당연히 짖지."


로봇이더라도 강아지니까 소리를 내고, 내 거북이나 이윤성의 뱀, 윤지혜 거미는 원래부터 말을 안 하는 종이라 소리를 못 내는 거야?


이런 것까지 현실 고증을 하다니, 미친 것 같았다.


곧 원반을 물고 돌아온 강아지가 박건우를 보며 헥헥거렸다.


"계단이라는데?"


계단?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강보가 알려준 계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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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24.09.09 27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2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5 3 11쪽
20 20 24.09.05 34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8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15 15 24.09.02 4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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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24.08.27 92 4 10쪽
5 5 24.08.26 102 5 12쪽
4 4 +1 24.08.25 118 6 10쪽
3 3 24.08.24 129 6 13쪽
2 2 24.08.24 15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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