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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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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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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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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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UMMY

다음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실을 뛰쳐나왔다.


"야, 이수호 어디가!"


청소 당번이었던 박건우가 '기다리라'고 소리쳤다.


"나 오늘 형이랑 약속 있어!"


나는 내일 보자고 말하고 손을 흔들었다. 정문을 나와 무작정 뛰었다.


사실 뛸 필요는 없었는데 빨리 오해를 벗고 싶은 마음에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처음 플레이워 광고를 봤던 그 정류장이었다.


"어? 바꼈네?"


플레이워 광고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다.


하루 만에 디자인을 바꿨다는 게 놀라운 한편, 인원 제안 100명이 쓰여 있는 걸 보고 애가 탔다.


"홍보를 언제까지 하는 거야."


경쟁자 늘어나는데··· 참가 인원이 100명으로 늘었다지만 입소문까지 타면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다.


플레이워처럼 한 시간 만에 20만원, 그 이상을 벌 수 있는 일은 아예 없었으니까.


게다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게이머는 가능하겠지만 나 같은 똥손은 e-sports 강대국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러니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게임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 그 전에 벌레를 왕창 잡아서 돈을 모아놔야 했다.


형이랑 미친 듯이 하면 혼자 할 때보다 더 많이 벌 수 있겠지.


나는 형에게 '곧 버스 탄다'고 톡을 보낸 뒤 인터넷 창을 열었다.


[플레이워]


검색창에 검색해봤지만, 아무런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어제 참가한 사람은 50명. 그중 벌레 잡고 돈을 벌었다고 자랑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친구나 가족한테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돈벌이를 떠벌릴 사람은 30명도 안 될 것이다. 게다가 몇 사람이 말한들 파급력도 없겠지.


점심시간에 박건우한테도 슬쩍 말해봤었다. '벌레를 잡을 때마다 돈을 주는 게임이 있으면 할 거냐'고.


박건우는 영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아니, 그보다 내 말을 안 믿는 것 같았다. 형도 그랬으니까. 박건우도 뭔 헛소리하나 싶었겠지.


그러니 당분간은 인원수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형을 끌어들인 것처럼 그 사람들도 가족을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전광판을 호기심 서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학생. 이게 뭔지 알아?"


인원수 걱정하고 있던 차에 남자가 질문을 던졌다.


남자는 건장한 체격에 검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조폭 같진 않은데 인상이 험악했다. 팔에는 금시계가 채워져 있었고 신발도 메이커였다.


"몰라요."


나는 몸을 뒤로 빼며 모르는 척했다. 그러자 남자가 턱을 쓰다듬으며 전광판을 노려봤다.


그 사이 버스가 왔다. 도망치듯 버스를 타고 빈자리에 앉았다. 남자도 타는 건 아닐지 걱정이었지만 버스는 그대로 출발했다.


"후."


모르는 척한 건 좀 너무했나.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경쟁자가 늘지 않기를 바라고, 남자는 돈이 많아 보였으니까.


돈 때문에 이런 게임에 참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남자가 조폭처럼 사람을 때릴지 누가 알아. 나는 창틀에 팔을 기대고 창밖을 바라봤다.


"플레이워···."


주최자는 왜 그런 게임을 만든 걸까? 돈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기 위해서? 그럼 그냥 주면 되지 왜 개미를 잡게 하는 거지?


"무슨 상관이야."


나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건 게임이 진행되는 한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거다.


그럼 당분간은 돈에 시달리지 않고 살 수 있겠지.


피자랑 햄버거도 내킬 때마다 사 먹고, 낡아빠진 가방이랑 신발도 바꾸고···.


"박건우랑 매점 가야지."


박건우는 잘 사는 편은 아니었지만, 나보다는 형편이 나았다. 그런데 거지 같은 행색이었던 나를 친구로 받아준 착한 놈이었다.


내가 돈 없는 걸 귀신같이 눈치챘는지··· 매점에 가자 거나, 밥 사먹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애들이랑 매점에 갔다 올 때마다 빵을 던져주고는 '오다 주웠다' 며 웃기만 했다.


처음에는 거지한테 적선하는 건가 했는데··· 그는 생색내지 않았다.


나중에는 완전히 까먹어서 '자기가 뭘 사줬냐'고 되물을 때도 있었다. 덕분에 박건우에 대한 오해는 깨끗하게 벗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매점 가서 실컷 먹고 노는 게 부러울 때가 있었다. 다른 애들처럼 아무 걱정 없이 매점에 가고, 가끔 밖에서 제육이나 돈가스도 사 먹고 싶었다.


"이제 할 수 있어."


오늘 열심히만 하면 그간 바랐던 일을 할 수 있었다. 형한테 '10만원만 막 쓰고 싶다'고 말하면 형도 허락해줄 것이다.


10만원을 막 쓰려면 얼마나 벌어야 할까.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서 나는 내릴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정류장 하나를 뛰어서 돌아왔다.


먼저 와 있었던 형이 날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거기서 와?"

"아, 모르고 그냥 지나쳤어."


숨을 헉헉 고르자 형이 물을 내밀었다. 절반만 남아있던 물을 전부 비우고 형과 함께 일전의 그 건물로 향했다.


형은 1층에 걸려있는 포스터를 오랜 시간 들여다봤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진짜 있네."

"그니까, 진짜라니까. 형 빨리 들어가자. 인원수도 있고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형은 나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내 말을 곧바로 믿기보다는 끝까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진짜라니까, 함 봐라. 나는 입을 잔뜩 내밀고서 3층을 눌렀다.


나는 형과 함께 거대한 문 앞에 섰다. 문 크기가 이상했는지 형이 목 빠져라 천장을 올려다봤다.


"문 연다."


문을 열자마자 안에서 하얀 연기가 쏟아져나왔다.


반달 모양으로 내려온 실크 커튼. 학교 운동장만큼 커다란 강연 무대 위. 염소의 탈을 쓴 남자가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마이크에 실린 남자의 목소리가 무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플레이워, 시작합니다!"

"와아아악!"​


남자의 말에 관객석을 빼곡히 채운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어제와 다른 광경에 나는 물론이고 형도 입을 떡 벌리고 내부를 바라봤다.


"잠깐, 하루살이? 어제는 개미였는데 오늘은 하루살이라는 거야?"


작게 중얼거리는데 판이 나를 발견하곤 마이크를 들었다.


"마지막 참가자도 오셨군요."


또 마지막이야? 잠깐, 마지막이면 내가 100번째인 건가? 형은?


"제가 마지막이에요?"


크게 소리를 지르자 판의 염소 가면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이수호님. 당신은 99번째 참가자입니다."


그 말에 나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떨떨한 얼굴로 판을 보고 있던 형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이수호. 이게 뭐야···? 저 염소가···."

"제 이름은 판. 판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때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이윤성이었다.


"너도 왔네."


이윤성이 손을 흔들었다.


나는 형을 끌고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너도 문자 받은 거야?"

"어. 내 폰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오늘도 한다고 해서."


그렇다면 어제 참가했던 사람들에게 전부 문자가 갔다고 봐야 한다.


나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이윤성이 내 교복을 잡아당겼다.


"조폭 찾아? 그 사람도 왔어."


아씨, 안 왔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입술을 씹으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이윤성이 내게 속삭였다.


"옆에는 누구야? 친구?"

"우리 형."

"아. 형이랑 왔구나."


이윤성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나와 형을 번갈아봤다.


"여기서 돈 번 거 안 믿어서···."


나는 변명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런 것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말을 안 하자 이윤성이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데려온 사람도 있는데 뭐"

"친구? 그래서 100명이 다 찬 거야?"

"어. 오늘은 개미 아니고 하루살이 잡는대."


망했다. 개미는 기어 다녀서 잡기 쉽지만, 하루살이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잡기 힘들었다.


두둑하게 한 몫 챙기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내가 머리를 잡아 뜯고 있을 때 이윤성이 주변을 살피며 속닥거렸다.


"어제는 오자마자 게임했잖아. 그래서 오늘은 좀 빨리 왔거든? 사람들 모일 때까지 시간이 있었어. 그때 조폭이 오늘도 개미 잡냐고 물어본 거야."


나는 머리를 뜯다 말고 이윤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난 저 염소가 말 안 해줄 줄 알았는데, 하루살이라고 알려줬어."


이윤성 눈에도 판의 가면이 염소로 보이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랬더니 몇 명이 밖으로 나가서 에프킬러 사 오더라."

"여기서 준거 말고 다른 거 쓰면 위반이잖아."

"처음 온 사람들이라 모르는 것 같았어. 그리고 오늘은 무기가 있대."


무기? 무기라는 말을 듣자마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무기?"

"그건 모르겠는데 벌레 잡을 때 유리하다고 하던데."


무기를 지급하면··· 어제처럼 싸움이 났을 때 위험한 거 아닌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윤성이 조폭이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조폭이 똘마니인지 뭔지 두 명을 더 데리고 왔더라고. 그 사람들만 피해 다니면 될 것 같아."

"아···."


나는 금세 심각해졌다.


조폭이 하나에서 셋으로 늘었으니, 위험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괜찮을까?"


걱정이 돼서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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