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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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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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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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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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DUMMY

다음날, 나는 학교에 남아 야자를 했다.


집으로 가면 괜히 플레이워에 신경을 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박건우도 시험 때문에 못 갈것 같다며 함께 남았다.


다들 숨죽인 조용한 교실. 펜이 굴러가는 소리와 하품하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시험을 앞둔 교실은 여느 독서실 못지않게 조용했다.


[수호야, 형 갔다 올 테니까 공부 잘하고 있어]


형의 카톡을 받은 후 나는 핸드폰을 꺼버렸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기보단 플레이워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뭘 잡으라고 할까?


아까 받은 문자를 보니까 인원도 200명으로 늘었던데.


한 두 번 빼먹는다고 다음에 참가 못하고 그런 건 없겠지?


윤지혜랑 이윤성도 갔을까? 걔네도 시험 기간이니까 못 갔으려나.


부기 놈··· 오늘 안 갔다고 [이수호 안 왔어!] 하면서 짜증 내는 건 아니겠지?


아직 활성화 못 한 무기 스킬도 궁금한데.


그래봤자 땅파기랑 촛불처럼 볼품없겠지만.


상념에 잠겨 교과서 내용은 보이지도 않았다.


집중을 못할 것 같았으면 차라리 게임에 참가하는 게 나았을 텐데.


그럼 돈도 벌 수 있고 이렇게 아쉬운 감정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데 옆에서 종이 뭉치가 휙 날아왔다.


종이를 날린 사람은 박건우였다. 쟤도 집중하기 힘든 거겠지?


[어차피 시간도 늦었고 다음에 가자고!]


개 발 새 발 써진 글씨체에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이런 쪽지를 보낸 거야?


박건우를 쳐다보자 그가 입술을 들썩거렸다.


'너 표정 존나 안 좋아'


아···. 나는 박건우의 쪽지를 서랍에 넣었다.


눈치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빠르단 말이야.


턱을 괴어 얼굴을 가렸다.


박건우 말대로 지금 가기엔 늦었다. 게임은 시작되었고 형은 저번처럼 엄청난 활약을 하겠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교과서를 훑어보며 나는 형이 대단한 결과를 들고 돌아오길 바랐다.



*



집으로 돌아온 형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인사도 없이 화장실로 들어가 바디워시로 손을 벅벅 문질렀다.


"왜 그래? 손 벗겨지겠네."


화장실로 쫓아가 물었더니 형이 넌더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잡은 벌레가 '바퀴벌레'였다.


"윽, 바퀴벌레."


이름만 들어도 눈살이 찌푸려졌다.


형도 불쾌했는지 씻어야겠다며 화장실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형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오늘 포기한 사람도 나왔어."

"헐, 진짜? 돈 주는 거 알고도 안 잡았어?"

"어, 울면서 도망 다니더라."


형은 방이 '식당'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다.


처음 강당에 들어갔을 때. 판은 뭘 잡아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방으로 들어가면 된다며 사람들을 안내했다.


몇 번 참가했던 사람들이 물어봤지만,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벌레만 잡으면 되고, 돈도 받을 수 있으니··· 사람들은 별걱정 없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방의 조명이 꺼지고, 다시 불이 켜졌을 때가 문제였다. 식당 벽, 바닥, 테이블, 주방할 것 없이 바퀴벌레가 바글거렸기 때문이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었다. 그걸 본 사람들이 대부분 넘어지고 뒤집어지고 도망 다녔다. 심지어 우는 사람까지 나왔다.


포기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갈 수 있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바퀴벌레를 싫어했던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지만,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벌레를 잡기 시작했다. 돈을 쓸어 담은 건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형이 벌어온 돈은.


400만 원.


금액을 듣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백만 원?! 400마리를 잡았다는 거야?!"


형이 피곤함에 절은 얼굴로 돈뭉치를 꺼냈다. 얼굴은 피곤해 보였지만, 눈동자는 밝게 빛나고 있었다.


"미··· 미쳤···."


나는 바닥에 놓인 돈뭉치를 보고 입술을 떨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현금다발이었다.


바퀴벌레가 좀 징그럽긴 해도··· 나 같아도 이만큼 벌 수 있다면 눈을 감고서라도 잡겠다.


"날아다니는 게 있어서 나도 애 좀 먹었어."


못 잡겠다.


나는 돈뭉치를 형 앞에 밀어주고 팔을 흔들며 기쁨의 춤을 췄다.


"형, 졸라 멋있어!"

"졸라?"

"개 멋있다고!!"


나도 모르게 형을 껴안았다. 생전 하지 않았던 스킨십에 형은 당황한 듯했지만, 곧 내 등을 토닥였다.


"네가 알려준 덕분인데 뭐. 그래서, 공부는 열심히 했어?"

"······."


형을 놓고 몸을 비틀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형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엉덩이를 걷어찼다.


형제의 낯간지러운 대화는 이걸로 끝이었다.


"빨리 공부해."

"아니, 이렇게 많이 벌었는데··· 치킨이라도 뜯자."


내 말에 형이 고민도 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뭔가를 툭툭 두르더니 곧 턱짓으로 책상을 가리켰다.


"시켰으니까 오기 전까지 공부해."

"뭐 시켰는데?"

"양념이랑 프라이드. 세 마리."


나이스.


나는 좌식 의자에 앉아 교과서를 펼쳤다.


흥흥~ 치킨 치킨~ 콧노래를 부르며 책장을 넘기다가 집중하라고 혼난 건 덤이었다.


나와 형은 치킨 두 마리를 순삭했다. 그리고 치킨을 다 먹은 뒤, 난 용돈으로 10만 원을 받았다.


"형, 고마워."


현금 십만 원을 앞뒤로 흔들며 절을 하자 형이 크게 웃었다.


다음 날.


플레이워가 또다시 게임을 열었다. 그것도 아침 댓바람부터 문자를 보내고 앉았다.


[오늘 오후 6시. 인원수 제한 250명.]


"왜 하필 시험 기간에 여는 거야."


일주일 넘게 안 열더니. 어제 열고 오늘 또 열었다.


분통한 마음에 신발을 신발장에 탁탁 내리쳤다. 그러자 뒤에서 나갈 준비를 하던 형이 으름장을 놓았다.


"빨리 학교 가라."

"···형은 오늘도 갈 거지?"

"가야지."


형은 평소보다 더 들떠 보였다. 어제 400만 원을 벌고, 오늘 또 돈을 벌 생각을 하니 신난 모양이었다.


"아, 나도 오늘 하면 용돈 100만 원 만들 수 있는데."


말해놓고 나도 놀랐다.


100만 원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올 줄이야. 그것도 '용돈'으로.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눈가에 흐르려고 하는 눈물을 닦고 몸을 일으켰다.


"갔다 올게. 이따 봐."


형에게 저녁에 보자고 인사한 뒤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박건우가 초조한 얼굴로 날 붙잡았다.


"야. 따라와 봐. 할 말 있어."


그러고는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갔다.


"왜? 뭔데?"


옥상 계단까지 올라간 박건우가 발을 동동 굴렀다.


"씨발, 어제 우리 학교 애들 10명 갔대."

"···뭐?"

"신민우가 안 믿는 애들 데리고 어제 플레이워 갔대. 그런데 바퀴벌레가 나와서 욕 더럽게 처먹었는데, 돈 받은 다음에 완전 믿게 돼서 소문 다 났어."


헛소문이 사실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소문이 났는데?"

"우리 학년은 전부 알 듯."


씨발.


나와 박건우는 계단에 주저앉았다. 참가 인원은 열릴 때마다 50명씩 늘고 있었다.


그럼 반 하나에 30명, 8개 반 하면··· 240명.


공부하는 애들이 전부 게임을 하러 갈 리는 없으니 삼 분의 일로 치더라도 80명···.


그 중 직접 플레이워 건물까지 찾아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단 10명은 돈맛을 봤으니 또 갈 테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박건우가 아이씨, 하면서 성질을 부렸다.


"오늘 신민우 조퇴서 냈대."

"조퇴? 조퇴하고 게임을 하러 간다고? 플레이워는 6시잖아."

"미리 가서 대기한다고 난리 치더라. 근데 우루루 조퇴하면 이상하니까 신민우가 자리 맡아주기로 했대."


시험 기간인데 공부 안 하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다들 돈에 미쳐가지고.


그런데 자리를 맡아주는 게 되나?


입을 다물고 있자 박건우가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야, 왜 가만히 있어! 우리도 가야되는 거 아냐?"

"너 공부해야 된다며."

"···그건 그렇지."

"나도 형이 오지 말라고 했어. 형이 어제 꽤 많이 벌었거든. 용돈 주면서 공부하라고 하더라."


박건우는 형의 업적을 듣자마자 입을 쩍 벌렸다.


"사··· 사백···. 보통 직장인 월급이··· 얼마냐?"

"몰라."


나는 간략하게 대답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형 오늘 조금 빨리 가야 할지도 몰라. 우리 학교에 소문났대]

[무슨 소문?]

[플레이워에서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지금 한 명 조퇴까지 했어]

[알았어. 넌 조퇴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


난 마지막에 온 카톡을 박건우에게 보여주었다.


"너희 형도 대단하다. 끝까지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시네."

"···그니까. 같이 가면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2학년에만 소문이 났다면 아직은 경쟁이 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참가했던 사람이 늘면 늘수록 입방정을 떠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급하게 검색창을 열어 플레이워를 검색했다.


다행히 인터넷은 아직 조용했다.


SNS로 주목받으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면 핸드폰이 안 되니까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겠지.


혹시 기사라도 떴나 싶어 사이트 스크롤을 내렸다. 중간에 실종자 기사가 뜬 것 빼고는 조용한 하루였다.


안심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일단 인문계를 믿어보자."


내 말에 박건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개솔."

"시험 기간이잖아. 다들 공부하니까 관심 없을 거야."


조금 납득이 됐는지 박건우의 얼굴이 밝아졌다. 단순한 놈.


나는 박건우와 교실로 내려오면서 다른 반의 동태를 살폈다. 다행히 게임 얘기보다 공부에 집중하는 애들이 많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책상에 앉았지만, 다른 이유로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언제까지 게임이 지속될까. 이 게임이 계속되면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공부나 대학, 취직으로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될 텐데.


아마 플레이워에 참가한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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