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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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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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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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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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나는 최성준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신민우는 교복 안 입음?"

"걔 운동부잖아. 체육복 입고 바로 갔대."

"아, 뭔 벌레로 돈을 줘. 신민우 그 새끼도 조현병 아니냐?"

"새꺄, 넌 조현병이 뭔지는 아냐?"


제발 내 얼굴은 못 봤기를··· 사실 들켜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왜인지 숨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반에 거지로 소문이 나 있었다. 대놓고 놀리는 애는 없지만, 박건우가 없었다면 아마 왕따였을 것이다.


그 거지가 플레이워에 참가했다는 걸 알면 다들 숙덕거릴 것이다.


'역시 거지라서 그딴 게임에 참가했다' 같은.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돈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준다는 걸 알면 경쟁자가 늘 테니까.


물론 게임이 또 열릴지는 알 수 없다.


어림짐작해도 어제 플레이워가 쓴 돈은 천만원 이상이었다.


천만원이 뭐야, 어제오늘 들은 금액만 세봐도 1200만원이 넘었다. 인원수가 100명이었으니까 최소 3천만원 이상은 썼을 것이다.


아무리 돈 많은 사람이라도 그런 게임을 또 한다? 겨우 '이 세상에 돈이 많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내심 게임이 열리기를 바랐다. 두 번이나 참가했으니··· 다음번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내 지갑에는 10만 원이 들어있다. 이걸 다 써도 30만 원이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했다.​


뭘 먹고 뭘 살지 고민하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의심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마음껏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건 마음에 평안을 줬다.


매번 박건우에게 얻어먹었는데. 이번엔 내가 다 사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건우가 교실로 들어왔다.


박건우는 일진들이 틀어놓은 영상을 훔쳐보다 내 앞에 앉았다.


"저거 그거 아니냐? 벌레 잡으면 돈 주는 거. 버스에서도 난리던데."

"버스?"

"어, 오는데 우리 학교 애들 있었거든. 누가 게임 해서 돈 벌었다고 난리 치고 다닌대."


신민우라는 애가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나는 박건우를 끌고 매점으로 향했다. 먹고 싶은 걸 다 사라고 하고 핫바와 라면을 들었다.


박건우는 처음엔 의심하더니 곧 라면이랑 삼각김밥, 콜라와 과자를 집어 들었다.


"더 사."


내 말에 박건우가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뭐야, 너 용돈 받음?"

"어, 이따 햄버거도 먹자."


내 말에 박건우가 의심스러운 눈총을 보냈다. 나는 빨리 고르라고 눈치를 준 뒤 박건우와 함께 매점 뒤 벤치에 앉았다.


"너, 이거 너만 알고 있어. 다른 애들한테 말하지 마라."

"뭔데?"


나는 그동안 플레이워에 있었던 일을 박건우에게 얘기했다.


가만히 내 얘기를 들던 박건우가 코를 벌렁거리며 흥분했다.


"진짜라고? 이틀 동안 50만원 넘게?"

"어. 그래서 형이 용돈 하라고 돈 줬어."

"미친··· 그게 말이 돼? 돈을 진짜 줘? 근데 게임창이 어떻게 허공에 떠? 펫은 뭐 포켓몬 같은 건가? 그게 가상현실도 아니고 실제로 나타난다고? 대박이잖아."


박건우는 돈보다는 게임과 펫에 흥미를 가졌다. 내 무기와 능력치를 듣고는 재밌어하며 웃기도 했다.


"아, 나도 데려가지!"

"어제 슬쩍 말해봤는데 관심 없었잖아. 그리고 형이랑 가기로 했던 거라 어쩔 수 없었어."


나는 삐진 박건우를 달래기 위해 초코우유를 바쳤다.


"크아!"


우유를 원샷한 놈이 아쉽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다음에 또 안 한대?"

"모르겠어. 어제는 문자 왔었는데 오늘은 안 오네."

"아 개부럽다. 나도 해보고 싶어. 내 펫은 뭐로 나올지 개궁금하네."


나는 박건우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넌 개 나올 듯."

"개? 왜? 개같이 귀여워서?"

"말 할 때마다 개개 거리잖아."

"아씨, 뒤질래."


박건우와 티격태격하다 교실로 올라갔다.


플레이워에 대한 불씨는 사그라들어 있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니 믿는 애들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박건우도 흥미로워하긴 했지만, 완전히 신뢰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 그렇겠지. 처음에는 나도 그랬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하지만 한번 겪어보면 사람에겐 내성이라는 게 생긴다.


지잉- 나는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플레이워]

플레이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플레이워에서는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첼린지가 펼쳐집니다!

벌레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만 원!


참여 방법 : 없음

인원 제한 : 150명

참가 비용 : 없음

위치 : 건물 3층 대강당

플레이 시간 : 1시간


일확천금의 기회가 또다시 주어졌다.


어제 받은 것과 똑같이, 그러나 인원이 달라진 문자를 보며 나는 전율했다.


주최자는 돈이 넘치는 걸까? 안 할 줄 알았는데, 또 한다고? 의문은 금세 희미해졌다.


문자를 받자마자 형한테 카톡이 왔다.


[이수호, 문자 받았어?]


나는 선생님 눈치를 보며 핸드폰으로 두드렸다.


[어, 형도 받았어? 갈 거지?]

[응, 가려고]


알겠다는 형의 대답을 듣자마자 박건우를 쳐다봤다. 눈길을 느꼈는지 박건우가 고개를 돌렸다.


"오늘 또 열린대."


입을 뻥긋거리자 박건우가 눈을 크게 떴다.


"야, 들었냐? 최성준 또 관심병 도짐. 오늘 그 게임 열린다고 인증하겠대."

"엥 진짜? 나 방금 먹구 유튭 봤거든? 걔도 그러던데."

"그럼 진짜인 거 아니냐?"


한풀 꺾였던 플레이워에 대한 관심은 엄청난 속도로 입소문을 탔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애들도 영향력 있는 유튜버 한 마디에 호기심을 보였다. 대부분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노는 걸 좋아하는 양아치들이었다.


그들이 '한 번 가보자'며 열의를 불태운 덕분에 을지로로 가는 버스가 꽉 찼다. 만석에 눈살을 찌푸리던 박건우가 귓속말했다.


"야, 이거 맞냐?"

"······."

"30명은 될 것 같은데··· 인원 제한이 몇 명이라고?"


부글부글 속이 끓었다. 그냥 얌전히 게임만 할 것이지 왜 방송을 하고 소문을 내서 경쟁자를 끌어올리는 건지.


이 사태를 형에게 말하자 형은 먼저 가 있겠다고 말했다.


"형이 먼저 가 있겠다고 했거든···. 자리를 맡아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한 번 가봐야지."


제발 자리가 있기를 열심히 빌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위치를 모르는 애들이 '어디로 가야 하냐'며 우왕좌왕했다.


나와 박건우는 버스정류장에서 벗어나자마자 무작정 뛰었다.


"아, 빨리 뛰어 이수호! 존나 느려!"


운동광이었던 박건우는 나보다 한참 앞서 있었다. 하지만 길을 몰라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헉, 헉···."


평소에 운동 좀 할걸. 이거 뛰었다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 사람이 바글거렸다.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박건우가 구석에 숨어있던 계단을 발견하곤 날 이끌었다.


"계단으로 가자."


우리는 칸을 두 개씩 뛰어 엄청난 속도로 3층에 도착했다.


"여기야?"

"어, 네가 문 열어."


박건우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산했던 내부에 사람이 꽉 차 있었다.


"형은 어딨지?"

"이수호!"


역시 이윤성도 왔구나. 맨 뒤에 앉아있던 놈이 손을 흔들었다. 이윤성 옆엔 호수 형과 윤지혜가 앉아 있었다.


"형."


박건우와 함께 형의 옆에 앉았을 때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150명이 다 찬 것이다.


"너 안 오는 줄 알았어. 옆엔 친구? 안녕, 난 이윤성이야."


이윤성이 특유의 살가움을 장착하곤 인사를 건넸다.


"오, 하이. 난 박건우. 이쇼 친구임."

"이쇼?"

"이수호 별명."

"이쇼··· 진짜 이상한데 입에 붙긴 한다."


박건우도 이윤성 못지않게 사교적이라 둘이 짝짜꿍이 잘 맞았다.


둘이 얘기하게 놔두고 형에게 언제 왔냐고 물었다.


"1시간 전에."

"일은?"

"조퇴했어."


성실 근면의 아이콘인 형이 회사 조퇴를 하고 게임하러 오다니. 아이러니한 기분이었지만, 형의 선택은 옳았다.


회사에 앉아있는 것보다 여기 오는 게 돈을 더 많이 벌 테니까.


"넌 왜 이렇게 늦었어?"

"학교에 소문 다 나서 버스 타려고 몸싸움했어. 겨우 턱걸이 한 거야."


형이랑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데 마이크 잡음이 들렸다.


"플레이워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플레이워의 진행자 판입니다. 낯익은 얼굴도 있고, 처음 보는 분들도 있군요. 3일 만에 150명이 모일 수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씨발, 저게 뭐야? 염소?"


판을 본 박건우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랐다. 오늘 처음 온 사람들도 판의 모습이 괴상한지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하지만 나는 판이 사담을 하는 걸 처음 봐서 신선한 기분이었다.


판은 처음 플레이워에 왔을 때처럼 게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놨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왜 오늘은 뭘 잡는지 말 안 해주지?"


내가 의문을 표하자 이윤성이 동조했다.


"그러게. 또 하루살이인가? 호수 형, 아까 판이 뭐 다른 말한 거 있어요?"

"글쎄, 별말 없었는데. 원래 뭘 잡는지 알려주는 거야?"


어제 처음 참가했던 형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손을 들어 올렸다.


"오늘은 뭐 잡아요?!"


판의 검은 눈이 일순 반짝이는 듯했다.


"아, 그 말씀을 안 드렸군요. 오늘은 파리를 잡는 겁니다."


파리···? 조금 어렵겠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장내가 들썩거렸다.


"아, 이 말씀도 드리는 게 좋겠군요. 어제 위반자가 나왔습니다."


위반자?


"살충제를 쓴 김미영 씨가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어제 우리 방에 있던 여자인 듯했다. 옆에서 윤지혜가 '쌤통이다'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여자는 맨 마지막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쫓겨나는 걸 본 적도 없고 줄을 선 모습도 못 봤는데···. 언제 쫓겨난 거지?


"규칙을 위반할 경우 위반자가 되어 플레이워를 즐길 수 없습니다. 이 점을 유의해주십시오."


그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줄을 섰다. 초행인 사람들은 눈치껏 움직였다.


우리는 윤지혜, 형, 박건우, 나, 이윤성 순으로 서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뒤에 서 있던 이윤성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파리면 더 힘들지 않을까?"

"그렇겠지. 나 지금 완전 좌절 중이야."


내 이속은 누구보다 느리고 남들과는 달랐다. 버프를 줘야 할 펫에게 너프를 당한 사람이 나였다.


개미랑 하루살이 잡는 것도 힘든데. 이 속도로 대체 어떻게 파리를 잡으라는 거야. 분통할 지경이었다.


이윤성은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재밌게 하라며 날 다독였다.


"호수 형이 많이 잡아주겠지."

"맞아. 난 글렀어. 오늘은 형만 믿어야 돼."


마른 얼굴을 쓸며 좌절했다. 하지만 능력치 높은 형이 있고, 용돈도 충분해서 그런지 어제보다 마음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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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24.09.10 21 1 9쪽
25 25 24.09.09 27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2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5 3 11쪽
20 20 24.09.05 34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8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15 15 24.09.02 47 3 9쪽
14 14 24.09.02 44 3 12쪽
13 13 24.09.02 44 3 10쪽
12 12 24.09.01 48 3 10쪽
» 11 24.08.31 6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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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24.08.30 66 4 11쪽
8 8 24.08.29 69 4 12쪽
7 7 24.08.28 82 4 13쪽
6 6 24.08.27 92 4 10쪽
5 5 24.08.26 102 5 12쪽
4 4 +1 24.08.25 118 6 10쪽
3 3 24.08.24 129 6 13쪽
2 2 24.08.24 15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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