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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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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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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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가는 길에 일행은 통성명을 주고받았다.


박건우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윤지혜와 김미래의 웃음을 끌어냈다. 거리가 멀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러운 능력이었다.


아무튼 계단으로 가는 길에는 신전이 있었다.


지나가면서 잠깐 살펴볼까 했는데, 신전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물론이고 다들 애들도 대화를 멈추고 신전을 올려다봤다.


멀리서 봤을 땐 작아 보였던 기둥이 빌딩 한 채처럼 커다랬다. 사람 셋이 둘러 안아야 할 만큼 두껍고 높았다. 기둥 한 개가 그렇다는 말이었다.


그 엄청난 크기의 기둥이 규칙적으로 줄줄이 나열되어 있으니. 한국에서는 못 봤던 장엄함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김미래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긴 대체 뭐야?"


홀린 듯 신전을 바라보던 박건우가 말했다.


"저기 계단도 있어."


박건우의 말대로 신전 중간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이윤성이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배경은 대체 뭐지?"

"들어가 볼까?"


윤지혜의 말에 이윤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있어도 반대편이 보이니까 일단 가까이 가진 말자. 함정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잖아."


다들 이윤성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와, 선배님 여긴 대체 뭘까요?"

"몰라. 완전 해외여행 온 것 같네."


그런데 누군가가 이미 신전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구경을 하고 있었다.


이윤성이 턱에 손을 댄 채로 굳어졌다.


"함정 없네?"


윤지혜가 비아냥거리며 폭소를 터뜨렸다.


큼, 그의 웃음에 무안해하던 이윤성은 몸을 돌려 계단 쪽으로 뛰듯이 걸어갔다.


"아, 이윤성 가만 보면 존나 허당이야."


윤지혜가 이윤성의 뒤통수를 보며 조롱했다.


그런데 난 이윤성의 추측이 일리 있어 보였다.


신전이 있는 건 계단으로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든가, 다른 방식의 장치가 있을 것 같았다.


히든 맵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그 추측을 윤지혜와 이윤성에게 얘기해봤다.


그러자 조롱당한 이윤성도, 그를 조롱했던 윤지혜도 어느 정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자식들이 맵을 그냥 만들었을 리가 없긴 해."

"아깐 나보고 허당이라며."

"존나 진지하게 '함정이 있을지도 몰라.' 이랬는데 사람들이 슉 지나가니까 웃기잖아."


윤지혜가 이윤성의 표정과 목소리를 따라 하며 놀리고 있을 때, 앞서 있던 박건우와 김미래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야! 여기 와 봐! 여기 마을 있어!"


마을? 우리는 냅다 계단으로 달려갔다.


"······하."

"미친···."


계단 앞에 다다른 우리는 감탄사 말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전을 봤을 때와 완전히 다른, 여러 의미로 경이로운 광경에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지그재그로 쪼개진 5개의 계단 밑으로··· 신전보다, 아니 광활하게 펼쳐진 잔디밭보다 더 커다란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을은 구불구불 꺾인 여러 갈래의 길을 따라 집이 빼곡하게 세워진 구조였다. 그리고 집집이 벽에 걸린 등불이 마을 곳곳을 밝히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거대한 산봉우리에 화산이 터져 분화구가 생긴 곳에 마을을 만든 것 같았다. 아니면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마법사의 마을처럼 보였다.


"스케일 장난 아니네."


허탈하게 중얼거린 이윤성이 가파르게 붙어있는 계단을 내려다봤다.


"사람들 내려가고 있네."


그의 말에 난간을 붙잡고 밑을 내려다봤다.


절벽에 손을 댄 사람들이 가파른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도 내려가 볼까요?"


김미래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돌아봤다.


듣기로 김미래는 게임 경험이 별로 없었다. 바퀴벌레가 나왔을 때 처음 참가했고 내내 불참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찾은 게임이 '반려동물' 잡기라, 그때부터 끌려온 거였다.


그래서 아직 김미래가 무슨 능력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김미래의 능력이 아니었다.


박건우와 김미래는 내려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나랑 이윤성, 윤지혜는 몇 번의 개고생으로 경계심이 생긴 상태였다.


우리가 섣불리 움직이지 않자 김미래가 로봇 펫을 난간 위에 올렸다.


저렇게 올리면 떨어지는 거 아닌가?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데 김미래가 손을 휙 놓았다.


고작 사람 팔뚝만 한 난간에 얹힌 펫이 비틀거리는 것과 동시에, 아래쪽에서 갈고리 같은 발이 나오더니 뾰족한 발톱이 난간을 붙잡았다.


"내 펫은 부엉이예요. 이름은 엉이."


부엉이···. 그냥 동그란 머리에 원통형 몸통으로 된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부엉이였구나.


그 부엉이의 배에서 태블릿 크기의 노트북이 튀어나왔다. 그걸 보고 우리는 눈을 댕그랗게 떴다.


박건우가 목에 건 헤드셋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부엉이 배에서··· 컴터가 나오네."


기가 차는 펫 디자인에 놀라야 할지··· 씁쓸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애들도 원통 기계의 변신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듯했다.


"제가 함 봐볼게요."


뭘 보냐고 물었더니, 바닥에 주저앉은 김미래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저 탐색할 수 있어요."

"어?"

"탐색?"


우리는 김미래의 노트북 앞에 모여앉았다.


손바닥만 한 노트북은 현실에는 없는 기종이었고 김미래만 다룰 수 있는 그의 무기였다.


김미래가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부엉이가 눈을 크게 뜨며 머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잠시 후 김미래의 컴퓨터에 뭔가 훙 떠올랐다. 옆어서 보니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보기 편하게 띄워드릴게요."


김미래가 감정 없는 기계처럼 말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타자를 쳤다.


곧 노트북 위쪽에서 빔이 나오더니 파란 창이 까만 하늘을 가렸다.


"···대박."


윤지혜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말을 이었다.


"미쳤다. 이거 지도잖아."


우리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지도.


그게 김미래가 띄운 파란 화면에 들어가다.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만 알 수 있는 거예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타자를 치던 김미래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냉기처럼 차가웠던 목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온 채였다.


김미래가 소축척지도 정도 되는 심플한 지도라고 겸손하게 덧붙였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지도의 부재를 아쉬워했던 우리에겐 더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완전 엘리트였네. 우리 지도가 엄청 필요했거든."


윤지혜가 김미래를 토닥이며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그러자 칭찬에 자극받았는지 김미래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 위치도 알 수 있어요!"

"···뭐?"


윤지혜는 물론이고 이윤성과 박건우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김미래의 옆으로 달려가 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알 수 있는데? 우리 형도 어딨는지 찾을 수 있어?"


급한 물음에 김미래가 당황한 듯 나를 올려다봤다.


"오빠, 형이요? 어··· 어디 계시는데요? 엉이가 볼 수 있는 부분만 확인할 수 있어요."

"아···."


확 들떴던 마음이 바닥으로 처박히는 기분이었다. 내 표정이 안 좋았는지 김미래가 내 눈치를 봤다.


"제가··· 뭐 잘못 말했어요?"


나는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라 우리 형이 실종됐거든. 그래서 찾을 수 있는 건가 했어."

"···실종이요?"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김미래에게 플레이워의 실체를 설명했다. 그러자 김미래의 표정이 암울하게 변했다.


"히든맵이 있었다니···."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김미래에게 아니라는 뜻으로 양손을 흔들었다.


"아냐. 미안한 일도 아닌데. 나 혼자 기대한 거야."


형의 위치는 알 수 없지만, 김미래의 능력은 우리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네 사람에게는 더더욱.


"근데 사람들 위치를 어떻게 추적하는 거야?"


이윤성이 김미래 옆에 주저앉으며 컴퓨터 화면을 바라봤다.


김미래는 제가 허공에 띄운 지도를 보며 흠, 고민스러운 숨을 내뱉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추적' 기술을 쓰면 이렇게 맵이 뜨길래, 궁금해서 저도 엉이한테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엉이도 그냥 자기한테 추적 능력이 있어서 제가 쓸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추적으로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그에 나는 머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판도 추적 능력이 있었어."


이윤성이 고개를 돌렸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판한테 우리 형 어딨냐고 물어봤을 때 판이 허공을 보면서 맵 안에 있다고 말했거든."


그건 즉 판이 형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만 추적할 수 있는 김미래와 다르게, 판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거다.


그렇다면 판을 설득해서 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판이 맵 안에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판은 게임이 시작되면 절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그에게 부탁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의문.


우리한테 칩이 있는 것도 아닌데 판이 어떻게 사람들의 위치를 알수 있을까.


펫이 따라다니니까 펫으로 확인하는 걸지도 모른다. 형 옆에 늑이가 있다면 이 가정도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팔짱을 끼고 서서 한참 동안 지도를 보던 윤지혜가 우리를 바라봤다.


"일단 히든 맵이 있을 것 같은 데로 가보자."


나는 따라나서려고 준비하는 김미래와 박건우를 멈춰 세웠다.


"너희들은 게임해야지."

"엥?"


박건우가 뭔 소리냐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때 노트북을 챙겨 들던 김미래가 경악한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이게 뭐야?"


김미래의 질겁하는 반응에 시선이 노트북으로 저절로 움직였다.


파란 화면의 오른쪽에 새끼손톱만 한 붉은 점이 나타나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영문을 몰랐기에 우리는 오류가 난 거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아악! 마을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찢어지는 괴성이 들려왔다.



1부 끝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디알디입니다.

플레이워 : 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1부가 끝났습니다. 







공지로 알려드렸던 것처럼 연재는 잠시 중단될 예정입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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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24.09.09 28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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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15 15 24.09.02 4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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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24.08.29 69 4 12쪽
7 7 24.08.28 82 4 13쪽
6 6 24.08.27 9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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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1 24.08.25 11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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