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최근연재일 :
2024.09.14 20:31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71
추천수 :
92
글자수 :
148,835

작성
24.08.30 00:14
조회
66
추천
4
글자
11쪽

9

DUMMY


나는 전략을 세웠다. 무분별하게 잡는 것보다 느릿느릿한 놈들을 잡자고.


엄청난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13마리!]


[15마리!]


"엉덩이가 무거우면!"


벽이나 바닥에 붙어 있는 것들만 잡았는데도 숫자가 올라갔다.


"죽는 거야!"


탁! 탁! 내가 벽을 때리자 다른 사람들이 날 흘겨봤다.


신명 나게 벽을 두드리는 걸 보고 사람들이 곧 벽과 바닥에 달라붙었다.


쾅! 탁!


사람들이 나처럼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부작용이 일어났다.


계속 벽을 치자 하루살이가 벽에 붙지 않았다.


이제는 앉은 놈을 잡는 게 아니라, 앉을 때를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몇 마리 잡았지?"


나는 부기의 이마를 확인했다.


[30]


[30마리!]


"안 알려줘도 네 이마에 떠 있어."


나는 땀을 닦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 많던 하루살이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게임에 처음 참여한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했으나··· 어제 참가했던 사람들은 게임이 거의 끝나가는 걸 직감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때였다.


"아 짜증 나, 진짜."


처음 보는 여자가 브릿지한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어 올렸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에프킬러를 꺼냈다.


"사용하면 위반이라고? 어쩌라고."


그리곤 큰 소리로 외쳤다.


"저 살충제 뿌릴 거예요! 싫은 분들은 피하세요! 전 미리 말했어요~"


'미리 말도 해주고, 내가 봐도 난 너무 착하다니까.'


여자는 자기가 엄청난 배려를 한 것처럼 얘기하고는 허공에 살충제를 뿌렸다.


사람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피하자 '죄송해요~'하면서 코웃음 쳤다.


곧 방안이 스프레이 냄새로 가득 찼다. 한두 번 뿌리면 문제가 없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난사하니 연기가 자욱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람들이 여자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민폐 쩌네."


거미줄에 둘러싸여 있던 윤지혜가 거미줄을 걷어냈다. 그리고 나는 윤지혜의 발밑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저게 무, 뭐야?"


윤지혜 발밑이 새까맸다. 전부 하루살이 사체였다.


나는 윤지혜에게 다가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이거 다 몇 마리야?"


윤지혜가 코를 틀어막으며 날 올려다봤다.


"300마리."


비현실적인 숫자였다. 나는 팔에 돋은 소름을 털어냈다.


"미쳤다. 엄청 많이 잡았네."


윤지혜가 부기를 슥 쳐다봤다.


"너도 펫 써."


쓸 수 있었으면 벌써 썼지.


"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차라리 나도 거미였으면 좋겠다···."


윤지혜가 제 어깨에 붙은 동그란 거미를 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난 거미 진짜 싫어하거든? 바꾸고 싶어."


부기랑 저 거미랑 바꾸고 싶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런 느린 거북이보다 윤지혜의 거미가 훨씬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부기 효율이 너무 구려서 바꾸자고 제안할 수가 없었다.


부러운 눈으로 거미를 바라보고 있을 때, 에프킬러를 든 여자가 나와 윤지혜를 향해 소리 질렀다.


"살충제 뿌려요!"

"네?"


뒤를 돌아보니 여자가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살충제 노즐이 우리를 향해 있었다.


설마 쏘려고 하는 건가?


의문을 느끼자마자 여자가 가까이 다가와 우리 머리 위로 살충제를 뿌렸다. 나는 윤지혜의 머리를 가려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얀 연기 사이로 보이는 방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다들 저 여자를 피해 나간 것 같았다.


"뿌린다고 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해요?"


살포를 멈춘 여자가 손을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나는 윤지혜의 머리통을 감싼 채로 여자를 쳐다봤다.


"아니, 갑자기 와서-"

"그걸 사람한테 쏘면 어떻게 해요?"


윤지혜가 내 팔을 치우더니 매섭게 쏘아붙였다.


"민폐인 거 몰라요? 그쪽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 보잖아요."

"어머, 뭐가요. 전 미리 말했거든요? 그리고 살충제 좀 마신다고 안 죽어요."

"하, 이렇게 많이 뿌리면 몸에 안 좋거든요?"


윤지혜는 어른을 상대하면서도 기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싸움이 날 것 같아 윤지혜에게 속삭였다.


"우리도 그냥 나가자."


윤지혜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여자를 한 번 째려보고 방을 나갔다. 여자가 윤지혜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존나 싸가지 않네."


나는 여자를 힐끗거리다 윤지혜를 따라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확실히 공기가 달랐다.


"잘 참았어. 와, 저기 있었으면 질식해 죽었겠다."

"다 큰 어른이 존나 민폐야."


윤지혜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얼굴은 예쁜데 입이 엄청 험하구나. 나는 눈치를 보며 대충 맞장구쳤다.


"그, 그러게."


그런데 윤지혜가 ​부기의 이마를 손가락질하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넌 아직 30마리밖에 못 잡은 거야? 왜 이렇게 느려터졌어?"

"나 저 거북이 너프 때문에···."

"너프?"


윤지혜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부기- 아, 쟤 이름이 부기거든. 아무튼 부기 때문에 속도에 너프가 붙었어."

"너프도 있어? 그래서, 속도가 몇인데?"


나는 손가락 다섯개를 들어 보였다.


"오?!"


윤지혜는 숫자 5가 맞냐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이거 홀로그램 창을 보여줄 수도 없고···.


"진짜라니까, 넌 몇인데?"

"나 40."

"사십?!"


윤지혜 속도는 나보다 8배 높았다.


"히, 힘은?"


그래도 내가 남잔데. 힘은 내가 더 세겠지···.


"20."


졌다.


"···기술은?"


윤지혜는 뭘 자꾸 물어보냐고 투덜대면서도 38이라고 알려줬다.


5단위가 아닌 건 놀라웠지만, 난 0인 기술이 윤지혜는30을 넘는다는 게 더 충격이었다.


"···무기는?"

"20."


이건 아냐, 뭔가 잘못된 게 확실했다.


왜 윤지혜 능력치가 나를 훨씬 웃돌지?


잘 생각해보면 윤지혜만이 아닐 것이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내 능력치가 가장 낮을지도 모른다.


눈을 굴리며 내가 뭐가 부족한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멀리서 이윤성이 다가왔다.


키도 큰데 어깨에 커다란 물총을 메고 있어서 더 눈에 띄었다.


"뭐 해?"


이윤성이 윤지혜를 보며 '오' 하더니 통성명을 주고받았다.


"윤지혜? 이름 예쁘네."

"어, 고맙."

"이윤성, 잠깐만."


나는 이윤성을 붙잡고 능력치를 물어봤다.


이윤성 능력치는 힘 30. 속도 25. 기술. 무기 10이었다.


다른 건 윤지혜보다는 부족하지만, 힘은 우리 중에서 제일 뛰어났다.


윤지혜와 이윤성의 능력치를 알고 나자 분배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만 느리고 나만 약해?


그때 게임장 문이 열렸다. 판이 주위를 둘러보며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판에게 달려갔다.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지만, 속도는 한없이 느렸다.


"게임이-"

"저기요!"


나는 판을 올려다보며 불만을 터뜨렸다.


"제 능력치는 왜 이렇게 낮아요?"


판의 까만 눈이 밑으로 내려왔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잠시 고민하던 판이 탄성을 냈다.


"아, 능력치 배분을 말하는 겁니까?"


판이 털이 숭숭 난 턱을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힘은 사회성, 속도는 활동력, 기술은 생활력, 무기는 특기, 펫은 인간의 기질에 따라 분배됩니다. 즉 능력치는 개인의 생활 능력에 따라 달라지죠."

"생활 능력··· 제가 그게 다 부족하다는 거예요?"


판이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그건 이수호님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요."

"······."

"궁금증은 풀렸나요?"


나는 주먹을 꽉 쥐고 판을 바라봤다. 그러자 판의 입술이 위로 올라갔다.


판은 나를 지나쳐 방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자, 게임이 끝났습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방의 하루살이는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바닥에는 발에 밟힌 하루살이 사체가 널려 있었다.


"하루살이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제 게임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앞다퉈 줄을 섰다.


나는 판의 등을 바라보다 문득 형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형은 어디 있지?"


이윤성이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이수호! 빨리 와서 줄 서!"


이윤성 옆에 형이 서 있었다.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형의 얼굴에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얼른 달려가 두 사람과 줄을 섰다. 나는 형에게 귓속말했다.


"형, 미안해. 나 30마리밖에 못 잡았어."


그러자 형이 괜찮다며 내 머리를 헝클었다.


"형은 몇 마리 잡았어?"

"마지막으로 본 게··· 170마리였나. 벌레가 엄청 많더라고."

"170마리?!"


하루살이가 아무리 많아도 내 속도로는 그만큼 잡을 수 없었다. 나는 형의 팔을 잡으며 미친 듯이 흥분했다.


"미쳤어! 형, 대박이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우릴 쳐다봤다. 나는 입을 다물고서 형에게 작게 속삭였다.


"내 것까지 하면 200이야!"

"근데 이거 잡은 만큼 돈 주는 거 맞아?"


형은 아직도 믿음이 가지 않는지 의심스러운 눈이었다.


하지만 판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형의 표정이 달라졌다.


"김희진님, 당신은 45만원입니다."

"아싸!"

"···45만원? 이게 진짜라고?"


형이 눈을 크게 뜨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를 계산하듯 눈을 굴리더니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말도 안 돼···. "


​나는 형을 보며 폴짝폴짝 뛰었다.


"저거 봐, 진짜 준다니까!"

"하루살이만 잡았는데 170만원?"


형이 손가락을 접으며 중얼거렸다.


"한 시간 밖에 안 했는데···."


형은 현타가 온 듯 멍청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긁었다.


앞에서 '30만 원, 80만 원' 하는 판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는 표정이 점점 환해졌다.


"이수호, 이거 진짜잖아!"


형이 내 팔을 붙잡았다. 나는 형을 올려다보며 씩 웃었다.


"의심한 거 빨리 사과해."


턱을 들며 으스대자 형이 민망한 듯 눈을 굴렸다.


"미, 미안타."

"알았다."


나는 형을 마주 보며 웃었다.


형은 나에게 형제이자 부모님이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중소 기업을 다니고, 야근이 없는 날엔 배달 일까지 하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없지만, 형이 고생하지 않았으면 했다.


"동생 잘 뒀지?"

"그래. 그런데 이건 어디에서 알게된 거야?"

"버정에서."


나는 웃으며 형이랑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였다. 뒤에서 내 이름이 들렸다.


"이수호 속도가 5라고? 굼벵이네. 그래서 그렇게 못 잡았구나."

"너도 너프 있다고?"

"어, 기술이 마이너스 5야."


이윤성과 윤지혜가 바로 뒤에서 앞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 공지 24.09.11 13 0 -
30 30 24.09.14 17 1 10쪽
29 29 24.09.13 16 1 7쪽
28 28 24.09.12 15 1 12쪽
27 27 24.09.11 13 1 10쪽
26 26 24.09.10 21 1 9쪽
25 25 24.09.09 27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6 1 10쪽
22 22 24.09.07 32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5 3 11쪽
20 20 24.09.05 34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8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15 15 24.09.02 47 3 9쪽
14 14 24.09.02 44 3 12쪽
13 13 24.09.02 44 3 10쪽
12 12 24.09.01 48 3 10쪽
11 11 24.08.31 64 3 11쪽
10 10 24.08.30 65 4 13쪽
» 9 24.08.30 67 4 11쪽
8 8 24.08.29 69 4 12쪽
7 7 24.08.28 82 4 13쪽
6 6 24.08.27 92 4 10쪽
5 5 24.08.26 102 5 12쪽
4 4 +1 24.08.25 118 6 10쪽
3 3 24.08.24 129 6 13쪽
2 2 24.08.24 156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