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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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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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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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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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무기를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게임을 해야 하고, 무기를 쓸지 말지 결정하는 건 나였다.


이런 허접한 무기로 잡을 수 있으려나.


방에는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하루살이가 군집이었다.


저렇게 모여 있으니까 징그럽네.


물론 흩어져 있는 것보다 떼로 모여 있는 게 잡기 편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벌써 하루살이를 잡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손바닥으로 하루살이를 턱턱 잡으며 소리질렀다.


"아싸! 십만 원!"

"야, 나두! 이건 진짜! 미친 게임이야!"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어제 참가했던 참가자들이었다. 반면 벌레 집단을 피하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미쳤어! 왜 이렇게 많아?!"

"이건 무섭잖아!"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폭을 찾았다. 어디로 가는지 봐놨다가 피하기 위해서였다.


어디로 갔지?


조심스럽게 방을 둘러보는데 형이 다가왔다.


"수호야."

"형, 형은···."


나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형이 커다란 망치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망치를 들고 있는 폼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좀 어이없긴 한데, 윤성이 말 들어보니까 진짜인 것 같고."

"······."

"일단 한 번 해보려고."


이윤성이 뭐라고 했길래 갑자기 납득해?


아니, 이해한 건 좋은데 적응력 무슨 일···.


"어··· 좋지. 근데 형은 왜 망치일까?"


내 질문에 형이 눈동자를 굴리며 뭔가를 생각했다.


"노가다 할 때 못질을 했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나는 장난감 칼, 아니 과도를 형에게 보여줬다.


"나는 칼인데?"

"과도 아냐?"


형도 과도처럼 보이는 구나···.


"···맞긴 한데, 난 왜 칼이지? 칼 쓴 적도 없는데."


형이 내 손에 들린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밥해서 그런 거 아냐?"

"나 요리 잘 못 하잖아."

"그래도 반찬은 잘하잖아."


설마 그것 때문에 내 무기가 과도가 됐다고?


그보다 형은 무기가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은 것 같았다. 되려 무기가 생긴 걸 좋아했다.


"무기가 있으니까 좋네."

"···형은 무기가 무섭지 않아?"

"응. 사람을 잡는 게 아니라 하루살이 잡는 거잖아."


이윤성도 그렇고. 다들 왜 이렇게 적응이 빨라?


형이 호탕한 건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게 빨라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황했다고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사람들이 미친듯이 하루살이를 낚아채고 있었다.


나도 오늘은 엄청 열심히 잡기로 마음먹었거든?


그러니까 이상하든 뭐든 다 재치고 미친듯이 잡는다.


나는 앞서가는 형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형이 뒤를 돌아봤다.


"같이 가려고?"

"어? 그럼. 같이 왔으니까 같이 해야지."


방을 빙 둘러보던 형이 '따로 하자'며 선을 그었다. 같이 있으면 잡을 게 줄어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멀어지는 형을 멍청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기울였다.


"너무하네. 이윤성이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그때 뒤에서 이윤성이 튀어나왔다.


"진짜로 돈 준다고 했는데?"

"깜짝이야!"


얘는 왜 계속 갑자기 나타나. 나는 놀란 심장을 부여잡으며 이윤성을 돌아봤다.


"그것만 말했어?"

"350만원 받아 간 사람이 있다고 했더니 바로 이해하던데. 그거 말고 다른 말은 안 했어."


이윤성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형도 나처럼 놀랐겠구나. 그리고 깨달았을 것이다. 이 한판만 제대로 하면 한 달 넘는 생활비를 벌 수 있다는걸.


나는 검을 다잡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이윤성 총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넌 물총이야?"


이윤성이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빙글빙글 돌렸다. 물이 들어있어서 꽤 무거울 것 같은데 쟤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이거 독이야."

"어?"

"아까는 물이었는데, 기능을 활성화하니까 독으로 바꼈어."


나는 이윤성과 물총을 피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지··· 진짜 독?"

"그런 듯. 아까 하루살이한테 쏴봤더니 진짜 죽더라고."


진짜 독이라고? 나는 과도로 바뀐 손잡이를 내려다봤다.


진짜 칼에, 진짜 독. 형은 망치.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살상 무기로 보였다.


나는 칼날이 이윤성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검을 들어 보였다.


"내거는 칼이야."

"그러네."

"이거 진짜라니까. 안 무서워?"


이윤성이 웃었다.


"나 찌르려고?"

"절대 아니지."

"근데 뭘 무서워해."


곧 이윤성이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나 나나.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사람한테 안 쓰지 않겠냐?"

"그렇지···."

"그리고 저번처럼 조폭이 싸우자고 덤벼들면 그땐 방어할 수 있잖아."


살상 무기가 방어 수단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윤성 말에 나는 이마를 '탁' 쳤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사람을 공격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남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할 때 막을 수는 있다.


내 단검으로 뭘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총이나 검을 위협적인 무기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러니 방어 수단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을 바꿨더니 검이 귀하게 느껴졌···.


"근데 이걸로 하루살이를 어떻게 잡지?"


내 말에 이윤성이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하하···."


그냥 손으로 잡는 게 더 빠르지 않겠냐? 이윤성의 말에 나는 곧장 수긍했다. 칼로 물 베기보다 하루살이 베기가 더 어려웠으므로.


"너는 물총, 아니지. 독총으로 하루살이 맞출 수 있어?"

"절대 못 하지. 나도 손으로 잡을 거야."


이윤성과 나는 허탈하게 웃다가 서로를 격려한 뒤 헤어졌다.


구석으로 가서 잡을까 하다가 하루살이가 많은 곳으로 향했다.


어제는 반신반의했고 의지도 없어서 설렁설렁 잡았지만 오늘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무기는 초라하지만, 형보다 많이 잡겠다고 다짐하며 방을 둘러봤다.


여기 말고 작은 방이 세 개 더 있었다.


큰 홀까지 해서 총 4개. 그런데 그중 방 하나를 조폭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치사하게···."


형이랑 조폭이 있는 방은 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조폭은 제일 안쪽 방. 형은 중간 방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제일 바깥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30명 정도는 되어 보이는 인원이 하루살이를 잡으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이 방 사람들은 지급받은 무기를 쓰지 못해 손으로 잡는 추세였다.


그런데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여자애가 바닥에 앉아 껌을 씹고 있었는데··· 그 애 주변으로 거미줄이 잔뜩 처져 있었다.


뭐 하는 건지 자세히 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거미줄에 붙은 검은 먼지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거미 펫이었다.


펫이 쳐 놓은 거미줄에 하루살이가 바글바글 엉켜 들었다.


펫을 저런 식으로 활용해도 되는 거야?


나는 부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너도 하루살이 잡을 수 있어?"


[못 해!]


"······."


[하지만 기술을 활용해 벌레를 잡는 건 허용!]


여자의 펫은 하루살이를 잡는 게 아니라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하루살이는 단지 날아다니다가 줄에 걸렸을 뿐이다.


저 여자애처럼 거미의 기술로 벌레 잡는 것만 가능하다는 거구나.


나는 태평하게 쉬고 있는 여자애를 보며 감탄했다.


펫을 저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니.


다른 사람들은 그의 방식에 불만을 품는 듯했지만, 여자애가 눈총을 보내자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어제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싶었다.


만약 여자애가 말리지 않았다면 난 조폭에게 맞은 사람을 챙겼을 테고, 조폭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던 여자애가 픽 비웃음을 흘렸다.


"또 왔냐?"

"어. 너도 왔네. 난 이수호야, 18살. 넌?"

"···윤지혜. 나도 18살."


이름도 예쁘다··· 가 아니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인사했다.


"어제는 고마웠어."


인사할 거라고 예상 못했는지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머쓱하게 껌을 씹다 어깨를 으쓱였다.


"뭐···. 고마울 것까진 없고."


나는 윤지혜를 지키려는 것처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거미줄을 바라봤다.


거미줄 밑에 하루살이 사체가 쌓여 있었다.


"와, 겁나 많다."

"너도 빨리 잡아야 하는 거 아냐?"

"어?"

"40분 남았어."


윤지혜는 '하루살이가 다 없어지면 게임도 끝날 거'라고 말해줬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윤지혜에게 고마웠다고 재차 인사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하루살이를 손으로 잡으며 부기를 탓했다.


"오늘은 왜 타이머 안 해?"


[했는데 이수호가 안 봄]


"못 봤는데?"


[윤지혜 보느라 못 봄]


말투가 왜 저래. 지금 싸우자는 건가.


나는 부기를 노려봤다가 손뼉을 쳐서 하루살이를 잡았다.


그런데 잡다 보니 속이 터져 미칠 것 같았다.


느려. 느려도 너무 느렸다. 속도가 5밖에 안 되기 때문인 것 같았다.


[5마리!]


[여섯- 놓쳐서 아직도 5마리!]


[6마리!]


[또 놓쳐서, 또 6마리!]


"···약 올리냐?"


내가 느린 건 저 거북이 탓도 있었다.


"네 너프 때문에 더 느린 거잖아."


[남 탓 노잼]


"아니, NPC 말투가 왜이래?"


나는 부기를 보며 속을 끓이다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어제는 시원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좀 더웠다.


근데 나만 이렇게 느린 건가? 싶었는데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와, 하루살이가 빠른 거야, 내가 느린 거야?"


어른으로 보이는 여자가 머리를 묶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오늘 50마리 채우고 만다."


눈동자가 의지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속도는 여전히 느렸다.


몇몇 사람들도 꿈뜨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 사람들 속도는 얼마나 될까? 내가··· 아마 제일 느리겠지?


하루살이를 잡으며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아씨! 속도가 20인데 왜 이렇게 느려!"


처음 보는 남자가 버럭 화를 내더니 펫을 걷어찼다. 쥐로 보이는 펫이 데굴데굴 굴러 벽에 부딪혔다.


아니··· 발로 찰 것까진 없잖아. 왜 펫한테 화풀이지?


남자의 인성에 눈을 찌푸리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소리를 질렀다.


"야! 낫 꺼내!"


방에 있던 모든 사람이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의 무기는 커다란 낫이었다. 언뜻 보면 장난감 같지만, 날카롭게 벼려져 번쩍거렸다.


남자가 펫이 꺼내준 낫을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기 시작했다.


"비켜! 비키라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며 남자를 피했다.


낫으로 하루살이를 잡으면 얼마나 잡는다고 저걸 휘둘러?


방이 커서 멀찍이 떨어지면 되지만, 남자가 계속 움직이는 통에 사람들끼리 부딪혀 사고가 났다.


저대로 놔두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저 남자를 어떻게 말리지?


사람을 벨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저런 식으로 막 휘두르면 의도치 않게 다치는 사람이 생길 것 같았다.


남자가 숨을 씩씩거리더니 낫을 집어던졌다.


"좆같네, 씨발! 안 해! 돈 주는지 안 주는지도 모르는데 왜 지랄을 해?"


남자는 분에 못 이긴 듯 책상과 의자를 걷어차다가 방을 나갔다. 처음 나온 중도 포기자였다. 사람들은 안도하면서 다시 하루살이를 잡았다.


경쟁자이자 위협자가 없어져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남자가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었다.


돈 진짜 주는데··· 좀만 더하지.


만약 플레이워가 진짜 돈을 준다는 걸 알면 남자는 후회할 것이다. 어제의 나처럼.


나는 남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다시 하루살이를 잡았다. 그런데 잡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게 있었다.


"저건 벽에 붙어서 안 움직이네."


몇 놈은 벽에 붙어 있다가도 금세 날아갔다. 잡으려고 하면 기가 막힐 정도로 빨라서 잡기 힘들었다.


그런데 몇 놈은 벽에 붙어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날갯짓도 느렸다.


뭐, 느릿한 하루살이보다 내가 더 느리지만···


아무튼 벽에 앉아 있을 때를 노리면 지금보다 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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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24.09.09 28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7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9 3 13쪽
17 17 24.09.03 44 3 10쪽
16 16 24.09.03 45 3 10쪽
15 15 24.09.02 48 3 9쪽
14 14 24.09.02 44 3 12쪽
13 13 24.09.02 44 3 10쪽
12 12 24.09.01 4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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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24.08.30 67 4 11쪽
» 8 24.08.29 70 4 12쪽
7 7 24.08.28 83 4 13쪽
6 6 24.08.27 93 4 10쪽
5 5 24.08.26 103 5 12쪽
4 4 +1 24.08.25 119 6 10쪽
3 3 24.08.24 13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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