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았더니 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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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알디
작품등록일 :
2024.08.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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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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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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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

DUMMY

이윤성이 손으로 입을 만지며 잠시 고민하더니 씩 웃었다.


"저 사람들도 막 덤벼들진 않겠지. 그리고 위험하면 도망 치면 되고."

"방이 엄청 좁잖아."

"그만큼 사람도 많아졌잖아. 저 사람들도 쉽게 못 움직일걸."


내가 이윤성과 속닥거리자 옆에 앉아 있던 형이 내 가방을 잡아당겼다.


"이수호."

"어?"


형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주변을 훑었다.


"여기 대체 뭐야? 저 남자 가면도 움직이고···. 다들 줄 서는데?"

"아, 맞다. 줄 서야지. 일단 가서 설명해 줄게."


이윤성이랑 얘기하느라 줄 서는 걸 깜빡했다. 나는 관자놀이를 긁으며 이윤성을 바라봤다.


"얘기해줘서 고맙다."

"뭘."


이윤성가 넉살 좋게 웃었다. 어제 부르는 것도 무시하고 혼자 왔는데···.


안 알려줄 수도 있었던 정보를 말해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어젠 미안했어."


내가 미안함에 손을 내밀자 이윤성이 내 손을 내려다봤다. 이윤성이 곧 손을 맞잡으며 시원하게 웃었다.


"알면 됐다."


나는 형, 이윤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맨 마지막 줄에 섰다.


검은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형에게 '규칙과 위반',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충 설명해줬다.


형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내 얘기를 듣다가 이윤성을 바라봤다.


"수호, 네 친구야?"

"어··· 친구··· 어제 만났어."


내가 얼버무리자 맨 뒤에 서 있던 이윤성이 내 머리를 잡아 눌렀다.


"야. 걍 친구라고 해. 안녕하세요. 이윤성이에요. 수호랑 동갑이에요."

"전 수호 형. 이 호수예요. 어제 수호랑 같이 게임 했어요?"

"게임이요? 개미 잡는 거면 했죠. 같이."


같이 안 하고 따로 했으면서.


나는 이윤성 팔을 치우고 형의 팔을 붙잡았다. 앞을 바라보게 한 다음 멀리 떨어져 있는 조폭을 손가락질했다.


"형. 게임 시작하면, 저 사람들한테 가까이 가지 마."

"왜?"


사람을 반 죽여놨다고 말하면 형이 위험하지 않냐고 노발대발할 게 뻔했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대답했다.


"저 사람들 팔에 문신 있잖아. 딱 봐도 조폭이야."

"조폭이라고 다짜고짜 때리겠어?"


때리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이윤성이 끼어들었다.


"아까 시작하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 막 시비 걸더라고요. 어제도 미친 것처럼 소리 지르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저 남자만 피해 다녔다'고 살을 붙였다.


곤란하던 차에 이윤성이 대신 말해줘서 살았다.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의 말이 설득력 있었는지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성 학생도 조심해요."

"넵."


내 말은 안 믿더니 저 녀석 말은 왜 이렇게 쉽게 믿어?


하긴. 저런 얼굴로 말하면 거짓말인 걸 알아도 믿고 싶을 것 같았다.


나는 눈을 흐리다가 진행자, 판 앞에 섰다.


"또 뵙는군요, 이수호님."

"안녕하세요."


한 번 봤기 때문인지 어제처럼 무섭진 않았다. 그런데 판은 어제와 다르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대신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졌다.


"플레이워가 마음에 드셨습니까?"


나는 내밀고 있던 손을 물리고 무안하게 머리를 쓸어올렸다.


"네, 네."

"오늘도 행운을 빕니다."


나는 문으로 걸어가며 뒤를 돌아봤다. 형이 판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판은 형에게도 뭔가 말을 걸었다.


형 표정은 여전히 구겨져 있었지만, 순순히 뭔가를 대답하며 대화를 나눴다.


같이 들어가려고 했는데 무슨 얘기를 저렇게 오래하지?


나는 형을 기다리다 먼저 문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기다리면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어제처럼 흰 방이 아니라, 100명을 수용하고도 남을 것 같은 거대한 방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들어온 문은 똑같았다. 하지만 방이 완전히 달랐다.


형태만 다른 게 아니라 어제 흰 방보다 4배는 더 커다란 것 같았다.


게다가 다른 방도 있는지 아치형 문틀이 3개 더 있었다.


멍청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형과 이윤성이 들어왔다.


방을 본 형은 감탄사를 내뱉었고, 이윤성은 나처럼 놀란 눈치였다.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가? 엄청 커졌네."


나는 놀라는 이윤성에게 말했다.


"어제는 하얀 방이었는데 갑자기 주택처럼 바뀔 수 있나? 어제보다 훨씬 크고···."


이윤성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제도 다 이상했잖아. 잊었어?"


아 그랬지. 어제도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홀로그램이며 펫이며···.


오히려 방이 넓어진 게 덜 이상한 것 같기도 했다.


원래 커다랬던 방에 칸막이를 쳐서 작게 만들어 놨을 수도 있지. 오늘은 그 칸막이를 다 뺀 거고.


말이 안 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게임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수호. 어제도 여기서 한 거야?"


형이 불편한 표정으로 내 등을 두드렸다.


"어··· 좀 바뀌긴 했는데···."


형도 이상하다고 느끼겠지만, 돈을 받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나는 생각을 털고 형에게 설명했다.


"방 구조가 달라졌어. 근데 잡는 건 아마 똑같을 거···."


탁!


설명하는 와중에 불이 꺼졌다.


"왜 갑자기 불이 꺼져?"


형이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지 당황한 것 같았다.


나는 허공을 더듬으며 형에게 다가갔다.


내 홀로그램은 보이지만, 다른 사람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이거 형이야?"


손에 잡히는 팔을 잡자 형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놀라지 말고 눈앞에 뜬 거 다 읽어봐. 그럼 이따가 불 켜질 거야."

"···일단 알았어."


형이 침착하게 말하곤 입을 다물었다. 규칙을 확인하고 있는 듯했다.


곧 내 앞에도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규칙 사항이 떠올랐다.


[게임 규칙]


- 벌레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만 원 지급

(마릿수는 부기를 확인하십시오)

- 한 마리라도 잡지 못하면 기회 박탈

- 부기가 소멸하면 기회 박탈

- 모든 전자기기 사용 불가


펫은 그대로구나···.


확인을 누르자 이번에는 빨간 글씨로 [위반 사항]이 고지됐다. 이것도 다 외워놔서 건너뛰었다. 그런데.


그 다음 창에 변화가 있었다.


[이수호 능력치]

힘 : 100 / 15 [부기 버프 +5]

속도 : 100 / 5 [부기 너프 -5]

기술 : 100 / 0 [부기 보유 효과 없음]

무기 : 100 / 5 [부기 버프 + 5]


다른 건 어제와 똑같은데, 아까 이윤성이 말해줬던 '무기' 표시가 뜬 것이다.


"무기 5?"


무기가 뭔지 모르겠지만, 사양이 너무 구렸다.


부기 버프를 받아도 5밖에 안 돼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질 지경이었다.


능력치는 어떻게 올리는 거야? 짜증스럽게 확인 버튼을 누르는데, 밑에서 누군가가 바지를 잡아당겼다.


거북이겠지, 뭐.


[내 이름은 부기!]


[또 왔구나!]


부기가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펫에게 인사하는 사람도 있고 뭔지 몰라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후 형광등이 깜빡거렸다. 꺼졌다 켜지는 불빛 사이로 사람들의 들뜬 얼굴이 보였다.


오늘 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인원이 전부 게임장에 들어오면 불이 꺼지고, 홀로그램이 나타난다. 그리고 각자 규칙을 확인하면 개인 펫이 뜨는데. 그런다고 바로 불이 켜지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규칙을 다 읽어야 불이 켜지고, 그때부터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불이 완전히 켜지자마자 형을 살폈다.


"헐."


형의 옆에 남색 털을 가진 동물형 펫이 서 있었다.


키는 무릎에 닿을 정도였고 이마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거기다 목에 빨간 두건을 둘렀다.


간지나는 늑대였다.


"이게 뭐야··· 늑대?"


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펫을 내려다봤다.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형이 너무 부러웠다.


왜 난 거북이고 형은 늑대야? 땅을 치며 울고 싶었다.


형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데 부기가 내 바지를 붙잡았다.


"···왜."


밑을 내려다보자 버프가 개구린 거북이가 내 앞에 뭔가를 내밀었다.


[무기!]


무기?


나는 부기에게서 '무기'라는 걸 받았다.


그런데··· 부기가 준 건, 장난감처럼 생긴 '검 손잡이'였다. 말 그대로 칼날 없는 그냥 칼 손잡이.


끝에는 빨간 실 뭉텅이인 수술이 달려 있고··· 검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파란색 유리가 붙어 있었다.


"···이게 무슨 무기야."


검 손잡이로···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를 때려잡으라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치는데 뒤에서 이윤성의 신바람 난 목소리가 들렸다.


"쩐다."


이윤성은 뭐 받았지? 나는 얼른 뒤를 돌아봤다.


이윤성이 파란색 총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일반 총이 아니라 물총처럼 생긴 총이었다.


난 손잡이고 이윤성은 총? 그럼 형은?


이번에는 형을 돌아봤다. 형은 늑대 옆에 놓여있는 커다란 망치를 보며 멍청하게 서 있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망치는 사람 허리까지 올 정도로 길었고 머리 부분도 커다랬다.


무거울 것 같았지만, 늑대가 들어 올리는 거로 보아 장난감인 것 같았다.


형은 망치···.


다른 사람들 것도 훔쳐봤다. 각자 크고 작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색이 알록달록해서 그런지 전부 장난감처럼 보였다.


무기가 장난감이라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왜 나만 이따위야?"


그때 이윤성이 내 머리에 물을 쐈다.


찍- 같잖게 날아온 물이 옆통수를 적셨다.


"에이, 뭐야."


물을 털며 노려보자 이윤성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펫한테 무기 설명 보여달라고 해."

"무기 설명?"


이윤성은 나한테 말하고서 호수 형에게 다가갔다. 나 대신 게임에 대해 설명을 해주려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재빨리 부기를 쳐다봤다.


부기 입꼬리가 샐쭉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무기 설명 보여줘."


[보여줘?]


"···응."


[열심히 할 거야?]


···NPC 주제에.


"열심히 할 테니까 빨리."


재촉하자 부기가 손을 흔들었다. 곧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참고 사항]

- 무기는 플레이어와 상성이 맞는 아이템으로 지급됩니다.

- 무기와 펫은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능력치가 부과됩니다.

(쉽게 말해 이수호가 무능하면 능력치도 오르지 않습니다.)

- 무기는 펫을 통해 소환 · 해제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기분 나쁜 문구를 본 것 같지만 스킵했다.


[의미를 잃은 검]

- 설명 : 고대 방출자가 쓰던 검.

전쟁에서 칼날이 부러진 뒤 폐허에 버려졌다.

의미를 잃은 검은 어두운 밤하늘을 배회하는데···.

어느 날 루가 검을 발견한다.

검 안에 담긴 슬픔을 느낀 창조자 루.

칼자루에 새로운 삶을 부여한다.


- 스킬

물의 검 [비활성화]

불의 검 [비활성화]

바람의 검 [비활성화]

대지의 검 [비활성화]

천둥의 검 [비활성화]


칼에는 거창한 스토리와 비활성화 스킬이 붙어 있었다.


게임광이었다면 흥미로워했겠지만, 나는 그냥 어이없었다.


그래봤자 장난감 칼이잖아.


설령 검이 있었다고 해도, 검으로 하루살이는커녕 바퀴벌레도 잡기 힘들었다.


게다가 부기의 너프 때문에 속도까지 마이너스였다. 이런 걸로 대체 뭘 하라는 거야.


흐린 눈으로 검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부기가 손을 흔들었다.


[버튼을 눌러!]


"버튼? 없는데."


[파란색 판을 누르는 거야]


나는 칼날이 붙어 있-어야 하지만 없-는곳을 살펴봤다.


딸깍, 판을 누르자 파란색 유리에 다섯가지 문양이 마치 룰렛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문양들을 빠르게 눈으로 쫓았다.


잠시 후, 나무 모양에서 룰렛이 멈추더니 눈앞에 창이 떴다.


['대지의 검'이 활성화됩니다]

[검의 능력으로 무기 +5가 일시적으로 향상됩니다]

[부기의 '땅파기'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부기의 땅파기 버프로 기술 +5가 일시적으로 향상됩니다]


이게 다 뭐야? 진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지의 검이 뭐지? 무슨 기술이 있는 거야? 신기한 마음에 검을 내려다봤다.


번쩍-!


유리에서 빛이 나더니, 파란빛과 함께 칼날이 나타났다. 광선검처럼 하늘색 빛이 나는 칼날이었다. 과일도 벨 수 있을 만큼 날카로운 진짜 칼.


그래··· 칼은 칼인데.


"······."


[대지의 검! 지금부터 이수호는 '땅파기'를 쓸 수 있다!]


"···과도로?"


나는 검을 들고 부기를 노려봤다.


"이 쪼마난 거로 땅을 파라고···?"


[멋진 기술이지!]


​나는 검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장난감에서 칼이 나온 건 조금 무서웠지만, 손바닥만 한 과도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걸로 하루살이를 어떻게 잡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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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24.09.09 28 1 11쪽
24 24 24.09.08 26 1 12쪽
23 23 24.09.07 27 1 10쪽
22 22 24.09.07 33 2 12쪽
21 ​실종. 그리고 동료 24.09.06 36 3 11쪽
20 20 24.09.05 35 3 10쪽
19 19 24.09.04 42 3 12쪽
18 18 24.09.04 39 3 13쪽
17 17 24.09.03 43 3 10쪽
16 16 24.09.03 4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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